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이야기를 다루는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이제 2회를 남겨두고 있다. 그만 사회로 나와 행복한 시간들을 보내도 좋을 듯한데, 제작진들은 마지막 회까지 교도소에 그들을 둘 모양이다. 마지막 반전을 위한 시련은 일종의 강박처럼 제작진들을 지배하고 있나 보다.
돌아온 변태 작업반장;
장기수 민철에게는 딸이 있었고 해롱이와 유대위의 쿨내 나는 우정은 뜨거웠다
제혁과 지호의 관계는 다시 정상을 찾아가고 있다. 첫 사랑이 마지막 사랑이 되는 신원호 피디 드라마의 전통을 이번에도 벗어나지 않고 있다. 동화 같은 순수한 사랑을 주인공들에게 부여하는 그들의 스타일로 인해 사랑이라는 감정들에 긴장감이 사라진지 오래다.
교도소를 배경으로 하지만 너무 교도소 재소자들의 이야기에만 집중하다 보니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지호는 어느 사이 단역으로 변신했고, 준호와 제희의 사랑도 묻혀 버렸다. 그저 말고 짧은 행동으로 그들이 잘 되고 있다는 식으로 표현을 할 뿐 이들의 이야기는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
제혁은 넥센과 다시 다년 계약을 했다. 이별을 했던 지호와도 급격한 관계 개선이 있었다. 제혁에게 존재하던 불안 요소는 모두 제거되었다. 다시 찾은 평온함 속에서 갑작스럽게 제혁은 위기를 맞는다. 운동 선수들에게는 가끔 찾아오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병이 그를 찾아왔기 때문이다.
'스티브 블래스'라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심리적 문제로 제혁은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게 되었다. 왜 그런지 모른다. 준호는 이를 고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한다. 최면 치료를 시작으로 인생 그래프를 그려보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해보지만 변화가 없다.
모두가 예상할 수 있듯 그 해법은 지호가 가지고 있었다.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지호는 제혁을 어떻게 다루는지 그리고 그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치료를 해야 하는지 까지 완벽하게 알고 있다. 한 남자를 위해 사랑을 지켜나가는 지고지순함과 뛰어난 능력까지 갖춘 여성상은 그래서 아쉬움을 남기기도 한다. 막연한 기대치로 만들어진 캐릭터의 불안 요소는 그렇게 그들을 박제시켜버렸으니 말이다.
지호의 말처럼 처방을 내리자 제혁은 쉽게 제구력을 찾게 되었다. 단순한 제혁에게 심오한 말을 해봤자 의미가 없다고 했다. 그가 사용하던 글러브에 추억을 담아 편안함을 유지하고, 글러브 가운데 'X'표시를 하고 그곳에 던지라고 하면 그만이라는 지호의 처방은 정답이었다.
정우와 한양의 우정이 14회에서는 중요하가 다뤄졌다. 동갑내기이지만 너무 다른 삶을 살아왔던 둘은 항상 티격태격하기만 한다. 부잣집 도련님에 동성애에 마약까지 군인인 유정우에게는 절대 다가서기 어려운 존재일 뿐이다. 그런 그가 같은 방에 있는 많은 이들에게 의지하는 모습이 보기 싫다. 그렇게 시작된 그들의 다툼은 이제는 팽부장이 '유년부'라고 부를 정도다.
매번 싸우기만 하지만 둘은 어느새 가까워졌다. 싸우며 정든다는 말을 실천이라도 하듯 그들은 극적인 순간 서로를 챙기는 관계가 되었다. 물론 상황이 만든 결과이고, 정우가 평소에 품고 살아왔던 삶의 지표가 발동한 결과이기도 하다. 하지만 기본적은 유대 관계가 아니면 그것 역시 힘들다는 점에서 두 사람이 싸우다 정들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질 나쁜 양아치 무리들 중 약쟁이들은 어디나 존재한다. 그들이 문제를 일으켜 신문에까지 나며 교도소는 발칵 뒤집혔다. 그들에게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나 과장이 툭 던진 한 마디에 약쟁이는 부잣집 도련님인 한양을 타깃으로 삼는다.
약을 억지로 먹여 구매자로 둔갑시켜 자신의 처벌을 경감시키겠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병실에 있는 그에게 약을 먹이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소지부터 하나의 팀을 이룬 그들에게는 방법을 찾으면 다 찾아진다. 그렇게 모두에게 편안함을 선사하던 밤. 의도하지 않았지만 치킨 파티를 열고 있던 그 시간 사고는 시작되었다.
정우와 팽부장은 불안했다. 정우는 병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감각적으로 했다. 팽부장은 제혁과 재소자들에게 치킨을 사다 준 후 병실에 함께 있어야 할 교도관이 자리를 비운 사실을 알고 급하게 뛰어갔다. 헤롱이에게 해꼬지를 할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팽부장은 한발 늦었고, 정우는 한 발 앞섰다. 한양에게 억지로 약을 먹이려다 정우로 인해 제지 당하며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힘들게 약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한 한양으로서는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독하게 힘든 시간을 버텨왔던 그 모든 노력이 허사가 될 수도 있는 순간이었다.
자신으로 인해 안정적인 교수라는 직업까지 잃어버린 형. 그런 형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하는 정우. 면회를 앞두고 더욱 고민이 커지는 정우는 한양에게 묻는다. 그리고 한양은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해법을 내놓는다. 나이에 맞지 않고 책임감이 너무 강한 정우. 그 책임감으로 인해 억울한 누명까지 쓰고 여기까지 왔지만 정작 정우는 모른다.
마음 속에 있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라고 했다. 애써 당당한 척 하지 말라는 한양의 말. 형이 바라는 것을 하고 싶다면 너가 하고 싶은 말을 하라는 한양의 말이 정답이었다. 서먹했던 형제는 띠동갑이라는 나이 차이도 문제이기는 했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 알아서 컸고, 공부하는 과정에서 책임감만 강해진 이들 형제는 솔직하게 서로를 이야기하고 돕고 돕는 과정이 서툴렀었으니 말이다.
장기수 민철을 면회 온 여대생. 연구 목적의 제소자 면담 형식이지만 그 여대생은 꼭집어 민철과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 여대생을 만나기 전에 긴장하고 힘겨워했던 민철이지만 뭔지 알 수는 없지만 설렘과 행복이 가득해졌다. 알 수 없는 감정이 장악하는 이유는 뭘까?
교도소에 오기 직전까지 민철에게는 평생을 함께 하기로 했던 여자가 있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이별도 하지 못하고 이별을 한 그는 그렇게 교도소에서 20년을 넘게 있었다. 그렇게 잊혀진 여인. 하지만 잊을 수 없는 그녀가 언뜻 떠오르는 이유는 그를 면회 온 여대생이 딸일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나이도 비슷하니 말이다.
2회 밖에 남지 않았지만 마지막까지 사건을 만들기 위해 목공반 변태 반장이었던 이가 대구 교도소에서 원예반 견습생으로 돌아왔다. 그의 등장은 제혁에게 마지막 시련이 다가올 것이라는 추측을 하게 한다. 마지막까지 시련을 주겠다는 제작진의 의도가 담긴 출연이다.
강박처럼 마지막까지 반전을 위한 반전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은 조금은 부담스럽게 다가오기도 한다. 주인공이었던 지호는 이제는 단역보다 못한 존재로 전락했다. 교도소를 다룬 이야기라는 점에서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지만, 과하게 캐릭터들을 소외시키는 형식은 아쉽다.
시즌 2를 위한 밑밥 던지기라면 제혁은 교도소에서 나오지 못해야 한다. 물론 교도소 자체가 주인공이 되는 방식이라면 상관 없을 듯하다. KBS에서 tvN으로 넘어온 이들이 시리즈를 좋아한다. 집요할 정도로 파생된 이벤트를 새로운 주제로 삼아 프로그램을 만드는 재주가 뛰어나다. 그게 장점이 되기도 하지만 단점이기도 하다.
사건은 존재하지만 큰 희생 없이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공식 아닌 공식이 이미 <슬기로운 감빵생활>에는 고착되었다. 그런 점에서 마지막 2회를 남긴 상황에서 다시 불안 요소를 투입하는 것은 제작진의 강박에 가까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굳이 그런 방식이 아니더라도 행복한 마무리가 가능한 상황인데 말이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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