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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Sitcom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54회-내상과 하선, 그들의 끝이 새로운 시작인 이유

by 자이미 2011.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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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힘겨워 하던 내상은 자본금이 천만 원도 안 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합니다. 자신의 장기를 살리기에는 아직 부족해 선택한 엑스트라 일은 그에게 새로운 시작을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영욱과 불편한 연애 관계를 유지하던 하선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시작된 연애 관계가 마지막도 자의적 판단과 상관없이 종결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하이킥3, 1막은 끝나고 2막이 시작되었다




120부작으로 기획된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은 54회를 기준으로 1막과 2막으로 나뉠 듯합니다. 내상과 하선을 중심으로 현재를 마감하고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방식을 택했다는 것은 그들의 새로운 시작을 통해 현재와는 다른 이야기 전개를 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기 때문입니다.

친구의 배신으로 잘 나가던 특수효과 회사 사장에서 빚쟁이가 되어버린 내상. 절망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던 그가 빚쟁이들에게 잡혀 구류를 살고 힘겹게 나와 마라톤 대회를 계기로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뛰던 그 순간 자신을 돌아보고 가족을 생각하며 새로운 희망을 꿈꾸게 되었다는 점에서 내상에게 인생 2막은 그 시점이었을 겁니다. 가족들이 모두 나와 자신만을 위한 결승점을 만들어 환호해주던 모습. 그 모습 속에서 희망과 행복을 느꼈던 내상은 가족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는 열혈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하루에 서너 가지 아르바이트는 기본인 가족들도 그를 볼 수가 없을 정도로 몸을 혹사하며 일을 하던 내상. 그렇게 쓰러질 때까지 일하던 내상과 그런 남편과 아버지, 매형을 위해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내상이 하던 일을 돕던 가족의 모습은 우리에게 가족이 왜 필요한지를 잘 보여준 장면이었습니다. 아픔과 슬픔, 힘겨움은 나누면 작아질 수밖에 없다는 삶의 진리를 그들은 잘 보여주었습니다.

최소한의 자본금 천만 원을 모아 사업을 다시 시작하겠다는 내상은 비록 그 금액을 모으지는 못했지만 새롭게 일을 시작합니다. 과거 회사 직원과 함께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던 그는 적은 자본금으로는 할 수 없는 특수효과 일이 아닌 자본금 적게 시작할 수 있는 엑스트라 모집 일을 시작합니다. 인맥을 통해 사람을 모으고 이를 중계해 수입을 얻는 엑스트라 모집 일은 현재 내상에게는 가장 적합한 사업일 수밖에는 없었지요. 방송관계자들을 알고 이를 통해 현장에 인력을 공급해주는 일이라면 그럴 듯한 사무실이 필요한 것도 아니니 말입니다.

처남 집에서 사용하지 않는 자투리 방을 사무실로 개조하고, 놀고 있는 승윤과 비정규직인 진희와 줄리엔을 사원으로 들이며 기본적인 틀을 갖춘 그들은 비록 초라하지만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었습니다. 사업을 시작한 첫 날 10여 명의 엑스트라 계약을 따내고 즐거워하던 내상. 그리고 현장에서 최선을 다해 촬영을 하고 함께 회식을 하며 새로운 희망을 논하는 그들의 모습은 행복해 보였습니다. 내상의 시작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지만 그가 마라톤을 하고 2, 3시간 잠을 자며 하루에 서너 개의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절을 떠 올린다면 내상이 시작한 '안예술'은 조만간 제법 실력 있는 사업체로 성장할 수도 있을 듯합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조금씩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던 승윤이 명확한 자리를 잡고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그저 객식구에서 내상 회사의 직원이 된 그의 모습은 당연히 자주 나올 수밖에는 없으니 말입니다. 여기에 보건소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는 진희가 앙숙인 내상과 함께 일하게 되었다는 것은 그들이 얼마나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들어낼지 상상만으로도 행복해집니다.

의외로 분량이 없었던 줄리엔도 그들과 함께 하며 자연스럽게 자주 방송에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도 '안예술'을 통해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들은 '하이킥3'의 핵심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이야기가 산발적으로 전개되다 그들이 하나의 공간 속에 함께 하면서 중심축이 그들로 모여진다는 것은 개별적이던 그들의 이야기가 시너지를 발산할 수 있는 시점이 되었다는 반증이기에 내상의 새로운 사업은 '하이킥3'에서는 중요한 터닝 포인트 역할을 해줄 듯합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만들어진 연인 관계. 그런 관계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했던 하선과 마침 시험을 위해 절로 들어가는 영욱의 모습은 내상의 새로운 시작과 마찬가지로 관계의 종말은 새로운 관계의 확장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영욱이 하선에 대한 사랑은 본심이었다고 하지만 그 과정이 급하게 진행되었고, 서로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상황도 주어지지 않고 연인이라 불리는 상황은 불안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선을 보자마자 좋아했던 영욱으로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그녀가 자신의 여자가 되기를 바랐고 그렇게 되어서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하선의 입장에서는 사실관계를 떠나 자신을 구해준 은인인 영욱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것만으로도 어쩔 수 없는 상황 속에 순응해야만 했다는 사실이 문제였습니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낄 틈도 없었고 그런 계기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타의에 의해 만들어진 연인 관계라는 것은 쉽게 피로해질 수밖에는 없습니다. 만나도 즐겁지 않고 의무감으로 만나야만 하는 관계가 오래 지속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니 말입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하선은 아직 눈치 채지 못하고 있지만, 지석이 그녀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있고 하선 역시 그를 든든한 동료이자 이웃사촌으로 느끼고 있다는 점은 흥미롭습니다.

조심스럽게 서로의 마음을 알아가고 그렇게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키워가고자 하는 지석과, 사랑을 하고는 싶지만 이런 강요에 의한 관계가 아닌 진정한 사랑을 꿈꾸는 하선에게 현재의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습니다. 일방적인 관계 속에서 그 진정성이 사랑으로 변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계속 부담으로 남게 된다면 이는 사랑도 우정도 아닌 아무런 의미 없는 관계의 연속일 수밖에는 없는 상황이지요.

타인의 선의가 때로는 선함만이 아닌 것으로 다가온다는 사실을 영욱과 하선의 마지막 데이트는 잘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영욱은 절로 들어가기 전 하선에게 의미 있는 선물을 하기 위해 노동일도 하지만 이로 인해 몸살이 걸리고 이는 곧 하선에게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유행지난 커플 옷을 입고 거리에 나서지만 이는 곧 놀림감이 되기만 합니다.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신발을 신어 놀림감이 되고 발 뒷가 까져서 피가는 나는 하선의 모습은 그 자체가 영욱과의 관계를 보여주는 상징이었습니다.

아픈 사람을 홀로 두고 갈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여린 하선. 그렇게 보조 침대에 웅크리고 누워 피 맺힌 발을 보여주는 그녀의 모습은 측은함으로 밖에는 다가오지 않습니다. 자신과 있을 때 억지로 웃는 하선과 달리, 동료 선생들과 환하게 웃는 그녀의 모습은 너무 상반되어 있다는 점 역시 영욱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오지만 그는 여전히 그녀를 잊을 수 없어 합니다.

그렇게 그녀의 자리에 시험 끝나고 다시 찾아뵙겠다는 쪽지를 남기지만 바람에 날린 쪽지는 그저 쓰레기 통으로 들어가는 휴지로 전락해 버리고 맙니다. 서로의 요구로 인해 시작된 사랑이 아닌 일방적인 강요로 시작된 그들의 사랑은 그렇게 마무리도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방식으로 끝나게 되었습니다.

한 달 후라는 한시적인 시간을 두기는 했지만 영욱이 다시 하선과 좋은 관계를 맺을 것이라 보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그 사이 지석과의 관계가 좀 더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적의 아내 후보군 중 하나인 그녀인 만큼 그 연결 고리 만들기에도 바쁜 그녀에게 영욱은 그렇게 쓰레기 통으로 사라져버린 쪽지와 같은 신세가 되어버린 듯합니다.

이렇게 초반 캐릭터를 잡아가며 이야기를 전해해오던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은 내상과 하선의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시작을 알리게 되었습니다. 관계의 종말은 새로운 시작으로 다가오고 그 시작은 진짜 이야기를 전해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54회는 '하이키3' 전체를 봤을 때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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