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사오적에 이어 정미칠저까지 나라를 팔아 자신들의 배를 불렸던 자들의 삶은 평온했을까? 유럽과 같았다면 모두 찾아내 사형이나 수백년 형에 처해졌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 알고 있듯 나라를 판 자들의 후손들은 여전히 그들이 탐한 재물로 호사로운 삶을 이어가고 있을 뿐이다. 과거를 단죄하지 못한 죄는 그렇게 나라를 판 자들만 행복하게 할 뿐이다.
글로리 호텔 폭파;
애신을 위해 모든 것을 던진 유진과 동매, 불꽃이 되어 다시 돌아왔다
애잔하고 서글프다. 시대가 평온했다면 그들의 삶은 전혀 달랐을 것이다. 하지만 그 지독한 시대는 그들을 모두 투사로 만들었다. 기회주의자들은 일본의 편에 서서 나라를 파는 일을 정당화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나라를 팔아 자신만 호위호식하면 그만이라는 자들은 그렇게 단 한 번도 과거 청산이 없던 대한민국에 좀비처럼 남겨져 있다.
이토 히로부미가 조선으로 들어오며 일제의 탄압은 갈수록 심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토의 특진관이었던 이완용은 을사오적이 되어 나라를 팔아 넘기는데 혁혁한 공헌을 했다. 작위와 땅을 받아 호사로운 삶을 살았던 그들은 이제 후손들이 대를 이어 넘치는 부를 즐기며 살아가고 있다.
무신회 낭인들에 쫓기던 유진은 애신의 손을 잡고 일본에 있는 미 공사관으로 향했다. 그렇게 스스로 범죄가 된 유진은 애신을 구했다. 무어의 도움으로 유진은 애신을 낭인들의 감시를 피해 무사히 공사관 밖으로 내보낼 수 있었다. 스스로 죄인이 되어 본국으로 호송된 유진은 군사 법정에서 불명예 제대와 징역 3년 형을 받아야 했다.
일본에 남겨진 애신을 구한 것은 구동매였다. 자신이 일본으로 가면 죽을 수도 있음을 알고도 향한 그 길에서 그는 무신회 낭인들의 공격에서 애신을 구해냈다. 피투성이가 된 동매를 다시 기다린 것은 무신회 낭인들이었다. 바닷가에서 수많은 낭인들과 싸워 이긴 동매 앞에 나타난 것은 무신회 수장이었다.
그의 칼날로 바다 속으로 떨어진 동매는 그렇게 깊숙하게 가라 앉을 뿐이었다. 동매는 그렇게 애신을 구하고 장렬하게 사라져갔다. 애신은 희성과 쿠도 히나에게 전보를 보내 위험을 알렸다. 그들 만이 이해할 수 있는 문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던 쿠도 히나는 바로 황제에게 애신을 구해야 한다고 구조 요청을 보냈다.
황제는 보빙사를 파견하는 방식으로 애신을 합법적이며 무사하게 귀국할 수 있도록 도왔다. 스승의 손녀이자 의병인 애신은 꼭 구해야만 했다. 그 상징성 만으로도 애신은 특별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나약한 황제는 그렇게 애신을 구할 수는 있었지만 나라를 구하지는 못했다.
을사오적이 을사늑약을 체결해 나라를 팔았다. 그리고 정미칠적은 황제를 퇴위 시키고 본격적으로 나라를 일본에 넘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 정미칠적'인 '이재곤, 임선준, 고영희, 조중응, 이병무, 송병준, 이완용'은 그렇게 일본의 앞잡이가 되어 나라를 팔아 넘긴 역적들이다. 이들 자손들이 여전히 엄청난 땅과 부를 이어받고 있음을 우린 알고 있다.
친일파가 대통령이 되기도 하고, 그 후손들이 정치인으로 경제인으로 자리를 잡게 된 이유는 과거 청산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승만이 자신의 권력 유지를 위해 친일파들을 등용하며 나라는 친일의 후손들이 현재까지도 단단하게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이유로 자리했다.
독립을 위해 앞장선 이들의 후손들은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조국을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내던진 이들은 여전히 가난하고, 나라를 팔아 부를 얻은 친일파들은 후손들까지 여전히 잘 살고 있다는 것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얼마나 기괴한지 알려주고 있다.
1907년 유진이 3년 형을 마치고 풀려나던 해 황제는 헤이그 밀사를 보내 일본의 악랄함을 세상에 알렸다. 하지만 이를 빌미 삼아 정미칠적을 앞세운 일본은 대한제국의 군대를 강제 해산 시키고 황제까지 폐위시켰다. 모든 것이 무너진 그곳에 의병이 있었다.
대한제국 군대를 강제 해산 시키는 과정에서 당연히 충돌은 있을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총관은 모든 것을 버렸다. 폐위된 황제 앞에서 자신의 꿈이 역적이라고 이야기하던 총관 장승구는 살아남은 병사들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 폭약을 지닌 채 적들을 향했다.
어린 승구에게 아버지는 이해할 수 없는 존재였다. 죽을 수밖에 없는 싸움에서 피하지 않고 죽음을 선택한 아버지. 그 모든 것을 목격했던 어린 승구는 그렇게 역적이 꿈이 되었다. "우리가 도망가면 여긴 누가 지키냐 이놈아"라고 외치던 아버지를 떠올린 승구. 그는 어린 병사들에게 길을 터주고 스스로 불꽃이 되었다.
"살아 남아야 한다. 그게 이기는 거다"
승구는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의 옷깃을 총구에 묶은 채 적진을 향해 달려갔다. 기관총으로 무장까지 한 그들을 저지하지 않으면 모두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승구는 품고 있던 폭약에 불을 붙였다. 죽어가는 과정에서도 의병이었던 아버지처럼 성장한 승구도 의병이 되어 다시 어린 의병들을 위해 스스로 불꽃이 되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친일 단체인 일진회와 친일 신문사인 국민신보, 그리고 정미칠적들은 그렇게 나라를 파는데 모든 것을 내걸었지만, 수많은 의로운 이들은 자신의 목숨마저 두려워 하지 않고 일제에 맞섰다. 국내 만이 아니라 만주와 미국, 그리고 일본에서도 수많은 이름 없는 의병들은 자신들의 방식으로 일본에 맞섰다.
어린 시절 미국에 처음 와 조선의 상징이기도 한 긴 댕기머리를 스스로 잘랐던 유진. 그는 그곳에서 다시 운명을 뒤바꾸려 한다. 우연하게 만난 이와 이야기를 나누며 의병 이야기를 하던 유진. 그가 만난 이는 안창호였다. 그와 인사를 나누며 '유진 초이'가 아닌 '최유진'이라 자신을 소개하는 장면에서 그의 의지는 명확해졌다.
미국인이기를 원했던 그 간절함이 사라졌다. 그 스스로 몰락해가는 조선을 위해 향하게 되었다는 의미가 자신의 이름을 타인에게 말하는 과정에서 확고해 졌다. 자신도 의병이라는 안창호와의 만남은 그에게 의병으로서 삶이 자신의 마지막 임무임을 각성하게 된다.
무신회 수장의 도움으로 목숨은 살렸던 동매는 만주 아편굴에 있었다. 그렇게 긴 시간을 버텨낸 동매는 다시 조선으로 들어왔다. 3개월 후에 보자던 애신과 약속을 지키지는 못했지만 그렇게 다시 조선으로 돌아온 동매는 군대 강제 해산 후 사망한 자들을 돌아보며 유진과 재회했다.
두 사람 모두 한 사람을 찾고 있었다. 애신이 혹시 이 상황에 사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짧은 재회 후 들리는 총성을 따라 뛰기 시작한 유진과 동매. 그 총소리가 난 곳은 글로리 호텔이었다. 일본군의 주둔지가 되어버린 그곳에서 쿠도 히나는 애신과 함께 준비를 했다.
의병이 되기를 다짐한 쿠도 히나와 스승을 잃은 애신은 잔인한 살육 후 기쁨에 겨워 술을 마시던 일본군을 모두 죽일 수 있는 방법을 강구했다. 술에 취한 일본군들과 함께 글로리 호텔을 전부 날려 버리는 것 말이다. 그렇게 불꽃은 거대한 폭발을 불러왔다.
한성의 상징과 같았던 글로리 호텔은 잔학무도한 일본군을 품은 채 자신을 터트려 버렸다. 거대한 불꽃 속 두 여인은 과연 살아있을까? 두 여인과 폭발하는 호텔을 바라보던 두 남자의 시선은 오직 들을 향해 있을 뿐이었다. 애신이 다짐했던 불꽃처럼 살다 가겠다는 다짐은 모두의 소원이 되어버렸다.
일제 만행 속에서도 스스로 의병이기를 원했던 이름 없는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름을 남기기 위해서가 아닌 내가 태어나 자란 조국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던졌다. 국난이 올 때마다 들고 일어났던 의병들은 그렇게 자식의 자식들이 의병이 되어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서글프고 아픈 사랑 이야기는 언제나 매력적이다. 거대한 역사를 다루면서도 그 감각을 잃지 않고 확장하는 김은숙 작가는 다시 한 번 성장했다. <도깨비>를 통해 서사의 힘을 획득했던 김 작가는 <미스터 션샤인>을 통해 시대극에도 능통한 존재로 성장했다. 자신의 장기인 로맨스를 버리지 않으면서도 효과적으로 사용할 줄 알게 된 김은숙 작가는 이제 대단한 존재가 되었다.
스스로 불꽃이 되기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수많은 이름 없는 의병들. 그들에 의해 우린 독립할 수 있었다. 을사오적과 정미칠적이나, 일본의 전쟁 자금을 대주다 오히려 역습을 받고 원자폭탄을 터트린 미국이 만들어준 독립이 아니다. 그 수많은 이들의 노력이 만든 결과물임을 우린 잊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역시 이를 이야기하고 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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