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 음악 예능의 기준을 제시했다

음악을 예능에 끄집어 들여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행복한 모든 것을 무한도전은 보여주기 시작했습니다. 웃음과 노래가 직접적으로 만나 완벽한 어울림을 주는 일이 쉽지 않지만 무한도전은 그 미묘하고 어려운 작업을 완벽하게 수행하며 감동까지 담아냈습니다.

무도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 명불허전을 보여주다



하하가 홍대 거리를 만끽하며 <무도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는 시작되었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시작을 위대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스스로 시작을 '위태한 탄생'이라 이야기하며 위태롭기만 했던 이 낯선 만남들을 흥미롭게 바라보았습니다. 

커피숍에서 하하를 기다리고 있는 십센치와 만나 하하스럽고 그런 것이 곧 십센치였음을 느끼게 하는 편안한 만남은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롭고 즐거웠습니다. 십센치가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를 부르자 흥분한 하하가 "완전 후리하다잉", "미국이다. 완전 미국이다잉" 외치며 만족해하며 그들의 운명적인 만남은 시작되었습니다. 

궁상맞고 찌질 한 사랑이야기를 멋진 노래로 만들자는 십센치의 제안에 흥분하는 하하는 음악적 감성과 그들이 보여준 음악의 자유로움에 흠뻑 취했습니다. 마룬 파이브는 몰라도 이글 파이브는 안무까지 따라 하는 하하가 과연 그들과 얼마나 어울릴 수 있을까 고민되기도 했지만 쉽게 익숙해져 무라즈의 '아임 유어즈'를 함께 하는 모습은 아름답게까지 보였습니다. 

일본 공연이 있는 빅뱅을 위해 현지까지 날아간 명수는 지디에게 다짜고짜 만든 노래를 들려 달라 합니다. 그러고는 자신이 생각한 콘셉트를 이야기하는데 너무 다른 그들의 현실이 재미있기까지 했습니다. 1930년대 '오빠는 풍각쟁이' 도입부와 8비트 전자음으로 이어지는 명수의 바람은 지디와는 너무 달라있었습니다. 

지디가 작업한 곡을 들려주자 너무 급이 높아졌다며, 랩이 너무 많아 어렵다며 '거짓말'같은 곡을 만들라고 호통 치는 명수의 모습은 그다웠습니다. 무제한 반복 후크에 단순화된 노래를 만들라며 YG를 떠나 거성 엔터로 오라는 명수옹은 연예계의 현 세태를 풍자하기도 합니다. 어차피 우두머리가 오면 모두 따라오게 되어있으니 오라는 그의 말 속에는 의미심장함도 숨겨져 있었습니다. 

8비트의 단순하고 대중적인 음악과 지디의 세련됨의 차이에서 길을 잃던 그들은 조금씩 중심을 잡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김태호 피디도 직접 빅뱅 공연을 보면서 감탄을 했다는 그 영상이 조금 나왔지만 열광적인 그 장면과 왠지 어색하면서도 그럴듯한 박명수와 지드래곤의 만남은 많은 기대를 하게 합니다.

뮤지컬 공연을 하고 있는 준하를 객석에서 직접 바라보며 그와 어떤 음악을 할지 고민하는 스윗소로우는 대기실에서 뮤지컬에서 준하의 솔로곡인 '별은 혼자 빛나지 않아'에 맞춰 즉흥적인 아카펠라 공연을 보여주었습니다. 준하의 음색에 맞춰 그들이 보여주는 환상적인 화음은 정말 압권이었습니다. 인간의 목소리가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을지 보여준 그들의 모습은 가요제에서 어떤 음악으로 참가했을지 기대하게 합니다. 

시작도 하기 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조합이었던 노홍철과 싸이는 만나자마자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이며 '철싸'의 위력을 보여주었습니다. 데뷔 10주년 마지막 콘서트가 있었던 청주에서 그들은 가장 극적인 만남을 많은 이들에게 알렸습니다. 

열광적인 공연 현장은 단편적이었지만 싸이의 에너지를 마음껏 느낄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본 공연을 모두 마치고 감격해서 눈물을 흘리는 싸이의 무대 뒤 모습은 감동이었습니다. 공연 전 약속했듯 앵콜 곡인 '붉은 노을'이 나오자 노홍철은 무대 위로 올라 격정적인 싸이의 무대에 완벽하게 적응하며 어울렸습니다. 이런 모습들이 바로 싸이와 노홍철의 모습이고 많은 이들이 기대할 수밖에 없는 열정이었습니다. 겨땀으로 충격을 주었던 싸이에게 당연하다며 자신의 겨드랑이를 보이는 노홍철은 힘겨운 '스' 발음을 극대화한 '식스센스'로 많은 이들을 흥분하게 만들었습니다. 

휴먼다큐 '사랑'의 음악감독을 하고 있는 정재형을 찾아간 형돈은 음악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그의 모습에 놀라며 색다른 모습을 찾는 즐거움을 맛보기도 했습니다. 작업을 마치고 함께 앉은 그들은 '숨 막히는 어색함'으로 분위기만 잡고 있었습니다. 음악으로 완성시켜주면 자신은 정재형을 패션으로 완성시켜 주겠다며 호기를 부리는 형돈은 "보고 있나 지디"를 외치며 예정에도 없던 중간평가를 기획해 제작진들을 즐겁게 해주었습니다. 어울릴 것 같지 않았던 그들이 어떤 식으로 그토록 정겨운 관계가 되었는지 궁금할 지경입니다.

길의 작업실을 찾은 바다는 도착과 함께 자신이 먹는 보약을 먹여 K.O 시키더니 작업실에서 음악인 길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예능인 길이 아닌 음악인 길은 언제 봐도 열정적이며 즐거운 듯합니다. 음악적 방향을 잡아가기 위해 이것저것을 뒤지던 바다는 박스 안에 담겨져 있던 길의 10여 년 전 편지를 읽게 됩니다. 어머니가 길성준에게 남겼던 편지들을 읽으며 얼마나 돌아가신 어머니를 추억하는 바다는 다시 찾아온 서러움에 한없이 눈물을 흘립니다. 집안이 갑자기 힘들어지며 엇나가기 시작했던 어린 길성준에게 엄마의 안타까운 마음들이 담겨있는 쪽지 편지들은 여린 바다의 감성을 자극했고 그들은 서로의 공통점을 가족의 사랑에 맞춰 음악을 만들기로 합니다. 

이적의 콘서트로 인해 다른 이들과는 달리, 뒤늦은 만남을 가지는 유재석과 이적. 그들을 뒤쫓는 정형돈과 정재형은 이를 통해 여전히 낯선 관계를 조금씩 좁혀가는 과정을 가지게 됩니다. 운전을 못하는 파리지앵을 대신해 운전하는 파리지앵에게 운전 코치하는 재형의 모습은 그들이 참 어울릴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안내 견 축복이가 형돈의 팔뚝을 핥자 "먹는 것 아니야"라는 말로 분위기를 업 시키고 재석과 이적이 만나는 장소에 다다르며 시민들을 바라보며 누구 아니냐는 재형의 말에 "시민 분들이요"라며 건조하게 말하는 형돈은 역시 미존개오였습니다.

수목원으로 음악 여행을 떠난 재석과 이적은 재석의 숨겨진 마음을 노래로 만들자고 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재석의 이면에는 무엇이 있는지를 끄집어내서 노래로 만들겠다는 이적은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음악의 틀을 만들어나가기 시작합니다. 명수옹과 비슷하게 클럽 음악을 좋아하는 재석은 신나는 음악을 만들자고 하고 그런 재석에 맞춰 다양한 음악들을 선보이는 이적의 모습은 흥미로웠습니다.
 
'말하는 대로'라는 즉흥적인 아이디어는 점점 살을 붙여가며 하나의 완벽한 곡으로 완성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수목원에서 즉흥적으로 '어제 넌 별로였어'를 부르는 그들은 참 잘 어울렸습니다. 수목원에서 숲 속을 거닐며 음악에 심취한 그들을 기다리는 형돈의 재형은 기다리다 지치고 그들은 술 항아리가 가득한 곳ㅇ서 피아노를 치면서 음악에 취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한 편의 드라마였습니다. 임재범의 '너를 위해'를 정형돈 스타일로 부르며 "저는 정재범이에요"라며 한껏 호기를 부리는 형돈의 모습은 역시 형돈이었습니다.

무도가 왜 대단한 예능인지 다시 한 번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에서 보여주었습니다. 음악이 예능에 들어오는 순간 죽도 밥도 아닌 모호한 지점에서 길을 잃는 일이 흔했지만, 무도는 그 미묘함에서 아름다운 화음을 보여주었습니다.

프롤로그라고 해도 좋았을 오늘 방송은 일곱 명의 멤버들이 함께 곡을 만들 가수들과 첫 만남을 가지는 장면을 각각의 모습으로 담아 그들 만의 특징들로 보여주었습니다. 홍대 앞에서 그 음악적 자유로움을 만끽하던 10센치와 하하, 뮤지컬 공연 중인 정준하를 찾은 스윗 소로우가 대기실에서 아름다운 화음을 보여주는 장면은 아름다웠습니다.

박명수는 빅뱅의 일본 공연 현장을 찾아 지디가 작곡한 곡에 8비트 유로 댄스를 이야기 하고, 노홍철은 싸이는 10주년 콘서트 마지막 날 피날레 공연을 함께 하며 둘 만의 환상적인 호흡을 보여주었습니다. '숨 막히는 어색함'으로 모두를 긴장하게 만들었던 정형돈은 정재형과 축복이와 함께 조금씩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들을 가졌습니다.

서로의 공통점을 찾아 음악을 만들자는 길과 바다는 어머니에 대한 추억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유재석과 이적은 수목원 나들이를 하며 클럽 음악을 이야기하고 자신의 삶에 대해 반추하며 음악은 인생이라는 무도의 의미를 정의하기도 했습니다.

단순히 음악을 들려주는 행위에 그치지 않고 음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며 음악이 무엇인지 이야기를 건네는 무도는 역시 무도였습니다. 일상의 소소함 속에서 음악적 영감을 끄집어 내고 이를 하나의 예술로 승화시키는 그들의 모습은 열정과 애정이 함께 녹아들어가 있는 감성의 시간들이었습니다.

'음악은 자유'라며 시작한 그들의 '위태한 탄생'은 '음악은 인생이다'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음악에 웃음을 담고 인생을 논하고 자유를 이야기하는 무도는 음악이 예능을 만났을 때 어떤 형태를 취해야 모두를 살릴 수 있는지 명확한 답을 보여주었습니다. 다음주 MT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많은 이들을 흥겹게 만들어줄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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