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룡이 나르샤 20회-천호진 눈빛 연기로 재현한 위화도 회군, 2막은 시작되었다

이성계와 최영이 서로 적이 되는 계기가 된 '위화도 회군'은 고려의 멸망과 조선의 건국으로 이어지게 한다. 그 역사적 현장을 담은 <육룡이 나르샤>는 이를 통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국가란 무엇이고 정치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를 일깨우고 있다. 

 

태조 이성계의 시작;

위화도 회군에 담긴 가치, 우리 시대 정치 현실을 이야기하다

 

 

 

최영은 대의를 위한 선택이라 한다. 우왕은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전쟁을 통해 변화를 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듯하다. 백성이 도탄에 빠져 있어도 상관도 하지 않은 왕은 대의명문을 앞세워 전쟁으로 모든 것을 타파하려 한다. 백성들이 죽어도 상관없다는 최영의 강박이 만들어낸 '요동 정벌'은 결국 이성계에게는 '방아쇠'가 되었다.

 

새로운 나라의 왕이 되어달라는 정도전의 부탁에도 자신의 가족이 우선이라는 이성계는 부담스러웠다. 자신의 가족을 지키는 일이라면 모를까 백성들을 모두 지킬 자신은 없었기 때문이다. 한 나라의 왕이 된다는 것은 그만큼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성계의 선택은 당연하게 다가온다.

 

언제나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 그리고 그 기록의 사이사이 빈자리를 채우고 차이를 분석하며 새로운 해석을 내놓는 것은 후대의 일이다. 언제나 승자의 얼굴만 존재하지만 후대인들은 그렇다고 승자만 바라보지는 않는다. <육룡이 나르샤>는 분명 승자인 이성계와 조선을 그리고 있다. 고려 말 부패한 권문세족과 무능한 왕은 당연하게도 새로운 국가를 염원하는 이유가 될 수밖에 없다.

 

태평성대에 혁명은 나오지 않는다. 혁명이 나오는 것은 그만큼 그 사회가 불안하고 병들어 있기 때문이다. 고려 말 수많은 백성들은 굶주렸고 권력자들에게 탄압을 당해야만 하는 불쌍한 존재였다. 그들 스스로 일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도전은 새로운 나라를 꿈꿨다. 그리고 그런 새로운 역사의 시작은 강력한 군사력을 가진 이성계와 함께 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꿈이었다.

 

 

최영이 우왕을 설득해 준비한 '요동 정벌'은 대의명분이 존재한다. 과거 고구려의 뒤를 잇는 고려가 요동을 정벌하고 명과의 사대를 끊어내겠다는 의지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무모한 전쟁은 결국 모든 것들을 무너지게 만들 뿐이다. 최영이 이런 선택을 한 것과 관련해 <육룡이 나르샤>는 거대해지는 이성계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한 하나의 정치적인 술수로 묘사하고 있다.

 

도당 3인방을 축출한 상황에서 이성계와 정도전의 영향력을 커졌다. 최영으로서는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강력한 힘에 부담을 느꼈을 수도 있다. 더욱 실각한 이인겸을 지지했던 최영으로서는 이성계의 급부상은 부담일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군인인 이성계를 무너트릴 수 있는 묘책은 바로 '요동 정벌'이었다.

 

대의명문이 명확한 '요동정벌'에 대해 이성계가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던 최영은 그렇게 전장을 준비하고 시작했다. 문제는 최영의 대의명분에 도탄에 빠진 백성의 아픔은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국가주의에 매몰되어 국민들의 고통이나 희생을 당연시하는 위정자들의 모습이 최영에게도 그대로 투영되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최영 자신의 청렴결백하지만 그의 무조건적인 국가주의는 결국 스스로를 올가미로 엮는 이유가 되었다.

 

위화도로 향하기 전 정도전은 정변을 요구했다. 최영을 체포하고 이를 통해 왕을 위협해 '위화도 정벌'은 없던 일로 만들겠다는 정도전의 제안에 대해 이성계는 자신은 평범한 존재일 뿐이라고 거부했다. 흑마가 달리며 준비된 이들이 정변을 통해 도탄에 빠진 현실을 바로잡고자 했던 대의는 백마의 출현으로 모든 것이 무산되고 말았다.

 

 

국가 자체가 불안한 상황에서 장정들을 전국에서 징집하고 그들을 요동으로 이동하게 하는 이 원정은 결국 모두를 위한 전쟁이 아닌 위정자들을 위한 전쟁일 수밖에 없다. 권문세족들에 의해 엉망이 되어버린 고려. 그 모든 피해는 결국 백성들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삼한에서 5만의 군사를 만들어 전쟁을 하는 것이 과연 무엇을 위한 전쟁이냐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원과 손을 잡고 명을 잡는다 한들 우왕이 호기롭게 외치던 "사대를 끊을 수 있다"는 말이 허무하게 들리는 이유는 명확하다. 명을 무찌르고 원과 함께 전쟁에서 승리한다고 한들 당시 고려가 거대한 중국의 새로운 국가들과 싸워 이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사대를 당연하게 여길 수도 없지만 작고 약한 나라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은 깊어져야만 한다. 

 

"이것으로 나의 꿈이 끝나는 것인가"

 

"이것으로 백성의 참화가 시작되는 것인가"

 

"드디어 이렇게 혁명이 시작되는 것인가" 

 

'요동 정벌'과 관련해 세 명의 용들은 서로 다른 생각들을 한다. 정도전은 새로운 국가에 대한 꿈이 좌절될 수도 있음을 고민했고, 이성계는 백성의 참화가 시작되는 것을 두려워했다. 어린 이방원은 혁명에 대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서로 다른 그들의 시선은 곧 그들의 성격을 명확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중요하게 다가온다.

 

 

최영은 '요동 정벌'을 시작하며 이성계의 가족들을 모두 가둬두었다. 인질이 되어버린 이성계의 가족은 결국 이성계가 가족 중심의 사고에서 보다 넓은 가치관과 꿈을 가지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군인으로서 아직 군주로서의 마음 자세가 갖춰지지 않았던 장군 이성계는 그렇게 요동을 향해 진격했다.

 

압록강에서 폭우가 계속 내리지 않았다면 이성계는 과거 요동을 정벌했던 것처럼 다시 정벌했을지도 모른다. 명의 땅이 되어버린 요동 정벌은 결국 명과의 전면전이라는 점에서 지속적으로 전쟁의 시작이 될 수도 있겠지만 고구려의 위상을 이어간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가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폭우로 인해 압록강을 건너지 못하고 수백 명의 사상자가 나오고 도망자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이성계는 회군을 간청했다. 하지만 최영은 조정을 압박해 무조건 압록강을 건너도록 지시했고, 그런 교지를 받는 날 도망자와 마주한 이성계는 더는 참을 수 없는 분노에 폭발한다.

 

그동안 움추려 있던 분노가 폭발하며 이성계는 고려의 장수가 아닌 조선의 초대 왕인 태조 이성계가 되는 순간을 맞이한다. 웃기는 존재 정도로 머물던 무휼은 처음 참가한 전장에서 진정한 장수로 성장했다. 자신의 동생들이 죽음 앞에 내던져지고 이런 상황에서 무모하게 죽음을 강요하는 위정자들의 모습에 분노하며 무휼은 진정한 무사로 거듭났다.

 

 

'위화도 회군'은 결국 최영과 이성계의 정면 승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고려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최영과의 대결은 결국 승자가 고려의 최고 권력자가 되는 것과 다름없다. 왕은 존재하지만 권문세족보다 못한 존재로 전락한지 오래다. 그저 명분만 존재하는 왕보다 실질적인 권력의 중심에 서 있는 최영과 이성계의 대결은 무모한 원정 전쟁으로 시작되었고 그 끝을 볼 수밖에 없게 되었다.

 

<육룡이 나르샤>가 다루는 역사에는 당시를 살아갔던 백성들에 대한 시선이 강렬하게 담겨져 있다. 위정자들의 정치 게임이나 전장에서 적을 무찌르는 장수들의 호쾌함보다는 백성들의 가치에 더욱 큰 방점을 찍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모든 의사 결정과 그 당위성에는 '백성'이 존재한다. 물론 이후 본질이 호도되어 역사의 오점이 찍히는 경우들도 있지만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지속적인 이야기는 이 드라마가 무엇을 위한 것인지를 명확하게 해준다.

 

작은 울타리 속 가족을 품던 이성계에게 좀 더 큰 의미의 가족들을 보살피는 왕이 되기를 바라는 정도전. 그들이 꿈꾸는 나라는 백성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 나라다. 과거를 통해 현재를 바라보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사극이라는 장르다. 수많은 사극들이 지속적으로 만들어지는 이유 역시 과거의 역사 속에 현재가 있고 미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육룡이 나르샤>에 등장하는 권문세족들과 도당 3인방의 이야기는 낯선 존재들이 아니다. 현재 위정자들의 모습을 보면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과연 무엇을 위한 존재들인지 의아하게 생각되는 일들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국가는 있지만 국가의 역할과 존재 가치가 실종되어버린 현실에서 이 드라마는 바로 그 '국가'와 '백성'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