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은 국가적으로도 중요하다. 국가의 미래를 위한 가장 중요한 시험이라는 점에서 수능이 치러지는 날은 모든 것이 오직 그 시험에 집중되고는 한다. 수험생들은 시험일에 발표된 직후부터 오직 그날을 향해 모든 것을 맞춘다. 인생의 변곡점이 될 수도 있는 첫 관문이라는 점에서 그럴 수밖에 없다.
결코 쉬울 수 없었던 결정;
사람 중심 사회 안전이 최우선이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우리가 배운 값진 결론
포항 지진은 충격적이었다. 전국에서 동시에 지진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한반도 전체가 흔들렸기 때문이다. 작년 경주 지진에 비해 기록은 낮지만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온 것은 지표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지진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충격과 피해 역시 더욱 컸다.
포항 5.4 강진은 더는 대한민국이 지진 안전국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경고이기도 했다. 실제 한반도에서는 꾸준하게 지진이 발생해왔다. 근대 국가 시절만이 아니라 그 이전에도 지진이 일어났었다는 기록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만 일본에 비해 지진 발생 빈도나 크기가 적었을 뿐이다.
불의 고리를 중심으로 지진은 빈번하게 발생한다. 그리고 그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불안은 증폭된다. 할리우드는 이를 소재로 한 영화를 반복해서 만들기도 했다. 매일 지진의 공포 속에서 살아가는 일본 역시 만화 왕국 답게 일본 열도가 완전히 지진으로 파괴된 후를 다루는 내용들이 많기도 하다.
한반도와 같은 반도인 이탈리아에서도 큰 지진이 발생했었다. 당시 지진으로 많은 인명 피해까지 있었던 것에 비하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크고 작은 부상을 입은 주민들이 나오기는 했지만, 외신으로 본 참혹한 현장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경주 지진과 달리, 포항 지진은 의외로 충격파가 크게 남고 있다. 경주 지진 당시에서 지붕이 내려 앉는 등의 피해가 존재했지만, 포항 지진의 경우 시각적인 공포는 더욱 컸다. 지진 발생지와 멀지 않았던 한동대의 경우 외벽이 무너져 내리는 등 현장을 고스란히 담은 영상들이 공개되며 많은 이들은 지진의 공포를 새삼스럽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포항 지진에서 달라진 점은 1년 전 경주 지진 발생 직후 재난 문자는 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지진 직후 곧바로 전국민에게 재난 문자가 발송되었다. 그리고 1년 전 지진 이후 발생했다는 점에서 포항 시민들의 지진 대비 반응도 빨랐다는 점은 다행이라고 할 수도 있다. 물론 지진에 대한 대비가 미흡한 상황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말이다.
재난 본부는 이제는 본격적으로 지진 대비 시스템을 구축하고 최소한 경주와 포항 등 지진이 자주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지역부터 반복적인 훈련과 피난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전국으로 이 시스템이 확대되어야 하지만,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제대로 된 대피가 어렵다는 것은 포항 지진에서도 잘 드러났으니 말이다.
'하필'이라는 단어가 필요할 정도로 수능을 앞두고 벌어진 포항 지진으로 인해 정부와 교육부는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가장 중요한 수능을 앞두고 벌어진 지진으로 인해 강행과 연기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기 때문이다. 지진 직후 교육부 등에서는 시험은 차질 없이 진행한다는 발표를 해왔다.
지진 직후 정부는 김부겸 행자부 장관을 비롯해 주요 인사들이 포항으로 급파되었다. 지진 상황을 현장에서 파악하고 대책을 세우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김 장관은 지진 피해 지역과 시험장을 돌아본 결과 도저히 시험을 치를 수 없다는 보고를 대통령에게 올렸다고 한다.
모든 회의가 끝난 후에 보고가 되었지만, 즉시 발표를 통해 수능을 일주일 연기한다고 밝혔다.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수능은 포항에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전국에서 동시에 치러지는 시험이라는 점에서 반발이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실제 오직 수능일에 맞춰 모든 것을 준비한 수험생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다양한 사례들이 보고되며 수험 연기에 대한 문제점들이 지적되기는 했지만, 이는 잘한 결정이었다. 실제 포항에 거주하는 수험생들에게는 시험 연기는 감사한 일이었다. 시험장 벽에 금이 가고 유리창들이 깨진 황당한 상황에서 정상적인 시험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여진이 끊임 없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정상적인 시험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문 정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사람 중심 사회였다. 안전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감수하겠다는 그 원칙이 수능 일을 과감하게 일주일 연기하는 이유가 되었다. 우린 3년 전 세월호 참사에서 끔찍한 경험을 했다. 안전은 뒷전이고 오직 자신의 이익에만 눈 먼 자들로 인해 수백 명의 아이들과 민간인이 사망해야 했다.
정부는 오직 자신의 잘못을 덮기에 여념이 없었고, 선장과 선원들은 승객 구조는 뒷전이었다. 그렇게 아이들은 국가가 자신들을 구해줄 것이라 믿으며 마지막을 맞이했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국가가 자신들을 구해줄 것이란 믿음을 가졌던 아이들은 그렇게 국가의 배신으로 차가운 바다에 잠길 수밖에 없었다.
무능하고 잔인했던 대통령과 정부 당국으로 인해 수학 여행을 가던 '세월호'는 '참사'가 되었다. 이후 자신들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 국정원을 동원해 조작을 하고 여론 몰이를 하는 행위는 지금 생각해봐도 치가 떨린다. 이름을 바꾼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유가족을 향해 '시체 장사꾼'이라는 막말을 쏟아낸 것은 결코 잊을 수 없다.
진상 조사를 위해 단식 투쟁을 하는 유가족들 옆에서 폭식 투쟁을 한다며 피자와 치킨을 먹던 미친 자들의 난동을 우린 모두 기억한다. 국민의 안전보다 유한한 권력을 위해 인간이기를 포기했던 자들의 행태에 피눈물을 흘려야 했던 시간들. 우린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수능 시험 연기는 너무나 당연했다.
수능 시험은 국가적 행사다. 수많은 수험생과 가족들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험일이다. 그런 시험을 시험 직전 일주일 연기하는 결정은 결코 쉽지 않다. 자칫 정권 차원의 비난을 받을 수 있는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국민의 안전이 우선이라는 원칙에서 본다면 이는 당연하다. 그런 점에서 문 정부의 수능 연기는 인간 중심 사회가 무엇인지 잘 보여준 사례 중 하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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