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라는 보편성이 준 일요일의 행복, 그들의 여행은 때로는 감동 이었다
여행이라는 테마는 남녀노소 모두에게 익숙하고 때로는 로망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그런 로망과 기대를 충족시켜주는 역할을 <1박2일>은 예능이라는 틀로 충족시켜주었고 이는 곧 대단한 시청률로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5년이라는 시간을 보낸 그들은 많은 부분들 큰 변화를 시작했습니다. 마지막을 고하는 이들과 새롭게 여행을 시작하려는 이들이 교차하는 시점 그들의 마지막 여행은 눈물과 웃음이 공존한 전형적인 <1박2일>의 완성판이었습니다.
시청률 지상주의 시대 시청률이라는 지표가 주는 무게는 무척 큽니다. 그렇다고 시청률이 낮다고 그 가치가 낮은 것은 아닌데도 말입니다. 역으로 시청률이 높다고 좋은 프로그램은 아니라는 점에서 시청률은 그저 방송국의 장사를 위한 참고 자료일 수밖에는 없을 듯합니다. 예외라는 것도 있지요 높은 시청률과 평가가 공통적으로 함께 하는 작품들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니 말이지요. <1박2일>은 어쩌면 후자일 거라고 봅니다. 남녀노소가 고르게 좋아한다는 사실은 중요할 수밖에는 없으니 말입니다.
<준비 됐어요!>로 시작해 낮은 시청률을 벗어나기 위해 <1박2일>이라는 포맷으로 완전히 바꿔 첫 여행을 시작했던 2007년 8월 5일. 그렇게 그들이 길고 긴 여행은 시작되었습니다. 초반 자리를 잡는 과정에서 두 명의 멤버가 하차를 하고 김C와 이승기가 그 자리를 채우며 현재의 모습들을 만들어갔습니다. 서울에서부터 남도의 낯선 섬들까지 그들이 찾아갔던 수많은 여행지는 많은 이들에게 흥겨움의 장소이자 함께 여행하고 싶은 명소가 되어가기도 했습니다.
복불복을 대중적인 유행으로 만들었던 그들은 야외취침과 그들만의 레이스를 통해 여행에서 오는 밋밋함을 예능으로 채워나가며 여행의 색다른 재미마저 담아주었습니다. 마치 친구들과 여행을 하듯 매주 정겨움으로 다가왔던 그들의 여행이 항상 많은 이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조작 논란에 휩싸여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만 했었고, 촬영 중 드러난 흡연 장면들은 논란의 빌미가 되기도 했었습니다.
리얼리티를 표방하는 방송에서 조작 논란에 휩싸인다는 것은 근본적인 틀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들에게 따라붙었던 조작 논란은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순간들이었을 듯합니다. 이런 조작과 달리, 기존 멤버가 논란의 중심에 들어서 어쩔 수 없이 퇴출되듯 하차를 해야만 했던 상황들도 그들에게는 아픔이었을 것입니다.
다양한 여행들 속에서 시청자들은 각자가 뽑은 베스트들은 각기 다른 가치들로 자리하고 있을 듯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감동적이고 기억에 남는 특집은 '글로벌 트집2'였습니다. '코리안 드림'을 위해 낯선 한국에 와서 힘겹게 살아야만 했던 노동자들과 함께 했던 여행은 그들이 어떤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려 노력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시청자 투어'를 통해 많은 시청자들과 만나 행복한 시간들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좋았습니다. 모든 세대들이 다 함께 했던 시청자와 함께 한 여행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스펙트럼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보여준 사례였습니다.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와 부합하게 모든 이들이 사랑하는 예능이라는 자신감과 가치들이 함께 했다는 점에서 어쩌면 가장 상징적인 예능이었을 듯합니다.
백두산을 등정하고 다양한 산들과 섬들을 여행하며 나누었던 가치들도 소중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가치 있게 다가온 것은 외국인 노동자들과 함께 했던 그들의 여행은 가장 흥미롭고 행복하게 다가왔습니다. 사회적으로 소외받은 이들을 동정이 아닌, 따뜻한 배려로 품고 사내들의 우정을 솔직하게 나누었던 그들의 여행은 그 어떤 특집보다도 흥미롭고 재미있었습니다.
'글로벌 특집2'의 핵심은 그들의 여행에 값진 선물이 함께 했다는 점이었지요. 한국이라는 낯선 나라에 오직 행복한 미래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린 채 일만 해왔던 그들은 여행도 한번 하지 못했었습니다. 어떤 이들은 그들이 찾은 바다가 난생 처음이었던 이들도 있을 만큼 낯선 나라에 와서 '코리안 드림'을 꿈꾸던 이들에게 '1박2일'과의 여행은 낯선 나라에서 받은 난생처음 가장 행복한 기억들이었을 듯합니다.
그들이 가지는 가장 행복한 기억들 속에 절대 잊을 수 없는 감동은 다른 것이 아닌 바로 가족들이었습니다. 자본력에서 뒤진 나라에서 건너와 오직 가족들과 미래의 행복을 위해 일을 하던 그들에게 고향을 찾는 것은 사치였기에 가족들이 그들을 만나러 와주었다는 것은 그 어떤 것보다 값지고 행복한 추억일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사진 한 장으로만 기억하고 과거의 기억들을 추억하며 길고도 힘겨운 추억을 간직하고 품고 힘겨움을 이겨내야 했던 그들에게 가족들의 방문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었던 행복이었습니다. 강호동의 짝꿍이었던 동갑내기 네팔 친구 까르끼는 수줍어하고 내성적이기만 했습니다. 갓 태어난 아이를 놔두고 그들의 미래를 위해 한국으로 향했던 그에게는 그 시간들이 얼마나 힘겹고 어려운 순간들이었을지는 직접 경험해보지 않은 이들은 쉽게 판단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 힘겨움에 낯설고 값진 여행임에도 마음껏 웃지 못했던 까르끼가 네팔에서 건너온 부인과 아이를 보고 한없이 눈물을 흘리던 모습은 여전히 감동으로 전해집니다. 바로 몇 십 년 전 우리의 아버지 세대들이 경험했었던 그 힘겨운 삶을 이제는 다른 나라 노동자들이 우리가 사는 이곳에서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는 점이 시대의 아이러니를 보여주는 듯해서 더욱 뭉클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갓 난 아이였던 아이는 벌써 커버렸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아이와 평생 볼 수 없었던 바닷가에 선 까르끼의 모습은 어쩌면 <1박2일>이라는 프로그램이 아니면 담아낼 수 없는 최고의 감동이었을 듯합니다.
개인적인 호불호가 다르기에 각자의 취향에 따라 베스트는 달라질 수밖에는 없을 듯합니다. 못된 둘리가 되었던 은지원이 삭발하는 과정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기에 그 특집이 가장 기억에 남는 이들도 있겠지만 그들의 첫 여행을 최고의 베스트로 꼽는 이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여행을 본 많은 이들은 최고의 여행을 그들이 함께 한 마지막 추억 여행으로 꼽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온 뜨거운 눈물은 자연스럽게 서로 감성들을 소통하던 이들에게 전달될 수밖에는 없었고 그런 감성의 교류는 눈물을 전염시킬 수밖에 없었으니 말입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1박2일>. 많은 이들이 들고 나면서 다양한 이야기들을 남긴 이 여행 버라이어티는 이제 새로운 이들과 함께 새롭게 시작하려 합니다. 그들의 여행길에 낯선 이들이 함께 하기는 하겠지만 그 낯설음이 의외의 기대감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은 다음 주 새로운 이들과의 여행에 벌써부터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때로는 실망을 하기도 하고, 배신감을 느끼기도 했던 <1박2일>은 이렇게 5년 이라는 긴 시간을 한 호흡으로 가져왔던 이들과의 작별을 고했습니다. 심호흡을 길게 하고 이제 그들은 새롭게 긴 호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과연 그들이 어떤 즐겁고 감동스러운 여행을 시청자들과 함께 나눌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5년의 기억들을 소중하게 연장시켜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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