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들의 가장 사악한 실체들이 드러난 순간 그들은 더는 인간일 수는 없습니다. 그저 드라마에서나 나올법한 캐릭터가 아니라, 현실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인간의 이중성이라는 점에서 더욱 섬뜩하게 다가올 정도입니다. 그자 자신의 가족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타인의 삶을 아무렇지도 않게 망가트리는 것도 인간이라는 점에서 섬뜩하게 다가옵니다.
11년 전 정우를 살인마로 만든 그 사건의 실체들은 보다 명확하게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병무와 민수가 보영을 성폭행한 사실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술을 가지러 집에 갔던 건오가 창고로 돌아온 순간 보영이 창고를 나서려다 계단에서 구르며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사망 자체는 사고였지만, 성폭행은 피할 수 없습니다. 이 상황에서 병무와 민수는 건오를 협박했습니다. 회유라고 할 수 있지만, 내용을 보면 협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건오가 한 것이라고는 목격한 것이 전부인데, 병무와 민수는 형사인 아버지를 들먹이며 신고하면 모든 것이 끝이라고 주장하며 침묵을 강요했습니다.
혼란스러운 그들 앞에 등장한 것이 바로 덕미였습니다. 이후 이름을 바꿔 인기 배우인 나겸이 된 그도 사건 현장에 있었습니다. 덕미는 그 창고에 가기 전 정우를 찾았습니다. 혼자 술을 마시는 정우와 함께 술을 마시며 나온 이야기는 다은이었습니다.
정우의 연인인 다은이 사실은 다른 남자를 만나고 있다는 말을 한 덕미에게 정우는 화가 났습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함부로 말하는 덕미의 행동이 불쾌한 것이었죠. 그렇게 집에서 나가라 화를 냈고, 쫓겨난 덕미가 향한 곳이 바로 창고였습니다.
어쩌면 보영이 성폭행을 당하는 과정에 덕미가 창고에 들어섰을지도 모릅니다. 우왕좌왕하는 그들에게 성질이 난 덕미는 제안을 합니다.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시체를 유기하라는 지시였습니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그들에게 자칫 잘못하면 모두 끝날 수 있음을 경고한 덕미의 지시는 그들을 움직이게 만들었습니다.
문제는 겁에 질린 건오가 아버지에게 전화를 했다는 겁니다. 2층에서 보영의 물건들을 정리하던 중 건오는 보영이 숨겨둔 속옷을 발견합니다. 그건 이들이 보영을 성폭행했다는 결정적 증거였습니다. 건오는 순간적으로 이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숨겼습니다. 그렇게 결국 정우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게 되죠.
건오의 전화를 받기 전 구탁은 동네 사람들과 정우 엄마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민수 부모가 인수해 운영하고 있는 그곳에서 그들은 술을 마시고 있었죠. 이 과정에서 보영 아버지인 술꾼 동민은 구탁에게 시비를 걸기 시작했습니다.
구탁과 절친한 친구인 정우 아버지 창수와 비교하는 동민의 행태는 분노하게 만들 정도였습니다. 구탁이 부잣집 딸과 결혼하기는 했지만, 경찰대를 나와서 제대로 승진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언급하며 비웃던 동민은 창수를 언급합니다.
창수는 땅부자에 아들은 최고 대학 의대에 입학했습니다. 의대 입학했다고 하자 바로 아들에게 차를 사줄 정도로 엄청난 재력을 가진 창수는 그 마을에서는 누구나 아는 존재였습니다. 그런 창수를 앞세워 구탁을 비꼬는 동민에 구탁은 더는 참지 못했습니다.
분노한 구탁을 붙잡은 것이 병무와 민수 아버지들이었습니다. 그런 상황에 건오의 전화가 왔고, 그들은 사건 현장인 창고로 향했습니다. 이 싸움이 동민을 돌려보냈고, 은밀한 계약을 하게 되는 이유로 작동한 셈이었습니다.
창고에 들어선 아버지들은 기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보영은 이미 사망한 상태였고, 어설프게 서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아버지들은 경악하고 있었죠. 순간적으로 구탁은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을 집으로 보내고, 보영을 유기하기로 결정합니다.
정우의 차를 이용해 보영을 유기하려는 순간 서장에게 전화가 오면서 상황은 틀어지게 되었죠. 예영실 의원이 왔다며 구탁을 찾는 전화는 결국 남겨진 두 사람이 차량을 이용해 보영의 시체를 유기하는 이유로 작용합니다. 구탁은 최대한 멀리 시체를 유기하라 지시했습니다.
우연처럼 벌어진 하지만 필연적인 이 사건은 그렇게 흔적들을 남길 수밖에 없는 조건들이 만들어졌습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사건에 개입되었고,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는 결정적 증거를 만들고 말았습니다. 세상에 완전 범죄는 존재할 수 없음을 이 사건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구탁은 건오의 극단적 선택에 분노해 약한 고리인 민수를 협박해 병무가 모든 범죄를 저지른 자라고 자수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병무는 체포되었고, 이 상황에서 그는 이 모든 것은 덕미가 꾸민 것이라 주장했습니다. 그 말 자체가 틀리지 않았지만, 모든 범죄의 시작은 병무라는 점에서 어불성설입니다.
병무를 면회간 덕미는 자신이 진가를 드러내며 철저하게 연기합니다. 상철이 창문으로 지켜보는 상황에서 덕미는 마이크를 끄고 병무에게 "도와줬더니 은혜를 똥으로 갚아"라는 말로 상황을 정리했습니다. 그리고는 병무가 협박한다며 서럽게 우는 모습을 연기하기도 하죠.
병무라는 자는 최악의 찌질이입니다. 그때 덕미가 겁만 안 줬어도. 자수하라고만 했어도 이런 상황까지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남 탓을 하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보영이 죽은 직후에는 정우 탓을 했습니다. 정우네 집에서 술만 마셨어도 이런 일을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병무는 최악입니다.
정우는 더는 기다릴 수 없다며 직접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설이 도와 11년 전 교통사고 목격자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정우를 협박하며 취조했던 희도가 했던 발언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우가 차로 보영을 유기하고 돌아오다 전봇대를 받았고, 이를 목격한 자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정우는 분명 자신이 운전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실제 목격자를 찾으면 답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상철은 정우의 너무 다급한 이 행동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고 반대했습니다. 상철은 정우가 살인자가 아님을 확신하고 있습니다.
희도가 강압수사로 거짓 진술을 받아냈다는 사실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희도와 다른 형사들과 함께 점심을 먹자며 정우와 설이 전단지를 나눠주는 곳으로 이끌었죠. 이를 보자마자 경악한 희도는 플래카드를 걷으라고 분노하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상철은 희도의 행동을 보면서 보다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11년 전 교통사고 목격자를 찾으면 결정적 증거를 찾을 수 있다는 확신말입니다. 하지만 목격자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죠. 그리고 당시 정우의 차량이 어떻게 되었는지도 찾을 길이 막막했습니다.
정우는 아버지라면 폐차를 하거나 하지는 않았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건 당시 희도는 구탁의 지시를 받고 빠르게 일처리를 한다며 정우 차를 그의 아버지에게 인계했습니다. 구탁은 폐차하지 않고 창수에게 차를 넘겼다는 사실에 황당해했습니다.
차에는 분명 증거가 남겨졌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당연히 폐차되어야 했습니다. 구탁이 지시한 것은 폐차였지만, 어리숙한 희도는 창수에게 차를 넘기는 것으로 정리한 것이죠. 황당하고 한심한 행동이지만, 희도 역시 정우가 범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한 무의적인 행동일 수 있습니다.
이제는 11년 전 사건의 중심에 있던 정우 차를 누가 먼저 찾느냐가 중요하게 되었습니다. 먼저 움직인 것은 상철이었습니다. 설이 알려준 무천 외곽에 폐차장이 있다는 말을 듣고 그곳으로 향하며 사장에게 11년 전 차량과 관련해 문건이 있음을 확인했죠.
문제는 폐차장으로 갔지만 사장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전화를 거니 사장은 자신이 오해했다며 문건은 존재하지 않는다 합니다. 폐차장 사장이 상철의 전화를 받은 곳은 구탁이 있는 서장실이었습니다. 구탁은 발 빠르게 폐차장 사장을 불렀고, 상철이 찾던 문건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차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세상에 그 차는 더는 존재하지 않음을 문건은 증명하고 있었습니다. 안도한 구탁은 희도에게 차를 찾으라 지시합니다. 직접 차를 찾아 폐기시키라는 지시를 받은 희도는 움직이기 시작하죠.
구탁에게 한방 맞은 사실도 모른 채 차를 찾던 그들은 정우 집으로 향합니다. 정우 집에 문서들이 존재할 수 있으니, 이를 통해 차가 어디에 있는지 찾아보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집에서 문건들을 뒤지다 정우는 어머니가 미처 보내지 않은 편지들을 읽었습니다.
한 번도 면회조차 오지 않은 엄마에 대해 분노하기도 했던 정우는 그 편지들을 통해 어머니의 마음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믿고 싶지 않지만 현실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어머니로서 사랑하는 아들을 위한 것은 자신이 속죄하는 것이었습니다.
구탁은 마음이 여린 창수를 압박했습니다. 미성년자를 넘길 수도 있는 상황에서 빠르게 사건을 처리해 20년 받을 것을 10년 형으로 줄이는 것이 최선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여러 정황 증거들은 정우가 범인이라 지목하고 있다며, 더는 반박해서는 안 된다며 창수를 밀어붙였습니다.
믿을 수 있는 것은 친구이자 형사인 구탁 밖에 없다는 창수의 그 진심을 그는 처참하게 짓밟았습니다. 그리고 삼촌이라며 도와달라는 정우를 다독이며 속으로는 그를 범인으로 만든 것도 구탁이었습니다. 자기 아들이 범인일 수도 있다는 두려움과 누군가의 사주를 받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구탁의 마음 깊숙하게 자리 잡고 있는 욕망을 건드린 것은 예영실 의원이었습니다. 사건을 빠르게 처리하라는 지시를 받고 구탁은 서장이 되었습니다. 예영실이 굳이 구탁에게 이런 거래를 제안한 것은 그의 남편 때문입니다.
연하의 남편인 형식은 정우의 연인인 다은과 원조교제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은을 누가 죽였는지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누군가 형식에게 협박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자신을 다은이라 칭하며 왜 죽였냐고 따지는 문자게 형식은 기겁할 수밖에 없었죠.
형식의 행동을 보면 바람은 자주 피우는 듯 하지만, 사람을 죽이는 존재는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문제를 해결해 왔던 것이 아내인 예 의원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그가 직접 죽였는지 비서를 시켰는지 알 수는 없지만 다은을 죽인 것은 예영실일 가능성이 큽니다.
정우는 집에서 중요한 문서를 발견합니다. 컨테이너 박스에 물건을 보관한다는 문건이었습니다. 아버지가 11년 동안 장기 임대했다는 사실을 듣자마자 정우는 그곳에 차가 있음을 확신했습니다. 자신이 아는 아버지라면 절대 함부로 증거가 될 수 있는 차를 폐기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습니다.
차량을 보관한 장소를 찾은 이는 정우만은 아니었습니다. 정우 차를 뒤쫓던 희도도 그곳으로 향했지만, 상철이 막아섰습니다. 그리고 아버지가 보관한 컨테이너의 문이 열리자 그곳에는 차가 있었습니다. 사고 난 흔적까지 그대로 남겨져 있는 정우의 차는 모든 것을 뒤집을 수 있는 결정적 증거일 수밖에 없습니다.
정우 차가 드러나며 사건은 보다 진실에 가까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구탁은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고, 그런 궁지에 몰린 그는 예영실의 이름을 드러낼 가능성도 커집니다. 예영실이 어떤 방식으로 다은을 죽이고 은폐했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이제 본격적인 반격의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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