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말을 향해가는 이야기에 가장 중요한 변수가 발생했습니다. 홍 회장의 사망은 모슬희를 궁지로 내몰았습니다. 홍 회장이 죽으면 모슬희는 그 어떤 힘도 가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비자금을 모슬희가 먼저 찾으면 상관없습니다.
해인은 자신이 과거 집 앞에서 본 트럭을 기억해 냈습니다. 환기 시스템을 교체하겠다며 식구들 모두를 집에서 내보냈다고 합니다. 어쩌면 그 과정에 비자금을 집안에 들인 것으로 추측했습니다. 이미 비자금 세탁 정황은 모두 찾아낸 그들에게 이제 남은 것은 집안에서 돈을 찾는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가려던 해인에게 다시 재앙이 다가왔습니다. 비가 와서 차를 가지러 현우가 자리를 비운 사이 기다리다 잠깐 졸았던 해인 앞에 등장한 인물은 은성이었습니다. 하지만 해인은 그게 은성일 거라는 상상도 못 했고, 뒤늦게 도주하던 은성 차를 막아선 현우를 본 후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분노했지만, 자신의 이런 사실을 현우가 알면 어떨까?라는 은성의 읍소에 해인은 당황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더 나빠진 나를 드러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죠. 더욱 다른 누구도 아닌 현우와 은성을 착각했다는 사실은 스스로도 믿기 어렵습니다.
마치 알고 탔던 것처럼 거짓말을 하고 은성을 따라 집으로 들어선 해인은 할아버지를 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은성은 그런 해인의 마음과 상관없이, 자신과의 만찬에 들떠 있었습니다. 소유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었던 해인을 이제는 차지할 수 있다는 생각에 한없이 행복했습니다.
그런 은성의 마음과 상관없이 해인에게는 아무런 가치도 없는 존재일 뿐이었습니다. 처음 만났던 날부터 현재까지 은성은 그저 그런 존재에서 이제는 적일 뿐이죠. 그런 은성이 의외의 발언을 합니다. 사나운 개에게서 구해준 사연만이 아니라, 바다에 빠진 자신을 구한 것이 바로 은성 자신이라 주장했기 때문입니다.
해인의 기억 속에서는 오빠가 자신을 구했습니다. 하지만 은성이 해인을 구했다는 말을 믿어야 할까요? 하지만 그것도 거짓말이었습니다. 같은 시간 현우 어머니 봉애와 해인 어머니 선화가 과거 현우 사진을 보다 한 장면에 주목했습니다.
어린이 해병대 사진을 설명하며 봉애는 그날 바다에서 또래 아이를 구했다는 말을 합니다. 그리고 선화는 사진속 바다에서 기시감을 느끼죠. 뒤집어진 보트에서 해인을 구한 것은 은성이 아니라 현우였습니다. 그렇다면 보트가 뒤집어진 이유는 뭘까요? 그 사건에 모슬희가 있었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은성은 해인을 구했다고 주장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고 퀸즈가를 집어삼키려던 슬희로서는 그 바닷가가 기회였을 수 있습니다. 자신의 계획에 방해꾼이 될 수 있는 큰아들을 제거하면 기회는 그만큼 넓어질 수 있기 때문이죠.
슬희는 은성의 양부모가 돈만 받고 학대했다며 음주운전을 위장해 살해 했습니다. 그 후에도 자신의 아들을 보호한다는 명목하에 살인을 해왔던 인물이죠. 여기에 해인도 방해자가 된다면 제거할 수도 있다고 아들을 협박하는 모슬희로 인해 해인은 다시 위기를 맞이할 수밖에 없습니다.
해인과 식사를 앞둔 은성은 다른 희소식도 전해 듣습니다. 현우를 제거하라는 지시에 대한 답이 왔기 때문이죠. 제거했다는 말에 더욱 흥이 난 은성이었지만, 해인에게는 아무런 가치도 없는 행위일 뿐이었습니다. 할아버지를 만난 해인은 좌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할아버지에 절망할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그것마저 사치였습니다. 그렇게 할아버지가 자신에게 선물해 준 볼펜 녹음기를 두고 나왔죠. 녹음기는 결국 모슬희가 홍 회장에게 어떻게 행동해왔는지 알 수 있는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을 듯합니다.
기억을 잃어버린 할아버지를 보고 더욱 힘겨워진 해인은 은성과 식사는 무의미했습니다. 그렇게 나왔지만 자신이 살았던 집에서 길을 잃어버렸습니다. 이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그의 앞에 등장한 것은 현우였습니다. 하지만 현우가 정말 현우인지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좀 전 은성을 현우로 착각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상처 난 현우가 자신은 맞고 다니지 않는단 당당함에 정말 현우라 확신했습니다. 그렇게 지친 해인을 데리고 간 곳은 현우가 그렇게 자랑하던 전세로 얻었던 오피스텔이었습니다.
그곳에 들어서자마자 해인은 배고프다 합니다. 은성이 준비한 엄청난 성찬에는 손도 대지 않았던 해인은 좁은 현우 방에서 배고픔을 느꼈습니다. 즉석밥에 직접 한 된장찌개이지만 그 어떤 고급 레스토랑 식사보다 맛있었습니다.
이런 남자라면 백번 다시 태어나도 만나고 싶다는 고백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해인과 그런 그의 발언은 좋으면서 당황스러운 현우는 행복했습니다. 이런 두 사람의 달달함은 현우가 마을에서 가장 좋은 풍경을 자랑하는 곳에서 이혼 취소 프러포즈를 하는 장면에서 절정을 이루죠.
재혼하자는 말은 너무 앞서가는 것 같아 최소한 이혼 취소라도 하고 싶은 현우에게 해인은 거절합니다. 자신의 죽음이 코앞까지 다가온 상황에서 그럴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정말 놓치고 싶지 않은 완벽한 내 사람이지만, 욕심을 부릴 수는 없었습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놔주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런 해인의 마음은 반지를 껴보는 순간 모두 무너지고 말았죠. 싫어서 거절한 것이 아니기에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반지를 환불하겠다는 현우가 하필 그 순간 나타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한 채 이불킥 장면을 만들고 말았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것마저도 그들이 누릴 수 있는 달달함이었습니다.
은성의 살해 지시를 어긴 것은 현우의 거래 때문이었습니다. 죽이기 전에 은성과 통화부터 해보라는 말은 사실이었습니다. 돈을 주지도 않고 당분간 연락하지 말라는 말에 사기꾼은 더는 은성을 믿을 수 없게 되었으니 말이죠. 이는 중요한 목격자를 확보한 셈이기도 합니다.
현우가 집에서 길을 잃은 해인을 구한 과정에서 그레이스가 협조했습니다. 그 역시 비자금의 일정 비율을 받는 조건이었죠. 이 사실이 드러나자 그레이스는 슬희에게 비자금이 이 집안에 있다는 말을 건네며 곧바로 거래를 합니다. 그게 그레이스라는 인물을 제대로 설명해 주는 장면이라는 점에서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관찰자의 역할이 더 큰 사기꾼 그레이스라는 인물은 밉기도 하지만, 그런 캐릭터라서 윤활유처럼 양쪽을 오가며 이야기를 전개시켜 나갈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캐릭터는 나름의 이유들이 있어야 하는데, 이런 출연자들의 역할을 잘 살려 이야기는 더욱 풍성하고 촘촘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미국으로 아들을 데리고 도주했지만 다혜는 수철을 잊지 못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꿨던 꿈의 주인공이 바로 수철이기도 하지만, 결혼 후 그가 보여준 우직하지만 진솔한 사랑을 잊지 못하고 있었죠. 더욱 그동안 오빠라고 속였던 아이 아버지가 등장하며 다혜의 마음은 더욱 굳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친아버지이면서도 아이를 함부로 대하는 자가 폭력도 서슴지 않습니다. 그런 자와 더는 살 수 없는 다혜는 술에 수면제를 넣어 잠재우고, 그가 찾던 거대한 금불상과 아들을 데리고 용두리를 찾았습니다. 그런 다혜와 아들을 보고 한없이 행복해하는 수철은 그런 존재였습니다.
모든 것을 속인 다혜를 수철 부모가 바로 받아줄 이유는 없었습니다. 선화는 언제나처럼 날카롭게 꾸짖지만, 그런 엄마를 막아서며 다혜와 아들을 두둔하는 수철은 지금까지 볼 수 없는 단호함이었습니다. 도망가면 어디라도 찾아갈 거라는 수철에게 다혜는 처음으로 안락함과 사랑받고 있음을 느꼈을 겁니다.
간헐적으로 정신이 돌아온 홍 회장은 설희가 먹이는 약을 빼돌렸습니다.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자신만이 아니라 가족 모두가 지옥을 맛볼 수밖에 없음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눈치 빠른 설희는 홍 회장의 작은 변화만으로도 그가 어떤 상태인지 알고 있었습니다.
약을 빼돌리는 것을 들킨 홍 회장은 더는 방법이 없다 생각했습니다. 모슬희를 몰아내기 위해서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 외에는 없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자신이 만든 덫을 풀어내기 위해서는 그 쓸모가 더는 의미 없게 만드는 것이 최선이었습니다.
홍 회장의 비자금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현우는 설계자의 아들을 통해 패닉룸의 정체를 얼추 알게 되었습니다. 엘리베이터에 답이 있었습니다. 통상적으로 사용하던 엘리베이터 뒷면에 비자금을 감춘 것으로 추측되는 패닉룸이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의사들의 진찰이 이어져야 하지만, 집으로 들어간 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있음을 확인한 현우와 가족들은 이를 빌미로 홍 회장을 만나러 갑니다. 하지만 이미 홍 회장은 사망한 상태였습니다. 오열하는 가족들과 달리, 설희는 이게 또 다른 기회라 생각했습니다.
그가 엷은 미소를 지으며 홍 회장이 평생 살던 집 잘 살펴보라는 말은 의도가 있는 발언이었습니다. 더는 홍 회장 대신 회사를 좌지우지할 수 없게 된 슬희가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비자금이 어디에 숨겨졌는지 확인하기 위함입니다.
이는 집안을 철저하게 점검하던 은성이 엘리베이터에 주목하면서 더욱 확실해졌습니다. 현우라면 패닉룸을 찾아냈을 것이란 확신이었습니다. 그들이 찾아내기 기다렸다 빼앗으면 그만이라는 것이 슬희의 미소의 답일 것으로 보입니다. 그게 가능할지 모르지만 말이죠.
실제 엘리베이터에는 두 개의 문이 존재했습니다. 할아버지가 숨겨둔 패닉룸은 손잡이 끝 버튼을 통해 열리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그렇게 들어선 그곳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요? 엄청난 양의 현금이 존재할까요? 그리고 현우와 해인 가족들이 찾기를 기다리던 슬희와 은성은 어떤 행동을 할지도 궁금해집니다.
해인과 현우의 인연은 고등학생 시절이 아닌, 그 보다 어린 시절이었습니다. 그리고 지독한 트라우마를 남긴 오빠가 사망한 그 바닷가에서 자신을 살린 이가 현우라는 사실을 알게 될 해인은 어떤 생각이 들까요? 운명처럼 만날 수밖에 없었던 이들의 진짜 사랑 이야기는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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