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와 KBS가 언론 자유를 되찾기 위한 파업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요일 예능 프로그램이 정상 방송되며 많은 이들의 우려를 사고 있습니다. '나가수'가 시즌 2라는 이름을 달고 새롭게 시작하며 많은 관심을 받았고, 파업 중이던 피디가 현장에 복귀해 '1박2일' 정상 촬영이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동료의 파업과 상관없는 이들의 행보에 많은 이들이 불만을 토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반응 일 것입니다.
김영희와 최재형 피디, 그들의 선택은 무엇을 위함일까?
MBC의 방송 파업은 3개월을 훌쩍 넘었습니다. 뒤늦게 파업에 동참한 KBS 역시 1노조 마저 파업에 동참하며 그 규모와 시기는 끝을 알 수 없는 상황까지 나아가고 있습니다. 파업에 동참하는 이들이 원하는 것은 단 하나입니다. 그 어느 권력에도 흔들림 없이 언론인으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 외에는 없습니다. 그들이 자신들의 임금을 혹은 근무 환경에 대한 불만이 아닌 언론의 자유를 외치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그들의 파업은 정당성을 충분하게 확보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언론사 파업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응원하는 이들도 많은 반면 아무런 관심이 없는 이들도 많은 게 사실입니다. 무관심이 주된 가치로 자리 잡은 현대 사회에서 일단 대중들의 무관심을 탓하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파업은 어떤 부류의 정치적인 성향에 도움을 주거나 개인의 이득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언론의 역할은 사회가 더욱 커지면 커질수록 중요도는 높아질 수밖에는 없습니다. 방송의 역할을 단순히 바보상자로 보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일 수밖에 없는 것은 방송이 현대인들에게 차지하는 비중이 그 어느 것보다 강력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복잡다단해진 현대 사회에서 방송의 역할은 부모 혹은 교사, 선배, 친구 등 다양한 형태의 역할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 중요도는 더욱 커지기만 합니다.
다채널이 되면서 다양한 요구에 맞는 방송들이 만들어지고 대중의 기호에 맞는 방송들이 끊임없이 나오면 나올수록 방송에 대한 지배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핵가족화 되고 과거와 달리 학교 교육이 특별한 가치를 만들어가지 못하면서 방송의 역할은 가족과 은사의 역할도 대신하고 있다는 점에서 무척이나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방송을 통해 만들어지는 가치들이 대중들이 지향하고 자신의 삶 속으로 투영해 일반화시키는 것이 현실이라는 점에서 이제 방송은 단순한 유희를 위한 도구가 아니라 현대인의 모든 것을 지배하는 중요한 가치 척도로 자리했음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만약 방송이 단순한 유희의 도구라고 한다면 언론인들의 파업은 무의미합니다. 그저 대중들의 여가 생활을 좀 더 풍성하게 해주는 역할만이 존재하고 있다면 현재 언론인들이 이야기하는 언론의 자유는 무의미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대 사회의 방송은 앞서 장황하게 이야기를 했듯 우리가 살아가는 거의 대부분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게 다가올 수밖에는 없습니다.
가치관을 확립하고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마저 만들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방송은 그 어떤 곳보다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상식이 통하고 상생이 가능한 세상에 대한 가치관이 아니라 어느 한 권력을 위한 도구로 전락하게 된다면 이는 엄청난 범죄가 될 수밖에는 없습니다. 언론이 어느 한 권력 집단의 편에 서게 되면 어떻게 사회가 변하게 되는지는 이명박 정권을 통해 충분히 알 수 있었습니다.
재벌을 위한 세상, 토건족들을 위해 국민의 혈세를 마음껏 사용하는 그들. 광우병이 발발하고 그 위험성을 미국 현지에서도 심각하고 생각하고 있음에도 대한민국만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변하는 사회는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권력을 가진 자들의 수많은 비리는 사회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고 이를 엄단해야만 하는 사법 당국마저 그 역할을 하지 못하는 사회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언론이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서민들이 힘겨운 삶을 살아야 하고 정치인들이 자신들에게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지 못한 것 역시 언론이 자유를 빼앗겼기 때문입니다. 재벌이 득세하며 서민들의 생업까지 빼앗는 지경까지 이르게 된 것 역시 언론인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언론이 바로서고 언론 본연의 가치가 살아있었다면 결코 이런 말도 안 되는 사회적 문제들이 넘쳐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방송사의 대대적인 파업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자신들의 역할을 빼앗고 제어하는 존재들에게 자유를 되찾겠다는 외침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요구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언론인으로서 자유를 되찾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은 더 이상 정상적인 언론은 존재할 수 없는 왜곡된 사회로 전락할 수밖에는 없을 것입니다.
'나가수2'에 대한 비판보다 '1박2일 시즌2'의 정상화에 많은 이들이 더욱 큰 비판을 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김영희 피디는 단 한 번도 파업에 대한 자신의 입장도 밝힌 적이 없습니다. 그저 자신이 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하겠다는 의지 외에는 없습니다. 동료와 후배들이 파업에 참여하는 동안에도 그는 언론을 통해 밝게 웃으며 자신이 고민해왔던 '나가수2'에 대한 비전을 이야기하며 행복해하기만 했습니다. 최소한 그의 머릿속에는 동료들의 파업은 아무런 의미로도 다가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에 대한 기대도 없기에 비판도 무의미해질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1박2일 시즌2'의 최재형 피디는 상황이 다를 수밖에는 없습니다. 비록 다른 이들보다 뒤늦게 파업에 동참하기는 했지만 그는 언론 자유를 되찾기 위한 파업에 적극 동참의사를 밝히고 실제 파업에 동참해왔습니다. 그런 그가 갑자기 시청자들을 위해, '1박2일'이 더 이상 파행을 거듭하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며 촬영에 나섰습니다.
최재형 피디가 김영희 피디와 다르게 큰 비난을 받는 이유는 그가 내세운 촬영 재개의 변은 사측이 요구하고 원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우려스럽기만 합니다. 파업의 정당성마저 뒤흔들며 사측이 원하는 방식의 촬영재개는 결과적으로 파업 중인 노조원들을 흔들기 위한 도구로 활용될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방송을 재개한 그들에게 옹호를 하 든 비판을 하 든 그건 개인의 몫일 것입니다. 하지만 언론의 역할과 그들이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관심을 가져야만 할 것입니다. 왜 그들이 자신의 생업인 방송을 등지고 거리에 나서 언론의 자유를 외쳐야만 하는지에 대해 이제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동참해야만 할 것입니다. 그들이 요구하는 언론의 자유는 그저 언론인들만을 위함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건강함을 도모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그들의 파업은 여전히 정당할 뿐입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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