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하는 연기대결보다 값지고 경이롭게 다가왔던 한글
12회 말미에 힌트를 풀고 둘 만의 장소로 향하는 똘복이와 마음 졸이며 그를 기다리는 담이의 애절함은 마음을 흔들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서로 생사조차 알지 못한 채, 함께 궁에서 마주하면서도 존재를 알지 못했던 둘은 마침내 추억의 장소에서 재회를 할 수 있었습니다.
죽은 줄만 알았던 그들이 서로를 알아보고 그 환희를 만끽하기도 전에 그들을 쫓던 무리들에 의해 위기에 빠져듭니다. '밀본지서'가 절실한 밀본은 윤평을 보냈고 자객들을 이끌고 채윤을 찾은 그는 소이를 위협해 밀본지서를 빼내는데 성공합니다.
정기준이 지시한대로 '밀본지서'를 본 자는 모두 죽어야만 한다는 절대 가치를 실현하려는 윤평과 기습공격에 눈이 흐려진 채윤은 상대가 되지 않았습니다. 이런 죽음의 위기에 처한 채윤을 돕기 위해 오랜 시간 말문을 닫고 살았던 소이가 드디어 입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공격 방향을 알려주며 위기에 처한 채윤을 돕는 소이로 인해 죽음 직전에서 구사일생하게 됩니다.
뒤늦게 도착한 무휼로 인해 모든 상황은 종료되고 그들 앞에 등장한 세종은 말문이 트인 소이를 보고 만감이 교차함을 느끼게 됩니다. 소이의 말문을 트이게 하기 위해서 이기도 하지만 만백성이 편하게 쓸 수 있는 말을 만들기 위해 고생했던 자신과 달리, 마음에 품고 살았던 오라버니 똘복이와 재회를 하자마자 말문이 열린 담이를 보고 세종이 할 수 있는 선택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한글을 만드는데 혁혁한 공헌을 했던 소이는 한글 해례본(한글 창제 원리가 정리된 책)을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인물입니다. 세종의 최대 위업인 한글 창제에 그 무엇보다 중요한 존재인 소이를 과감하게 똘복이 채윤과 함께 멀리 떠나서 행복하게 살라고 어명을 내리는 세종의 모습은 대단함으로 다가왔습니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는 소이가 절실한 상황에서도 그녀 역시 자신이 돕고자 하는 백성 중 하나임을 잊지 않고 있는 세종.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아픈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만 했던 그들을 위해 세종이 할 수 있는 일은 행복을 빌어주는 것밖에는 없었습니다. 자신을 죽이기 위해 살아왔던 똘복이와 자신에게 마음을 열지 않았던 담이. 그런 그들을 위해 많은 것들을 양보하는 세종의 모습은 한글을 왜 만들려고 했는지 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더욱 큰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세종이 한글을 만들어야겠다고 확신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들이 등장했습니다. 역병이 돌아 백성들이 죽어가는 상황에 왜 이를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했느냐 채근하고 현장에 간 세종은 백성들에게 따져 묻습니다. "3,000자 아니, 천자만 글을 알고 있어도 되는데 왜 그것도 하지 못하느냐"며 호통을 치는 세종에게 백성은 말합니다. "하루 종일 살기 위해 일하는데 어떻게 글을 깨우칩니까"라고 말이지요. 자신은 하루에 두세 시간씩 자면서 백성을 위해 노력하는데 백성들은 그 정도도 할 수 없다는 것이냐며 분노하는 세종의 모습은 성군으로 성장하는 과정이 잘 담겨져 있었습니다.
백성들의 삶을 윤택하게 하기 위해 다양한 과학적 지식들을 축적하고 노비 출신인 장영실을 통해 해시계, 물시계 등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과학적 성과로 질적 향상을 꾀했지만 정작 백성들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마지막 하나가 부족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소이의 역할은 세종에게 새로운 희망으로 다가왔습니다. 무지한 백성들. 도무지 노력을 하려하지 않는 백성들에게 실망을 한 세종에게 소이는 중요한 한 마디를 건넵니다. "세살 박이 어린애들처럼 그저 세상에 떼만 쓰고 있을 뿐이야"라는 세종의 분노에 소이는 "아기라면 키우셔야 지요"라는 그녀의 말은 세종에게는 새로운 희망으로 다가왔습니다.
실망이 아니라 백성을 좀 더 이해하고 그들이 쉽게 배울 수 있는 글을 만드는 것이 자신의 책무라고 생각한 세종은 집중적으로 한글 창제에 나섰고, 이를 위해 집현전 학자들을 총동원해 한글의 기초가 되는 원리 찾기에 나섭니다. 보다 쉽게 백성들이 익히고 사용할 수 있는 글자를 만드는 것이 목표인 세종과 가장 측근에서 혁혁한 공헌을 한 소이의 모습은 보는 이들을 더욱 흥겹게 만들어주었습니다.
가상의 인물들을 통해 한글 창제의 의미와 가치를 극적인 방식으로 만들어가는 창작의 묘미가 흥겹게 다가올 뿐입니다. 백성들을 위해 만들어진 한글을 위해 왕에게 동기 부여를 하게 만드는 주요 인물들을 설정하는 과정과 방식 역시 매력적이었습니다.
'밀본지서'를 손에 넣은 정기준은 사대부들의 사회를 만들기 위해 밀본에 참여했던 이들을 협박하는 그의 모습은 그저 광적인 명분에만 휩싸인 존재로 밖에는 다가오지 않습니다. 태평성대를 이루고 있다 해도 근본적인 체계가 잘못되었다면 이는 정상적인 모습이 아니라는 그의 명분에는 동의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왕이 모든 권한을 가지게 되었을 경우 나올 수밖에 없는 수많은 문제점들을 해소하기 위해 그들은 사대부들이 권력을 가져야만 한다는 논리를 내세웁니다. 당시 백성들을 그저 자신들이 먹여 살려야 하는 존재라 인식하고 있던 그들에게 왕이 아니면 자신들이 나라를 이끄는 주체라고 생각했기에 가능한 논리였으니 말입니다. 이런 그들과 달리, 세종이 위대하다는 것은 그는 백성을 바라보고 백성을 위한 정치, 그들이 곧 나라의 중심이라 믿었다는 것이지요.
한글을 만들기 위해 세종이 기울인 노력은 다시 생각해봐도 대단한 업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여전히 세종의 한글을 폄하하는 이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경악스러울 정도이지만 한글이 창제되지 않았다면 우리의 모습이 어떻게 되었을까를 생각해보면 그의 노력으로 시작된 한글은 우리에게 가장 위대한 업적으로 남아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자신들만의 삶을 살라했던 세종의 어명마저 어기며 왕을 찾은 소이는 새로운 글자를 만드는 것은 처음부터 자신의 일이었다고 말하는 소이는 조만간 두 번째 판관이 올 것이라 합니다. "참고 기다리며 오직 인내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설득한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라는 소이의 말로 세종과 똘복이 채윤의 관계는 충분히 예측 가능한 상황으로 이어집니다.
'밀본지서'를 손에 넣고 본격적인 반격에 나서는 정기준과 아버지의 유서(왕을 섬기라는 내용일 가능성이 높은)를 품고 궁으로 향하는 똘복이가 세종이 만드는 한글을 위해 무휼과 함께 정기준을 막아서는 존재가 된다는 점은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조금씩 정체를 드러내는 개파이와 사라진 이방지가 어느 시점 극의 중심으로 들어설지 알 수 없지만 이들의 대립은 정점을 향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세종과 똘복이, 그리고 담이로 이어진 갈등 구조는 곧 한글을 통해 모두 해소될 수밖에 없게 된 상황에서 한글의 원리와 뜻을 알지 못하는 정기준의 반격은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거세기만 하던 정기준을 무너트릴 수 있는 강력한 무기는 '칼이 아닌 문'일 수밖에 없음이 중요합니다.
자신의 아버지인 태종과는 달리, 세종에게는 '한글'이라는 가장 위대한 무기가 있기 때문입니다. 뿌리와 꽃에 비유하며 정기준은 자신들의 위대함을 이야기하지만, 세종은 백성을 나무라 여깁니다. 그런 백성들을 '뿌리깊은 나무'로 만들기 위해 그들이 가장 쉽게 익힐 수 있는 '한글'을 창제하는데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습니다. 바로 이 지점이 이 드라마의 위대함이자 곧 세종대왕의 위대함일 것입니다.
한석규의 절정이 다다른 연기와 흥미로운 이야기 전개보다 더욱 위대하게 다가왔던 것은 우리의 글 '한글'이었습니다. 그 위대한 탄생비화는 그 어떤 가치보다 위대하고 아름다웠음에 다시 한 번 <뿌리깊은 나무>에 감사해야 할 것입니다. 한글 경시 풍조가 만연한 사회에서 한글의 위대함을 다시 깨닫게 해주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드라마가 가지는 가치는 그 어떤 것과 바꿀 수 없을 테니 말입니다.
'Drama 드라마이야기 > Korea Drama 한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뿌리깊은 나무 15회-아이유도 울고 갈 한석규의 3단 변신 연기, 성군의 가치를 이야기 하다 (3) | 2011.11.24 |
---|---|
뿌리깊은 나무 14회-한글 반포 두고 벌인 한석규와 윤제문의 지략 대결이 흥미롭다 (2) | 2011.11.18 |
브레인 1, 2회-신하균의 열연이 진부함도 살렸다 (6) | 2011.11.15 |
뿌리깊은 나무 12회-신세경마저 연기력 폭발한 뿌나는 역시 최고다 (6) | 2011.11.11 |
뿌리깊은 나무 11회-한석규의 세종이 한 없이 그리운 이유는 뭘까? (8) | 2011.11.1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