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는 그저 교도소일 뿐임이 다시 강조되었다. 울컥하는 감동 하나에 현실을 직시하게 하는 사건 전개 등 나름의 균등을 찾으려 노력하는 <슬기로운 감빵생활>도 마지막을 향해 가기 시작했다. 각자의 이야기들 속에 이번 회차에서는 가족의 정이 다뤄졌다.
오해와 진실 그리고 가족;
한양의 숨겨진 진실과 문래동 카이스트 간 이식 수술과 이감
아무리 전화를 해도 받지 않는 지호. 받지 않는 지호에게 문자를 지속적으로 보내보지만 답변이 없다. 무슨 생각인지 알수가 없는 상황에서 몸이 달아 어떻게 할지 몰라하는 제혁은 뒤늦게 지호의 존재감을 깨닫고 있는 중이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를 확인하고 있으니 말이다.
부잣집 아들로 세상 부족한 것 없이 살았을 것으로 보이는 한양의 과거 이야기가 등장했다. 준재벌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한양의 과거는 힘들기만 했다. 강북에서 가장 가난했다는 그는 악착같이 돈을 버는 엄마로 인해 살림은 조금씩 풍족해졌다고 했다.
하루 종일 혼자여야 했고, 돈을 버느라 아무런 관심도 보호도 받지 못한 한양은 그렇게 외톨이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에게 처음으로 손을 내밀어준 이가 바로 지원이었다. 평생 외톨이로 살아가던 그에게 친구가 되어준 지원이 미국으로 이민을 간다는 사실에 한양은 러브 레터를 보냈다.
물론 읽기 전에 삭제를 했다고 생각했지만 지원은 삭제되기 전 한양이 보낸 편지를 읽었다. 그렇게 미국에 있던 그가 돌아와 중학교 동창회에 참석해 연인으로 발전한 과정은 그냥 이뤄진 일은 아니었다. 한양도 오해하고 있었던 진실은 그렇게 일방적 기억으로 저장되어 있을 뿐이었다.
자신이 마약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경찰에 알린 것이 연인인 지원이라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의 엄마가 직접 신고를 했다. 아들을 더는 그렇게 방치할 수 없다는 독한 마음에서였다. 지독한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열심히 일을 해서 현재의 부를 쌓았지만, 그 기간 동안 아들을 방치했다. 혼자 잘 크는 줄 알았던 아들은 그렇게 마음 깊은 곳에 상처 투성이로 남겨져 있었다.
13회에서는 가족과 연인에 대한 과거 이야기로 점철되었다. 무기수인 민철에게도 사랑하는 사람은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사건에 휘말려 무기수가 되기 전 그는 행복했다. 비록 가난했지만 자신을 정말 사랑해주는 연인에게 반지를 건네며 행복을 다짐했다. 그리고 민철은 연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듣지도 못한 채 그렇게 교도소에서 20년 넘게 있다.
제혁을 공격하던 똘마니 동호를 품어버린 사건은 화제였다. 같은 방 사람들은 이를 반대했지만 이 방법 외에는 없었다. 엇나가 사건을 만들기만 하는 동호를 다른 교도소로 보내지 않는 한 같은 문제는 반복해서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차라리 만년 2인자인 동호에게 새로운 형님이 되어버리는 것이 문제해결이라고 생각한 제혁은 현명했다.
알고 보니 그 방에서 가장 어린 나이였던 동호는 평생 받아보지 못한 따뜻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험한 말을 하고 때리는 사람들과 달리, 서로를 위하고 챙겨주는 그들이 더없이 좋은 동호다. 문래동 카이스트 강철두의 오지랖으로 청주교도소 여성 재소자와 팬팔도 하는 등 어쩔 수 없이 들어온 교도소 생활을 알차게 보내고 있는 중이다.
재심 신청이 된 유대위와 형 사이도 그리 좋지는 않았다고 한다. 띠동갑인 형제는 대화도 드물었고 표현하는 것도 어렵기만 했다. 하지만 이 사건으로 인해 형제 사이는 세상 모두가 부러워하는 존재가 되었다. 동생은 아직 모르지만 교수직을 박탈 당할 정도로 동생의 무죄를 위해 뛴 형. 그들은 형제였다.
철없이 노름과 여자만 좋아하던 철두에게도 아들은 있었다. 청주교도소에서 면회를 오겠다는 새로운 여자친구로 인해 경쟁을 하던 철두와 동호. 결국 철두가 면회자가 되어 환호하고 들어갔지만 자신을 만나러 온 것은 새 여자친구가 아닌 과거 부인이었다.
그녀는 아들 건우가 간부전증으로 인해 수술을 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말이었다. 철없고 생각도 없어 보였던 철두였지만 아들 앞에서는 작아지는 아버지였다. 그런 철두의 마음을 읽은 교도소장은 발 빠르게 서류 처리를 해서 그가 간 이식 수술을 할 수 있도록 도왔다. 물론 교정 시설로서는 큰 홍보 효과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간 이식 수술이 결정되었지만 아들은 아버지를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아니 아버지가 이식을 한다면 수술을 받지 않겠다는 단호한 모습을 보일 정도다. 그렇게 숨긴 채 수술을 앞둔 부자는 공교롭게도 엘리베이터 안에서 누운 채 재회하게 되었다.
볼 수도 없었지만 아들 건우는 옆에 누워있는 이가 아버지라는 사실을 알아챘다. 누구보다 아버지를 존경하고 사랑했던 어린 건우. 자신도 아버지처럼 재주 많은 과학자가 되고 싶다고 했던 건우에게 아버지의 마지막은 가방을 고쳐주고, 라면을 끓여준 후 노름을 하러 나서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아버지는 다른 여자에게 떠났고, 엄마와 자신은 아버지와는 남남이 되어버렸다.
"죄송합니다. 사람 잘못 봤습니다"
"아버지 맞지"라는 아들 건우의 기습적인 질문에 당황한 철두는 애써 울음을 참으며 아니라고 말한다. 수술방으로 먼저 들어간 건우와 다른 검사를 위해 엘리베이터에 남겨진 철두. 그렇게 아들이 내린 것을 확인한 철두는 소리 내지 않으려 노력하며 오열 할 수밖에 없었다.
그 지독한 슬픔을 애써 참아가며 오열하는 철두의 모습은 그래서 슬플 수밖에 없었다. 비록 노름으로 범죄자까지 되었지만 아들 앞에서는 그저 당당한 아버지이고 싶은 마음을 누가 이해하지 못할까? 수술이 끝난 후 아들 얼굴이라도 한 번 봤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아내는 아들 건우가 절대 보고 싶지 않다는 말을 전한다.
간도 떼어줬는데 왜 나를 싫어하냐며 오열하는 아버지 철두는 그렇게 급성장을 했다. 아들을 통해 뭔가 깨달음을 얻어가는 순간 그는 큰 변화를 경험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가족처럼 정이 들었던 곳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감이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문래동 카이스트가 돌아온다는 소식에 청소를 부지런히 하던 그들에게 잠시 온 교도관은 냉정하게 이야기한다. 그는 이감되었다고 말이다. 이를 따지는 재소자에게 여기 놀러왔느냐며 이곳은 교도소라고 다시 확인시키는 과정은 냉정하지만 당연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가 일순간 얼어붙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렇게 교도소라는 공간 미화를 막기 위한 하나의 순단이었다.
민철은 가석방 대상이 되었다. 지독하게 힘든 시간을 버텨왔던 민철은 그렇게 가석방 되어 사회로 나갈 수 있을까? 그곳에는 과거 말하지 못한 연인이 기다려주고 있을까? 극적인 상황을 위해서라면 아들이라도 낳아 홀로 키우고 있어야 한다. 이를 곡해한 민철이 떠나려하지 뒤늦게 친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새로운 삶을 산다는 식의 신파도 가능한 분위기다.
전화를 받지 않던 지호는 문자를 받고 바로 전화를 했다. 그 문자에는 오른팔마저 망가트리겠다는 협박 때문이었다. 지호는 착하다. 한참 동안 면회를 오지 못한 것은 신종플루에 걸려 병원에 입원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게 애타게 기다리지만 만나지 못하던 지호와 제혁의 재회는 어떤 식으로 이뤄질까?
3회가 남은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재소자들의 개인사가 등장하며 조만간 그곳에서 벗어나 사회로 돌아온 이들의 이야기를 담을 것을 암시하고 있다. 모두가 행복한 결말을 맺을까? 그동안 이들이 보여준 이야기의 흐름을 보면 큰 변수는 없어 보인다. 뜸했던 제혁과 지호의 단단한 러브 라인과 준호와 제희의 사랑도 그리고 함께 했던 이들의 행복도 남은 3회 동안 빠르게 채워질 것으로 보인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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