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위해 왕관을 버린 에드워드 8세 보다 세령의 강단이 매혹적이다
두 번의 이혼 경험이 있는 심프슨을 위해 과감하게 왕관을 버린 영국 에드워드 8세의 이야기는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는 전설적인 사랑이야기입니다.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영국 왕이라는 지위를 과감하게 버리고 '윈저공작'으로 살아간 이 세기의 결혼은 많은 이야기들을 양산해내고 있지요.
조선시대 남녀의 차이가 확연한 그 시절 공주가 된 여인이 역적으로 몰린 남자를 위해 공주의 자리를 버리고 왕에게 반기를 든다는 것은 1930년대 영국 왕 에드워드 8세의 세기의 러브 스토리보다 더욱 흥미롭게 재미있기만 합니다.
<공주의 남자> 19회는 반역을 꿈꾸던 사육신과 정종의 죽음에 당당한 모습은 압권이었습니다. 선대왕인 세종대왕이 끔찍이도 아꼈던 집현전 학자들이 단종의 복위를 위해 스스로 왕이 된 수양에 맞서는 장면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 채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왕이 되기 위한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갔던 수양 쪽에서 보면 단순한 그들의 저항을 알아차리고 반격하기에는 그리 어렵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제대로 된 반란도 하지 못하고 옥사에 갇히게 된 사육신과 정종. 궁 안의 상황을 알지 못한 채 군사를 이끌고 궁으로 들어서던 승유는 면이 중심이 된 사병들과 대결을 해야 했습니다. 지독한 운명의 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벗들의 싸움은 저자거리로 옮겨지고 혹시나 하던 면은 그가 김승유임을 확신합니다.
자신을 납치한 범인을 옹호하고 화살까지 대신 맞은 세령. 자신과의 결혼을 결사반대하고 공주가 되는 것까지 주저하는 그녀의 모습은 석연찮았습니다. 그런 그녀의 뒤에는 바로 승유라는 존재가 있었음을 그는 확인하게 되고 다시 한 번 좌절할 수밖에는 없게 됩니다.
혹시나 하던 범인의 정체가 승유임이 밝혀지고 자신과 수양의 목숨을 빼앗는 것이 마지막 목표라고 밝히는 승유의 모습은 면에게는 두려움보다는 서러움으로 다가왔을 듯합니다.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는 위치가 되었지만 오랜 벗에게 칼을 겨누고 얻은 자리이니만큼 편안하고 행복할 수는 없으니 말입니다.
반란을 준비하던 이들이 모두 붙잡혔다는 소식을 들은 승유는 과감하게 한성부 옥사에서 그들을 빼내겠다는 계획을 세웁니다. 많은 군사를 잃은 상황에서 한성부에 갇힌 그들의 탈출을 도모한다는 것은 무모한 짓일 수밖에 없었지만 세령은 자신을 버리고 승유의 계획에 동참하겠다고 이야기합니다.
공주인 자신의 호위무사가 되어 한성부에 들어서면 이후 자신이 면을 불러내 탈출이 용이하도록 하겠다는 세령의 포부는 그녀가 가질 수 있는 모든 것을 포기하는 행위와 다름없었습니다. 몇 번이나 자신을 버리고라도 지키고 싶었던 사랑이었지만 자신을 받아주지 않던 승유. 그를 위해서라면 왕이 된 아버지에 반하는 행위도 서슴지 않습니다.
세령의 도움으로 한성부 안으로 쉽게 들어선 승유와 일행은 옥사를 비운 사이 안으로 들어섭니다. 대역 죄인들이 수감되어 있는데 지키고 있던 군사마저 빼는 행위는 함정으로 읽을 수밖에 없지만, 함정일지라도 파옥 시켜야만 한다는 승유의 의지는 그를 그 안으로 들어서게 합니다.
세령과 함께 승유가 한성부 내부에 들어섰다는 보고를 받고 면은 일부러 옥사를 비웠습니다. 자신의 은사와 벗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마지막 행위라 생각한 면은 그렇게 복잡하고 잔인하게 변해가는 현실 속에서 그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을 감행합니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갖춰져 쉽게 파옥이 가능한 상황에서 의외의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자신을 구하러 온 승유에게 오히려 야단을 치며 옥사를 파괴하는 일을 하지 말라 합니다. 자신들의 행위가 파옥을 할 정도로 당당하지 못한 일이라며 과감하게 사지를 찢는 거열형을 받아들이겠다는 그들의 결연함은 그 어떤 의지로도 꺾을 수 없는 강렬함이었습니다.
살점이 뜯겨 나가는 고문 속에서도 자신을 왕이라 부르면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수양의 이야기에도, 그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신념을 버리지 않은 채 수양을 왕이라 부르지 않고 죽음을 선택합니다. 목숨이 두렵지 않은 그들에게 그 어떤 것도 두려움으로 다가오지는 않았습니다. 자신의 신념을 위해 과감하게 목숨을 버릴 수 있는 용기. 그 위대함은 수양에게는 두려움으로 다가오고 승유에게는 통렬한 아픔으로 다가옵니다.
처형을 당하는 날 경혜공주는 상복을 입고 수양을 찾아 무릎을 꿇고 "전하"라는 말을 반복하며 정종을 살려줄 것을 간청합니다. 정종을 살려만 준다면 유배를 가서 조용하게 살겠다는 경혜공주의 청으로 정종은 죽음 직전 구해지지만 자신만 살아났다는 사실에 눈물만 납니다. 자신을 구하기 위해 한걸음에 달려온 공주를 부여안고 한없이 우는 정종의 모습은 서럽기만 했습니다.
자신의 스승까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후 세령은 과감한 결단을 하게 됩니다. 칼을 품고 왕이 된 아버지를 찾은 세령은 참혹한 처형을 자축하는 술자리를 파하게 하고 아버지인 수양과 마주합니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결연함을 상징적인 방식을 통해 보여줍니다.
소학에 나오는 '신체발부수지부모'를 언급하며 그녀는 피부를 잘라낼 수는 없기에 모발을 끊어냄으로서 자신의 의지를 공고하게 합니다. 더는 아비와 자식 간의 연을 이어가지 않겠다며 머리를 잘라버리는 그녀의 모습은 수양에게는 경악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누구보다 사랑했던 딸이 자신에게 반하는 행동을 하더니 이제는 부녀의 연마저 끊겠다는 상황에서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 그마저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수많은 이들의 피를 통해 얻은 왕이라는 자리. 그 자리에 연연하는 아비의 모습. 자신이 사랑하고 존경하던 모든 이들이 죽어야만 하는 상황에서 세령은 부귀영화보다는 진정한 사랑을 선택합니다.
너무 과감해서 보는 이들마저 경악스럽게 만든 세령의 과감한 행동은 당연히 매력적으로 다가올 뿐입니다. 활발하지만 조신하기만 하던 여인이 자신의 사랑을 위해 그리고 신념을 위해 과감하게 왕이 된 아버지에게 반기를 드는 모습은 그 강렬함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머리를 과감하게 잘라버리고 공주를 버린 세령은 본격적으로 승유와 함께 하려 합니다. 더 이상 버릴 것도 얻을 것도 없는 그들의 사랑은 이제 시작이지만 그런 사랑을 막으려는 수양과 면의 강렬한 저항 역시 더욱 강해질 뿐입니다. 24부작으로 준비된 <공주의 남자>는 이제 5회를 남겨두고 있습니다.
공주로서의 삶보다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궁을 나온 세령과 역적의 무리가 되어 쫓기는 신세가 된 승유가 과연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지 궁금해지기 시작합니다. 세기의 결혼이라는 에드워드 8세와 이혼녀 심프슨의 사랑이야기와 공주를 버리고 원수의 자식을 사랑한 세령과 승유의 사랑 중 어떤 사랑이 더욱 매혹적일까요? 유사성을 지니고 있지만 남녀의 신분차이와 사회적 지위가 명확한 시절 공주를 버리고 원수의 자식을 위해 자신의 목숨도 아까워하지 않은 세령과 승유의 사랑이 더욱 강렬하게 다가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들의 사랑이 어떤 식으로 마무리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동안 보여준 그들의 애틋함만으로도 이미 그들의 사랑은 완성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극의 흐름을 매혹적으로 이끌어 감칠 맛나게 만드는 <공주의 남자>가 과연 마지막을 어떤 방식으로 장식할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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