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듯 비슷한 이 예능들은 시청자들에게는 축복이다
토요일 오후에는 매번 새로운 도전을 하는 '무한도전'이 시청자들을 흥겹게 합니다. 일요일 저녁에는 여행 버라이어티인 '1박2일'은 주말의 마지막을 장식하고는 합니다. 두 프로그램은 누군가 하나를 제압해야 하는 경쟁의 관계가 아니라 서로를 돕는 상생의 관계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지난주부터 행해진 '무도 짝꿍'은 그들의 존재감을 극대화시킨 재미의 힘을 보여주었습니다. 기본의 프로그램을 예능으로 극대화시켜 무도만의 스타일로 만들어낸 것은 흥미롭기만 합니다. '그랬구나'를 가져와 무도만의 재미로 만들어내어 화제를 모으더니, 이번 '짝꿍'의 경우역시 '청출어람'이라는 표현이 가장 적합한 경우가 될 듯도 합니다.
'무도'와 '1박2일'이 유사한 것은 김태호 피디와 나영석 피디의 능력이 상당량 프로그램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입니다. 둘 모두 시청자들에게 사랑받는 피디라는 점도 닮아있습니다. 시청자들에 대한 사랑은 당연하게도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이 피디에게까지 옮겨간 이유이기도 하지요.
이들이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식을 보면 유사성은 쉽게 다가오고는 합니다. 둘 모두 기본적인 틀을 짜는 능력이 탁월합니다. 리얼을 추구하는 두 프로그램의 특성상 모든 것을 완벽하게 사전 준비해 만들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에 수많은 변수가 가능한 프로그램을 통솔하고 원하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그만큼 사전 준비와 멤버들과의 호흡이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도전 과제를 정하고 기본적인 룰을 제시한 이후 벌어지는 모든 것들은 멤버들의 몫입니다. 7년과 5년이라는 세월이 증명하듯, 서로 간의 교류는 자연스럽게 무엇을 요구하는지를 체득한 그들에게는 능숙한 행위로 다가옵니다. 제작진이 요구하는 것과 시청자들을 위해 자신들이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를 명확하게 알고 있는 멤버들로 인해 프로그램은 완성되고는 합니다. 비록 하나는 '도전'이고 다른 하나는 '여행'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있지만 그들이 추구하는 형식은 유사성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런 유사성을 기반으로 서로 다른 목표를 향해 가는 모습은 흥미롭기만 합니다.
형식의 유사성과는 달리 추구하는 모습에서 그들은 차이를 보이기도 합니다. '무도'가 도전이라는 기본 명제를 통해 다양한 실험을 한다는 점에서 보다 포괄적인 방식으로 자유로운 형식을 추구하기도 합니다. '1박2일'의 경우 여행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서는 안 되는 절대명제가 있기에 그들이 할 수 있는 자유라는 것은 언제나 '여행'이라는 틀 안에서의 자유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상상력을 발휘하는 과정이 한계가 명확한 것도 '1박2일'의 장점이자 단점으로 다가오기도 하지요.
'무도'가 자유로운 표현방식을 무기로 사회적인 문제에 직접적으로 다가가고 이를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은 흥미롭습니다. 올 해는 조금 자제하고 있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사회적 모순과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촌철살인 시리즈들을 줄지어 나오며 많은 시청자들을 행복하게 해주었습니다.
이런 '무도'의 사회 참여성 방송 제작으로 인해 기득권 세력들에게는 눈엣가시로 낙인 찍혔고 이는 곧 주도권을 잡은 그들에 의해 '폐지 대상'에 올라가는 최악의 상황까지 맞이하기도 했습니다. 시사 프로그램과 함께 예능인 '무도'를 신임 사장들이 폐지해야만 하는 대상으로 꼽을 정도로 현 정권 기득권자들에게 '무도'의 이야기는 힘겨움 그 자체였습니다.
여전히 그들은 방통위를 앞세워 '무도' 길들이기에 나서고 있지만 '무도'의 정신을 흔들기에는 턱없이 부족함을 느끼고 있을 듯합니다. 독도 특집마저도 차량 폭파가 문제가 있었다며 경고를 하는 방통위는 이미 자제력을 상실한지 오래 이고 자신들이 파괴하지 못한 '무도'에 대한 증오만이 남아 있음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이에 비해 '1박2일'은 사회적인 문제를 적용하기는 힘든 포맷을 가진 방송입니다. '여행'이라는 테마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사회적인 이야기들을 매치 시키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물론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결부시킬 수도 있겠지만 나피디는 '여행'이라는 테제에만 집중했고 그것이 곧 김피디와는 다른 나피디만의 장점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최근 방송된 프로그램을 보면 이들이 얼마나 영특하고 강한지를 잘 알 수 있게 합니다. '무도'는 스포츠 특집 등으로 인해 호불호가 나뉘게 된 멤버들에게 자신들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특집들이 연이어 방송되었습니다. 체력적인 한계를 느끼며 비난을 받아야만 했던 박명수에게 '그랬구나'와 '짝꿍' 특집은 그가 왜 박명수인지를 잘 보여준 방송이었습니다.
체력을 요구하는 도전에서 연이어 아쉬움을 주었던 박명수는 자신이 늘 상 이야기를 하듯 상황 극에서는 발군의 실력을 과시하며 그가 왜 최고인지를 스스로 증명해주고는 합니다. '그랬구나'는 철저하게 박명수에 의해 의미가 살아난 코너였습니다. 독설과 낭설을 섞어 자신만의 스타일로 만든 '그랬구나'는 그 자체가 화제가 되고 유행이 될 정도였습니다.
이를 통해 그동안 퇴출 0순위로 거론되던 길이 조금씩 부활할 수 있는 희망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도 고무적인 현상이었지요. '짝꿍' 특집에서도 박명수의 역할은 결정적이었고 '그랬구나'를 통해 자신감을 찾은 길은 '금강불괴'라는 캐릭터를 들고 나와 오랜만에 시청자들을 웃기게 해주었습니다.
'1박 2일'의 경우 절대적인 존재였던 강호동의 부재가 가장 큰 문제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강호동의 하차 발언으로 인해 2012년 2월 종영이라는 마지막을 정하고 다시 시작된 방송은 그의 갑작스러운 하차로 인해 최대 위기를 맞을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왜 강한지는 강호동의 부재 이후 드러난 그들의 진가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동안 자신의 캐릭터를 잘 살리지 못하고 적극적으로 임하지 못했던 엄태웅과 김종민이 화려한 부활을 했고, 물 오른 이승기는 자신이 왜 최고인지를 매 회 방송을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치 강호동이 빠지기를 기다리기도 한 듯(물론 멤버들이 그런 생각을 가졌을 리는 없지만) 부재를 채워내는 멤버들의 활약은 대단하다고 말해도 좋을 정도입니다. 말문이 트인 엄태웅은 큰 형으로서 단단한 모습을 보여주며 전혀 예상하지도 못했던 적극성으로 방송을 이끌어가는 모습은 보기 좋았습니다. 항상 주눅들이 있던 김종민 역시 어리바리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선보이며 완전히 방송에 녹아들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 역시 고무적입니다.
이렇듯 두 예능은 위기는 있지만 좌초는 없었습니다. 위기를 맞으면 스스로 위기를 탈출할 줄 아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이 프로그램들은 정말 강한 방송임을 느끼게 합니다. 위기 때 진가가 드러나듯, 이들 방송은 위기 상황에 더욱 화려함과 유쾌한 웃음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으며 보다 완성된 모습으로 진화해가는 것만 봐도 얼마나 대단한지 깨닫게 됩니다.
스스로 진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방송은 그리 많지가 않습니다. 진부할 수도 있는 상황 속에서 그 틀을 깨고 새롭게 태어나려 노력하는 모습만으로도 '무한도전'과 '1박2일'은 칭찬받아 마땅합니다. 전체를 조율하며 큰 그림을 그리며 나가는 피디들과 이런 틀 속에서 자연스러운 진화를 해가는 멤버들의 활약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흐름들은 이들이 왜 위대한지를 증명해주는 방식으로 시청자들을 행복하게 해줄 것입니다.
이들은 긍정적인 경쟁 관계이기는 하지만 서로를 헐뜯으며 어느 하나를 무찔러야만 하는 방송은 아닙니다. 건강한 경쟁을 통해 상호보완을 하는 이들 프로그램은 일부 자극적인 누리꾼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경쟁 구도는 의미가 없습니다. 서로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해주는 방송이라는 점에서 둘은 언제까지나 그 자리에서 새로운 실험과 성장을 해나가는 프로그램으로 영원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들의 진화는 곧 대한민국 예능의 진화와 일맥상통하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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