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와 원나라와의 갈등을 이야기하는 <신의>는 정통 사극은 아니지만 그 어떤 사극보다 강렬하게 역사적인 이야기를 강하게 그려나갈 것으로 기대됩니다. 친원파와 잃어버린 국가의 자존심을 지키려는 이들의 대립과 갈등은 곧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할 수밖에는 없을 테니 말입니다.
최영과 공민왕, 신의 두고 벌인 갈등 흥미를 이끈다
'화타'의 전설을 믿고 '하늘의 문'이라 명명된 타임 슬립을 통해 2012년 서울에서 성형외과 의사인 유은수를 데리고 온 최영. 죽을 수도 있었던 노국공주를 힘겹게 살려냈지만 고려 장수의 기개를 짓밟은 공민왕의 어명으로 최영은 스스로 죽음을 택하게 됩니다. 결국 살기 위해 발버둥 치면 죽고, 죽기를 각오하면 살 수 있다는 말처럼 최영의 선택은 은수가 고려 시대에 머물 수밖에 없는 강한 동기 부여로 다가옵니다.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처한 은수가 이 공간을 영화나 드라마 촬영소로 착각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상황들이 연이어 등장하는 상황에서 그가 정신을 차릴 수 있는 것은 현실 부정일 수밖에 없으니 말입니다. 원이 직접 임명한 고려의 새로운 왕 공민왕을 방해하고 고려를 원의 부속 지역으로 만들려는 기철(유오성)무리들로 인해 노국공주는 목에 큰 상처를 입고 말았습니다.
당대 최고의 의술을 지닌 장빈이라고 하지만 깊게 베어 출혈이 이어지고 있는 노국공주를 살리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원나라 공주인 그녀가 죽게 되면 이를 빌미로 고려를 침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그들에게 선택은 협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선택되어 얻은 '신의'는 불퉁거리는 하지만 능숙한 솜씨로 노국공주를 수술하게 됩니다.
공주 수술이 성공하게 되지만 깨어나기 전까지는 자신을 보내주지 않으려는 이들로 인해 고민이 많은 은수는 공주를 지키는 하녀의 도움으로 그곳을 탈출하게 됩니다. 하지만 기철이 보낸 무리의 첩자 노릇을 하던 하녀로 인해 은수는 오히려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하늘에서 온 의원을 차지하려는 것은 공민왕이나 기철이나 마찬가지 목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최영의 전담 연락병인 대만과 함께 신의를 찾으러 나서며 객주는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최영을 불러내 그 빈곳을 쳐들어가 임무를 완수하려는 무리들로 인해 상황은 급격하게 불안해지기 시작했으니 말입니다. 독으로 무장해 굴 안에 갇힌 여우를 사냥하듯 연기를 피워 밖으로 유인하는 작전은 성공 직전까지 이르게 됩니다.
노국공주만 죽여 버리면 모든 것은 기철의 세상이 되는 상황에서 그들은 뜻대로 뜻을 이루지는 못합니다. 바로 최영이 객주로 돌아왔기 때문입니다. 여우 잡기 식으로 연기를 피워 외부로 유인하고 외부에서 준비된 궁수들이 활로 상대의 목숨을 노리는 작전은 유효했지만, 그렇게 빨리 최영이 돌아올 줄은 알지 못했습니다.
산개한 적들을 물리치고, 노국공주를 죽이려던 몸종까지 처단한 최영에게 남은 것은 신의를 찾고 그녀를 '하늘 문'을 통해 그녀가 살던 하늘나라로 보내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에게는 신기한 물건인 휴대폰 충전 요청 소리로 신의를 찾은 최영. 그는 자신이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서둘러 '하늘 문'으로 향합니다.
문제는 '하늘 문' 앞에서 시작됩니다. 고려라는 나라를 지키고 싶은 공민왕은 조일신(이병준)의 조언을 따르고 맙니다. 나이 어린 자신이 왕으로서 위상을 드높이기 위해서는 하늘에서 데려온 신의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확신 말입니다. 이때까지도 공민왕은 최영이 어떤 존재인지를 잘 알지 못했습니다. 고려의 장수는 약속을 목숨과 같이 생각한다는 말을 그저 누구나 하는 그렇고 그런 이야기로 들었던 것이 잘못입니다.
공민왕의 어명으로 '하늘 문'을 통해 돌아가지 못한 은수는 홧김에 칼을 휘두르지만, 피하지 않고 칼에 맞은 최영은 자신의 목숨으로 은수와 지키지 못한 약속을 대신하려 합니다. 이런 최영의 행동은 당연하게 은수나 그를 믿고 따르는 장수들 그리고 공민왕과 노국공주까지 모두를 사로잡는 이유로 작용합니다.
일척간두의 상황에서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찾기가 힘든 공민왕에게 최영의 이런 모습은 확신으로 다가올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자신이 믿고 의지하며 새로운 고려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최영이라는 확신을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 사건은 중요하게 작용하게 될 듯합니다.
자신의 목숨을 버릴 정도로 스스로 한 발언에 대해 책임을 질 줄 아는 존재인 최영. 그의 캐릭터는 확실하게 구축이 되었고 그의 이런 행동이 결국 은수를 다시 2012년 서울로 데리고 갈 수밖에 없는 운명임을 이야기하고 있기도 합니다. 한 번 죽음에서 살아난 최영이 우여곡절을 겪고 은수를 다시 그녀가 살던 곳으로 돌려보내는 것은 자연스러울 테니 말입니다.
강력한 적인 기철의 등장은 <신의>에서 선과 악의 대립 구조가 명확해졌음을 의미합니다. 기황후의 오빠인 기철의 야욕이 시작부터 강렬하게 드러나며 필연적으로 극한 대립을 할 수밖에 없다는 설정은 흥미롭습니다. 그 과정에서 고려를 지키려는 자들과 친원파들로 나뉘며 다양한 의미들을 담아낼 수밖에는 없을 테니 말입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정통 사극의 틀을 벗어나 무협지를 보는 듯한 액션이 가득한 이 드라마는 매력적입니다. 비록 정통 사극을 선호하는 이들에게는 이질적으로 다가올지 모르겠지만,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재미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이런 설정은 중요하게 작용할 수밖에는 없어 보입니다.
이민호와 김희선이라는 조합이 의외로 좋은 평가를 받으며 이후 이야기에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공민왕 역을 맡은 류덕환과 노국공주의 박세영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지고 이들이 벌이는 갈등과 그 갈등을 해소하고 하나가 되는 과정 등도 매력적으로 다가올 듯합니다.
속물 의사 은수가 고려 시대에 머물며 진정한 의사가 되어가는 과정 역시 중요한 볼거리일 것입니다. 돈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그가 어떻게 진정한 의사가 되어 가는지 지켜보는 것은, 익숙하게 봤던 의학 드라마의 큰 괘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더욱 최영을 살리기 위해 자신이 그렇게 부정하던 현실을 인정하게 되는 과정은 이 드라마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의미도 함께 담고 있었습니다. 스스로 그들이 말하는 신의를 자처하며 자신을 위해 죽음도 불사하는 이 남자를 살리려는 그녀의 노력은 결국 본격적인 <신의>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가 되었으니 말입니다.
<신의>라는 드라마가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첫 주가 마무리된 상황에서 아쉬운 점들도 많이 보였을 듯합니다. 하지만 다양한 타임 슬립 드라마에서 보여주었던 설정에서 오는 익숙함으로 인해 <신의>가 식상함으로 다가올지도 모르겠지만, 의외로 기대할 수 있는 요소들이 많은 드라마였습니다. 이민호와 김희선, 유오성과 이필립, 류덕환과 박세영 등에 대한 개별적인 인지도만이 아니라 이들이 만들어낼 고려 이야기는 기대감을 높여준다는 점입니다.
외세의 압력이 거셌던 고려시대와 현재를 비교해가며 당시와 상황과 현재를 바라보게 하는 힘은 곧 '타임 슬립'이 가진 형식의 힘이기도 합니다. 고려를 지키고자 하는 이들과 친원파들과의 대립은 결과적으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도 여전히 고민하는 갈등의 근간이라는 점에서 <신의>가 더욱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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