2018.01.09 10:20

그냥 사랑하는 사이 9회-이준호 원진아 엇갈린 감정 지독한 사랑은 시작되었다

대한민국 드라마는 의외의 곳에서 성장을 한다. <그냥 사랑하는 사이>는 근래 보기 드문 수작이다. 감성적인 드라마의 새로운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비밀의 숲>이 한국 드라마의 기대치를 크게 높였듯, 이 드라마 역시 다른 장르에서 완성도 높은 드라마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기억 찾은 문수와 기억 잃어가는 마마;

사랑하기 때문에 이별을 선택한 강두, 네 멋대로 해라 떠올리게 하는 감성의 끝판왕



사랑 참 어렵다. 물론 쉬운 게 사랑이기도 하다. 그만큼 사랑은 종잡을 수 없다. 어쩌면 그런 것이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이야기하는 것일 뿐이다. 그 기묘한 감정에 대한 이야기는 그래서 수없이 무한 반복되듯 이야기 된다. 그럼에도 꾸준하게 사람들이 갈구하는 사랑은 그래서 묘하다.


문수의 마음은 강두에게 직진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강두는 힘들다. 자신 역시 문수를 사랑한다. 단 한 번도 그 감정이 흔들려본 적이 없다. 그런 그가 의도적으로 멀어지려 노력하는 이유를 마마는 너무 잘 알고 있다. 현재 자신의 초라함을 사랑하는 사람과 나누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강두가 문수를 포기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부모님의 바람 때문이었다. 문수 어머니나 아버지 모두 강두가 아닌 주원을 원한다. 좋은 직업과 잘 자란 남자가 자신의 딸과 친해지고,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 그건 너무 당연한 부모의 마음이다. 우연하게도 그런 부모의 마음을 듣게 된 강두의 선택은 그래서 당연하다. 


너무 사랑하면 상대에 대한 마음이 커진다. 단순한 소유가 아니라 사랑이라는 감정이 개입하면 상대가 행복해지기를 바란다. 주도적으로 자신의 감정만 내세울 수도 있지만 강두는 그렇지 않다. 자신의 처지가 결코 문수를 행복하게 해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그는 문수가 행복해지기를 원했다. 그래서 자신이 떠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이사 중인 사진관을 찾은 문수. 그 앞에서 서성이던 이유는 강두를 기다리기 위함이었다. 추모비를 세우기 위해 희생자 가족들을 만나 동의를 얻는 과정이다. 하지만 강두는 오지 않았다. 그렇게 아내를 잃은 남편에게 동의를 얻는 문수는 따뜻해서 힘들었다. 


암 투병 중에도 아내를 끔찍하게 생각하는 남자. 그리고 아내와 함께 세상을 뜬 애완견 뭉치. 추모비에 자신의 아내와 함께 강아지 뭉치도 함께 기록될 수 있기를 바라는 이 남자의 마음이 문수를 아프게 했다. 그렇게 엄마에게 우리도 개를 키워보자는 말을 건네지만 그녀는 다시 깨달음을 얻게 된다. 


귀엽다고 키우자고 하지만 정작 고단하고 힘든 일이 닥치면 피하고 외면하는 일. 그렇게 버려진 강아지 뒤치닥거리는 결국 엄마의 몫이었다는 현실. 귀찮다고 다른 핑계만 대던 그 기억은 우리 삶에서도 무한 반복하는 감정 폭력이기도 하다. 강두를 찾아 나서다 상민을 만난 문수는 모래 주머니를 차고 다니는 그에게서도 깨달음을 얻었다. "무거워봐야 가벼운 걸 잘 느끼죠"라는 강두의 말은 그녀에게 깊숙하게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 


문수는 화가 났다. 자신을 피하고 유진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본 후 문수는 완진에게 하소연을 했다. "자꾸 화가 나"라는 문수는 화와 서운한 것의 차이를 구별하지 못했다. 별 잘못도 아닌데 서운해서 화나는 것은 좋아하는 것이라는 완진의 말은 그래서 더 애절하게 다가온다. 


자신의 집을 찾은 강두를 문수는 느꼈다. 보일 수 없는 담 밑에서 주원이 다시 왔으면 좋겠다는 문수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발길을 돌렸다. 하지만 문수는 알았다. 보이지 않아도 강두가 자신을 찾아왔다는 사실을 그렇게 열심 뛰어 강두가 탄 버스에 함께 탔지만 그가 달라졌다. 


차갑게 대하는 강두에게 먼저 사과도 하지만 그는 서 대표 이야기를 꺼낸다. 투박하다. 참 투박하지만 정직하다. 그런 강두의 마음을 조금은 알고 있던 문수는 화를 냈지만 그가 다시 돌아와 자신을 잡아 줄 것이라 확신했다. 그래서 "온다 온다 온다"라는 주문을 외우기도 했다. 하지만 강두는 돌아오지 않았고 그렇게 떠났다. 


돌아보지 않는 강두를 향해 "내 손은 왜 잡아 줬는데, 내 머리는 왜 쓰다듬어 준건데. 왜 안아 준건데. 착하다면서"라는 문수의 외침은 사랑이다. 그 감정이 스며들며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꼈던 문수는 여전히 강두의 체온이 남겨져 있었다. 


세상에 유일하게 오직 자신의 편에 서 있는 남자. 자신의 아픔을 이해해주고 있는 그대로 자신을 바라봐주는 남자. 이 남자가 갑자기 멀어지려 한다. 차가운 그 남자는 그렇게 떠나려고 만 한다. 아무리 노력해봐도 해답을 찾지 못하던 문수는 마마를 찾아간다. 


문수가 마마를 찾은 것은 강두 때문이었다. 갑자기 변한 강두의 마음이 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마마는 말했다. 강두는 가장 강력한 약을 먹어야만 버틸 수 있었다고. 하지만 문수를 만나고 나서부터 그 약을 먹지 않는다고 했다. 강두는 문수를 만나고 그 지독한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강두가 멀리한다는 것은 그만큼 아낀다는 의미라고 했다. 자격지심으로 자신을 아끼는 사람과 거리를 두는 강두는 그게 최선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의 그 초라한 삶으로 들어오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친동생마저 거리를 두는 이유 역시 그 마음 때문이다. 


마마는 기억을 조금씩 잃어가고 있다. 어제 한 말도 기억이 안나는 마마는 이제 마지막을 준비해야 한다. 그렇게 마마는 강두에게 많은 것을 남기고 있었다. 정 이사의 아버지와도 인연이 있었던 마마는 큰 손이었다. 꿔준 돈 대신 받은 땅이 현재 건설 중인 공간에서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이를 그들이 사들이지 못하면 건설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는 중요한 지역이다. 


그 지역은 과거 사고가 났던 곳이기도 하다. 그 지독한 기억을 간직한 땅을 마마가 가지고 있었고, 그녀는 강두에게 모든 것을 넘겼다. 이제 모든 결정권은 결국 강두의 몫이 되었다는 의미다. 재난 속에서 사망한 이들과 그곳에서 살아난 자들. 그 지독한 기억들 틈에서 모든 결정권을 강두가 쥐게 되었다는 것은 흥미롭게 다가온다. 


"망가진 다리를 고치려면 망가트릴 때보다 큰 고통이 따른다고. 그래야 상처가 아문다고. 힘들어도 문수가 끝까지 마무리할 수 있게 대표님이 도와줘요"

 

문수를 마지막까지 아끼는 강두는 자신을 찾아온 주원에게 추모비 관련 일을 계속 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상처를 다시 봉합하고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다칠 때보다 더 큰 고통이 따른다고 했다. 문수에게 아픈 기억을 되살리게 하는 것이 싫다는 주원에게 강두는 문수가 제대로 일어서길 원하는 마음은 달랐다. 


유진과 만난 자리에서 문수는 다시 한 번 강두의 존재감을 깨달았다. 자신을 위해 노력하는 강두. 그 마음이 너무 아프다. 사랑하기 때문에 애써 이별을 선택한 강두의 마음을 문수도 알 것 같기 때문이다. 유진이 건넨 함께 있을 때는 사고 났을 때 이야기도 하느냐는 말에 문수는 과거가 기억나기 시작했다. 


창이 넓은 카페에서 유리창이 깨지며 10년 전 기억과 조우했다.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서 유리창이 깨지며 그 안에 있던 강두와 눈이 마주쳤다. 무너진 건물들 속에서 자신과 함께 해준 이가 바로 강두였다. 그걸 기억하지 못했었다. 문수는 그때야 확신했다. 강두가 했던 그 행동들이 무엇 때문인지 말이다. 


자신 만이라도 행복한 것이 다행이라는 강두의 마음. 그 지독할 정도로 이타적인 마음은 그래서 더 아프다. 그동안 갇혀 있던 기억이 봉인 해제되며 문수는 깨달았다. 절대 강두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 말이다. 고깃배를 타고 떠나는 강두. 그런 강두를 바라만 보는 문수. 그 지독한 사랑은 이제 시작이다. 


주원의 마음을 단호하게 거절한 문수. 부모의 바람과 달리, 자신을 속이고 거짓된 포장으로 살고 싶지 않다고 했다. 있는 그대로 자신의 상처와 마주하고자 하는 문수는 이미 준비가 끝났다. 이 드라마를 보면 2002년 방송되었던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를 떠올리게 한다. 


무려 16년 전 방송되었던 이 드라마는 여전히 강렬한 잔상으로 남겨져 있다. 고복수와 전경의 그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에 열광했던 팬들이라면 <그냥 사랑하는 사이>를 보면서 동일한 감정을 느꼈을 것 같다. 상처 입은 그들이 진정한 사랑을 확인하는 과정을 담담하지만 매력적으로 그렸던 <네 멋대로 해라>는 그렇게 다시 우리 곁으로 찾아왔다. 


유보라, 강숙 작가가 보여준 그 감성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감각적이면서도 감성을 어떻게 극적으로 표현해낼지 아는 작가들이다. <보통의 연애>에서 느꼈던 그 감성의 끈이 다시 연결되는 듯한 김진원 피디의 연출도 매력적이다. 여기에 감각적인 OST까지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아이돌에서 연기자로 성장 중인 이준호는 이 작품을 통해 진짜 연기자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감성 연기를 이렇게 완벽하게 해낼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뛰어난 연기력을 갖추고 있다는 의미가 될 테니 말이다. 신인이지만 최근 주목받고 있는 원진아 역시 회를 거듭하며 연기가 성장하고 있음이 느껴질 정도다. 모든 것이 완벽한 <그냥 사랑하는 사이>는 그렇게 <네 멋대로 해라>가 방송된지 16년이 되어도 회자되듯, 영원히 많은 이들에게 이야기되어질 것이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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