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창원 교수가 출연해 탐정 아카데미를 개최해서 기초적인 탐정 교육을 하는 과정부터 무한도전의 새로운 도전은 흥미롭기만 했습니다. 다양한 형태의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무한도전은 이번에는 범죄와 수사라는 기초적인 문제에 대한 접근을 예능으로 끌어와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보여주었습니다.
셜록도 울고 갈 무한도전 탐정 사무소;
무한도전은 왜 하필 탐정 사무소를 개설해야만 했을까?
국내에서는 탐정이 합법화되어있지 않습니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탐정이 하나의 직업으로 구축되어 있는 것과 달리, 대한민국에서 탐정은 영화나 드라마, 혹은 소설에서나 접할 수 있는 미지의 장르일 뿐입니다. 공권력만이 유일한 수사권이 있는 대한민국에서 탐정은 그래서 흥미롭기만 합니다.
대한민국에서 프로파일러로서 가장 유명한 표창원 교수의 등장은 무한도전의 탐정이 단순히 웃기기 위함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전문가를 초대해 기본적인 탐정의 역할들을 가르치는 과정과 하나의 사건을 통해 상황극 속에서 추리를 하고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은 시청자들도 손에 땀을 쥐게 해주었습니다. 셜록의 주제곡까지 깔리며 탐정이 되어가는 무도 멤버들의 과정 등은 흥미로웠습니다.
표창원 교수가 본격적으로 추리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을 하는 동안 낯선 남자가 갑작스럽게 등장하고 사라진 후 그 남자를 묘사하는 과정부터 탐정 수업은 진짜 시작이었습니다. 짧은 순간이지만 낯선 남자의 모든 것을 파악할 수 있는 관찰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에서 갑작스러운 남자에 대한 미션에 대한 서로 다른 기억들과 외부의 상황에 따라 자신의 기억마저 흔들리는 과정은 시사하는 바가 컸습니다.
확신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확실한 가치도 타인에 의해 충분히 바뀔 수도 있음은 우리 시대 우리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강력한 권력의 힘이 대중들의 신념마저 무기력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충분하게 경험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낯선 남자의 방문을 통해 관찰력을 테스트 받은 무도 멤버들은 실제 미국에서 벌어졌던 한 사건을 통해 추리력을 기르는 실험을 이어갔습니다. 테이블 의자에 앉아 손이 묶인 채 숨진 여성의 사건을 그저 현장을 보고 사건을 유추해보는 과정은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증거 속에 범인과 사건의 본질을 파악하는 과정은 결코 쉬울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컵과 담배, 여성의 형태 등을 통해 다양한 추측들을 더하며 조금씩 사건의 본질을 찾아가는 과정은 흥미롭기만 했습니다.
마치 CSI나 일본의 탐정 소설이나 드라마를 실제 접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 추리 실험은 그 자체로 흥미로웠습니다. 과연 현장의 증거들 속에 진실은 뭐가 숨겨져 있는지 아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증거 속에 담겨져 있는 수많은 신호들은 살아있을 때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죽어야 했던 여성은 죽은 후 수많은 이야기들을 하고 있었습니다.
다양한 형태의 추리상황을 경험한 그들에게 다시 한 번 상황극이 주어졌습니다. 이번에는 멤버들이 탐정과 범인들로 바뀌어 실제 사건을 통해 범인과 탐정의 대결을 벌이는 과정 역시 흥미롭기만 했습니다. 한 여관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속에서 범인이 누구인지 추리해 가는 과정은 그 자체로 시청자들마저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제비뽑기를 통해 탐정 3명과 남자친구, 여관주인, 옆집남자, 배달원이 되어 각자의 역할에 충실해지는 그들은 범인이 누구인지 다양한 추리력을 통해 범인을 좁혀가는 과정은 시청자들도 함께 푸는 수수께끼처럼 재미있었습니다. 시간 순서상 이야기들을 전달되고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의미들이 늘어진 상황에서 그 증거가 될 수 있는 가치를 들을 끄집어 들여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은 쌍방향 TV라는 이제는 과거의 단어가 되어버린 TV의 역할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었습니다.
하나의 사건에 다양한 가능성이 존재하고, 이런 상황들을 증거와 상황에 철저하게 입각해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은 그 어떤 추리 영화나 드라마보다 흥미롭고 재미있었습니다. 예능과 어울릴 것 같지 않았던 탐정 놀이가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는 것은 바로 무한도전이 대단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탐정 수업을 마치고 직접 탐정이 되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모인 무도 멤버들은 다음 이야기를 충분히 기대하게 했습니다. 각자 유명한 캐릭터들을 묘사하며 등장한 무도 멤버들이 과연 사건 해결을 어떻게 해나갈지 기대할 수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말도 안 되는 도전이지만 완벽하게 그 도전 과제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무한도전의 힘은 역시 대단하기만 합니다.
이 상황에서 궁금증은 왜 그들은 탐정이었을까 하는 의구심입니다. 물론 이는 그저 개인적인 고민일 뿐이지만 우리 사회의 답답함과 절묘하게 어울린다는 점에서 재미있었습니다. 방송이 권력에 장악되고, 말도 안 되는 역사 왜곡서가 교과부에 의해 승인되는 사회입니다. 일본의 국우주의가 기승을 부리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수구화 역시 경악스러울 수준으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일본의 침략 전쟁을 정당화하고 친일파들을 합리화하는 사관은 결코 받아들여져서는 안 되는 가치이지만 마치 당연한 듯 주장하는 권력의 행태는 국민들을 당황스럽게만 만들고 있습니다. 이제는 부끄러움도 없이 친일과 독재를 당연하게 여기는 무리들이 당당해지는 상황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방향으로 사회가 흘러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대선에서 국가 권력이 나서 특정 후보를 위한 댓글 공작과 수사 과정을 통해 대중을 기만한 사건은 1년이 흐른 현재까지도 큰 화두입니다. 그리고 최근 1심 공판에서 경찰 최고 간부는 무죄를 선고 받았습니다. 대선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극적인 방식으로 무죄를 선사한 그는 적극적으로 선거에 개입했다고 볼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댓글 사건을 담당하는 판사의 선택은 무죄였습니다.
국회에서 국회의원들마저 능욕하던 이의 말은 믿을 수 있지만, 선서까지 하고 거대 권력에 맞서 진실을 밝힌 여 과장의 양심선언은 믿을 수 없는 발언이라 치부하는 상황은 황당함만 던져주었습니다. 우리에게는 수백 만 건의 댓글 공작의 증거가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 사건을 주도한 국정원장과 그를 돕기 위해 나선 서울 경찰총장이 지난 대선 사건의 핵심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무도식의 탐정 아카데미에서 이 주제가 던져졌다면 과연 어떤 결과가 돌출 되었을지 궁금해집니다. 그리고 시청자들은 과연 어떤 판단과 추론을 통해 사건을 풀어갈지도 궁금하기만 합니다.
여관주인이 범인이라는 사실을 밝혀내지 못하듯, 그들은 눈에 보이는 증거들과 목격들을 무시하며 의도적으로 범인을 피해가는 수사를 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은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입니다. 웃자고 시작한 예능 속에서 그들이 보인 추리는 어쩌면 시청자들에게 속으며 살지 않으려면 스스로 탐정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듯해서 씁쓸하게 다가올 정도였습니다. 표창원 교수가 유재석에게 버럭 화를 내는 과정에서 던진 "엉뚱한 사람 범인 만든 거야"라는 호통은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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