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 동안 방송되었던 <아빠를 부탁해>가 11월 1일 방송을 마지막으로 종영되었다. 시즌2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만 이는 상황에 따라 유동적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확실하지는 않다. 화제를 모으며 시작되었던 그들의 서먹했던 부녀 관계 회복 프로젝트는 많은 이야기를 남긴 채 그렇게 끝났다.
금수저 논란 떨치지 못했다;
아빠와 딸의 관계 회복 프로젝트, 연예인 가족의 보여주기가 담고 있는 함정과 가치
어린 시절 아빠가 전부였던 어린 딸은 성장하면서 점점 멀어진다. 20대가 넘어서면 아빠와 서먹해진 관계는 이후 좀처럼 좁혀지지 못하며 그렇게 부녀 관계는 고착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현실을 위해 <아빠를 부탁해>는 탄생했고 많은 화제를 불러오며 정규 편성되었다.
명절 파일럿 특집으로 시작해 정규 편성 후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들어냈던 <아빠를 부탁해>는 시대의 흐름을 잘 파악한 방송이었다. 20대 딸과 아버지의 소원한 관계를 회복하게 해주겠다는 방송의 취지는 분명하게 명확한 의미들을 담아냈었다.
어색했던 아빠와 딸이 방송의 힘을 빌어 그들은 서로가 가까워지는 계기를 마련하기 시작했다. 방송 초반 가장 큰 화제는 조재현과 딸 조혜정이었다. 다른 부녀들과 달리 이들 부녀의 서먹함은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아버지와 딸의 관계는 이미 다양한 방송을 통해 '딸바보'라는 신조어를 통해서도 충분히 알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조재현과 조혜정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같이 살고 있지만 서로 대화가 거의 없고 서로 보는 듯 마는 듯하는 관계는 가족이 맞나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다른 부녀들이 조금 서먹한 느낌이 있기도 했지만 이는 방송이 낯설어서 생기는 감정 정도로 읽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재현과 조혜정 부녀는 이 프로그램에 가장 적합한 부녀였다.
가까워지려 노력하는 딸 혜정과 언제나 그렇듯 그저 슬쩍 바라볼 뿐인 아빠 재현의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당황스러움을 전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결국 방송의 핵심은 이들 부녀 관계가 어떻게 회복될 수 있을지 지켜보는데 집중하게 했다. 자연스럽게 많은 시청자들은 조혜정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이는 독을 품은 사과로 다가왔다.
방송이 시작되기 전부터 많은 이들은 연예인 지망생의 방송 출연을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방송을 통해 손쉬운 연기자 데뷔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4명의 가족 중 세 명의 딸이 연기자의 길을 걷거나 관련 학과에 재학 중이라는 사실이 문제였습니다.
조혜정은 이미 단역이지만 케이블 드라마에 출연한 경험도 있었고, 다른 달들은 아직 학교에 재학 중이라는 점에서 차이는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 초반 이들 부녀의 관계 회복으로 인해 논란은 크지 않았지만 상황이 변하며 논란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눈물이 많았던 딸 혜정은 아빠 해진과 가까워지며 한없이 행복해 했다. 이런 행복은 오히려 현실적인 고민을 크게 키우는 이유가 되고 말았다. 회복된 관계는 시청자들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이끌게 했다. 마침 드라마에 출연하기 시작한 조혜정에 대한 '금수저'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 누구보다 손쉽게 연기자가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들이 많았다. 예능 프로그램이 아니었다면 과연 이렇게 연속으로 드라마에 출연할 수 있겠느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지상파 방송이 아닌 케이블이지만 <아빠를 부탁해>에 출연하며 두 편이나 연속 주인공으로 캐스팅 된 것에 대한 불만이었다.
조혜정이라고 할 말이 없을까? 유학을 가서 연기 공부를 했고 돌아와서도 아버지의 이름이 아닌 그 뒤에서 연극판에 뛰어들어 많은 고생을 하기도 했다 한다. 수없이 많은 오디션을 보러 다녔고 깨지면서 조금씩 자리를 잡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에서 그녀를 무조건 조현재의 딸이라는 이유로 비난만 할 수도 없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부정적인 이들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
수없이 많은 연기 지망생들은 방송 한 번 나오기도 어렵다. 연기를 평생 한다고 해도 방송에 나오기 쉽지 않고 그렇게 대중적인 인지도를 쌓기 어려운 상황에 유명한 아버지 덕에 손쉽게 인기를 누리게 된다면 이는 부당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시작부터 출발점이 다른 상황에서 결국 부당함을 토로하는 것은 당연하게 다가온다.
우리 사회의 부당함은 이런 출발점의 다름에서 시작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성공한 부모는 태어난 아이들을 철저하게 자신들의 길로 인도한다. 그런 상황은 시간이 흐르며 점점 극대화되고 있다. 학벌과 인맥이 중요한 사회에서 이들은 철저하게 준비되어 최고 학교에 들어가고 대기업에 취직하거나 특별한 직업을 가지며 부모의 모든 것을 이어가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강남구에 사는 이들의 서울대 출신 비율은 점점 늘어가고 있다. 의료와 법조, 그리고 기업인 등 그들의 직업군은 단순하지지만 이들의 영향력은 더욱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 빈부의 격차가 극대화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조혜정은 많은 이들의 타깃이 되고 말았다.
조혜정은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조재현의 딸로 태어나 동일한 직업을 가지려는 꿈을 꾸는 순간부터 비난을 받을 수밖에는 없었다. 그녀에게는 많은 것들이 주어졌지만 그만큼의 무게를 견뎌야 하는 책임도 존재한다. 그런 점에서 그녀에게 이 비난은 넘어서야만 하는 거대한 산이다. 그리고 이런 산을 넘기 위해서는 조금씩 철저하게 산을 올라가는 것이 첫 걸음의 시작일 뿐이다.
연예인들과 함께 등장하는 가족들의 문제는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선택권이 전혀 없는 어린 아이들부터 시작해 다양한 연예인 가족들이 방송에 등장한다. 문제는 그렇게 노출되는 순간부터 악플을 벗어나기는 어렵게 된다. 하지만 이런 큰 고민 없이 시작된 방송은 결국 모두에게 행복한 일로 다가오기는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금수저와 흙수저로 표현되는 극단적인 빈부의 나라에서 조혜정은 어쩌면 가장 만만하게 비난할 수 있는 대상이었을 것이다. 수많은 이들이 알게 모르게 그렇게 부모의 재산을 물려받고 편안한 삶을 사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그 모든 사람들을 찾아내 비난하기는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에서 연예인은 가장 손쉬운 타깃이 될 수밖에는 없다.
<아빠를 부탁해>는 사실 아빠를 부탁하기 보다는 딸을 부탁하는 프로그램이었다. 프로그램의 제목과 달리 아빠가 성장한 딸을 위해 그들과 시간을 가지는 형식으로 변하며 많은 의문들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누가 우선이 되든 둘의 관계가 변한다고 해도 같은 목표를 향한다는 점에서 다를 것은 없다.
시도는 좋았지만 결과는 아쉬움이 컸다. 마지막은 의미를 담고 나름의 감동도 담아내기는 했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었다. 이미 예정된 시간 동안 방송은 이어졌고 마치 쫓기듯 종영이 된 <아빠를 부탁해>는 그렇게 모호한 지점에서 정리하기에만 급급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든다.
부녀의 관계를 회복하겠다고 시작한 프로그램은 성공한 연예인 아버지와 딸의 그렇고 그런 유희에만 집착한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크다. 시청자들의 삶과는 전혀 다른 성공한 연예인들의 삶을 엿보는 과정에서 생기는 간극은 컸다. 그리고 그 딸의 승승장구는 그녀만의 노력의 결과로 다가오지 않았다. 이제 모든 것은 끝났다. 그리고 다시 냉정한 세계에서 조혜정은 싸워야 한다. 그리고 금수저 논란을 털어내고 순수한 연기자 조혜정이 되기 위해 다시 출발점에 서야 할 시간이다.
연예인 가족 예능의 재미와 한계를 명확하게 드러낸 <아빠를 부탁해>가 시즌2로 다시 찾아올지 알 수는 없다. <케이팝스타>의 빈자리를 차지하고 그들이 복귀와 함께 종영한 그들이 다시 돌아오기 위해서는 현재 논란을 얼마나 최소화하면서도 주제에 충실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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