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륜에 이어 토지문제를 고민해왔던 조준까지 등장했다. 이들이 모두 이방원을 왕으로 추대했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정도전으로서는 거대한 꿈을 꾸고 준비하며 만들어내기는 했지만, 하륜과 조준 등 이방원을 추종하던 이들로 인해 허무한 최후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조준의 등장이 마냥 즐겁지는 않다.
분이가 꿈꾸는 세상;
백성을 위한 나라는 그 어느 곳에서도 존재하지는 않았다
하륜에 의해 조민수와 이색, 그리고 대비마마까지 이성계와 적이 되었다. 이성계의 독주를 막고 싶어 했던 조민수와 권문세족, 왕족까지 하륜의 들썩임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이인겸을 팔아 이성계를 막고 창왕을 옹립함으로서 분명한 존재감을 드러낸 하륜은 그렇게 전진하기 시작했다.
뒤통수를 맞은 정도전은 이인겸의 먼 친척이면서도 이런 일을 해낼 수 있는 자를 추리하다 하륜에 다다른다. 모든 사건의 중심에 있지만 보이지 않던 하륜. 철저하게 역사의 중심에 서고 싶어 했던 하륜은 조민수를 찾아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것에 큰 관심을 보였다.
정도전 역시 하륜이 책략가로서 명성을 쌓기 위해 판을 흔들려 했음을 알고는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하지만 이런 상황들은 결국 조선 개국 후 정도전과 하륜의 전혀 다른 길을 생각해보면 명확해진다. 하륜이나 정도전 역시 조준을 찾기 시작한다.
하륜의 모든 행동은 철저하게 정치적인 움직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철저하게 자신의 명예와 안위에만 집착하는 탁월한 기회주의자인 하륜이라는 인물은 어느 시대에나 존재한다. 학식이 뛰어나다고 해도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는 그런 존재가 결국 성공한다는 사실은 우리 시대의 위정자들을 보는 듯해서 섬뜩하기까지 하다.
조준이 꿈꾸는 세상은 곧 정도전이 원하는 세상이었고, 그런 점에서 정도전은 조준이 중요했다. 조준은 세상을 돌아다니며 토지를 조사했다. 그리고 그 토지를 백성들에게 모두 골고루 나눠주겠다는 생각은 정도전을 뜨겁게 만들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조준은 조선 건국과 함께 정도전과 반대 입장을 표하며 이방원의 왕위를 돕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하륜과 조준은 이방원의 강력한 존재로 자리할 예정이다.
권문세족의 땅을 빼앗아 백성들에게 모두 나눠주겠다는 조준의 고민을 함께 풀어가자는 정도전은 그를 이성계 앞으로 데려간다. 이성계와 함께 새로운 세상을 만들자는 정도전의 제안에 술에 취한 조준은 이성계에게 자신에게 무릎을 꿇어 보라고 요구한다.
조준의 이런 행동에 분노한 이성계에게 개혁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존재라고 말하는 정도전. 이성계는 자신에게 당혹스러운 제안을 한 조준에게 다시 찾아가 자신에게 무릎을 꿇으라고 한다. 자신은 이미 한 차례 무릎을 꿇은 적이 있고, 그 과정에서 자신은 그를 배신하고 죽였다고 했다. 하지만 자신에게 무릎을 꿇은 이에게 결코 배신한 적이 없다는 이성계의 패기는 조준을 움직였다.
모든 백성들에게 골고루 땅을 나눠준다는 계민수전은 가능할까? 이를 적극적으로 원했던 정도전, 그리고 이성계와 조사와 계획까지 갖췄던 조준까지 존재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조선을 개국하고 자신과 가족, 개국공신들의 땅까지 모두 빼앗아 백성들에게 나눠주겠다는 계민수전은 현재까지도 불가능한 도전으로 남겨진 셈이다.
강자는 강자를 알아본다고 이성계의 강력한 한 방에 조준은 그의 편에 선다. 물론 역사에서 기록된 내용과는 다른 에피소드가 드라마를 위한 재미로 만들어진 것이기는 하지만 흥미롭게 다가온 것만은 사실이다. 이성계 곁에 정도전에 이은 조준까지 함께 하며 그의 개혁 드라이브는 강력해지기 시작했다. 하륜까지 가세하며 조선을 개국하는 길을 열게 된다는 점에서 이들의 만남은 흥미롭다.
정전제를 주창하는 조준의 등장으로 인해 고려 귀족들은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권문세족들의 숨겨진 비리까지 모두 조사한 조준으로 인해 위기감을 느낀 그들에게는 하륜이라는 인물은 더욱 중요해졌다. 권력에 대한 탐욕이 누구보다 강했던 하륜으로서는 마음속의 벌레들을 키우고, 불안을 증폭시켜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드는 것에 탁월한 능력을 가진 그의 행동은 역사를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조준의 개혁안을 담은 문서를 쟁취하기 위한 정도전과 하륜의 대결에서 이방원은 흑첩들에게 붙잡혀 끌려가고 비밀의 장소에서 하륜과 대면을 하게 된다. 그렇게 하륜은 이방원의 관상을 보고 그를 왕으로 추대하게 된다는 점에서 이방원과 하륜의 만남은 중요하게 다가온다.
이방지와 무휼이 조준이 숨겨둔 자료를 찾기 위해 자객들과 싸우고 있는 와중에 길태미의 쌍둥이 형인 길선미가 등장했다. 역사에는 존재하지 않는 최고의 검객인 그가 다시 세상에 등장한 이유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왜 그가 하륜의 패거리를 구하기 위해 등장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저 지나가다 벌어진 살생을 멈추기 위함이었을 가능성이 높지만 길선미의 등장은 이방지와 무휼을 더욱 성장시킬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반갑다.
땅새였던 어린 소년을 이방지로 만든 일등공신 중 하나였던 길선미가 다시 그 앞에 섰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만남이니 말이다. 역사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육룡이 나르샤>에서는 너무나 중요한 이들은 하륜과 조준의 등장보다 더 흥미롭게 다가온다.
분이가 꿈꾸는 세상은 단순하다. 아무 것도 가진 적이 없던 백성들이 작지만 자신의 땅을 가지고 평범하게 살고 싶은 게 전부다. 권력을 가진 자들에 의해 토지를 빼앗기고 그들에 의해 억압된 삶을 살아야 했던 분이는 분노했다. 그리고 정도전의 편에 서서 세상을 바꾸고자 했던 이유 역시 단순하고 명쾌했다. 사람들과 고향으로 돌아가 자신의 땅을 일구며 평화롭게 사는 것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분이가 꿈꾸는 세상은 여전히 요원하다. 그 수많은 시간이 흘러도 영원히 풀어내지 못한 꿈이다. 그리고 현대 사회에서는 더욱 가질 수 없는 꿈이 되었다. 작은 복지 하나만으로도 비난을 하는 위정자들의 위태로운 사고 체계 속에는 고려 말 도당을 움켜쥐었던 도당 3인방의 그림자만 강하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방원을 도와 왕자의 난을 평정하고 권력의 중심에 서게 되는 하륜과 조준의 등장도 흥미롭다. 자신의 마음속에 벌레가 꿈틀거리던 이방원을 부추겨 그를 왕으로 만드는 이들은 분명 탁월한 책략가들이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의 열망처럼 그를 왕으로 만들어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백성들을 위한 꿈은 사멸되어 있을 뿐이었다.
조선의 3대왕 태종이 되는 이성계는 자신의 야망을 위해 두 번의 왕자의 난을 일으켜 왕이 되었다. 그리고 그는 많은 개혁을 일궈내기도 했다. 물론 정도전이 꿈꾸었던 세상까지 이르지는 못했지만 세종대왕이 일군 태평성대의 근간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그를 폄하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자신의 꿈을 위해 이방원은 스승인 정도전을 죽이고 이성계에게 죽는 날까지 분노를 받으며 살아야 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이방원은 이성계가 크게 믿고 의지했던 두 명인 정도전과 정몽주를 죽인 이가 바로 그라는 점에서 흥미롭기만 하다. 고려를 유지시키려던 정몽주와 조선을 개국한 일등공신인 정도전을 모두 죽인 인물이 이방원이라는 점은 역사의 아이러니로 다가온다.
<육룡이 나르샤>에는 역사적 인물만이 아니라 가상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 드라마가 이야기하고 싶은 가치들은 역사적 존재가 아닌 작가들이 만들어낸 인물들 속에 있다. 그들이 꿈꾸는 세상이 곧 작가가 드라마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분이의 꿈은 작가가 세상에 외치고 싶은 가치이기도 하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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