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경악하게 했던 도화전 반란이 끝난 후 모두가 두려워하는 '무명'이 전면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오래 전부터 소문으로만 들리던 그 '무명'이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나섰다. 조민수가 제압된 후 이성계까지 제거하려했던 '무명'은 정말 이방원을 위해 움직인 것일까?
홍대홍과 비밀조직 무명;
무명에 의해 대치점을 찍게 된 정몽주와 정도전, 작가는 왜 비밀조직에 집착할까?
'무명'은 훗날 '밀본'이 되는 것일까? 두 조직은 모두 작가가 만든 존재다. 그런 점에서 실체가 없지만 작가가 만들어가는 세상에서 이들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 비밀조직은 세상을 실질적으로 이끌어가는 보이지 않는 힘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무명의 전면적인 등장은 <육룡이 나르샤>를 더욱 흥미롭게 만들고 있다.
<뿌리깊은 나무>의 전편이 된 <육룡이 나르샤>는 결국 조선의 세 번째 왕인 태종과 세종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앞선 드라마가 세종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고 갔듯, 현재 방송 중인 작품은 태종이 되기 전인 이방원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그리고 그들의 곁에는 비밀조직이 함께 하고 있다는 점에서 '무명'은 중요하게 다가온다.
정도전과 이성계가 그토록 아꼈던 정몽주를 선죽교에서 죽인 이는 이방원이다. 그리고 왕자의 난을 통해 자신의 스승이었던 정도전 역시 제거한 것이 바로 이방원이다. 그런 점에서 오늘 방송 말미에 등장한 장면은 그 모든 균열이 시작되고 있음을 알리는 징후였다.
정몽주와 정도전이라는 당대 최고의 존재들을 모두 제거하고 개인적인 비리를 일삼았던 여우같은 하륜을 선택한 이방원의 모습이 과연 어떤 식으로 만들어질지 궁금해진다. 조민수가 이성계에 의해 제거되고 고려의 마지막 왕이 그에 의해 추대된 후 새로운 국가로 나아가는 과정을 담는 드라마. 그 시작은 작가의 상상력과 역사적 사실이 함께 어울려져 만들어지고 있다.
조민수 일파를 제압한 이성계를 살해하려 한 인물이 갑자기 등장했다. 이성계와 조민수 싸움에서 승자를 제거하는 것이 바로 '무명'의 의지였다. 죽어도 그만이고 살아난다면 그 어떤 가치를 품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그들에게 이상할 것이 없다.
책략가가 권력은 아니지만 절대적인 존재를 움직인다는 점에서 '무명' 조직 역시 그들과 유사하다. 전체 판을 읽고 필요한 인물들을 이용해 자신들이 원하는 세상을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이다. 천운을 타고난 이성계는 그렇게 고려를 멸하고 조선을 건국했다. 그 과정에서 작가는 보이지 않는 비밀조직 '무명'이 움직이고 있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밀본'의 3대 본원인 가리온 정기준을 생각해보면 비밀조직 '무명'은 한 뿌리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태종의 아들인 세종 시절 등장한 정기준과 조선 건국 전 비밀조직 '무명'이 어떤 식으로 연결될지 알 수는 없지만 같은 작가의 두 작품을 관통하고 있는 비밀조직이 다를 수는 없다. 그런 점에서 시청자들을 섬뜩하게 했던 '밀본' 가리온에 이어 반전의 인물 역시 기대하게 한다.
이인겸을 선택해 실질적인 지배자가 되었던 비밀조직. 그리고 그들은 조선의 선택도 도왔다. 과연 이들은 누구일까? 고려 최고의 권력이라는 이인겸마저 두려워했던 그 조직의 정체는 결국 모두 밝혀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 비밀조직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으니 말이다.
을사년 노국공주의 죽음 후 공민왕이 지목했던 비밀조직. '무명'을 잡겠다며 궁인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방지와 분이의 어머니인 연양이 자결했다고 한다. 물론 실제 죽음이 아닌 궁을 빠져나가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선택했다는 점에서 그녀는 여전히 살아 있다고 볼 수 있다.
길선미가 합류해 있는 '무명'은 초영도 두려워한다. 지재상인들 모두가 그 비밀조직을 알고 있고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비밀조직은 거대한 힘을 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고려에서 가장 많은 정보들을 알고 있다는 초영과 적룡마저 두려워하는 '무명'은 이제 조금씩 그 정체를 드러내려 하고 있다.
'무명'은 왜 가짜 서찰을 통해 육룡 중 4명을 한 장소에 모이도록 했을까? 모필을 하면서까지 이들을 조준의 자료가 있는 곳으로 모두 모이게 한 것은 새로운 권력의 핵심이 누구인지를 드러내도록 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역사는 이방원이 정몽주와 정도전만이 아니라 왕자들까지 모두 제거하고 왕이 되었다고 적고 있다. 그리고 그 거대한 권력을 가진 부인의 집안사람들까지 제거한 이방원을 위한 마지막 한 수는 바로 그 서찰을 통해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가장 치명적인 반격. 그 또한 가장 치명적인 자가 그곳으로 갈 것이요. 그 분의 뜻이지요. 이 밤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방원과 분이, 정도전과 무휼은 서찰을 받고 조준이 조사한 자료들을 숨긴 곳으로 향했다. '무명'은 분이와 이방원, 정도전에게 서찰을 보냈다. 물론 조준의 서체를 모필해서 보낸 이 서찰을 보고 그들은 그곳으로 향했다. 한 곳에 모인 그들은 이 상황이 두렵기만 하다.
'무명' 조직에 몸담고 있는 길선미가 적룡에게 한 대사는 그래서 흥미롭다. 판을 모두 읽고 있는 그들은 이후 어떤 상황들이 벌어질지 알고 있었다. 정도전과 이성계가 꿈꾸는 세상에 가장 치명적인 반격을 가할 치명적인 자가 육룡 중 4명의 용이 모인 자리에 찾아가게 만든 것은 이방원을 위한 선택으로 그려지고 있으니 말이다.
토지개혁을 기본으로 한 대대적인 개혁을 꿈꾸는 정도전. 그리고 그런 그의 개혁에 동참한 정몽주는 새로운 나라를 만들고 이성계를 왕으로 세우는 것에 동참할 인물은 아니다. 그가 생각하는 개혁은 고려라는 나라에서 세상을 바꿔나가는 것일 뿐이다.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는 정몽주를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그 모든 것이 진두지휘되는 장소로 보낸 것은 명확한 이유 때문이다. 정몽주와 정도전이 대립을 하도록 만들기 위함이다. 그 균열은 결국 고려의 몰락을 부추기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게 한다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토지개혁을 하려는 정도전을 왜 '무명'은 막아서고 있을까? 이인겸을 선택해 고려를 지배해온 그들. 그들이 지배한 고려 말은 최악의 부패가 가득한 공간이었다. 그렇다면 '무명'은 무엇을 위한 조직인가에 대한 의문을 품게 한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현대 사회를 지배하는 거대한 부의 권력과 유사한 조직인가? 하는 의문 말이다.
현대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가문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비밀조직이라고 불리는 존재들도 있다. 보이지 않는 손은 세상을 지배하고 그들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본다. 그럴 수밖에 없음은 시간이 흐르며 더욱 명료해지는 느낌이다. 국가주의와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린 현대 사회에서도 그 모든 권력을 움직이는 거대한 비밀 조직은 있다. 그런 점에서 '밀본'과 '무명'으로 드러나는 비밀조직은 흥미롭다.
홍대홍은 과연 <육룡이 나르샤>의 가리온이 될 수 있을까?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홍대홍이라는 인물이 길태미를 비롯한 당대 최고의 무사의 스승이었다. 물론 무휼의 스승이기도 하다.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그가 무술을 그렇게 잘하지 못하는 인물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최고의 무사들의 스승이면서도 스승 대접을 받지 못하는 홍대홍은 흥미롭다.
재미를 위한 존재로 보기에는 그가 역사적 현장에 밀접하게 다가서 있다는 점이 이상하다. 그저 사기꾼이라면 가별초까지 들어서게 만들 이유는 딱히 없으니 말이다. 그리고 당대 최고의 무사들의 스승이라는 점에서도 홍대홍은 특별한 존재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밀본'이 그랬듯 '무명' 역시 일상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조직일 뿐이다. 은밀하게 움직이며 세상을 지배하지만 보여 지는 그들은 평범한 일반인의 모습이라는 점에서 홍대홍 역시 '무명' 조직의 수장이거나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인물일 가능성은 그만큼 높다.
작가는 비밀조직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궁금하다. 결국 <육룡이 나르샤>의 주제 역시 그 비밀조직에 있을 것이니 말이다. 작가가 비밀조직을 은밀하게 하지만 전면적으로 내세우며 하고자는 이야기는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이다. 거대한 역사 속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뭔가를 창작의 힘으로 되살려 현재를 돌아보게 만드는 <육룡이 나르샤>는 2016년 본격적인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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