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방식의 되풀이 벗어날 수 없는 한계인가?
수정은 잔뜩 더러워진 교복을 유선에게 건네고 세탁소에 들 린 그녀는 급하게 일할 수 있느냐는 연락을 받게 됩니다. 너무 먼 곳이지만 일당을 두 배로 준다는 이야기에 모든 것을 버리고 급하게 뛰어가 일을 마친 유선은 가을이 깊어가는 계절을 만끽하던 유선은 어울리지 않는 감성에 취해 낙엽을 밟고 벼랑으로 구르는 망신을 당하고 맙니다.
옷을 다 버린 채 서울로 가기도 힘든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수정이 교복을 입을 수밖에 없었고 운명처럼 낯선 남자의 카메라에 들어서게 됩니다. 사진을 찍기 위해 이곳까지 왔던 일우는 뷰 파인더에 담긴 유선을 보고 한 눈에 반하게 됩니다. 어떻게든 유선과 함께 하고 싶어 햄버거를 사주고 영화도 함께 보자고 하지만 유선에게는 아들 같은 일우의 행동이 우습기만 할 뿐입니다.
너무나 도도하게 보이는 유선에게서 전화번호를 알아내기는 했지만 좀처럼 자신의 문자에도 전화에도 움직이지 않는 그녀가 야속하기만 한 일우입니다. 자신의 어머니가 사용하는 언어를 스스럼없이 사용하는 어쩌면 그래서 더욱 흥미로웠을지도 모를 유선을 잊지 못한 일우로 인해 그녀의 어머니는 직접 유선에게 연락을 해서 만남을 요청합니다.
너무 나이 든 유선을 보며 무슨 고등학생이 화장을 얼굴에 떡칠을 했냐며 야단을 치지만 그녀의 나이를 알게 되고 사연을 듣게 되면서 일우를 위해 한 번만 다시 고등학생이 되어 만나 달라합니다. 심장이 약한 아이가 놀라지 않고 자연스럽게 넘겨줄 수 없겠냐는 어머니의 부탁을 거절 할 수 없었던 유선은 다시 한 번 교복을 입고 일우를 만나러 갑니다.
조금 쭈글쭈글해도 사랑스럽기만 한 유선을 보고 그녀가 건넨 말처럼 꼭 대학에 가서 다시 만나자며 환하게 웃는 일우의 모습은 여전히 사랑스럽게만 했습니다. 정재형과 사랑의 감정을 주고받던 유선이 이제는 원하지 않았던 연하남의 아낌없는 사랑의 주인공이 되는 상황은 흥미로웠습니다. 비록 억지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의외로 교복이 잘 어울렸던 유선의 모습이 당혹스러울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당구의 신이라 불리는 승윤은 언제나처럼 절친 종석의 집에서 놀고 있는데 의외의 상황이 전개됩니다. 게를 사 가져와 옆집 식구들까지 함께 있는 자리에서 당구이야기가 나오며 500이상을 치는 승윤에 대한 자랑이 한참 이어지는 상황에 표정변화 없이 30이지만 이길 수도 있다는 계상의 도발은 분위기를 고조시켰습니다.
도발에 가까운 계상의 발언에 내기 당구는 성사되고 지는 팀이 통닭을 사주는 내기에서 계상의 손을 들어 준 이는 지원 혼자뿐이었습니다. 물론 지원 역시 그 승부에서 계상이 이길 것이라는 기대보다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우호적인 마음이 움직인 것뿐이었지요. 계상은 연습도 하지 않은 채 오직 책을 읽으며 수학적인 공식처럼 당구를 이야기하고 있을 뿐입니다. 당구장 짜장면 숫자가 실력을 증명한다고 이야기를 하는 승윤과는 달리, 어차피 머릿속에 공식만 기억하고 있으면 당구는 이길 수도 있다는 계상의 대결은 그렇게 너무 다른 분위기 속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여유롭게 점수를 얻어가는 승윤이 실수를 해서 계상에게 기회가 주어지자 그는 자신을 합니다. 자신의 예상과 달리, 너무 일찍 실수를 한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기회가 자신에게 주어진 것을 보니 분명 승리할 수밖에 없다는 확신을 가지고 큐대를 쥔 계상의 모습에 모두들 긴장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저 이론만으로 충족될 수 없다는 사실이 바로 증명됩니다. 당구는 누구나 알고 있듯 루트만 알고 있으면 무척이나 치기 쉽습니다. 그 궤적을 어떻게 산출하고 길을 알아내느냐가 당구를 잘 치는 기술이기는 하지만 계상이 잊고 있었던 것은 그 미묘한 차이를 통해 엄청나게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경험'을 망각한 것이었습니다.
큐대를 들고 공을 맞추고 그 공이 예상한 루트를 따라 다음 공을 맞추겠다는 계상의 예상은 소위 말하는 '삑사리'와 함께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연습 없는 이론만 가지고 실제 당구는 상상처럼 가능하지는 않는 법이지요. 큐대를 활용하는 방법이나 힘 조절이 무엇보다 중요한 당구에서 계상은 그저 만만하게 바라보기만 했을 뿐이었습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을 계상만 알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자신이 잘못 친 것이 자신의 잘못이 아닌 초크를 골고루 묻히지 않아 발생한 참사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계상은 여전히 자신의 신념에는 변함이 없을 뿐이었습니다.
이런 계상의 모습을 보면서도 그저 순진하기만 한 이 남자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던 지원은 의외의 상황에서도 여전히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모르는 계상에 당황해합니다. 술 취한 남자와 어깨가 부딛치고 시비가 일어나며 싸움일보직전이 되었음에도 자신의 팔 길이가 상대 남자보다 길기 때문에 같이 주먹을 뻗으면 자신이 이길 가능성이 크다며 싸움을 하려는 계상을 "잔소리 말고 튀어요"라며 잡아끌고 도망치는 지원의 모습은 썩 잘 어울리는 한 쌍처럼 느껴졌습니다.
정일우가 특별 출연하고 계상이 모든 것을 책으로 배우는 형식은 흥미롭기는 하지만 이미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사용했던 형식의 재현일 뿐이었습니다. 지난 '지붕킥'에서도 황정음의 첫 사랑 상대로 카메오 출연을 했었던(불치병과 애절한 사랑이라는 동일한 패턴) 정일우는 아마도 김병욱 피디의 페르소나 같은 존재인가 봅니다. '지붕킥'에 출연했던 최다니엘과 윤시윤이 출연해도 좋은 상황에서 다시 한 번 정일우가 선택된 것을 보면 그에 대한 김병욱 피디의 사랑이 그대로 느껴지니 말입니다.
이런 카메오는 시청자들을 위한 서비스 같은 개념이 강하기 때문에 에피소드 자체가 조금 황당한 상황으로 전개된다고 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계상의 책으로 배운 당구와 같은 에피소드는 40회가 진행되는 동안 무한 반복되듯 자가 복제의 또 다른 예로 다가와서 아쉬웠습니다.
'지붕킥'을 보셨던 분들이라면 오현경이 정보석과 연애를 하던 시절 키스하는 법도 몰랐던 그녀가 거사를 앞두고 '키스하는 법도 책으로 배웠습니다'라는 고백과 함께 잡지에 나와 있는 순서대로 키스를 하는 상황은 모두를 자지러지게 만들었습니다. '화장을 책으로 배웠습니다' 등 책으로 모든 것을 배운 오현경으로 인해 시트콤이 줄 수 있는 재미를 극대화시켰던 것처럼 계상의 에피소드 역시 오현경을 자가 복제한 것에 지나지 않으니 말입니다.
문제는 자가 복제의 한계가 말해주듯 전작의 재미를 복제품은 넘어설 수가 없다는 점입니다. 이미 책으로 배워 낭패를 봤던 오현경을 목격한 시청자들에게 동일한 방식으로 위기에 처하는 계상에게서 많은 웃음을 찾아내기는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좀 더 참신한 아이디어로 승부하기를 바라지면 '하이킥3'가 되어 눈에 뜨이게 자가 복제에 나서는 김병욱 사단의 모습은 아쉽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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