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만들어지는 슈퍼 히어로물들은 자신들이 지구를 지키는 자부심을 내세웁니다. 존재하지 않는 그런 히어로들의 이야기는 이제 식상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초능력을 어떻게 활용해야 감동을 줄 수 있는지 잘 보여줬다는 점에서 진보적이었습니다.
운명처럼 귀주에게는 목에 흉터가 남았습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벌어진 이 상황을 일단 숨겨야 했습니다. 자신이 곧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에 모두가 걱정할 수밖에 없으니 말이죠. 더욱 다해에게는 절대 숨겨야만 했습니다.
자신의 목숨을 구하고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어떤 식으로든 막고자 했던 다해가 목의 흉터를 보게 되면, 이제 시간이 되었음을 알게 되며 자책할 수밖에 없으니 말입니다. 집에서 목폴라를 입고 있는 귀주가 이상했지만, 감기라는 말에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잠자리에 든 귀주의 목을 확인하고 다해는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다해를 안정시키려 노력하지만, 귀주의 흉터가 곧 그가 13년 전 과거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의미라는 점에서 가족에게 알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어쩌면 마지막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다음 날이 이나의 댄스 경연이 치러지는 날이라는 겁니다. 이 사실을 밝히는 순간 이나는 모든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고, 가족들 역시 걱정만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막 스스로 자신을 찾아가는 이나를 위해서라도 아빠인 귀주가 할 수 있는 것은 단순했습니다.
그렇게 숨기려 해도 만흠의 꿈은 더욱 불길함으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이나가 공연하는 곳에서 동희가 하늘을 날 것이라는 말과 함께, 불길에서 춤추는 이들까지 보인 만흠은 불길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귀주도 혹시 13년 전 학교에서 불길에 뛰어내리거나 한 일이 없었는지 과거 소방서 상관에게 질문했지만,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이나에게 댄시 경연대회 무대는 중요했습니다. 아버지에게 자신이 다른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과, 투명인간이 아닌 친구들도 함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죽음을 믿지 않지만 언제가 될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아빠에게 딸이 단단하고 건강하게 잘 클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은 게 가장 컸습니다.
여기에 첫 친구가 되었던 해림과 화해하고 싶은 마음도 컸습니다. 해림이 함께 무대에 올라 다시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체육관에 이나를 가둔 사건으로 학교에서 완전 왕따가 되어버렸다는 점에서 이나는 자신이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습니다.
경연이 열리는 날 모든 이들이 다 모였습니다. 복씨 집안사람들만이 아니라 찜질방 가족들까지 이나 응원을 위해 모인 장면은 보기 좋았습니다. 그리고 동희와 삼촌의 미묘함이 강화되는 것도 재미있는 요소였습니다. 사기 치기 위한 감시의 목적인 배달이었지만, 먹는 것 좋아하는 동희로서는 완벽한 배달에 반해있었죠.
안절부절못하던 이나는 귀주가 자리에 앉자 환하게 웃었습니다. 귀주가 뒤늦게 현장에 온 것은 소방서에서 당시 사건이 벌어진 장소 지도를 확인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시간이 없는 상황에서 다해를 안전하게 구하고, 자신도 살 수 있는 방법을 준비해야 했습니다.
안경으로 너무 잘 보인 이나는 무대 위에서 갑자기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죠. 그런 이나에게 든든한 힘이 된 남자친구로 인해 무대는 시작되었습니다. 행복하게 웃으며 자신의 무대를 보며 응원하는 아빠와 가족들을 보며 흐뭇해하는 이나는 그 자체로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었습니다.
무대를 완벽하게 마치고 크루들과 기념사진을 찍는 사이에도 해림은 끼지 못했습니다. 혼자 계단에 앉아 음악만 듣고 있는 해림에 다가간 이나는 이미 충분히 성장해 있었습니다. 이들은 오해가 있었습니다. 해림은 친구를 사겨보지 못해 서툴렀고, 해림도 솔직하게 말하지 못해 생긴 오해였습니다.
이나가 해림과 친구가 되고 싶어 알고 싶어했다고 하지만, 해림 역시 이나가 누군지 알고 싶어 했다고 합니다. 그게 바로 친구 관계이기 때문이죠. 아직 관계성을 제대로 배울 수 없었던 이나는 그렇게 한 뼘 더 성장해가고 있었습니다.
이런 사이 체육관에서는 은밀한 사건이 발생할 조짐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동희와 결혼해야만 하는 지한이 이나 사진으로 협박해 방으로 유인했죠. 마지못해 간 그곳에는 지한이 준비한 프러포즈 이벤트가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지한의 이런 터무니없는 행동을 받아줄 이는 아무도 없을 겁니다. 그게 통하지 않자 준비한 휘발유로 협박하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겁쟁이인 지한이 이를 실제 감행할 인물도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동희가 나간 후 뒤처리를 하다 그만 불이 나고 말았습니다.
만흠이 꿨던 꿈은 13년 전 학교가 아닌, 바로 이나가 공연한 체육관이었습니다. 점점 옅어가는 목의 흉터로 인해 점점 시간에 쫓기는 귀주는 이나가 체육관에 갇힌 사실을 알리기 위해 시간을 거슬러 갔고, 그 사이에 화재가 본격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복 씨와 찜질방 가족들이 체육관 안에 있는 이들을 빠르게 탈출시키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화염막을 내리는 와중에 조명에 낀 상황으로 급박한 위험이 찾아온 것이죠. 이 순간 동희는 엄마 꿈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선택이라며 날아 문제를 해결합니다.
그동안 자신의 능력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몰랐던 동희는 많은 이들을 화마에서 구해냈습니다. 급박하게 이어지는 사건 속에서 이나와 해림은 방화벽에서 절망하고 말았습니다. 패닉에 빠진 해림을 안전하게 놔두고 다른 출구를 찾겠다고 나선 이나.
과거로 향했던 귀주는 이나를 찾기 위해 방화벽을 뜯고 들어섰고, 해림을 구한 후 이나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나를 찾는 이는 귀주만은 아니었죠. 불에 대한 극심한 트라우마로 가스불도 켜지 못하는 다해는 그 지독한 고통을 이겨내고 이나를 찾겠다며 불구덩이로 뛰어들었습니다.
이나를 찾았지만, 연기를 마시고 기절한 상황에서 무대 장치가 불에 타며 쓰러지는 순간까지 찾아옵니다. 그 순간 거대한 무대를 받친 것은 귀주였습니다. 빨리 출구로 나가라는 말에 다해는 그럴 수 없었습니다. 그게 마지막일 수도 있는 상황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갈 수는 없는 일이니 말이죠.
그럼에도 이나를 위해서는 다해가 빠르게 그곳을 벗어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두 사람이 멀어지자 힘이 빠진 귀주는 불덩이가 된 무대에 파묻히고 맙니다. 그 순간 귀주가 향한 곳은 이나가 태어난 당시 병원이었습니다. 다른 때와 다르지 않은 상황에서 큰 변화는 아내가 처음으로 귀주와 눈을 맞췄다는 겁니다.
이후 귀주가 화재가 난 학교로 뛰어가는 과정은 흑백에서 컬러로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는 것은 다해를 구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이 되었다는 것이죠. 그렇게 구하고 싶었던 선배를 목격한 귀주는 들어가지 말라했지만, 팀장인 선배는 자신이 죽을 수도 있음을 알면서도 불구덩이로 뛰어들었습니다.
선배를 구할 수 없었지만 다해는 구해야 했습니다. 이미 본 지도를 통해 최단 시간 다해가 갇힌 창고로 향했습니다. 절망해 쓰러져 있던 다해를 부축해 나서기는 했지만, 이미 화마는 건물 전체를 휘감기 시작했습니다. 이 상황에 에어매트를 발견한 귀주는 다해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이 결정했습니다.
그렇게 귀주는 다해에게 반지를 끼워주며 이게 끝이 아니라며 새로운 시작을 언급하며 안전하게 피신시킵니다. 다해가 에어매트를 향해 추락하는 사이 과학실이 폭발하며 귀주도 사라졌습니다. 귀주는 정말 사망한 것일까요?
시체 없는 장례까지 치렀지만, 그들은 실망하지 않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해에게는 귀주와 닮은 아들 누리가 있습니다. 벌써 다섯 살이 된 누리는 엄마를 끔찍하게 좋아합니다. 두 사돈들은 여전히 잘 지내며, 꿈을 통해 일홍을 도와주는 등 이들의 일상도 행복했습니다.
그날도 찜질방에서 잠을 자고 나온 만흠은 일홍에게 오늘 귀한 손님이 올 거라고 합니다. 그리고 다해에게도 숟가락을 하나 더 놓으라고 하죠. 그저 꿈에 숟가락 한벌이 더 놓여 있었다고 하지만, 만흠은 아들이 돌아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고등학생이 된 이나는 평범한 학생처럼 잘 지내고 있었습니다. 주말을 맞아 집으로 오는 이나를 위해 음식 준비에 바빴던 다해는 아들이 가지고 놀던 공이 다시 등장한 사실에 놀라죠. 그건 어제 사라졌던 공이었습니다. 아들 누리가 아빠 귀주의 능력을 그대로 물려받았음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너무 신기한 일에 아빠도 데려올 수 있냐고 묻지만, 어린 누리가 이를 이해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렇게 방으로 나가려던 다해는 이상한 기운을 느껴 돌아보며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누리의 손을 잡고 서 있는 귀주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엄마의 부탁을 받고 시간의 공간에 빠져 돌아오지 못하는 아빠를 누리가 데려왔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런 귀주를 보고 다해는 환하게 웃으면서도 터져나올 울음을 애써 참는 묘한 표정으로 "어서 와"라며 반깁니다. 다해의 이 복잡 미묘한 감정은 압도적이었습니다.
엉뚱해 보이는 소재였지만, 이를 완벽하게 풀어내며 한국식 히어로물의 새로운 기준과 가치를 만들어준 이 작품은 최고였습니다. 익숙해 보이지 않았던 주화미 작가는 신인이 아니었습니다. 2010년 KBS 단막극을 시작으로, '연애를 기대해', '연애 말고 결혼', '내성적인 보스', '어서와' 등을 집필한 중견 작가입니다.
이 작품 전 '어서와'라는 제목의 드라마는 묘하게 연결됩니다. 천우희가 보인 완벽한 표정연기로 '어서와'의 감정을 완벽하게 보여줬으니 말이죠. 우린 또 다른 실력파 작가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슈퍼 히어로의 틀을 뒤집고, 한국식 정서를 완벽하게 풀어내며 영웅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했다는 점에서 탁월했습니다.
특별하지만 특별할 수 없는 그들의 이야기를 이런 식으로 풀어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뚱보로 변신해 연기한 수현이나, 미래가 더 기대되는 아역 박소이 등 모든 출연자들이 보여준 연기도 드라마의 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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