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인의 존재감이 '패션왕'에게 기대를 하게 만든다
패션이라는 소재를 전면에 내세워 진행하는 드라마라는 점에서 신선함은 이 드라마의 생명입니다. 물론 패션의 뒤에 숨겨진 등장인물들의 사랑이 핵심이라는 점에서 특별할 것은 없다는 점에서 그 특별함을 찾기는 힘들겠지만 소재의 신선함이 주는 매력은 포기할 수 없는 '패션왕'만의 가치이기도 합니다.
동대문 근처에서 짝퉁 옷을 만들며 패션 왕을 꿈꾸는 영걸(유아인)은 패션쇼 현장에서 런어웨이의 모델 옷을 그대로 카피해 곧바로 짝퉁을 만드는 신기를 보여줍니다. 부모님의 모든 재산을 갈취당한 채 그 악마와 같은 조마담의 부티끄에서 일하는 가영(신세경)은 자신의 꿈을 위해 패션 스쿨에 도전을 하는 건강한 존재입니다.
그런 그들이 운명처럼 만날 수 있게 된 것은 필연적인 사건들이었습니다. 콩쥐팥쥐를 보는 듯 조마담에 의해 길러진(엄밀하게 따지면 노동력 착취와 다름없지만) 그녀는 조마담의 딸이 친구들을 샵에서 파티를 하다 불을 내고 이일은 모두 가영의 몫으로 던져지게 됩니다. 진실보다는 무조건 가영이 잘못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는 조마담에게는 그녀를 쫓아낼 수 있는 이유가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뿐입니다. 더욱 자신의 딸은 합격하지도 못한 명문 패션 스쿨에 합격 통지서까지 받은 가영은 눈엣 가시 같은 존재였으니 말입니다.
무일푼으로 쫓겨난 가영이 갈 수 있는 곳은 없고 그런 가영의 눈에 들어 온 것이 바로 영걸이 운영하는 짝퉁 공장이었습니다. 미싱공으로 입사하게 된 그녀는 자연스럽게 그곳에서도 돋보이는 실력을 과시하고 그런 그녀의 탁월한 감각을 알아본 영걸은 그녀가 디자인한 옷으로 대박을 치며 사채업자의 돈도 모두 갚아내게 됩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우연하게 가영이 자신이 어린 시절 만났던 소녀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스스로 그녀의 키다리 아저씨를 자처하는 영걸로 인해 가영은 꿈을 키울 수 있는 미국으로 향할 수 있게 됩니다.
드라마의 주인공들이 미국이라는 공간에서 다시 만나야만 한다는 설정에 작가의 무리수는 아쉬움으로 다가왔습니다. 전개가 빠른 것은 흥미로웠지만 그들이 패션의 메카에서 모두 만나 새로운 관계를 형성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설정은 기대감을 증폭시켰지만 그 과정에서 드러난 아쉬움들은 진부함과 함께 씁쓸함으로 다가왔습니다.
절대 악인 조마담이라는 캐릭터의 진부함을 시작으로 원수를 위해 일해야만 했던 착한 여주인공의 관계가 시간이 흘러 역전될 수밖에 없다는 나름의 권선징악은 매력적일 수는 없었습니다. 어떤 의도인지 왜 그래야만 하는지에 대해서는 납득이 가능하지만 매끄러운 전개가 함께 하지 않으면 그런 관계들은 이후 전개를 헐겁게 만들 수도 있다는 점에서 첫 회 들어난 캐릭터들의 관계들은 빠른 전개만큼 흥미롭지는 않았습니다.
모든 것을 다 가진 패션 업계의 황태자인 재혁(이제훈)과 동대문 짝퉁 사장인 영걸의 만남 역시 무척이나 부자연스러웠습니다. 동창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최고의 패션사의 이사를 만나서 대립 관계를 스스로 만들어낸다는 점은 쉽게 납득하기는 힘들기 때문입니다. 자신에게 굴욕을 준 그를 향해 내가 이 회사를 살 거라고 외치는 영걸의 모습은 당혹스럽기까지 했습니다.
그저 동창이라는 이유로 갑자기 찾아가 돈을 요구하는 상황을 자연스럽고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런 재혁을 보고 분노를 표현하는 영걸의 모습은 쉽게 납득을 하기 힘들기만 합니다. 물론 재혁에 대한 반발이 아닌 통상적인 상황이 주는 반발의 의도가 높기는 하지만 그 과정이나 상황들이 자연스럽지는 않았습니다.
아버지 덕에 어린 나이에 회사의 이사가 되어 제 마음대로 생활하던 재혁은 어쩔 수 없이 미국으로 내몰리게 됩니다. 그렇게 내몰린 미국에서 그가 사랑하는 여인인 안나(유리)와 재회하게 되는 필연적인 과정 속에 가영과 영걸이 함께 하며 네 명의 관계가 복잡하게 설정되는 과정은 초반 '패션왕'을 규정하는 틀이 될 수밖에는 없게 되었습니다. 가영을 미국으로 보내는 과정은 나름대로의 그럴듯했지만 영걸이 미국으로 향하는 과정은 억지스러움의 절정이었습니다.
외모가 뛰어난 영걸에게는 많은 여자가 있었고 문제의 그 여자 역시 그런 여자들 중 하나였습니다. 문제는 그 여자의 애인이 잔인한 사채업자인 황태산(이한위)이라는 점이 문제였지만 말입니다. 잔인하기로 소문이 난 그의 애인이 자신과 누워있는 여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영걸은 죽음과 맞서 싸워야 하는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선택의 여지없이 원양어선에 몸을 실은 그가 우여곡절을 겪고 미국에 들어서 운명적인 재회를 하게 된다는 점은 흥미로움과 함께 진부함의 끝을 보게 합니다.
첫 회 빠른 전개를 통해 등장인물들을 성격들을 보여주고 관계들을 만들어내는 과정들은 흥미로웠지만 그 방식이 진부함에 기인한다는 점에서 아쉬웠습니다. 패션왕을 꿈꾸는 동대문 짝퉁 사장의 인생 역전기를 담아내는 이 드라마는 가장 진보적인 방식으로 색다른 재미를 추구해야 함에도 진부함으로 얼룩졌다는 점은 아쉬움 그 자체였습니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가 순항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유아인이라는 절대강자가 첫 회부터 무한매력을 발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외모를 뽑내고 '걸오 앓이'를 일으켰던 시절보다 더욱 매력적인 존재로 다가왔다는 점은 흥미롭기만 합니다. 최근 충무로의 새로운 블루칩으로 떠오른 이제훈의 등장 역시 여심을 흔들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도도하고 싸가지 없는 재벌 아들로 등장한 그의 못된 매력은 첫 회부터 시청자들의 마음을 흔들었다는 점에서 유아인과 이제훈의 매력 대결은 '패션왕'의 핵심이 될 수밖에는 없게 되었습니다.
남심을 울리는 신세경과 소녀시대에서 연기자 권유리로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유리의 모습은 남성 시청자들에게는 호기심으로 다가옵니다. '뿌나'에서도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던 신세경이 가장 첨단을 달리는 패션 디자이너로 출연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혹적인데 소시의 유리까지 출연한다는 사실은 흥미를 배가시킬 수밖에는 없는 일일 것입니다. 뭐든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겠지만 아쉬운 것은 사실이고 그런 아쉬움들을 만회시켜준 쟁쟁한 젊은 배우들이 탄탄한 이야기에 제대로 승선하게 된다면 '패션왕'의 인기 역시 대단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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