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간첩단 사건으로 강승윤의 캐릭터는 완벽해졌다
박하선을 둘러싼 두 남자의 희비가 엇갈리고 말았습니다. 연인인지 아닌지 모호하지만 그저 연인처럼 지내는 하선과 영욱. 그런 그들을 보면서 자신이 품고 있는 마음을 드러내지도 못하고 답답해하는 지석의 모습은 41회라고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벌써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난 그들에게도 이제 좀 더 진도를 나아가야 할 시점이라 생각하는 주변의 모습과는 달리, 하선의 마음은 여전히 모호하기만 합니다. 집 앞 가로등이 고장 나 어두컴컴해진 상황에 영욱은 하선과의 키스를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하선으로서는 그런 상황을 맞이하고 싶지 않아 하는 것이 그들의 현실입니다.
주변에서는 그들의 관계는 이미 연인이라 확정하고 이제는 자연스럽게 진도를 나아가야 하는 것은 아니냐며 부추깁니다. 그들이 연인이 강제적으로 만들어지듯 하선과 영욱의 연애는 주변의 지도와 편달에 의해서만 생명력을 얻게 되는 불편한 연애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여기에 답답한 연애를 더욱 답답하게 하는 지석의 오해는 그들의 삼각관계를 더욱 침울하게 만들 뿐이네요. 뜨뜨미지근한 그들의 삼각관계는 전혀 흥미롭지도 않고 기대도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실패한 러브 스토리 만들기는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하선과 영욱이 첫 키스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 꺼진 가로등이 걱정되어 구청에 연이어 신고를 하는 지석. 날이 어두워졌음에도 고쳐지지 않는 가로등으로 인해 직접 불을 밝히러 가로등에 올라선 지석은 보고 싶지 않은 장면을 목격하게 됩니다. 자신이 올라서 있는 가로등 아래에서 둘은 오해할 수도 있는 장면을 만들어냈기 때문이지요.
결정적인 순간에는 적극적이지 못한 모습을 보이는 영욱은 말없이 해도 좋을 키스임에도 이런 상황에 질문을 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닌 하선의 거부에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캐릭터라고는 하지만 답답하기만 합니다. 물론 이런 순정파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고영욱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작가들이 어떤 고민을 하면서 캐릭터를 만들어 가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매력이 없는 모습이니 말입니다.
눈에 뭐가 들어가서 눈물이 흐르는 것이라는 영욱의 답변과 이를 진실로 받아들여 눈을 불어주는 하선의 모습은 답답함이 전염병처럼 일고 있는 듯 씁쓸하기까지 했습니다. 가로등 위에 올라간 지석은 이런 모습에 첫 키스를 했다고 착각하는 지석의 모습까지 이들의 삼각관계는 참 매력 없는 조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급변하는 캐릭터로 흥미로운 존재감으로 다가왔던 박하선으로서는 이런 모진 러브 스토리를 원했던 것은 아닐텐데 참 매력없는 이야기로 박하선의 존재감마저 망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될 정도네요.
41회의 핵심은 강승윤이었습니다. 아직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기에는 한계가 있었던 그로서는 이번 회를 통해 완벽한 자신의 캐릭터를 구축함으로서 이후 활약을 더욱 기대하게 했습니다. 계상을 괴상이라 생각하고 계상과 내상을 친형제라 생각하는 승윤은 옆집 하선과 진희는 친자매이고, 줄리엔과 하선은 부부라 착각하고 살아가는 그는 정말 괴상한 존재입니다.
전체를 보지 못하고 단편적으로 눈앞에 보이는 것만 믿어버리는 승윤의 모습은 흥미롭기만 합니다. 내상이 왜 외출할 때마다 변장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승윤은 옆집과 연결되어 있는 땅굴을 보며 신기해하기만 합니다. 내상이 땅굴을 팠다는 사실을 알게 된 승윤은 왜 땅굴을 팠는지가 궁금할 뿐입니다.
종석을 기다리다 우연히 본 뉴스에서 등장한 땅굴을 보며 '땅굴=간첩'이라는 인식을 가지게 되는 승윤은 아바이 순대를 사온 내상에게 "오랜만에 고향의 맛을 보게 되었네"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자, 간첩이라는 인식을 강하게 가지게 됩니다.
땅굴은 간첩들의 아지트이고 아바이 순대는 함경도 식이고 고향의 맛이라 생각하는 것은 고향이 이북이라는 것이고 이는 곧 그들이 간첩일 가능성이 높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는 점이지요. 수정에게 혹시 너희들 간첩이냐는 질문에 황당해하는 수정은 놀리기 위해 "그걸 이제 알았냐. 우리 간첩이야"라고 하자 진짜 믿어버리고 맙니다.
자신이 세운 가설에 수정의 장난을 진심으로 믿어버린 승윤으로서는 그 진실이 달라질 가능성은 없어 보이지요. 지구가 네모나다고 믿고 사는 그에게 이 정도의 확신이라면 믿을 수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승윤을 놀리기 위해 내상씨 가족이 벌인 간첩 놀이는 승윤을 극단적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리얼한 북한 사투리를 듣고 기겁하며 도망치는 승윤과 그의 성격이라면 간첩 신고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를 찾아 나선 종석과 수정은 신고 직전의 승윤을 집으로 데려갑니다.
계상을 본 승윤은 괴뢰군의 '괴'자를 쓰냐며 놀라기까지 합니다. 그런 승윤을 보며 여전히 농담을 던지는 수정은 "확 세뇌시켜 버리는 것은 어때"라며 승윤 놀리기에 재미를 들입니다. 땅굴을 통해 탈출을 시도하지만 실패한 승윤을 설득시키는 작업을 가족들끼리 돌아가며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아무리 솔직한 이야기를 하지만 좀처럼 설득당하지 않는 승윤은 마치 경찰서에서 취조를 하듯 하는 모습은 재미를 극단적으로 만들었습니다. 내상씨 가족들의 설득은 3일 동안 계속되었다는 이야기와 함께 본적 증명서를 통해 이북이 고향이 아니라는 증거를 내밀고 나서야 겨우 오해가 풀린 승윤은 내상씨의 마지막 한 마디에 다시 기겁하고 맙니다. "정일아..야! 김정일"이라는 대화를 듣고는 다시 의심을 눈초리로 내상씨를 바라보는 승윤의 모습은 연기자가 다 된 표정이었습니다.
남북이 분단된 상황에서 가장 두려운 존재이자 그런 두려움을 조장하기 위해 조작하기 쉬운 것이 간첩이라는 사실에서 이번 에피소드는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많은 것들을 이야기해주고 있습니다. 믿음을 바탕으로 승윤의 캐릭터를 완벽하게 굳히는 과정에 등장한 에피소드이지만 '가족 간첩단'이라는 소재는 우리의 현실을 풍자하는 듯했으니 말입니다.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 대한 믿음이 바닥으로 떨어진지 오래인 현 정권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음모들은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심각함은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거의 대부분 거짓일 가능성이 높은 상황 극들은 웃기지도 않는 코미디이자 리얼함도 없는 극영화일 뿐입니다. 국민들을 조롱하는데 재미를 붙인 권력자들이 이제는 눈만 뜨면 어떤 식으로 놀릴 것인지 그것만 궁리하는 듯한 모습에 대다수 국민들은 심각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황은 더욱 잔혹 시트콤 같아진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눈앞에 보이는 것만이 진실이라 믿는 승윤의 모습은 어쩌면 우리의 모습과도 무척이나 닮아있습니다. 전체적인 상황을 바라보고 큰 그림으로 보며 상황들을 판단하는 지혜가 필요한 상황이건만 보이는 것만이 전부라고 믿어버리는 세상은 곡학아세가 판을 치고 이를 기반으로 국민들을 우롱하는 집단들이 득세를 하는 세상을 만들어 버렸습니다. 국민들의 안위와는 상관없이 한미 FTA를 긴급 상정해 버린 국회는 경제 주권을 미국에 넘겨주는 우를 범하고, 오직 재벌들과 가진 자들만을 위한 나라를 만드는데 모든 것을 바치는 모습은 많은 국민들을 허탈해하고 있습니다. 눈앞에 보이는 이득에 눈이 멀어 전체를 보지 못하는 모습은 아둔하고 괴이한 승윤의 모습과 너무 닮아 있을 뿐입니다.
믿음이 종이장보다 얇아진 세상. 그 어떤 것도 쉽게 믿기 힘들다는 점에서 극중 강승윤과 같은 캐릭터는 다양한 의미를 가질 수밖에는 없을 듯합니다. 외부 인이면서 큰 위상을 차지할 수 없었던 그는 41회 '가족 간첩단' 사건으로 주인공 반열에 올라설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더욱 방학 시즌을 맞이해 청소년들에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강승윤의 분량이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41회는 그에게는 터닝 포인트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연기력이 점점 좋아지는 강승윤이 어느 정도 능력까지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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