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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 역시 사람이 사는 곳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일들 역시 특별할 수는 없다. 물론 갇힌 공간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고, 그곳의 생태계 역시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특별한 문화가 만들어지고 통용되는 것은 맞지만 그곳 역시 사람이 사는 곳이다.
최무성과 강승윤 에피소드;
대중의 욕망에 소비되어졌던 제혁의 분노, 등장 만으로 긴장감 극대화 시켰던 악마 유 대위
갑작스럽게 세상에 알린 제혁의 은퇴 선언은 많은 야구팬들을 당황시켰다. 억울하게 교도소에 가 있지만 누구도 그를 비난하지 않는다. 그런 그가 갑작스럽게 은퇴 선언을 했으니 많은 팬들이 이를 막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너무 당연했다. 교도소 내에서도 제혁의 은퇴 반대가 공공연하게 운동처럼 번지고 있었다.
제혁의 절친인 준호, 그의 동생이자 제혁의 열렬한 팬인 기자 준돌은 적극적으로 그가 다시 복귀할 수 있도록 국민 청원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10년 전 제혁의 어깨를 고쳐준 의사를 찾기에 여념이 없다. 제혁의 판단과 선택과 달리, 그를 사랑하는 수많은 팬들은 그렇게 그가 다시 마운드에 서기를 원하고 있었다.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등장하는 과정에서 5회에서는 장기수(최무열)와 장발장(강승윤) 이야기가 핵심이었다. 무기징역에서 감형을 받은 장기수는 빵을 훔치고 들어온 장발장을 살뜰하게 챙겼다. 장발장 역시 장기수에게 '아버지'라고 부르며 잘 따랐다.
장기수가 장발장을 특별하게 예뻐한 이유는 분명 존재했다. 그가 조폭 출신이라고 하지만 전혀 그런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 그는 부산 일대를 장악한 거대 조폭 조직의 중간 보스였다. 그리고 그를 따르던 동생이 장발장과 많이 닮았다.(극중에서는 강승윤의 1인2역)
장기수 같은 조폭이 되고 싶다던 그 동생은 조폭들 간의 세력 다툼에서 상대 조폭을 살해하고 사형을 언도 받고 말았다. 자신을 대신한 동생으로 인해 장기수 민철은 항상 죄를 짓고 사는 듯했다. 그리고 동생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이를 알고 남몰래 서럽게 울던 민철은 애써 담담한 척했었다.
남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던 민철은 그렇게라도 스스로 마음을 다잡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사형을 당하기 전 남긴 마지막 편지가 뒤늦게 도착한 후 그는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친동생 같았던 그의 죽음. 그리고 자신의 몫만큼 잘 살다 오라는 동생의 편지는 그의 삶 자체를 바꿔 놓았다.
민철은 장발장 주형을 살뜰히 챙겨준 이유는 그 때문이었다. 20여 년 전 사형을 당한 동생이 떠올랐으니 말이다. 출소를 앞두고 이들의 평온은 그렇게 유지될 듯 했지만, 아주 작은 사건 하나가 이들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말았다. 인간적인 팽 부장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나 과장은 작은 트집을 잡아 주형을 징벌을 선언했다.
시계를 개조한 것을 트집 잡은 나 과장은 팽 부장을 힘으로 누르기 위함이었다.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팽 부장을 압박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시계를 민철의 것이라고 거짓말을 한 주형. 징벌을 피하기는 했지만, 신뢰는 모두 잃고 말았다.
범죄자는 그저 범죄자일 뿐이다. 주형이 말은 깍듯하게 하지만 결정적 순간 값싼 관계마저 털어버릴 정도로 냉정하기도 하다. 그런 주형의 행동마저 받아준 민철은 팽 부장과 함께 그의 출소를 몰래 지켜보며 뭔가 바라고 잘해준 것은 아니라 상관없다고 이야기를 한다.
수많은 재소자들이 눈물을 흘리며 면회를 온다는 말들을 했지만 단 한 명도 없었다며, 주형이 역시 절대 오지 않을 것이라 했다. 민철의 말처럼 주형은 변한 게 아무것도 없었다. 팽 부장의 인간적인 면면을 악용해 교도소 밖으로 일을 나가고, 그곳에서 지갑을 훔치기도 하는 등 그의 삶을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출소하자마자 교도소 앞 부대찌개를 먹고 싶다던 주형은 택시를 타고 고속버스 터미널로 즉시 향할 뿐이었다. 교도소 안에서 했던 모든 이야기들은 그저 상대를 위한 발언일 뿐 진심은 존재하지도 않았다. 민철의 처절할 정도의 눈물 연기는 압권이었다. 장기수의 과거가 드러나며 그의 실체가 드러나는 과정에서 연기자 최무성의 진가를 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웠다.
목공반 반장을 제거하는 이 부장의 행태도 교도소 안에서 벌어지는 힘의 관계가 만든 결과물이다. 목공반에서 왕은 염 반장이었다. 교도관인 이 부장은 염 반장을 돕는 한심한 공무원 정도로 취급을 받고 있었다. 이를 참지 못한 이 부장은 철두철미하게 준비해 염 반장을 한 방에 보내버렸다.
목공에 특별한 능력을 가진 재소자가 이용하는 것이었다. 탁월한 목공 기술과 평소에는 차분한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돈과 관련되면 180도 바뀌는 점박이(최성원)을 적극 활용했다. 전국 교도소 목공 대회에서 예측대로 점박이가 우승을 차지해 상금 500만 원을 차지하게 되었다. 투병을 마치고 본격적인 활동을 알린 최성원의 특별 출연이 반가웠다.
상금을 당연히 점박이 계좌를 넣어줘야만 했지만, 이 부장은 염 반장 개인 계좌로 돈을 보냈고 이를 통해 그를 붕괴시켰다. 조용하게 보이기만 했지만 자신의 지위를 적극적으로 이용할 줄 아는 그들은 죄수들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교도관일 뿐이었다.
제혁의 생일날 자신과 다투었던 범죄자가 뇌사상태에서 사망하고 말았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제혁은 살인자가 되고 만 것이다. 곰 같은 제혁의 성격으로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이들은 슈퍼스타의 생일을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 교도소장은 화훼반에 야구 연습장까지 만들었다. 교도소에서 야구를 할 수 있도록 허가를 받아 만든 곳이었다.
끊임없이 제혁은 대중들의 성원을 받아왔다. 최악의 부상에서 회복해 최고의 자리에 오른 제혁은 그렇게 대중들에게는 불사신과 같은 존재로 각인되어왔다. 하지만 사실은 달랐다. 제혁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 길을 걷게 되었을 뿐이었다. 자신이 좋아서 한 것이 아니었던 야구는 잠깐 동안 그에게 환희를 선사하기도 했지만 고통은 더욱 컸다.
어깨 부상만이 아니라 그는 암도 이겨내야만 했다. 3년 동안 재활을 하면서 암 투병까지 해야 했던 제혁의 분노는 누군가를 위함이 아닌 자신을 향한 것이었다. 누구에게 말도 못한 채 그렇게 성원과 응원을 받으며 묵묵하게 참아내야 했던 고통의 시간들. 그 모든 것을 내려 놓고 싶은 제혁의 마음은 자신이 살인자가 확정된 생일날 터져 나왔다.
무던하게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살아왔던 제혁은 서러움을 모두 한꺼번에 털어 놨다. 이는 제혁이 급격한 변화를 가져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슬기로운 감빵생활>도 변화가 예고된다. 여기에 악마 유대위(정해인)가 장발장의 자리를 차지하며 변수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교도소는 밑바닥이다. 수많은 범죄자들이 갇혀 있는 공간은 사회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하지만 늘상 우리 곁에 있는 범죄자들이 모인 곳이다. 그곳의 인간 군상을 보여주고 있는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나름 균형감을 갖추며 그 안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30년 동안 묵혀두었던 울분을 모두 털어낸 제혁이 과연 어떻게 변모해갈지 기대된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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