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둘이 서로 대결할 줄은 몰랐을 겁니다. 하지만 한 로펌에 있지 않는 한 언젠가는 그럴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대결 구도는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이혼을 원하는 두 사람을 대변하는 두 변호사들의 대결은 신구의 대립이라는 점에서도 흥미로웠습니다.
운명처럼 은경과 유리는 한 사건의 상대 변호사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언제나 의뢰인의 사연은 이들과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는 극 중 장치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실제로도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어떤 사건이든 연결되고 영향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최진혁과 이성희 부부의 문제는 결혼한 사람들에게서 흔하게 나오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실제 결혼은 단순히 데이트가 아닌 함께 살아가는 과정입니다. 이들은 서로의 성관계 문제로 다툼이 잦아지다보니 결국 이혼까지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둘은 같은 하나의 사안을 정반대로 해석하며 대립하고 있습니다. 아내인 이성희는 남편이 무조건 관계를 거부하며 오히려 자신을 중독자로 취급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남편인 최진혁은 아내가 잦은 관계를 요구하다 원하는 만큼 안 되면 성장애로 몰고 간다고 주장했습니다.
극단적으로 다른 두 사람의 주장은 두 변호인이 합의를 제안해도 통할 수 없었습니다. 말로 풀어낼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상황이란 의미이기도 합니다. 부부는 이 문제를 판사 앞에서 잘잘못을 따지고 싶다며 상대보다 더 빨리 소장을 넣어 달라고 요구할 정도였습니다.
자신이 피고가 되는 것을 원하지 않기에 한시라도 빨리 소장을 넣어 원고가 되고 싶다는 말은 이들 부부가 현재 어떤 상태인지 잘 보여줍니다. 그만큼 이들의 감정 싸움은 지독할 정도로 심각해졌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원고 싸움에서 승자는 유리였습니다.
유리가 좀 더 빨리 소장을 넣어 원고는 남편이 지정되었죠. 소장을 확인하고 나서야 상대 변호사가 유리라는 것을 알게 된 은경의 마음은 복잡했습니다. 서로 상대를 너무 잘 아는 변호인들이라는 점에서 어떤 전략을 짜야할지는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으니 말이죠.
유리는 상대 변호인이 은경이란 사실을 만나자는 연락을 받고 나서야 알게 되었죠. 한 사건을 두고 서로 대립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멋쩍을 수도 없었지만, 팽팽해졌습니다. 비록 은경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운 유리지만, 이 상황에서 선후배를 따질 수준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서로 입장차가 극대화된 상황에서 합의도 쉽지 않았습니다. 상황을 언급하며 합의를 제안해봐도 입증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성불구나 성도착증이라 주장하는 것 자체가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서로 상대의 약점을 들먹이며 입증 가능하다 주장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발언을 유리가 합니다.
"말씀드릴 순 없죠. 저 변호사님 부하직원 아니고 상대방 변호사인데요"
은경이 슬쩍 유리에게 입증을 어떻게 할 건지 물어보자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이 발언이 중요한 것은 유리가 독립적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입니다. 부하직원이 아닌 상대방 변호사라는 발언으로 자신과 은경은 상하관계가 아닌 대등함을 공고하게 함으로써 자신의 성장을 제대로 보여줬습니다.
조정기일에 부부는 끝까지 가보겠다며 법적으로 결과를 받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습니다. 조정 불성립으로 인해 소송이 진행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묘수를 찾기 위해 은경과 유리는 노력했습니다. 은경은 유리보다 경험치가 높다보니, 조정실에서 나온 단어 하나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조정 과정에서 이성희의 산부인과 이야기가 나왔는데, 이를 놓치지 않은 은경은 원인을 찾아냈습니다. 이성희는 다낭성 난소증후군을 앓고 있었습니다. 임신이 최우선이 되어버린 성희는 임신을 위해 회사도 그만두고 오직 아이를 낳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남편의 입장에서 보면 과도한 관계 요구가 황당하게 다가왔지만, 아내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임신을 성사시켜야 한다는 절박함이 가득했습니다. 남편도 당연히 아이를 원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 아내는 상대 입장을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자신이 여성으로서 매력이 떨어져서 그렇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최진혁은 유리에게 진심을 털어놓았습니다. 자신은 아이를 현재 원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현재의 자신의 능력으로는 아이를 키울 수가 없다는 현실적 고민이 컸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임신 전에 돈을 모으기 위해 퇴근 후 알바까지 했지만 어렵다는 말을 전했죠.
이런 상황에 아내는 직장도 그만두고 성관계만 원하고 있으니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남편의 사연이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은 유리는 은경을 찾았습니다. 부부가 충돌할 수밖에 없었던 진짜 쟁점에 대해 논의하기 위함이었죠.
언제나 가는 떡볶이집을 찾은 그들은 비슷한 방향을 바라보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은경과 유리는 부부가 동일한 문제가 있음에도 서로 제대로 대화를 통해 이유를 밝혀내지 못했음을 알게 됩니다. 다른 변호인들처럼 법정에 세우고 여러번 재판을 받게 해서 수익을 극대화하는 이들이 아니었습니다.
비록 자신들이 이런 일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까지 했지만, 두 사람이 만나 그들이 진지하게 대화를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두 사람은 당황했죠. 서로가 오해해 벌어진 이 상황들이 한심하게 다가올 정도였습니다.
아이를 두고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그들은 자존심으로 인해 제대로 이야기도 하지 못하고 꼬일대로 상황들이 꼬여버린 것이었죠. 하지만 그날의 대화는 두 사람에게는 중요했습니다. 유리는 그날 분위기를 보고 이혼을 포기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아니었습니다.
조정기일에 이들 부부는 아이에 대한 의견 불일치로 이혼에 합의했습니다. 너무 분위기가 좋아 이혼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는 유리에게 은경은 이혼이 마지막은 아니라고 합니다. 이혼했다고 모두가 원수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죠.
은경의 말처럼 이들 부부는 법적으로 정해진 부부로서의 틀을 벗어나자 보다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현행 결혼이란 제도가 가지는 한계와 중압감이 이 에피소드를 통해 잘 드러났습니다. 밥이나 먹고 헤어지자는 말에 자연스럽게 응하는 이들은 어쩌면 가장 사랑했던 연애 시절로 돌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손을 잡고 걷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유리는 은경에게 다시 한번 많이 배웠다는 말로 이번 소송에 대한 소회를 밝혔습니다.
청출어람을 한 유리지만 거만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여전히 경험의 힘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유리는 정말 성장 중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자리를 잡아가는 듯한 상황에 대정에서는 다시 이슈가 나왔습니다. 전은호가 대정을 떠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이미 은호는 잠시 쉬겠다며 집으로 내려간 상태였습니다. 서른이 되면서 변호사로서 자신이 잘 적응하고 있는지 회의감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상황에 그는 대정이라는 커다란 보호막을 벗어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결정을 모두가 있는 자리에서 듣게 된 유리는 당황스럽고 서운하기도 했습니다.
누구보다 가깝다고 생각했던 은호였기 때문이죠. 은호 역시 먼저 말해주고 싶었지만 일로 바쁜 유리에게 자신의 문제까지 언급할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이미 고백해서 차인 상황에서는 더더욱 유리에게 조심할 수밖에 없는 은호였으니 말입니다.
두 사람의 관계를 지켜보면서 누구보다 잘 되기 바랐던 은경과 우진은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우진은 은경에게 은호를 제안했습니다. 변호사로서 자신의 직업관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던 은호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새롭게 독립한 은경이 최선이라 우진은 확신했습니다.
하지만 은경으로서는 항상 칼퇴근만 하는 은호가 달갑지는 않았습니다. 이제 막 시작했는데 그런 칼퇴근을 지켜줄 수 없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칼퇴근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매번 법정으로 끌고 가지 않고, 최대한 합의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은호만의 방식, 그리고 퇴근 전 일을 마치는 스타일을 알게 된 은경은 결정했습니다.
직접 부모가 운영하는 가게까지 찾아가 은호에게 일을 제안했죠. 은호로서는 상상도 못한 은경의 방문과 제안이 반가웠습니다. 은호로서는 거대한 로펌에서 자신의 위치와 존재감이 사라진다 생각했습니다. 뭔가 자신이 자발적으로 하면서 발전시키는 상황이 아닌, 대정에서는 하나의 소모품이 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은경의 사무실에 나오기 시작한 은호는 활기찼습니다. 자신이 주도적으로 할 수 일들이 많아졌기 때문이죠. 제대로 자신의 적성을 찾은 은호의 모습에 은경도 흐뭇했습니다. 자신 혼자는 절대 할 수 없는 홍보도 은호 때문에 할 수 있게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 은호에게 근사한 집에서 저녁을 대접하는 은경과 뒤늦게 그곳에 온 우진과 유리. 우진의 어색한 연기에 은경은 자리를 비켜주기에 급급합니다. 두 사람이 만나 제대로 이야기를 해보기 원했기 때문입니다. 연인이 되든 아니면 완전히 남자와 여자로서 인연이 끝나든 그건 선택의 문제라 생각했으니 말입니다.
어색한 식사를 마친 두 사람은 말 그대로 끝까지 어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미 경험을 한 은호는 이 어색함이 익숙해졌지만, 유리는 달랐죠. 이미 은호는 자신의 삶에 중요하게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자연스럽게 익숙해져 허전함을 견딜 수 없었던 유리는 은호에게 고백하며 만나자고 제안합니다.
마지막 한 회를 남긴 '굿파트너'의 대미를 장식할 사건은 우진에게 로펌을 넘긴 대정의 전 대표인 오대규였습니다. 그는 자신이 쫓아낸 은경을 찾아가 무조건 이겨달라며 이혼 소송을 했습니다. 마지막 사건은 우진과도 연결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어떤 식으로 결말을 맺을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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