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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 방송이야기/Variety 버라이어티

무한도전 박명수는 왜 MB 흉내를 냈을까?

by 자이미 2011.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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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미련한 투표를 진행한 무한도전은 그 민망함의 끝을 보여주었습니다. 진행을 하면서도 유치할 수밖에 없는 그들의 '미남이시네요' 투표는 우리 사회의 선거 문화를 정면으로 다루었습니다.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진지할 수도 있는 소재를 가장 효과적으로 다루는 솜씨는 역시 무한도전의 힘이겠지요.  

박명수는 왜 국밥을 먹어야만 했을까?




그들과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하는 스태프의 투표로 시작해 대학, 초등학교, 노인정, 시장, 쇼핑몰 등 다양한 계층들에게 다가가 얼굴 투표를 한 그들은 예상했거나 혹은 예상을 빗나가는 상황들로 재미를 더했습니다. 그 한없이 무모하고 무의미한 얼굴 경쟁의 승자에게 주어지는 1년 동안의 미남 타이틀이 과연 그들을 행복하게는 해줄까요?

 

대표 미남 하하 굴욕 시킨 1위 유재석

자타공인 무도 내 최고의 미남이라 자부하던 하하가 굴욕을 당했습니다. 내세울 수 있는 것이라곤 '꽃미남'이미지 밖에는 없다는 그는 자신이 자랑하던 텃밭(?) 초등학교에서마저 절대고수 유재석에게 1위 자리를 빼앗기며 굴욕을 당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그들을 지근거리에서 바라보며 가장 정확하게 외모를 판단할 수 있는 스태프들 선거에서는 누구나 인정하는 하하가 1위를 차지한 것은 모두가 동의하는 부분이었지만 공동 1위가 박명수라는 사실에 모두가 경악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자체 순위에서 외계인이라 불리며 인간계의 투표에는 참여할 수 없다고 이야기되었던 열외인간 박명수가 스태프들 사이에서는 최고의 미남이었다는 사실은 박명수 본인에게도 의외로 다가왔습니다. 이후 진행된 투표에서도 박명수의 선전이 이어지는 것을 보면 고착된 이미지라는 것은 외모를 능가하는 힘을 가지고 있음을 느끼게 하지요. 

인기는 몰라도 외모만큼은 1위를 빼앗길 수 없다는 하하도 야외로 나오니 초라할 뿐이었습니다. 이대 앞에서 펼쳐진 그들의 첫 야외 선거는 느끼하지만 의외의 매력을 지닌 노홍철의 승리였습니다. 한껏 고무된 노홍철은 자칫 여유를 부리며 하하의 텃밭이라 불리는 초등학교로 향했습니다. 

'런닝맨'에서 굳어진 캐릭터 하로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까지 어린이들의 관심을 끌려 노력했지만 유재석의 존재감은 어린 아이들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유재석 부흥회라도 하듯 유재석을 연호하며 열정적인 응원을 보내는 아이들을 보며 김태호 피디는 부끄러운 듯 '유재석 최고 MC 앞으로 20년은 더 해먹겠네'라는 말로 그의 존재감을 확인해 주었습니다. 

꼴찌를 면해보려는 길의 안감 힘은 초등학생의 단호한 "비켜"와 "재석 오빠~"로 인해 굴욕을 맛봐야만 했습니다. 그렇게 길은 특별한 비밀번호 '7767'을 부여받으며 외모만이라도 꼴찌를 하고 싶지 않았던 마음에 큰 상처만 입고 말았지요. 

어르신들에게 노래 공연까지 선사하며 표심 얻기에 최선을 다한 박명수의 노력은 이미 구축된 유재석을 넘어설 수가 없었습니다. 외모만을 평가하라고 하지만 이미 구축된 이미지는 이성을 마비시키고 감성을 충만하게 만들 뿐이지요.

멤버들과 스태프들 사이에서 공인된 외모 짱 이었던 하하가 전체 집계 3위로 내려앉은 이유는 그의 현재 인기를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이겠지요. 유재석을 제외한 다른 이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를 하듯 세계인들과 성형외과 전문의들의 평가만이 공정함을 담보할 수 있다는 말이 사실과 직결될까요?

모든 합계에서도 유재석은 1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 무척이나 궁금합니다. 전 재산을 건 박명수에게 "쳇 난 돈 하나도 안 들이고도 이길 수 있다"며 귀여운 도발을 일삼은 김태호 피디는 명수옹을 무찌르고 최하위 수모에서 벗어날 수는 있을까요?


박명수와 국밥 아줌마vs이명박과 국밥 할머니

무도 멤버들 나이 정도면 최소한 서너 번의 투표 경험을 해봤을 겁니다. 당연히 그들에게는 그 선거의 경험이 그대로 그들의 선거 전에 드러나는 것은 당연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미디어를 통해 혹은 일상에서 직접 보고 경험했던 선거 문화는 그들의 미남 투표에 그대로 전이되었습니다.

실제 선거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부당 선거들이 판을 치고 해서는 안 되는 비난 들이 난무하는 상황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재현되는 모습은 흥미롭습니다. 그저 웃자고 만든 프로그램에서 웃으며 실제 선거를 생각해보면 너무 닮아 있음에도 웃을 수 없는 현실이 씁쓸함만 더욱 키울 뿐이지요.

혼탁 선거를 이끄는 금품, 음식과 향응 제공을 자연스럽게 행하고 서로를 비하하고 방해하는 그들의 모습은 여의도에 나가 있는 금 빼지를 단 이들과 전혀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어쩌면 무한도전의 선거가 더욱 공명정대한 느낌까지 줄 정도입니다. 최소한 그들은 엄청난 선거 자금을 사용하지는 않으니 말이지요.

매 회 자신의 존재감을 심어놓기에 여념이 없는 명수옹은 이번에도 한 껀 해냈습니다. 꼴찌를 면해보고자 노력하던 그는 재래시장에서 탁월한 예능감을 앞세워 불멸의 패러디 한 편을 만들어냈습니다. 바로 이명박 대통령의 선거 광고였던 '국밥집 CF'를 흉내 낸 장면은 이번 '미남이시네요'를 압도하는 최고였습니다. 

민심을 잃어버린 대통령과 그런 그를 자연스럽게 흉내 내기만 해도 풍자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은 흥미롭기만 하지요. 명수옹은 아무런 생각 없이 대통령 선거와 광고를 떠올리고 흉내를 낸 것이지만 이를 본 많은 시청자들은 이 장면을 통해 현재의 망조든 정치를 통쾌하게 비하하는 모습으로 읽어 들이고 있습니다.

친 서민 정책을 내세우기 위해 국밥집을 찾은 그의 이미지 메이킹은 선거에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이런 그의 전략은 이후에도 시장을 찾아 목도리를 둘러 준다거나 장갑을 선물하는 등의 홍보용 이미지를 만들어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철저한 친 재벌 정책을 일관되고 진행하는 MB의 지난 광고를 패러디한 명수옹은 진정 이 시대 최고의 웃음꾼인가 봅니다. 아니, 단순한 흉내를 완성형으로 만든 김태호 피디가 최고인가요? 아니면 이런 상황들을 종합해 현실 정치의 병패를 꼬집는 시청자들이 최고인가요? 조롱에 가까운 상황이 되어버린 국밥 패러디는 현실 정치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시장 방문을 빗대어 풍자하는 김태호식 자막 처리는 역시 무도의 힘을 느끼게 합니다. 선거철만 되면 과시용으로 방문하는 시장. 서민들의 삶과 가장 맞닿아 있는 이 곳을 상징적으로 활용하기만 하는 정치인들을 비웃는 무도인들의 선거전은 그래도 통쾌하기까지 합니다.

명수옹과 국밥집 아주머니, 이명박과 국밥집 할머니. 참 미묘한 차이를 보이지만 너무 닮은 그들은 어떤 모습으로 진행되어갈까요? 명수옹이 찾은 식당이라는 이유만으로 한동안은 장사가 잘 될 겁니다. 월세 내기도 힘들다는 국밥집 할머니의 한숨처럼 국밥집 아주머니가 명수옹의 사진을 식당에서 내리는 일은 없겠지요.


허망한 허수 놀이는 현실 정치를 풍자 한다

대의 민주주의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이자 가장 커다란 문제를 지니고 있는 투표제는 과연 최고의 선택인지 많은 고민을 하게 합니다. 절대 다수가 선택한 인물이 아닌 대통령이 국민 전체를 이끌어 가는 현재의 구도가 과연 맞는 것인지 고민하게 됩니다.

정당 정치의 한계가 명확한 상황에서 그들만의 리그는 더욱 돈독해지며 국민들과는 점점 괴리감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대한민국 정치는 그 어떤 것과 비교해도 최악이라는 평가를 피할 수 없는 지경입니다. 선거에서 당선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음을 보여준 <무한도전 미남이시네요> 특집은 예능을 통해 가볍게 접근해 무겁게 고민할 수밖에 없도록 이끌고 있습니다.

득표수를 올리기 위해서는 무리한 공약들을 남발하고(길이 리쌍 콘서트 표를 나눠주겠다는 등의) 무조건 내뱉고 보자는 식의 선거 운동들은 결과적으로 혼탁한 선거를 만들 뿐입니다. 이렇게 치러진 선거 결과에 대해서는 당연히 패배한 쪽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결과일 수밖에는 없지요.

비슷하게 불법을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승자와 패자가 나뉜다는 것은 끝없는 불만과 불신만 조장할 뿐입니다. 공정선거를 외치고 이를 위해서는 초법적인 방법을 동원하겠다고는 하지만 권력을 가진 이들에게는 이런 엄포 자체가 다른 후보자들의 손발을 묶는 방법으로 악용되기만 할 뿐입니다.

'정치인은 숨소리 빼고는 모두 거짓'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타고난 사기꾼이 아니면 정치인이 될 수 없다는 이 말은 영원한 진리일 수밖에 없음을 우리의 대단한 정치인들은 몸소 실천하고 있어 위대해 보일 정도입니다. 누가 더 사기를 잘 치느냐에 따라 표가 달라지니 사기를 치는 이가 잘못인지 사기에 매번 당하면서도 자기 지갑을 들이미는 대중들이 잘못인지 알 수가 없네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미남투표'처럼 우리의 투표도 그런 듯합니다. 일본의 어느 회사처럼 돌아가면서 사장도 하고 부장도 하는 식으로 뽑기로 대통령과 국회의원들, 지자체장을 선출해도 지금보다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요? 일이야 힘들게 공부해 들어온 공무원들이 하는 것이고 얼굴마담 하는 그들에게 엄청난 세금을 지불하면서 권력을 집중시킬 이유는 전혀 없으니 말입니다. 그런 것이라면 온 국민이 한 번쯤 권력에 앉아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민주주의 방식의 투표는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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