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드라마의 경쟁력을 급격하게 올렸던 <응답하라 시리즈>팀이 다시 뭉쳤다. 신원호 이우정 콤비가 다시 만나 <응답하라> 후속편이 아니라 감옥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은 흥미롭다. 스스로 안전하게 얻을 수 있는 이득을 버리고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것 만으로도 기대된다.
응답 감옥을 품다;
익숙한듯 색다르게 다가올 이야기, 이젠 응답하라가 아니라 감빵생활이다
예능 피디와 작가가 드라마를 만들었다. 처음 만든 드라마가 소위 대박을 쳤다. 바로 <응답하라 시리즈>의 시작이었다. KBS 예능 피디와 작가로 만나 함께 일을 해왔던 신원호 피디와 이우정 작가는 tvN에서 모여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장점인 예능이 아닌 드라마라는 사실이 생경했던 시절도 있었다.
반신반의 했던 <응답하라 1997>는 말 그대로 대박을 넘어 신드롬을 이끌었다. 복귀 분위기를 이끌며 모든 것이 화제가 되어버린 이 작품은 하나의 성공한 상품이 되었다. tvN을 일약 드마라 왕국으로 이끌게 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특별할 수밖에 없다.
이후 이어진 시리즈는 모두 성공했다. 물론 결론에 대한 설왕설래가 끊임없기는 했지만 그마저도 관심이 만든 결과라는 점에서 자연스러웠다. 시리즈는 성공 보증수표처럼 다가왔다. 그리고 여전히 과거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시청자들에게도 익숙하다는 점에서 어떤 시대를 골라도 낯설게 다가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들은 다른 선택을 했다.
무난한 성공이 아닌 색다른 도전을 했다는 점이 반갑다. <올드미스 다이어리> 공동 연출을 하기도 했던 신원호 피디는 군더더기 없는 연출을 한다. 그게 장점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따뜻함이 영상에 묻어 나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작품은 인간적이란 생각이 들게 하기도 한다.
많은 이들이 기다리고 있던 이들이 선택한 이야기는 '감옥'이었다. 의외의 선택으로 다가온다. 다른 소재도 아닌 교도소 이야기를 다룬다는 것이 선뜻 이해가 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수많은 범죄자들이 모여 있는 교도소 이야기가 과연 어떤 의미와 매력을 만들어낼지 알 수가 없으니 말이다.
드라마적인 완성도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감정선을 잘 이끌고 소통과 교류의 맛을 내는 이들에게 교도소는 의외로 좋은 공간이니 말이다. 3평 감옥에 10명이 거주하는 낙후된 공간. 그곳에는 범죄자만이 아니라 그들을 감시하는 교도관도 존재한다.
감시하는 자와 감시 당하는 자들의 관계는 긴장감이 가득하다. 교도소 역시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이다. 그런 점에서 그곳에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사회에서 어떤 일을 했듯 죄를 짓고 들어온 그들은 수의를 입고 번호로 불린다.
모두가 동일한 조건에서 있는 그대로 내보여야 한다는 점에서 교도소라는 공간이 호기심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권력 관계는 존재한다. 정말 나쁜 놈과 어쩔 수 없는 사연을 품고 들어온 이들의 차이 만큼이나, 교도소 안에서 권력 관계 역시 사회 생활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공감도를 높일 수도 있어 보인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앞둔 슈퍼스타 야구 선수 김제혁이 어느 날 갑자기 범죄자가 되어 교도소에 들어가서 생기는 일을 담은 것이 <슬기로운 감빵생활>이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인물의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 그렇게 그 안에서 살아가는 과정은 흥미롭게 다가온다.
천문학적인 연봉을 앞두고 범죄자로 전락한 인물이 어떻게 이겨내고 성장해가는지 이 드라마는 그 지점에서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범죄자가 미화될 수도 있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교도소 안에 갇힌 자들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얼마나 효과적이고 균형감 있게 다룰 지가 관건이 될 듯하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핵심은 대중들에게 낯선 박해수다. 그가 첫 회부터 얼마나 효과적으로 시청자들과 교감을 가질 수 있느냐가 진짜 관건이다. 드라마는 이야기의 힘이다. 이를 절대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처음 그 드라마를 선택하고 머물 수 있게 하는 것은 결국 배우다. 그 배우가 대중과 교감을 하기 힘들면 그건 최악이 될 수밖에 없다.
연기력은 제작진들이 인정했다. 다만 대중적인 인지도에서 문제가 있다. 이는 결국 제작진들이 얼마나 전략적으로 나오느냐에 달렸다. 첫 주 1, 2회 박해수라는 인물을 왜 자신들이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지 제대로 설명한다면 시청자들은 곧바로 호응할 것이다.
<응답하라 시리즈>를 통해 익숙한 배우들은 시청자들을 반갑게 해줄 것이다. 연기력을 검증 받았고, 대중적인 인지도 역시 보다 높아진 그들이 충분히 양념 노릇을 해줄 것은 명확하다. 제작진들이 배우의 이름값보다는 작품에 맞는 인물을 찾아간다는 점에서 일단, 기대는 해도 충분해 보인다.
호불호가 강해지고 과거만큼 흐름을 이끄는 드라마를 만들어내지 못하던 tvN으로서는 다시 새로운 가능성을 보일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올 해 tvN 드라마로는 <비밀의 숲>이 유일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혹적인 작품이 없었다(도깨비는 2016년 겨울 작품으로 봐야 하니). 물론 지상파 드라마 역시 대동소이 했다는 점에서 TV 드라마 전체가 큰 위기였다는 점에서 tvN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박해수라는 낯선 배우. 하지만 연극을 통해 탄탄한 연기력을 다진 이 배우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시청자들을 끌어 당기느냐가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관건이다. 이미 여러 작품을 통해 검증을 마친 제작진들이 새롭게 내세운 주인공 박해수. 그와 함께 웃고 울고 할 드라마의 탄생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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