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칠맛이 난다. 이런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드라마가 바로 <백일의 낭군님>이다. 내용은 대단한 것은 없다. 배경이 사극일 뿐 현대극으로 꾸몄다고 한들 크게 다르지 않다. 때로는 현대극에서 식상한 이야기가 배경이 사극이 되면 완전히 흥미로운 이야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백일의 낭군님)이다.
거지가 된 왕세자;
사극이 현대극 소재와 만났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즐거운 로맨틱 코미디의 재미
기억 상실로 갑자기 원득이가 된 왕세자 이율의 이야기는 흥미롭게 이어지고 있다. 현대극에서 이런 이야기가 전개되었다면 비난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너무 식상한 설정과 이야기 흐름이 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재벌가 아들이 음모로 쫓기다 기억상실에 걸려 시골 마을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라면 어땠을까?
재벌이었지만 팔푼이가 된 후계자가 만나게 된 여자가 알고 봤더니 과거 첫 사랑이었다. 아버지로 인해 몰락한 재벌가의 딸이 시골 마을에서 농사를 지으며 자신을 숨긴 채 살아가고 있다 운명처럼 사고를 빌미로 만나 사랑을 하게 된다. 그렇게 함께 복수를 하며 행복한 결말을 맺는다면 비난이 이어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사극이 주는 한계는 때로는 유용하다. 왕이 지배하던 시절은 조금만 비틀면 흥미롭고 재미있는 가상의 이야기들이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백일의 낭군님>은 이 한정된 상황극에 다양한 상상력을 부여하 무한하게 만들어냈다. 이 과정이 만든 결과는 재미로 다가오고 있다.
기억을 잃은 채 어느 날 갑자기 한 여인네의 낭군이 되어버린 남자. 궁에서 찾고 있는 왕세자가 그 일 것이라 생각한 이는 없었다. 지금처럼 정치와 재벌가 사람들의 얼굴은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과거에는 임금님 얼굴을 본 이는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양반들조차 임금이나 왕세자 얼굴을 대면한 이는 극소수인 상황에서 이는 익명성이 보장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기만 하다. 익명성이 보장되면 철저하게 비밀이 지켜질 수 있다.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거지와 왕자'는 흥미롭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평생 머리를 조아려본 적 없이 살아왔던 왕세자가 시골 마을 팔푼이가 되어 벌어지는 이야기는 그래서 흥미롭다. '거지와 왕자'는 왕자가 자기 의지로 거지가 되었지만, 왕세자 율은 갑작스런 상황에 기억을 상실하고 거지가 되어버렸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가상의 존재 원득이가 될 수 있는 절묘한 기회를 얻었다는 점이다.
이 운명과 같은 상황은 결국 두 사람이 돌고 돌아 진짜 사랑을 찾는 과정을 겪게 된다는 의미다. 초반 흐름은 코믹이다. 왕세자가 기억상실을 당해 엇박자로 움직이는 모습이 재미로 다가온다. 상황과 전혀 어울리지 않은 행동은 웃음을 자아내게 만든다.
왕세자의 행동은 몸에 배었지만 기억하지 못하니 웃기는 상황극이 될 수밖에 없다. 어느 곳에서도 어울릴 수 없는 두 조합은 그렇게 재미를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 거지가 된 왕세자의 행태는 그렇게 온갖 재미들을 만들어낼 수밖에는 없다. 기억상실이 수많은 웃음을 만들어냈지만, 기억이 돌아오는 순간 잔인한 복수가 시작될 수밖에 없다.
이 웃음 포인트를 더욱 다채롭게 만드는 조연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백일의 낭군님>은 좋은 배우들을 잘 선택해 적재적소에 잘 배치했다. 홍심의 양부인 연씨와 친구 끝녀와 남편인 구돌, 그리고 그 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드라마를 더욱 풍성하고 매력적으로 만들고 있다.
연기 구멍이 보이지 않다는 점이 이 드라마는 장점이기도 하다. 억울해 보이는 표정 하나 만으로도 열일 하고 있는 도경수가 연기하는 원득이는 역대급 캐릭터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원득이를 더욱 원득이처럼 만들어주고 있는 악처가 되어버린 홍심이 남지현의 조합은 시청자들에게 꿀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돈 걱정 없이 최고만 누려왔던 율의 습성이 그대로 남은 원득이는 고급 비단으로 된 침구와 옷, 그리고 홍심의 집을 새단장하는 큰 돈을 들였다. 그럼에도 그 돈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도 못한다. 고리대금업자에 속았지만 자신이 속았다는 생각도 못할 정도로 팔푼이인 원득이로 인해 홍심은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내야만 했다.
현재의 심부름 센터와 같은 돈 받고 원하는 일을 다 해준다는 홍심은 야심 차게 한심한 남편 인간 만들기에 나섰다. 하지만 하루 아침에 바뀔 인물이 아니다. 억지로 돈 받고 일을 하러 가기는 하지만 제대로 하는 일이 하나도 없다. 일은 하려 하지 않고 억지로 보내도 적응하지 못하고 돌아오는 이 남자 대책이 없다.
대책 없고 무서운 사람이 없어 보이는 원득이도 홍심은 무서워한다. 생활을 통해 체득한 그 경험치는 무시할 수 없으니 말이다. 그렇게 산으로 물을 나르는 일을 하러 올라간 원득이는 기억의 파편을 찾게 된다. 그 현장이 바로 김차언의 지시로 살수인 무연이 이끄는 집단들에게 저격을 받았던 자리였다.
율의 시체가 발견되지 않아 조급해진 김차언은 직접 현장까지 왔다. 그리고 그곳에서 흔적들을 찾기 시작했다. 음식들을 나르는 일을 하는 이들이 필요했다. 그 일에 어쩔 수 없이 참여한 원득이는 사건 현장에 다다르자 지독한 고통으로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봉쇄된 기억의 한 조각이 살아났기 때문이다. 항아리까지 깨 먹었다는 사실에 화가 난 홍심의 품에 안긴 원득이는 자신이 왕세자라는 사실을 깨달았을까? 분명한 사실은 조금씩 기억을 되찾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원득이가 자신이 왕세자 율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잔인하고 정교한 복수는 시작될 것이다.
"꽃잎이 흩날리던 날 혼인해 달라고 했잖아"
"연모 했다면서 내가 너를, 기다렸다면서 니가 나를"
두 대사는 홍심이 원득이에게, 원득이가 홍심에게 했던 말들이다. 홍심은 이 결혼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차선이었음을 숨기기 위해 이런 발언들을 했다. 집을 꾸미며 홍심이 좋아하는 꽃 나무를 심었다는 점을 들어 원득이가 자신은 연모해왔다고 주장하는 대목에 나온 대사는 어린 시절 율이 홍심이가 되기 전 윤이서에게 했던 발언이다.
역모만 없었다면 실제 그들은 부부의 연을 맺었을 수도 있다. 홍심이는 자신의 경험을 앞세워 거짓말을 했다. 산에서 기억의 한 조각을 본 원득이는 홍심에게 이런 말을 하며 자신이 좋아했다는 사실을 기억나게 해달라는 말과 함께 실신해 그녀의 품에 안겼다.
율이 원득이가 아님을 알고 자신을 찾기 위해 김차언이 왔다는 사실을 알았을 가능성이 높다. 봉인된 기억의 작은 조각이 모든 것을 되돌리게 만들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원득이의 기억은 상당 부분 돌아왔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상황에서 자신이 어떤 판단을 해야만 하는지 영특한 율이는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로맨틱 코미디가 보여줄 수 있는 많은 것들을 보여준 <백일의 낭군님>은 이제 정교한 복수로 향해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딱 100일 동안 낭군이 된 왕세자를 위해 홍심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원수에 대한 복수를 위해 스스로 악마가 되어버린 오라버니의 선택으로 복잡해질 수밖에 없는 이들의 운명은 그래서 흥미롭다.
대단할 것 없지만 단순함 속에서 비틀기와 가벼움이 단단함으로 다가오는 <백일의 낭군님>은 충분히 매력적인 드라마다. 억지 설정과 무게만 잡고 있는 드라마와 비교해보면 재미라는 가치에 충실한 이 드라마가 더욱 큰 가치로 다가온다. 제대로 재미를 알고 만들었으니 말이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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