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악당 길태미가 이방지가 된 땅새에게 무너지고 말았다. 모두가 바라보는 저자거리에서 벌어진 이방지와 길태미의 승부는 강력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그동안 사극에서 보여주던 무술 장면과도 달랐던 그들의 대결이 정말 특별했던 것은 길태미의 분노였다.
길태미 처참한 최후;
고려 말 가장 악랄하고 강했던 악당 길태미의 마지막, 변하지 않는 진리가 섬뜩하다
고려 말 거대한 권력을 가지고 세상을 호령하던 도당 3인방의 운명은 거센 바람 앞의 촛불과 같았다. 거세게 흔들리던 촛불은 바람을 이겨내지 못하고 그렇게 꺼질 수밖에 없었다. 모든 이들에게 땅새가 아닌 이방지의 등장을 알린 저자거리 승부는 그렇게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알리는 승부였다.
모두가 겁을 먹고 감히 길태미 앞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사이 이방지는 당당하게 그 앞에 나섰다. 그리고 길태미는 자신의 앞에 등장한 인물이 그토록 찾고 싶은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그들의 피할 수 없는 승부는 시작되었다. 치열한 공방이 이어지는 순간 이방지는 길태미를 무너트렸다.
세상 그 어떤 무사 앞에서도 무릎 꿇은 적이 없었던 길태미가 저자거리에서 알려지지 않은 무사 이방지에게 당했다. 결코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길태미가 무너지자 백성들은 돌멩이를 던지며 분노했다. 자신들을 억압하고 탄압했던 권력에 대한 분노는 그렇게 터지기 시작했다.
"약자는 강자에게 짓밟히는 거야. 1,000년 전에도 1,000년 후에도 약자는 강자에게 빼앗기는 거야"
"강자는 약자를 병탄한다. 강자는 약자를 인탄 한다. 이것만이 변하지 않는 진리야"
이방지에게 당하고 무너진 길태미는 분노하는 백성들 앞에서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에게는 거침이 없었다. 약자는 강자에게 밟힐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발언은 진리일 수밖에 없다. 1,000년 전에도 1,000년 후에도 그 진리를 변할 수 없다는 길태미의 분노가 단순한 외침으로 다가오지 않는 이유는 명확하다.
과거도 그렇지만 현재도 아무것도 없는 서민들은 모든 것을 가진 자들에게 수탈을 당하고 살아간다. 이른 견제하고 모두가 잘 살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국가의 책무이지만 위정자들 역시 힘없는 약자들을 탄압하기에만 여념이 없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강자는 약자에게 빼앗아 삼키고, 짓밟고 빼앗는 행위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으니 길태미의 "변하지 않는 진리"라는 말에 수긍을 할 수밖에는 없다. 강자가 약자를 짓밟지 약자가 강자를 짓밟느냐는 길태미의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 속에 얼굴이 불거지며 놀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우리 스스로도 이를 알면서 외면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상대적으로 자신이 힘이 타인보다 강하면 부정하면서도 자연스럽게 그런 병탄과 인탄을 하는 것이 우리이기 때문이다. 이 한심한 현실 속에서 이방지가 길태미에게 마지막 칼을 휘두르기 전에 던진 "강자는 약자를 병탄하지 이렇게..."라는 말을 던졌다.
이방지의 이 발언은 당연하다. 이방지의 강자는 분노한 백성이고 약자는 타락한 권력자들이다. 그런 점에서 힘을 키운 백성들이 부패한 권력을 무너트려야 한다는 그의 분노는 당연하다. 강한 자가 아닌 나쁜 자가 약한 자를 짓밟는 것이 현실이다. 모든 강한 자들이 약한 자를 짓밟지는 않기 때문이다. 물론 그 비율이 형편없기 때문에 길태미가 당당하게 진리라고 외칠 수 있는 이유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홍인방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기 전까지 고려에는 희망이 없다고 외쳤다. 맹자를 부정하며 그가 이야기 한 '인의'에 대한 부정은 일면 타당하기는 하지만 위정자들의 변명일 뿐이다. 친일파들이 홍인방의 이 발언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 기회주의자의 변명이 그들의 현실이기도 하니 말이다.
죽기 전 홍인방에게 정도전은 고려를 믿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새로운 나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마지막 가는 길에 홍인방으로서는 자신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정도전의 그 발언이 뒤늦은 후회로 다가왔을지도 모른다. 흔들리는 그가 정도전을 먼저 만났다면 그 역시 이 혁명에 가담했을지도 모를 일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뒤늦은 후회는 변명이 될 수는 없는 일이다.
모든 것이 순리처럼 흘러갈 것으로 기대되었지만 그렇게 권력이란 호락호락하지 않다. 숨죽인 이인겸은 최영을 움직인다. 그리고 순군부에 잡혀있던 적룡을 이용한다. 적룡에게 찾아온 한 노파가 내민 표식은 <육룡이 나르샤> 초반부터 등장하던 의문의 표식이다.
은밀하게 거대한 권력을 움직이는 그들이 다시 세상에 등장했다. 적룡은 최영에게 자신이 적어놓은 비밀 장부를 드러냈다. 그 안에는 그동안의 흐름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최영은 그 내용을 보고 분노했다. 자신이 철저하게 당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성계가 분노하지 않고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은 정도전이 그리는 세상이 무엇인지를 알았기 때문이다.
최영을 쳐야 한다는 정도전의 발언에 분노했던 이성계는 이방원의 부탁으로 정도전이 생각하는 새로운 세상을 듣기 시작한다. 새로운 세상의 시작은 토지 개혁부터라는 정도전의 발언 속에 최영은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권문세족인 최영이 이런 토지 개혁에 동참할 수 없다는 확신이 만든 결과는 대립일 수밖에 없었다.
권문세족으로 살아왔던 최영이 다른 이들과 달리 대단한 존재라는 것만은 분명하지만 그 역시 그 범주에서 크게 벗어날 수는 없었다. 그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이인겸에게 무한 권력을 주었다. 대의를 위해서 이인겸의 행동에 그렇게 침묵하는 순간 모든 부패는 커졌다.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는 그 무엇도 할 수 없다는 확신은 이성계가 최영의 제안을 거부하는 이유가 되었다. 이성계가 정도전을 쳐내면 자신 역시 이인겸을 제거하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이미 분명한 의지가 생긴 이성계에게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이성계와 최영은 다른 배를 타고 서로 대립하는 관계가 되고 말았다.
위화도 회군과 함께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 되는 최영. 거대한 부패의 고리를 끊고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이성계와 정도전. 그리고 자신의 몸 속에 자라고 있는 벌레를 애써 외면한 채 열망을 키우는 이방원. 드라마가 만들어낸 이방지와 분이, 연희가 이끌 그 거대한 흐름이 반갑기만 하다.
길태미는 이방지라는 거대한 존재를 만들고 사라졌다. 이방지라는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그 대단한 존재는 정도전의 야망과 함께 했고, 최고의 연기를 선보인 박혁권은 길태미를 내려놓고 이제는 쌍둥이 형인 길선미로 남겨졌다. 가상의 존재인 그가 어떤 역할을 할지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수많은 이들을 통해 역사가 모두 기록하지 못한 공백을 채워내고 있다는 점에서 반갑고 흥미롭기만 하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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