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숨죽여왔던 존재가 모두를 경악스럽게 하며 '추적자'는 더욱 흥미로운 상황으로 접어들었습니다. 대한민국 사회를 단순화시킨 4개의 층위를 교묘히 배치하고, 그 복수의 역할을 일반인이 아닌 형사를 선택한 것 역시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 사회의 모순과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추적자'는 그래서 흥미롭기만 합니다.
스스로 중재를 자임한 신혜라, 그녀 역시 탐욕의 희생양이 될 수밖에는 없다
그동안 강동윤 의원의 비서로서 철저히 그림자 역할만 하던 신혜라가 숨겨뒀던 발톱을 꺼내기 시작했습니다. 강동윤이 완벽한 승기를 잡았고, 서회장은 자신의 몰락을 걱정할 정도로 두려운 순간 예상하지도 않았던 신혜라의 등장은 상황을 새롭게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강동윤의 범죄사실과 그가 어떤 존재인지를 잘 알고 있는 백홍석은 진짜 나쁜 놈을 덜 나쁜 놈들과 손을 잡기로 합니다. 그리고 신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가지려는 순간 강동윤 측에서는 신혜라를 범인으로 이용해 전세를 역전시켜 버립니다.
사건의 경과와 법정 살인을 한 백홍석 등을 생각해 보면 신혜라가 중형을 선고 받거나 하는 일은 있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비록 자신이 하지도 않은 일을 강 의원을 위해 뒤집어 써야 한다는 사실이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그녀에게 이 정도 시련은 보다 큰 야망을 위해서는 당연한 일이라 자신합니다.
검찰이 자신을 꼬리라 지칭하며 수사를 해도 그녀에게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자수를 하기 전에 짜두었던 시나리오대로 하게 된다면 그녀가 오랜 시간 검찰 조사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더욱 강 의원은 결코 자신을 버릴 존재가 아니라는 확신도 한몫했습니다.
신혜라의 이런 막연한 믿음은 강 의원의 전화 한 통으로 산산조각 나고 맙니다. 강 의원은 자신의 권력욕으로 인해 혜라를 무참하게 버리고 대통령 임기 이후를 이야기했기 때문입니다. 강 의원에게는 대통령만이 아니라 부인을 이용해 한오그룹마저 차지하려는 야욕을 가지고 있었기에 혜라를 희생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부인인 서지수가 희생해 정공법으로 나갈 것을 요구했던 혜라와 달리, 혜라를 희생하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강 의원에게는 선택은 단순했습니다.
강 의원은 자신을 신처럼 따르는 혜라를 이용해 서 회장을 몰락시키기 위해 그녀에게 횡령 혐의까지 만들어버립니다. 당황한 혜라에게 "생각은 선택지가 있을 때 하는거야"라는 말로 지수의 모든 죄를 혜라의 몫으로 돌려버린 강 의원의 선택은 곧 자신의 몰락을 가져올 수밖에는 없게 되었습니다.
아버지가 한오그룹에 의해 철저하게 배신을 당했었고, 이번에는 자신이 강 의원에 의해 짓밟히는 존재가 되었다는 사실은 그녀의 본능을 자극하게 했습니다. 믿었던 강 의원이 이렇게 자신을 철저하게 짓밟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그녀가 느끼는 배신감은 그 무엇보다 컸습니다. 자신이 살기 위해서는 그들의 먹잇감이 아니라 그들을 자유롭게 이용하는 존재가 되어서는 안 되었기 때문입니다.
백 형사의 마지막 분노마저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만들어버린 강 의원은 정말 잔인하고 파렴치한 정치인의 전형이었습니다. 분노에만 쌓여 있던 백 형사에게 강 의원의 철저한 전략은 감당할 수 없는 논리였기 때문입니다. 이미 모든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던 강 의원에게 백 형사의 분노는 오히려 상황을 역전시켜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기에 적합했으니 말입니다.
마지막 문제라 생각했던 백 형사마저 총상을 입고 죽은 것이라 확신한 강 의원에게 이젠 거칠 것이 없었습니다. 모든 것을 다 차지한 강 의원은 위세가 당당하던 서회장마저 두렵게 만드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강력한 카드인 백 형사가 사라진 상황에서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런 그들에게 희망으로 다가온 것은 바로 신혜라였습니다. 절대적인 믿음을 주었던 강 의원마저 자신을 배신한 상황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스스로 자신의 몫을 챙기는 것 외에는 없었습니다. 피케이 준의 휴대폰까지 가지고 있는 혜라는 둘을 향해 거친 포효를 합니다.
백 형사를 확보하고 식사를 하고 있는 이 기묘한 가족들에게 찾아간 혜라는 신회장 편에 서서 '백 형사'를 확보했다는 이야기를 건넵니다. 혜라가 오기 전까지 모든 패를 가지고 신회장을 압박하던 강동윤은 삽시간에 뒤집힌 상황으로 인해 다시 궁지에 몰리고 말았습니다.
아버지의 원수인 한오그룹과 자신의 믿음을 배신한 강동윤. 그 사이에서 둘의 모든 약점을 알고 있는 혜라는 이를 이용해 쉐도우 파워를 자처합니다. 이 거대한 파워게임 속에서 나약할 것이라고 보였던 혜라는 중재자를 자임하며 둘 사이에서 해법을 제시해 자신이 꿈꿔왔던 삶을 선택합니다. 문제는 그녀가 꿈꾸는 세상에 억울하게 죽은 백 형사의 딸과 아내도, 그리고 백 형사 본인도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그녀 역시 서회장이나 강 의원도 다를 바 없는 존재입니다. 오직 탐욕만을 위해 그 모든 것을 파괴할 수도 있는 잔인한 존재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스스로 부당함을 토로하고 자신은 더 이상 그 부당함에 좌우되는 존재가 될 수 없다고 이야기하면서도 그녀가 간과하고 있었던 중요한 사실은 사건의 실체와 진실을 외면했다는 점입니다.
사건의 실체와 진실을 외면한 채 자신마저도 그토록 증오하던 존재들과 같이 탐욕만이 가득한 존재가 되었다는 점에서 그녀의 중재는 일시적인 평화만 존재할 뿐이었습니다. 돈 권력과 정치권력을 틀어 쥔 그들이 세상의 모든 것을 가지고 있다고 착각하는 순간 세상은 분노하기 시작했음을 그들만은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벌레처럼 취급하고, 머슴 정도로만 생각하던 이들이 자신의 목을 죄고 그토록 숨기고 싶었던 진실을 파헤치는 존재들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을 테니 말입니다.
사건의 실체를 뒤늦게 알게 된 서회장의 막내딸 서지원과 힘없는 검사의 반격은 흥미롭게 진행되기 시작합니다. 여기에 백 형사를 위해 조형사와 황반장까지 팀에 합류하며 그들만의 어벤져스는 완성되었으니 말입니다. 재벌 한오그룹의 딸과 검사, 그리고 형사와 깡패들까지 하나로 뭉쳐 진실을 찾기 위해 반격을 꾀한다는 사실은 흥미롭기만 합니다.
신혜라의 도움을 받는 상황에서도 그녀의 아버지를 능욕하고 혜라마저 비난하는 서회장의 잔혹함은 자신을 짓밟고 대통령이 되고자 했던 강동윤이나 별반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철저하게 서로를 이용하기만 하는 이 탐욕의 결정체들이 성공을 하기에는 너무 불안하기만 합니다.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 이들이 그 모든 것을 움켜쥐려는 순간 모든 것이 모래알처럼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혜라는 중재의 여신이 아니라 파괴의 여신이 될 수밖에는 없게 되었습니다.
가진 것 없고 무언가를 가지고 싶은 탐욕이 없는 그들이 탐욕만이 들끓는 이들을 상대로 승리할 가능성이 높은 것은 당연합니다. 서회장과 강의원, 그리고 혜라가 철저하게 자신들의 탐욕만을 채우기 위해 안달이 난 것과 달리, 그들은 오직 진실만을 밝히면 된다는 점에서 승패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욕심이 과하면 자멸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순수하게 사회 정의만을 요구하는 이들을 이겨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물론 현실에서 아무리 정당한 정의를 외쳐도 부당한 권력이 승리하는 것은 일상의 일이기도 하니 말입니다. 극의 절반을 넘어서며 강력한 존재로 등장한 신혜라는 어쩌면 처절하게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가 될 것입니다. 백형사의 가족들이 탐욕을 위한 희생양이 되었듯 말입니다.
백형사마저 제거하려는 무리들과 맞서 백형사를 구해내기 위한 존재들의 대결 구도는 흥미롭기만 합니다. 음식과 과거의 기억 들을 적절하게 이용해 상황을 설명하고 정리하는 연출의 묘는 흥미롭기만 합니다. 우리 사회의 병패를 두 권력 집단을 통해 극적인 방식으로 묘사했다는 점 역시 매력적이기만 합니다. 그동안 무기력하게 당하던 이들이 과연 어떤 방법으로 대반격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모든 이들의 열망처럼 다가온 '추적자'의 극적인 반격이 과연 시청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결과로 이어질지 기대됩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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