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그 엉뚱하면서도 단순하고 복잡한 이야기가 주는 재미
단순 무식한 야구선수와 여자 경호원의 사랑이야기를 엉뚱한 만남이 만든 이 기묘한 이야기는 사랑에 대한 담론을 어떤 식으로 담아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내용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난로'는 보여주었습니다. 넘치는 유머감각에 정교하고 집요하게 정리된 이야기의 힘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눈길을 뗄 수 없도록 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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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상처받은 그래서 집착할 수밖에 없었던 양선희는 해서는 안 되는 범죄를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어린 시절 힘겨워하는 무열을 보살피며 사랑이라는 감정을 키워나갔던 그녀는 그 사랑에 대한 집착이 너무 과해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이어지고 말았습니다.
온전한 상태의 무열이라면 결코 자신을 사랑할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선희의 선택은 단순했지만 잔인했습니다. 외롭고 힘겨워 고통스러워하는 무열을 감싸고 그렇게 자신의 사랑을 전할 수 있다면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해서는 안 되는 범죄로 이어졌고 그렇게 그녀는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만들고 말았습니다.
스토커의 수준을 넘어 범죄의 범주에 들어선 그녀의 집착은 결과적으로 '사랑'이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다양한 고민들을 하게 해주었습니다. 어린 시절 남자들에게 지대한 관심을 받아왔던 양선희는 스토커 같은 남학생들과 시기심 가득한 여학생들로 인해 삶이 파괴된 피해자였습니다. 너무나 아름다웠던 선희는 학창시절 남학생들에게 관심의 중심이었고 언제나 많은 남학생들이 여학교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는 모습이 일상이었습니다. 이런 남학생들의 지독한 관심은 당연하게 같은 여학생들에게는 시기의 대상이 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남학생과 여학생 모두에게(물론 그 관심의 근거는 전혀 다르지만) 지독한 관심의 대상이었던 그녀는 그 지독한 사랑으로 인해 피해를 입고 말았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문은 그녀를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만들었고 학교를 마치지도 못하고 서울로 가야만 했던 그녀는 철저하게 지독한 관심이 만들어낸 피해자였습니다.
지독한 관심이 집착을 만들었고 그 집착은 곧 파멸로 이어질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과거 자신이 당했던 방식대로 이제는 자신이 누군가에게 집착하고 소유하려 스스로 모든 이들을 파멸로 이끄는 그녀의 모습은 측은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녀의 행동이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이해는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녀의 지독한 사랑에 대한 집착은 일그러지고 망가진 사랑에 대한 보상심리가 크게 좌우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녀가 은재와 종희를 두고 무열에게 선택을 강요했다는 점은 이런 사랑에 대한 자신만의 해답을 얻기 위함이었습니다. 아니 엄밀하게 따지자면 그녀가 얻지 못한 그리고 그녀의 인생 전부이기도 한 사랑에 대한 어긋남을 무열에게도 심어주기 위한 지독한 편집증의 결과물이었습니다. 은재와 종희의 옷을 바꿔 입히고 얼굴을 가린 채 수영장에 빠진 둘 중 가장 사랑한 사람을 고르라는 요구는 지독함 그 자체였습니다.
선희가 은재와 종희에게 이야기를 하듯 선택당한 사람은 무열이 덜 좋아하는 사람이고 수영장에 빠져 그대로 죽게 되는 이가 진정 무열이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이 말도 안 되는 억측은, 뒤바뀐 외형으로 감춰진 진실에 대한 어긋남이 영원한 상처로 다가올 수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무열을 차지하고 싶었던 선희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하면서도 지독한 강요는 결과적으로 자신이 가질 수 있는 위안이자 최고의 선물이었습니다. "공주의 사랑은 동화가 되고 마녀의 사랑은 저주가 되지요"라고 독백을 하는 선희의 말 속에서 알 수 있듯 그녀는 철저하게 자신을 마녀라고 특징지어 무열에게 저주를 내린 것이었습니다.
저주에 걸린 개구리가 된 왕자의 이야기처럼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라 생각했던 이가 사실은 알고 봤더니 사실은 아니었다라는 이 어처구니없는 아이러니는 선희가 걸 수 있는 최고의 저주였습니다. 자신의 선택이 알고 보니 잘못되었다고 느끼는 순간 고통 속에 살 수밖에 없는 무열이나 선택당하거나 선택당하지 못한 은재와 종희 모두에게 힘겹고 아픈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선희의 저주는 완벽한 듯했습니다.
은재와 종희 모두 왜 자신을 구했냐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선희의 저주는 정확하게 맞아떨어졌습니다. 종희는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상황임을 확인하고는 자신의 옷을 입은 은재를 먼저 구한 것에 대한 특별한 의문점을 가지지 않고 그대로 영국으로 떠나게 됩니다. 종희와는 달리 은재는 과연 무열이 자신을 좋아하기는 하는 것일까에 대한 의구심으로 선희가 내린 저주의 최대 피해자가 되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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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사랑이 결과적으로 수많은 의문들을 남길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은재에게 사랑은 선희보다도 더욱 힘겨운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사랑 경험이 전무 하다고 할 수도 있었던 그녀에게 그 힘겨운 선택의 순간 할 수 있는 것은 상황에서 벗어나 피하고 싶은 생각뿐이었습니다. 결과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지만 최악의 상황을 염려하는 것은 그만큼 은재가 무열을 사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열이 자신을 사랑한다면 더없는 행복이겠지만 만에 하나 무열이 자신보다는 종희를 사랑한다면 받아들일 수 없다는 마음이 강한 은재에게는 무열이 어떤 이야기를 할지에 대한 기대보다는 듣고 싶지 않은 말에 대한 두려움이 더욱 크게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사랑에도 운명이 있다면 이별에도 운명은 존재하는 것 같다는 종희는 자신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무열을 떠나갑니다. 그 사랑의 무게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그 사람 곁에는 더 이상 자신이 들어설 수 있는 공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의 사랑을 축복하고 떠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자신을 위해 스스로 범죄자가 되었던 남편 동수. 그 한없는 사랑은 그에게는 힘겨움과 고마움이 함께 했습니다. 자신을 평생토록 억누르고 있었던 고통에서 벗어나는 순간 그 행복은 동수에게 고통으로 다가왔습니다. 그 지독한 고통 속에서 벗어나 잠시 기억을 놓아버린 수영을 위해 스스로 모든 고통을 감내하려 했던 동수. 그들은 수영이 그토록 원하던 그들만의 삶을 위해 시골로 향합니다. 결코 녹록한 삶은 아니지만 소박하지만 둘의 사랑만으로도 행복할 수밖에 없는 그 깊은 공간으로 들어가 한없이 행복해 하는 그들의 뒷모습은 그것만으로도 그들의 사랑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알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한복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다는 태한을 위해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카페에 들어선 동아. 그 엉뚱함이 한없이 사랑스럽기만 태한은 풀어진 옷고름을 다시 매주며 한없는 사랑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여전히 장난 끼 가득한 동아가 건넨 로봇 코스프레마저도 사랑스럽기만 한 그들은 여전히 그리고 영원히 아름다운 사랑을 할 수밖에는 없을 듯합니다.
자신을 배신하고 다른 남자와 바람이 나서 아이들까지 버리고 떠났던 부인을 평생 잊지 못하고 살아왔던 은재의 아버지. 말도 안 되는 그 사랑은 과거나 현재나 아무런 변함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부인에 대한 사랑은 더욱 넘치며 운명적인 사랑을 영원한 사랑으로 믿고 기다리며 지켜왔던 그의 사랑은 결과적으로 새로운 행복으로 다가왔다는 점에서 가장 동화 같은 사랑에 가까웠습니다. 과연 세상에 이런 남자가 존재는 하는 것일까 의구심이 들 정도로 말이지요.
스스로를 믿지 못해 힘겨워했던 은재는 무열의 흔들림 없는 사랑에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게 됩니다. 전지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는 그를 마중나간(아니 경호 업무를 명받아 나선) 은재는 자신이 누구를 경호하는지도 알지 못한 채 공항에서 무열과 어색한 조우를 하게 됩니다. 여전히 자신이 고민하는 흔들리는 사랑에 힘겨워하는 은재에게 캐치볼을 권유라고 그렇게 시작된 캐치볼을 하며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서로의 사랑이 여전히 변함없고 뜨겁다는 사실을 짜릿하고 매력적이며 달콤한 첫 키스로 이어지게 됩니다.
로맨틱 코미디 임에도 주인공들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들이 난무하지 않았던 '난로'는 그렇기에 마지막 키스 장면은 매혹적일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넘치지 않지만 그 장면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균형을 잡고 행복한 결말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 장면은 로코 사상 가장 매혹적인 장면임은 분명합니다.
은재가 그토록 궁금해 했던 이유를 특별한 설명이 아닌 신발 끈을 묶어주며 무열은 대답합니다. 옷을 바꾸고 얼굴을 가리기는 했지만 선희는 신발을 생각하지는 못했습니다. 선희는 스스로가 만들고 믿는 저주를 스스로에게 걸면서 행복해 하지만 결국 무열은 그녀가 걸어둔 저주까지 풀어내고 은재를 구했던 것입니다. 그 짧고 긴박한 순간 무열이 확신을 가지고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이 사준 운동화였습니다.
은재가 신고 있는 운동화를 통해 은재를 알 수 있었던 무열은 은재만큼 혹은 은재보다 더욱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이 지독할 정도로 매력적이고 아름다우며 행복한 사랑이야기는 모두가 자신에게 맞는 혹은 서로가 행복할 수 있는 결말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서윤이가 과연 죽었을지 살았을지 모호하게 마무리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방을 꾸미며 기다리는 할머니를 통해 어떤지 알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2012 시즌 개막전에 나선 박무열을 응원하러간 그들은 1루와 3루라는 극명한 경계에서 힘겨워합니다. 레드 드래곤즈와 블루 시걸스라는 경계에서 은재가 선택한 것은 중계석에서 두 팀의 유니폼을 입고 박무열을 응원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지독할 정도로 매력적인 커플은 그렇게 그들만의 방식으로 행복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비록 시청률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을 주기는 했지만 <난폭한 로맨스>는 그동안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없었던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을 보여준 진귀한 작품이었습니다. 이야기 구성과 전개에서 탁월함을 선보인 박연선 작가의 미치도록 매력적인 능력과 등장인물들의 탄탄한 연기력은 이 드라마를 최고로 만들어주었습니다.
<얼렁뚱땅 흥신소>가 보여준 지독한 매력이 더욱 대중화되면서도 정교해진 모습으로 돌아와 <난폭한 로맨스>를 만들어냈지만 당시와 다름없는 시청률로 대중들의 선택이라는 지표애서는 실패했지만 박연선 작가의 이야기에 매료될 수밖에 없었던 이들에게는 축복과도 같은 드라마였습니다. 엉뚱한 매력으로 이시영의 재발견을 하게 해주었고 책으로 인생을 배운 동아 역의 임주은의 발견 역시 이 드라마가 건져낸 성과일 것입니다.
비록 드라마는 이렇게 마무리 되고 말았지만 <난폭한 로맨스>가 건넨 이야기의 힘과 드라마가 건넬 수 있는 가치의 풍성함에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립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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