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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브레인 1, 2회-신하균의 열연이 진부함도 살렸다

by 자이미 2011.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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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의학 드라마가 시작되었습니다. 뇌를 다루는 의학 드라마라는 점이 조금은 변별성을 가질 수 있지만 어제 방송된 1, 2회의 내용을 보면, 우리가 익숙하게 봐왔던 의학 드라마의 정석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이런 진부함을 날려버린 것은 신하균의 열연이었습니다.

흥미로운 뇌, 출연진들의 연기 열연이 살린 다




다양한 의학 드라마들이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지만 '뇌'를 전문으로 하는 의학 드라마는 없었습니다. 그만큼 소재의 다양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도 흥미롭기는 하지만 의학 드라마 특유의 한국적 틀 속에 스스로 갇히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아쉬움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가난한 홀어머니 밑에서 큰 이강훈(신하균)은 독하게 공부해 대한민국 최고 대학이라는 천하대학의 의대를 나와 최고의 성적으로 천하대 의대를 다니는 엘리트입니다. 언제나 그의 마음속에는 자신의 힘겨운 삶이 다른 이들과 비교되며 한없는 분노를 성공에 대한 집착으로 풀어가는 인물입니다.

이런 강훈과는 달리, 타고난 의사 집안의 서준석(조동혁)은 할아버지가 그랬고 아버지가 그랬듯, 자신도 자연스럽게 의사가 된 인물입니다. 가질 수 있는 모든 것을 가진 그에게 강훈이라는 존재는 눈엣가시일 뿐입니다. 미천한 집안 출신에 가진 것도 없는 그가 악착같이 공부하는 것도 자신과의 경쟁에서 이기려 기를 쓰는 것도 우습기만 합니다.

그 어느 집단보다 폐쇄적이고 이기적인 의사 집단에서 다른 학교 출신이 대학 병원에서 성공하기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상황에 놓인 윤지혜(최정원)은 신귀족 집안(가진 자들이 그토록 이름 붙이고 싶어 하는)의 모든 것을 가진 남자 서준석이 사랑하는 여인입니다. 흥미롭게도 지혜는 모든 걸 가진 준석이 아닌 너무 가진 게 없어 처절하기만 한 강훈에게 마음을 빼앗깁니다. 그들의 삼각관계는 2회 말미 묘한 상황을 만들며 본격적인 시작을 가져왔다는 점에서 의외로 빠른 전개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혜를 둘러싼 앙숙 관계인 이들이 어떤 대결 구도를 쌓아갈지도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강훈과 준석, 그리고 지혜를 지도하는 교수들 간에도 명확한 흑백 논리처럼 적대 관계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철저하게 자신의 이득과 출세를 위해서는 일을 하는 고재학(이성민)과 이와는 전혀 다른 지점에 놓여 있는 진정한 의사를 지향하는 김상철(정진영)이 대립각을 세우며 이야기를 끌어가는 구조는 단순하지만 의외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듯합니다.

<브레인>에서 구축된 관계들은 너무나 익숙하게 봐았던 패턴을 보이고 있어 새롭거나 의외성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선과 악, 흑과 백이 명확하게 갈린 그들의 구도가 어떤 방식으로 흘러갈지도 이미 드러나 있습니다. 악할 정도로 출세지향적인 콤플렉스 덩어리 천재 의사 강훈이 어떻게 진정한 의사로 발전해 가는지를 보여주는 휴먼 드라마 형식을 이 드라마도 쫓아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브레인> 자체는 무척이나 진부합니다.

악인의 편에 속해있지만 누가 봐도 주인공인 강훈. 그를 응원해야만 하는 숙명을 타고난 시청자들에게 그는 마냥 응원하기에는 한계가 명확한 존재입니다. 그런 그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콤플렉스들을 털어내고 진정한 의사가 되는 과정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입니다. 이는 곧 신하균의 연기가 얼마나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시청자들과의 호흡에서 가장 중요한 그럴듯함은 출연자의 연기가 얼마나 훌륭하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점에서 <브레인>은 일단 성공입니다.

첫 회 캐릭터를 잡아가고 의학 드라마 특유의 분위기를 잡아가는데 신하균과 정진영이 보여준 연기 대결은 충분히 흥미로웠기 때문입니다. 인본주의가 기본이 되어 있는 의술을 펼치는 상철과 철저한 비즈니스 의학을 펼치는 재학과의 대립은 우리 사회의 의사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수많은 질문들을 내놓을 것입니다.

한미 FTA와 함께 병원마저 서비스 상품처럼 취급받게 된다면 국민 건강은 돈으로 제단 되어 버릴 위기에 처할 것입니다. 미국에서 실패한 의료 서비스가 대한민국에 상륙해 1%를 제외하고는 감기에 걸리는 것도 두려운 재앙이 될 수도 있는 현실에서 의학 드라마는 단순한 드라마 이상의 가치를 보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브레인>에서 이런 부분들을 어느 지점까지 끌어가며 화제를 만들어낼지 알 수 없지만 기대해볼 수 있는 것은 흑백 논리가 기본 바탕이 되어 있기에 영리 병원에 대한 이야기는 한 두 번은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지독하게도 싫은 준석의 집에 다름 아닌 자신의 어머니가 파출부로 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강훈의 분노와 이를 우연하게 보게 된 준석의 희열은 그들의 관계를 더욱 미묘하고 극단적으로 치닫게 만들 수밖에는 없습니다. 가진 자가 가진 자를 만드는 세상에서 타고난 재력으로 다시 사회적 중요 지위에 오르는 비율이 높은 대한민국에서 준석은 이런 가진 자들을 대변하는 존재입니다.

모두에게 친절하고 항상 웃는 얼굴을 보이지만 그는 철저하게 자신을 우리 사회의 귀족이라 생각하며 천민들에게 해줄 수 있는 아량을 보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귀족의식은 자연스럽게 어느 시점에 다다르면 충돌로 드러날 수밖에는 없고 이런 충돌 속에 사회적 논의 과제들이 등장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도 <브레인>은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스스로 만든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스스로 그 콤플렉스 자체를 지배하고자 하는 강훈의 분노는 곧 그를 위기로 몰아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드라마의 위기는 어떤 형태일지 예측이 가능합니다. 젊은 시절 강훈과 같은 기고만장으로 살아왔던 상철이 변신을 한 것처럼 강훈 역시 상철의 삶을 이어가려는 노력들은 곧 진정한 의사로 변모하는 인간 성공 드라마의 궤적을 보여줄 것입니다. 이런 성장은 드라마의 재미로 다가올 수밖에 없고 <브레인>을 지탱시켜주는 가장 강력한 중심으로 자리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1, 2회만으로 <브레인>을 재단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진부함을 피하려 노력하는 모습만으로도 다른 경쟁 작들과의 대결에서 가능성을 보였습니다. 마지막을 남긴 <계백>과의 승부는 무의미하지만 알츠하이머에 걸린 젊은 여자의 신파극을 다루는 <천일의 약속>과는 흥미로운 대결을 벌일 수 있을 듯합니다. 둘 모두 통속의 형식에서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지만 '천일의 약속'보다 '브레인'이 좀 더 능숙한 변화의 틀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관심은 '뇌'를 주제로 한 드라마 대결에서 큰 틀에서 이를 다루는 '브레인'쪽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진부함을 이겨내는 것은 완성도를 높이는 것밖에는 없습니다. 이미 다양한 형태의 의학 드라마들이 그럴 듯한 이야기 형식을 모두 사용한 만큼 후발 주자인 <브레인>으로서는 불리한 조건에서 그 이상을 만들어내야만 하는 부담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1, 2회 보여준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으로 봤을 때 최악의 이야기 난맥상과 허무한 해체주의를 가져오지만 않는다면 <브레인>은 사랑받는 의학 드라마로 자리 잡을 수 있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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