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이 존재할 수 없는 우리나라에서 탐정 이야기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로 다가온다. 탐정이 활성화 된 나라에서는 익숙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탐정이라는 제도 자체가 불법이니 말이다. 그럼에도 영화와 드라마에서 익숙한 소재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유령과 그를 보는 사람들;
유령 탐정과 유령을 보는 조수, 그들이 풀어나갈 이야기가 기대된다
일본에서 익숙한 소재는 탐정이다. 다양한 형태의 탐정 이야기들이 넘쳐 난다. 실제 일본에서 탐정 산업은 크게 활성화 되어 있으니 말이다. 여기에 추리에 대한 관심이 높은 일본이라는 특성을 생각해보면 이 장르가 구축되고 활성화되는 것은 이상할 것도 없다.
국내에서 일본의 추리 소설 형식을 차용하고 영감을 받아 다양한 생산물을 만들어내는 것도 당연해 보인다. 장르가 아직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해보면 이런 방식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것도 순리일 것이다. 기본이 탄탄하지 못한 대신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가 가능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자유롭다.
<오늘의 탐정>은 영어 제목에서 이미 충격적 반전은 예고되어 있었다. '유령 탐정'이라고 영문으로 적혀 있으니 탐정이 유령이라는 사실은 처음부터 드러내고 시작했기 때문이다. 한글 제목으로 이렇게 정한 것은 그래서 아직 명확하지는 않다. 제목은 여전히 미묘하게 다가오니 말이다.
탐정이 합법적인 직업이 될 것이란 말을 듣고 그 길을 걷게 된 이다일(최다니엘)은 불륜계의 셜록으로 이름을 날렸다는 흥신소 출신 한상섭(김원해)과 함께 '탐정'이라 부르고 '흥신소'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일이 잘 될 수는 없었다. 현실은 흥신소이고 하고 싶은 일은 탐정이라는 괴리감이 존재했으니 말이다.
사무실까지 빼야만 하는 위기 상황에서 그들을 구해주고 진정한 탐정으로 일할 수 있는 계기는 사라진 아이들을 찾아 달라는 제안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한 어린이집을 다니던 아이 셋이 납치되었다. 그중 한 아이를 구해 달라는 요구를 들어 수사에 나선 다일과 상섭은 조금씩 추리를 통해 사건의 실체를 밝혀가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알바를 섭렵하고 있는 정여울(박은빈)은 자연스럽게 다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그가 사건에 집착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자신의 여동생이 사망한 사건의 범인을 잡기 위함이었다. 동생이 갑작스럽게 그렇게 죽어야 할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죽어가는 동생 앞에 등장했었던 빨간 옷을 입은 여자를 잡고 싶다.
백방으로 노력해도 찾을 수는 없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매일 당시 사건 담당 형사들을 찾아가 보지만 쉽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여울은 다일을 보게 되었다. 아이 실종 사건에서 경찰과 달리, 아이 말을 들어주던 이 남자라면 동생 사건을 풀어줄 수도 있을 것이란 확신 말이다.
여울은 그렇게 다일과 상섭의 탐정사무소 '어퓨굿맨'에서 알바를 하게 된다. 오직 동생 죽음의 진실을 찾기 위한 방법으로 선택한 그곳은 여울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다일의 노력으로 아이들의 행방은 찾았다. 극심한 스트레스와 강박에 의해 미쳐가던 어린이집 교사가 아이들을 납치한 사건이었다.
어린이집에서 키우던 개를 통해 사건을 수사하고 그 뒤를 추적해 어린이집 교사가 아이들을 감금한 곳까지 다다른 다일은 구사일생으로 아이들을 구출해낸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맞아 기절을 한 그가 깨어난 곳은 흙 속이다. 산 채로 묻어버린 그곳에서 겨우 나온 다일.
아동실종 사건은 종결되었다. 아이들을 납치 한 교사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아이들은 무사히 집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갑자기 사라진 다일을 찾을 수 없다. 그렇게 현장에서 다일을 찾는 여울을 말리는 상섭의 행동은 기이하다. 그도 다일이 유령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역시 유령을 본다.
다일은 유령이다. 군인 시절 군 비리를 폭로한 죄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 했던 다일은 그렇게 사라졌다. 그런 그가 탐정이 되어 등장했다. 물론 유령이다. 그는 죽었지만 죽었다는 기록이 없다. 기묘하다. 그리고 그 주변 사람들은 유령을 본다. 혹은 유령을 보는 사람들이 모이게 되었다고 할 수도 있다.
<오늘의 탐정>은 유령과 유령의 대결 속에서 인간들이 그들의 편에 서서 돕는 역할을 한다. 빨간 옷을 입은 선우혜(이지아)도 유령이다. 유령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는 그 어떤 조건들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유령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울과 그녀의 동생도 봤다.
왜 보이는지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죽어가던 동생은 언니에게 그 여자를 보지도 말고 말도 듣지 말라고 했다. 그 이유는 결국 악마의 속삭임에 넘어간 자신을 탓하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청각 장애를 가진 이랑은 사회 생활이 쉬울 수 없었다. 부모와 함께 타고 가던 차가 사고가 나면서 홀로 살아남았던 이랑. 그렇게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려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어렵게 레스토랑에 취직했지만, 매니저의 상습 성추행과 협박 그리고 동료들의 왕따까지 이어지며 그녀는 궁지에 내몰릴 수밖에 없었다. 그 상황에서 선우혜를 만났는지, 아니면 레스토랑 취직 전부터 그녀를 봤는지 명확하지는 않다. 하지만 명확한 것은 마음이 아픈 이들에게 선우혜가 다가선다는 것은 명확하다.
두 죽음 뒤에 등장하는 선우혜는 분명 악한 영혼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는 죽음을 관장하는 유령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당연하게 다일은 그런 죽음을 관장하는 유령에 맞서는 존재다. 탐정이라는 직업을 통해 사건과 마주하고 그 뒤에 숨겨진 선우혜를 잡으려 노력하는 것이 다일의 목표다.
다일은 자신이 유령이라는 사실을 몰랐다. 이는 그가 사망한 지 얼마 되지 않는단 의미가 된다. 그동안 스스로 자신을 인지하지 못할 정도였던 그가 여울을 통해 인식하기 시작했다. 여울이 다일이 유령이라는 사실을 밝히자마자 사라진 것은 그의 존재와 역할이 한정되어진다는 의미다.
여울을 통해서만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 다일이라는 관계가 설정된 셈이니 말이다. 첫 회 첫 장면의 흥미로움은 시간이 흐르며 조금 옅어지기는 했다. 신선함보다는 익숙함이 자리하고, 초반 익숙해지지 않는 최다니엘과 박은빈의 캐릭터들이 몰입도를 방해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장르물이 여전히 자리 잡지 못하고 있는 한국 드라마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오늘의 탐정>은 반갑다. 신선하기 보다는 이제는 조금 식상할 수 있는 유령과의 이야기라 아쉽기는 하다. 그저 인간 탐정들의 이야기를 다뤄도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도 있다.
인간 내면의 문제까지 드러내며 이야기를 풀어간다는 점에서 이를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게 만드는 장치로 유령들을 차용했다는 점에서는 반갑다. 그 만큼 깊이 있는 이야기들을 만들어줄 수도 있으니 말이다. 유령vs유령 구도 속에 인간들이 개입하며 벌어지는 <오늘의 탐정>은 나쁘지 않은 시작을 했다. 이후 어떤 사건들이 등장하느냐에 따라 선호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다음 사건이 중요하게 다가온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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