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욱 사단의 하이킥 종결 편, 무엇을 이야기 할까?
국내 시트콤을 정착시키고 대중화시킨 장본인은 김병욱 피디입니다. 그의 전작들이 국내 시트콤 역사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의 존재감은 대단하지요. 물론 다양한 시트콤들이 유행했고 방점을 찍으며 나름의 의미들을 담아냈지만 한 우물만을 파며 대중들의 사랑을 받은 인물은 김병욱 피디가 유일하다는 점에서도 그의 존재감은 특별합니다.
방송이 될 때마다 화제가 되곤 하는 그의 시트콤의 매력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 웃음과 눈물을 끄집어내는 비상한 감각이 존재한다는 점일 것입니다. 희극과 비극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항상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으면서도 부정하고 분리하고는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시트콤이라는 장를 통해 자연스럽게 인간들의 희비극을 극단적으로 이끌어내며 공존하고 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그의 시트콤은 봐야 할 이유가 충분합니다.
그의 시트콤의 특징 중 하나는 기존 배우들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파괴하면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데 탁월한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배우로서 자신의 캐릭터를 굳힌 배우들에게 과감한 자기 파괴를 요구하고 그렇게 무너지는 기존의 이미지를 통해 새로운 캐릭터가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만드는 그의 기교는 대단할 정도입니다.
그렇게 탄생한 수많은 스타들은 김병욱 시트콤을 통해 일약 스타가 되기도 하고 기존의 이미지 변신에 성공해 더욱 다양한 연기를 할 수 있게 만들기도 합니다. 신인들에게는 스타가 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으로 작용하고 기존의 배우들에게는 자신의 이미지 변신을 완벽하게 할 수 있게 해주는 기묘한 공간이 바로 김병욱의 시트콤에는 존재하고 있습니다.
엉뚱하고 솔직한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극단적인 망가짐 혹은 그동안 다루지 않았던 너무나 평범한 일상 속에서 이를 재미의 형식으로 끌어낸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드라마라는 장르가 시청자들의 워너비를 채워주는 꿈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지극히 사실적인 이야기에 매료당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드라마나 영화는 대중들의 환상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역할을 함으로서 사랑을 받는 존재들입니다.
이런 존재의 특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적절하게 재미와 의미를 이끌어내는 방법에 있어서, 김병욱 피디만한 인물이 없다는 사실은 그의 시트콤을 제외하고 성공하는 작품이 없다는 점에서도 충분히 증명된 셈입니다. 단순히 어설픈 설정을 통한 값싼 웃음만 양산하는 것이 아닌 웃음 속에 뼈가 있는(언중유골과 유사한 희중유골) 그의 시트콤에는 곱씹어 볼 수 있는 재미가 항상 존재하고는 합니다.
타고난 염세주의자인 김병욱 피디의 성향 상 일반적인 결론은 사치이기도 합니다. 그런 그의 성향을 알면서도 그의 시트콤이 다시 기다려지고 궁금해지는 것은 이런 그의 성향을 넘어서는 가치가 그 안에 가득하기 때문이겠지요. '하이킥 시리즈'의 마지막 편이기도 한 '짧은 다리의 역습'은 말 그대로 하이킥 하기에는 구조적으로 불리한 짧은 다리를 가진 이들이 어떻게 시원하게 하이킥을 날리느냐에 방점을 찍고 있습니다.
하이킥을 세상에 날리겠다는 의도는 부조리한 사회적 구조에 일침을 가하겠다는 의미와 다름없습니다. 그런 그의 의지는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만 봐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듯합니다. 부도가 나서 거리에 나앉은 안내상 부부는 우리 시대 우울한 가족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그 어느 시기보다 거리로 내몰리는 가정이 많은 상황에 그들의 모습은 우리 사회의 우울한 표상으로 자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 그들이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고 다시 한 번 힘차게 하이킥을 날릴 수 있느냐는 많은 이들에게 희망 혹은 적나라한 현실이 주는 자괴감을 동시에 맛볼 수 있을 듯도 합니다.
의사와 교사, 그리고 공무원 등 등장인물들의 직업군에서도 이 시트콤이 무엇을 이야기하려는지가 조금씩 드러납니다. 우리 사회의 지배계급을 형성하고 있는 그들을 통해 우리 사회를 들어다 본다는 설정은 수많은 가치들을 다양하게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지요.
가난한 여대생과 고등학생들을 통해 10대와 20대 청춘들의 현실적인 고뇌에 대한 접근 역시 미래를 책임져야 할 우리 시대의 아픔과 희망이 고스란히 드러날 예정입니다. 과연 누가 제 2의 신세경이 될지가 궁금하기 보다는 그 안에서 펼쳐지는 작게 축소된 사회도는 우리의 모습을 역설적으로 들어다 보는 2011년 대한민국의 '유리동물원' 같은 존재로 다가옵니다.
김병욱 피디는 이 작품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언 에듀케이션>이라는 영화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17세 소녀의 방황과 일탈을 통해 교육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강렬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까지 매혹적으로 담고 있는 이 작품을 보면 <짧은 다리의 역습>의 멜로 라인과 전체적인 색채를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도 있을 듯합니다.
김병욱의 이번 시트콤은 다시 한 번 찰리 채플린이 남긴 명언과 함께 할 듯합니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라는 진리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내고 이야기해낼 것인지 무척이나 궁금해집니다. 김병욱이 써내려가는 우리 시대의 우화가 과연 다시 한 번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을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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