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녹아들어 있는 인순이, 마음을 울렸다
다양한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나가수'가 비로소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습니다. 횟수로 5개월을 넘겼으니 이제 자신의 색깔을 확연하게 드러내며 본격적으로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쏟아내도 될 시점이 되었습니다.
초반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나가수'를 지켜왔던 많은 가수들. 그들 중 마지막까지 남았던 세 팀의 가수들은 '나가수'가 지속할 수 있게 만든 중요한 존재였습니다. 비록 명예졸업을 하지는 못했지만 YB와 박정현, 김범수가 보여준 탁월함은 숱한 논란 속에서도 많은 이들이 '나가수'를 볼 수밖에 없게 만드는 중요한 동력이었습니다.
그만큼 그들의 하차는 곧 '나가수'의 위기로 다가올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새롭게 합류한 인순이와 바비킴, 그리고 바이브의 윤민수의 역할이 중요했습니다. 그들이 첫 방송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는 새로운 시작을 하는 '나가수'의 성패가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니 말이지요.
많은 이들의 우려와는 달리, '나가수'는 성장하는 음악 버라이어티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완벽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여전히 경연을 해야 하고 누군가는 탈락을 해야만 하는 상황들이 마뜩찮기는 하지만 이 마저도 긴장감을 불러와 발전을 할 수 있는 동력으로 작용한다면 '나가수'의 긍정적인 모습으로 받아들여야만 하겠지요.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온다고 변화가 있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윤종신이 새로운 MC로 등장하기에 방송에 조금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여 지기도 합니다. 설왕설래했던 방식 역시 첫 경연에서 보여주었듯 첫 무대는 출연 가수들의 대표 곡으로 시작하면서 대중들에게 가수들의 존재감을 확연하게 보여주는 효과를 다시 찾은 것도 다행이었습니다.
명예졸업을 하는 박정현과 김범수를 위해 마련한 듀엣 무대는 그들을 떠나보내기 싫은 많은 이들에게 작은 위안으로 다가왔을 듯합니다. 매력적인 목소리를 언제 다시 '나가수'에서 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그들의 가수로서의 활동은 더욱 왕성해질 수밖에 없기에 공연장에서 그들과 조우하게 되면 더욱 깊은 그들의 노래들을 들을 수 있기에 아쉬움보다는 새로운 만남을 기약하는 것이 더 행복한 일이 될 듯합니다.
출연하는 일곱 명의 가수들의 대표 곡을 듣는 자리이기에 그들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던 이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되었을 듯합니다. 물론 '나가수' 출연 가수들이라면 이 정도는 충분히 알고 있다고 할 수도 있지만 10대들이 아닌, 그들의 아버지 세대들이 혹은 삼촌들이 좋아했을 그들이기에 대표 곡을 부르는 기회는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김조한은 '솔리드' 시절 경쾌한 리듬의 대표 곡인 '천생연분'을 세련된 편곡으로 불러 호평을 받았습니다. 조관우는 자신의 목소리에 가장 적합하며 감성을 자극할 수밖에 없는 '사랑했으므로'를 모두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유일한 밴드인 자우림은 밴드로서의 장점을 보여주고 위해 '매직 카페 라이드'를 선택했고 많은 청중평가단이 흥겨워하며 그들이 왜 '나가수'에 필요한 존재들인지를 잘 보여주었지요. 장혜진은 자신에게 가장 의미 있게 남아 있다는 '아름다운 날 들'로 많은 이들에게 행복한 경험을 안겨주었습니다.
아쉬운 것은 YB의 탈락에서도 보듯 '나가수'에서 밴드의 부흥시대도 저물고 있다는 생각은 자우림의 이번 경연에서도 그대로 드러난 점입니다. 어떤 강력한 무기로 탈락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청중평가단 사이에서 밴드에 대한 관심들이 조금씩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란 우려가 되기는 합니다.
기존의 멤버들은 이미 포지셔닝을 하면서 다음 경연을 준비하는 곡 선정을 하는 듯 보였습니다. 그만큼 경연의 경험이라는 것은 조금의 여유와 함께 다음을 생각하게 하는 긴장감까지 함께 부여하기 때문이겠지요. 이런 그들과는 달리, 첫 등장과 함께 자신의 존재감을 모두 보여주어야만 하는 세 명의 무대는 의외의 긴장감으로 다가왔습니다.
극도로 민감해진 바비킴과 청심환을 마셔야할 정도로 힘겨워한 윤민수의 모습만 봐도 그들이 '나가수' 무대에 느끼는 부담이 얼마나 큰지를 충분히 느낄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그저 다른 곳과 다름없이 노래하는 무대일 수밖에는 없지만 그 무대에 수많은 의미들이 더해지며 결코 쉬울 수 없는 특별한 공간이 되었다는 것은 이미 가수들에게 '나가수'는 특별한 존재로 자리잡아가고 있음이기도 합니다.
피가 마를 정도로 힘겨운 긴장 속에 무대에 오른 그들은 자신들의 대표곡인 '사랑..그 놈'과 '그 남자 그 여자+술이야'를 매력적으로 불러냈습니다. '나가수'에서는 처음 접하는 독특한 존재감인 바비킴은 그 매력적인 음색을 언제까지 들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합류만으로도 행복했습니다.
숨겨진 보석 같은 존재인 바이브 윤민수의 등장은 많은 이들의 환호를 받을 만 했지요. '나가수'에서 가장 크게 사랑받는 스타일 계보를 그대로 이어받아 폭발적인 가창력을 보여준 윤민수의 행보는 지금보다 더욱 힘차게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였습니다.
누가 뭐라 해도 오늘 방송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주자로 나선 인순이였습니다. 등장부터 그 대단한 가수의 아우라가 안방까지 전해질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단일 민족을 강조하는 대한민국에서는 천형 혹은 태어나면서 강제적으로 달고 살아야만 하는 '주홍 글씨' 같은 흑인 혼혈이라는 족쇄는 여전히 그녀를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노래 하나만으로 현재의 자리에 올라선 그녀는 그 삶 자체가 살아있는 전설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모진 삶 속에서도 노래를 통해 삶을 살아내고 노래로 소통을 할 수 있었던 그녀에게 노래란 어쩌면 자신의 모든 것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그녀가 자신의 모든 것이 담긴 '아버지'라는 노래를 부르는데 그 이상의 감동이란 무엇일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첫 음절이 끝나기도 전에 전해지는 전율은 대단했습니다. 노래 하나로 듣는 이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자연스러운 감동으로 눈물을 흘릴 수 있는 힘. 어쩌면 노래가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힘 중 하나일 것입니다.
단순히 보는 음악이 아닌, 듣는 음악을 넘어 음미하고 감동하는 음악을 보여준다는 사실만으로도 인순이의 등장은 반갑기만 합니다. 아이돌 음악마저도 섭렵하는 그녀의 등장은 '나가수'를 질적으로 성장시킬 수밖에 없음은 당연해 보였습니다.
쟁쟁한 존재들의 합류로 더욱 흥미롭고 풍성해진 '나가수'는 이제 새롭게 시작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좋았습니다. 노래에 혼을 담고 노래를 통해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가수들을 매주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가수'의 존재감은 충분한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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