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11시간 대 예능 전쟁도 흥미롭다. 유재석과 강호동이 같은 시간대 편성되어 경쟁을 하는 상황에서 이들이 아닌 다른 프로그램이 그 시간대 왕좌의 자리에 올라있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김국진이 메인MC로 등장하니 그의 승리라고도 부를 수 있지만 <불타는 청춘>은 누구 하나를 위함이 아니라는 점에서 김국진의 승리라고 하기는 힘들다.
유재석과 강호동 부럽지 않다;
4, 50대 잊혀 진 연예인들의 행복한 여행기, 불타는 청춘은 불타고 있다
유재석의 <투유 프로젝트 슈가맨을 찾아서(이하 슈가맨)>가 정규 편성이 되면서 강호동의 <우리동네 예체능(이하 예체능)>과 경쟁 상대가 되었다. 둘의 경쟁이 비록 지상파와 케이블이라는 분명한 경계를 두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케이블을 통해 지상파까지 보고 있는 시청 환경을 생각해보면 큰 의미는 없다.
파일럿 방송에서 문제를 노출했던 <슈가맨>은 정규 편성을 받으며 보다 대중적인 방식으로 변모했다. 보다 흥미로운 상황들을 더 만들었다. 그리고 그런 대중성은 방송 후 화제성 면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성공이라고 부를 수 있다. 하지만 변별성이 부족한 그렇고 그런 토크 쇼의 아류에 속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은 이후 한계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강호동에게 가장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는 <예체능>의 경우도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는 요소들이 많다. 다양한 스포츠 종목에 도전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누가 나오느냐, 어떤 종목이냐에 따라 호불호가 확연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더욱 동일한 형태의 도전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시청자들의 연성화는 결과적으로 시청 이탈자를 유도하는 이유가 될 수밖에 없다.
현재 강호동의 유일한 프로그램인 <예체능>은 갑자기 뜨거워진 화요일 심야 예능 전쟁에 최대 희생자가 되고 있다. 8월 최대 5%대까지 올라갔던 시청률이 오락가락하다 4%대로 안정을 찾는 듯했던 이 프로그램은 <슈가맨>의 등장과 함께 3%대로 추락하고 있다. 호불호에 따라 달라지는 시청률이라는 점에서 <슈가맨>의 등장과 무관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무시할 수도 없다.
유재석의 <슈가맨>은 첫 회 1.34%에서 2회에는 1.65%까지 시청률이 올라가며 화요일 심야 예능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일단 출연한 과거 가수들에 대한 관심이 방송이 끝난 후 포털사이트를 장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게 다가온다. 그만큼 많은 이들이 <슈가맨>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보다 더 큰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원 히트 원더 가수를 소환해 이야기를 나누고 현재 주목받고 있고 성공한 작곡가들이 편곡해 현장의 일반 심사위원들의 평가를 받아 승패를 가리는 방식의 <슈가맨>은 화제성에 집중한다. 얼마나 큰 화제를 얻고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출연자를 섭회하느냐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는 점에서 효과를 보고 있지만 불안하다. 항상 그런 화제성 있는 출연자들이 나올 수 없는 게 <슈가맨>의 한계이기 때문이다. 물론 어느 시점 변화를 주면서 알아서 진화해가겠지만 불안한 것은 분명하다.
유재석과 강호동이라는 절대강자에 유명한 스타들이 대거 등장하는 두 프로그램들이 주목을 받고 화제를 모으는 것이 이상할 이유가 없다. 화제를 모으고 시청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를 던진 상황에서 주목받지 못하면 그게 문제니 말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과 달리, 10대와 20대들에게는 낯설 수밖에 없는 잊혀 진 과거의 스타들이 등장하는 <불타는 청춘>의 고공행진이다. 김국진이 <라디오스타>에 고정 MC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을 제외하면 출연자들은 낯설다. 강수지, 김완선, 양금석, 김선경, 김도균, 김동규, 서태화, 박형준 등 이름만 들어보면 알듯 말 듯 한 출연진들이 다수다.
중년이라고 불리는 그들이 모여서 여행을 가는 과정은 그저 담담하다. 그리고 요즘 청춘들의 놀이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이들을 여행기가 이렇게 높은 시청률을 기록할지 누구도 알지 못했다. 5%의 안정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며 요일을 바꿨음에도 같은 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같은 시간대 유재석과 강호동을 앞세운 프로그램들과 경쟁하고 있음에도 중년들의 불타는 이야기는 말 그대로 뜨겁기만 하다. 성공 요인이 무엇인지 몇 가지로 추려낼 수는 있지만 그것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사랑이 고픈 현실에서 솔로인 중년들의 사랑마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이야기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그럴 듯한 것은 '취향저격'이 성공한 탓이라고 볼 수도 있다.
늦은 심야시간대 청소년들의 접근이 멀어지는 시간에 혼자인 중년들이 모여 젊은 시절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다양한 형태의 여행은 같은 나이 대에 효과적으로 다가올 수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앞세운 육아 프로그램이 시대의 요구를 반영한 프로그램이듯, 중년들을 위한 프로그램들이 거의 전무한 상황에서 <불타는 청춘>은 그들을 위한 대표적인 방송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김국진과 강수지가 묘한 분위기를 내고 양금석과 김도균의 재미있는 관계 역시 기대 이상의 관심으로 다가온다. 청춘들처럼 활기차기는 어렵지만 그들의 느린 듯 하지만 열정만큼은 대단한 모습은 의외의 재미로 다가온다. 그럴 듯한 스타가 나오지는 않지만 유재석과 강호동의 프로그램과 대결을 하면서도 우위에 설 수 있다는 사실이 대단하다.
<슈가맨>이 과거의 추억을 소환하는 방식이라면 <불타는 청춘>은 말 그대로 과거의 추억이 현재에 그대로 등장해 함께 살아 숨 쉬며 소탕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노래를 부르고 여행을 간다는 점에서 전혀 다른 유형의 예능이지만 두 프로그램 모두 '과거와 추억'이라는 단어와 별개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고 과거를 소환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그만큼 현실이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응답하라 1988>이 방송을 앞두고 있다. 과거를 추억하는 프로그램들이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불타는 청춘>은 유재석과 강호동을 앞세운 프로그램들과 경쟁에서 언제까지 우위에 설지도 궁금해진다.
'취향 저격'과 함께 '과거와 추억'이라는 유행 코드를 가진 <불타는 청춘>의 강력한 힘은 현재까지도 대중문화를 이끄는 주축이 10대와 20대가 아닌 과거 그들인 중년들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세대를 만들고 대중문화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그들은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고 그들에 의해 현재 대한민국의 대중문화가 만들어지고 소비되어진다는 점에서 시청률 경쟁에서 승리한 <불타는 청춘>의 힘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Broadcast 방송이야기 > Variety 버라이어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삼시세끼 어촌편2 만재도 완전체의 재미, 진정한 완성은 이야기의 힘 (1) | 2015.10.31 |
---|---|
슈퍼스타K7 중식이 품고 자멸한 오디션, 시즌8이 어려운 이유 (0) | 2015.10.30 |
청춘FC 헝그리 일레븐 종영이 남긴 것은 무엇인가? (0) | 2015.10.26 |
무한도전 바보전쟁 세상 모든 헛똑똑이들에게 던지는 바보들의 외침 (0) | 2015.10.25 |
삼시세끼 어촌편2 참바다 유해진이 보여준 우리 시대 아버지의 무게 (0) | 2015.10.2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