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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 방송이야기/Broadcast 방송

우리가 '무한도전' 결방에도 행복할 수 있는 이유

by 자이미 2010. 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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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에도 예능 방송은 결방되었습니다. 김C의 표현을 빌리면 다시 한 번 그들은 '이현령비현령'했네요. 드라마나 영화들이 그 시간을 대체하며 예능만 결방되는 세상을 욕이라도 해야 할 지 모릅니다. 하지만 결방 소식에도 환하게 웃을 수 있는 버라이어티가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입니다.

무한도전이기에 가능한 믿음



보통 자신이 좋아하던 방송이 연이어 결방을 하게 되면 화도 나고 짜증도 부릴 만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무한도전>에 대한 평가는 너무 다릅니다. 천안함 침몰 정국과 더불어 MBC 총파업까지 겹쳐 언제 방송이 재개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다수의 시청자들은 그들의 결방을 웃으며 응원하고 있습니다.

무척이나 재미있는 상황이 아닐 수 없지요. 지독한 에고이스트들인 시청자들이 한없는 아량으로 재방송과 대체 방송이 난무하는 MBC와 <무한도전>에 열광적인 응원을 보내는 이유는, 단 하나의 의미 밖에는 없습니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바로 현 정권에 의해 자행되는 방송장악을 막아낼 마지막 보루가 MBC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참 재미있는 현상이 아닐 수 없지요. 과연 어떤 프로그램을 장기 결방에도 박수를 보낼 수 있을까요? 참 쉽지 않은 일인 건 분명합니다. 많은 이들은 <무한도전>이 3주 연속 결방되고 언제 본 방송이 시작될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무한 애정을 보내는 것은 단순하고 당연합니다.

낙하산 사장을 통해 언급되었던 MBC에서 당장 바꿔야 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가 <무한도전>이었기 때문이지요. 왜 그들은 버라이어티를 두려워하고 힘겨워했을까요? 그리고 대중들은 그런 <무한도전>에 왜 환호하고 즐거워했을까요?

서로 너무 다른 지점에서 만나는 진리는 '사회적 모순과 불합리함'을 이야기하는 자와 막으려는 자기 양립하기 때문입니다. 국민들에게는 시원한 이야기가 권력자들에게는 두렵고 눈엣가시 같은 존재일 수밖에는 없는 것이죠. 이런 풍자마저도 못마땅하다는 것은 그런 풍자가 우리의 현재를 진실한 시각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겠죠.

이런 반응들은 자신들 스스로도 잘못을 인정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겠지요. 고치면 되겠지만 고칠 수 없기에 가리고, 막고 없애고자 하는 강한 자기 부정 속에 휩싸인 현 정권은 주체할 수 없는 분노에 빠져있는 듯도 합니다. 뭐 하나 진실한 것은 보이지 않고 오직 자신들을 위한 정책에 올인 하는 그들에게 국민들은 단순한 도구 이상도 이하도 아닌 듯합니다.

낙하산을 앉히고 그들이 지적했던 프로그램의 담당 PD와 MC를 교체해가던 그들은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김우룡 방문진 이사장은 군사정권의 실세처럼 위세를 떨며 'MBC 사장이 큰집 가서 쪼인트 맞더니 정신 차리고 좌파 숙청에 최선을 다했다'며 과한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그들에게 아쉬운 건 2010년은 군사독재시절처럼 국민들이 폭압에 짓눌리거나 총칼이 무서워 숨죽여야 하는 시대가 아니라는 것이었겠죠. 만약 7, 80년대였다면 김우룡의 발언은 치기어린 당당함으로 회자되었을지도 모르지요. 아마도 스스로 과거로 회귀하는 정권에 자기들은 이미 그 자리에 서 있다는 자신감에 모든 이들도 그럴 것이라는 착각을 했나 봅니다. 

자기를 한없이 폄하한 김우룡 이사장을 고소하겠다며 발끈한 MBC 사장 김재철은 그가 외국으로 도망가는 걸 지켜보면서도 '고소 하겠다'만 녹음기가 반복되듯 읊어대기만 했습니다. 노조 총파업이 실행되자 불법파업 주동자는 모두 고소하겠다는 말만 남기고 파업 12일이 지난 지금까지 모습도 드러내지 않은 채 숨어 있을 뿐입니다. 

이미 자신과 함께 하는 중간 간부들까지 비루하기 그지없는 사장에게 불만을 토로하는 상황까지 이르렀습니다. 낙하산을 제대로 접어보기도 전에 서둘러 자리를 떠야하는 상황이 그에게는 당황스럽고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겠지만 그 원인도 모두 억지스러운 주장과 말도 안 되는 행동들이 빚어낸 '자중지란'에서 찾아야 할 겁니다.  

'박수도 손뼉이 맞아야 소리를 내는 법'인데 기고만장이 하늘을 찔러 막말을 일삼던 그들은 오히려 자신들이 겨누던 칼이 부메랑처럼 날아와 자신들을 옥죄고 있음을 이제는 조금씩 느껴가기 시작하는 듯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현 정권과 수구 세력들이 MBC를 장악해 언론을 자기들의 손아귀에 넣으려고만 합니다. 방송의 힘을 이용해 국민들을 우민화하고 정권 재창출에 악용하려는 그들의 야욕이 현실로 이뤄질 수는 없을 것입니다. 많은 국민들과 현장에서 바른 목소리를 내는 언론인들과 지식인들은 이 상황을 결코 묵과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지요.

대한민국 국민들은 역사적으로 많은 외침과 내침으로 고생하면서도 모두 이겨내 왔습니다. 민주화가 언급 된지 20년도 안된 나라에서 민주화가 뿌리내리기도 전에 다시 과거 독재의 그늘 속으로 들어서려는 것을 그대로 보고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함께 잘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자고 하는데 왜 그렇게 가진 자들만을 위한 나라를 만들고자 하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지요. 국민들이 선출해 관리를 맡긴 나라를 선출직 공무원들이 무소불위의 힘을 가지고 자신들에게 힘을 준 국민들을 사지로 몰아넣으려는 이런 짓거리들은 무엇이란 말인가요?
<무한도전>은 국민들이 느끼고 있는 이런 감정들을 못난 여섯 명의 멤버들을 통해 이야기해주었습니다. 그들이 보여주던 풍자 속에는 우리의 진솔한 모습들과 우리가 꿈꾸는 세상이 있었습니다. 세상의 불합리함을 웃음이라는 외피 속에 집어넣어 단순히 웃고 즐기는 소모성 웃음이 아닌, 곱씹어 흐뭇하게 웃을 수 있도록 만든 그들은 진정 우리에게 소중한 방송이었습니다. 

가장 편안한 웃음으로 삶의 진리와 인간다운 삶에 대해 이야기하던 그들이 잠시 힘겨운 현실 속에서 시청자들과 만나지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 힘겨운 투쟁의 끝에는 '함께하는 삶이 곧 진리'임을 이야기할 수 있기에 시청자들도 그들의 투쟁을 응원하고 결방마저도 환호를 보낼 수 있는 것이겠죠.

역사적인 200회 특집을 언제 볼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습니다. 언제가 될지 모를 그날 다함께 편안하게 웃을 수 있도록 그들의 투쟁과 결방의 미학을 즐길 준비는 되어 있습니다. 그들의 투쟁을 여전히 지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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