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가 서울구치소에 구속 수감되었다. 8시간이 넘는 영장 심사 후 새벽 3시경 구속 영장이 발급되었다. 노태우와 전두환에 이어 세 번째 대통령 구속 사례다. 두 전직 대통령이 군사 정부 시절이었다는 점에서 박근혜의 구속은 상당히 다른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박근혜 구속은 사필귀정;
가라앉다 대신 떠오르다 되찾다 만나다가 필요한 시대, 이제 다시 민주주의
박근혜 전 대통령은 31일 새벽 3시 구속이 결정된 후 1시간이 넘기고 서울구치소로 향했다. 독재자 박정희의 딸로 태어나 청와대에서 살아왔던 박근혜의 운명은 아버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군사 독재 시절 총으로 결말이 났듯, 민주주의 사회에서 법적인 처벌은 동일하니 말이다.
박근혜 구속에 대해 해외 언론의 관심 역시 뜨겁다. 외신들은 긴급 타전하며 박근혜의 구속 사실을 보도했다. 전 세계 언론들이 모두 보도를 할 정도로 뜨거운 관심사였다. CNN의 경우 정규 뉴스마저 중단한 채 박근혜 구속과 관련된 기사를 내보낼 정도로 큰 관심을 보였다.
촛불집회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듯, 박근혜의 파면과 구속에 대한 관심 역시 높을 수밖에 없었다. 가장 민주적인 방식으로 부패한 권력을 교체하는 과정은 전 세계가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민주주의 기본 가치를 가장 잘 보여준 일련의 과정들은 앞선 민주 국가나 그렇지 못한 국가 모두 큰 관심사로 이어져 왔었다.
검찰은 이후 구속된 박근혜를 상대로 추가 조사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본격적인 재판은 대선이 끝난 5월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의 구속은 이후 우병우 수사나 롯데와 SK 등 재벌 수사에도 탄력을 받을 수밖에는 없다. 그동안 박근혜에 막혀있던 수사는 구속으로 인해 보다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병우 라인들이 여전히 검찰 조직에 뿌리를 내리고 있지만,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우병우를 돕는 검찰의 행동은 곧 자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다른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 조직이 살기 위해서는 우병우를 제물로 내놔야 하는 검찰로서는 그전 수사와는 달라질 수밖에는 없으니 말이다.
박근혜가 서울구치소로 수감되는 날 세월호는 목포신항으로 마지막 항해를 시작했다. 3년 만에 인양된 세월호는 박근혜가 구속되는 날 아침 7시 마지막 항해에 나섰다. '세월호 참사'가 언제 벌어졌는지 기억도 하지 못하는 한심한 자는 그렇게 영어의 몸이 되었다.
"그 해 봄날, 라디오 프로그램을 만드는 이들 사이에서는 '세월'이라는 단어, '바다'가 들어간 음악을 피하는 것이 불문율처럼 여겨졌다"
"한동안 '가라앉다'는 쓸 수 없는 단어였다. 어떤 말은 듣는 이들에게 위안을 주지만 어떤 단어는 듣는 것만으로도 고통과 슬픔을 준다"
앵커 브리핑은 박근혜와 세월호를 함께 다뤘다. 한동안 봄에는 '세월''바다'라는 가사가 들어간 음악을 피하는 것이 불문율처럼 여겨져 왔었다는 말로 시작했다.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이 단어를 피한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 박근혜와 부역자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민은 '세월호 참사'로 인해 큰 내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한 시인은 '가라앉다'는 단어를 쓸 수도 없었다고 했다. 모든 것이 '세월호 참사'와 연결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우리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아픔과 부채 의식까지 함께 품고 있었다. 진실을 제대로 밝혀내지 못한 것에 대한 부채 의식은 그렇게 광장의 촛불로 이어질 수밖에는 없었다. 그렇게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침묵의 행보를 다행이라고 여기는 이들도 있다. 세월호 사건을 이야기하며 '작년인가 재작년인가'라며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 탄핵된 대통령이다. 지지자들에게는 고생한다며 가슴이 미어진다고 했지만 국민에게는 사과가 아닌 송구로 답했다"
"끊임없이 이어진 대리인들의 폭언에 가까운 말의 화살들이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법원 앞 포토라인에서 침묵하는 것이 모두에게 편안할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 배는 마지막 항해를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박 전 대통령의 구속 여부가 판가름 날 것이다. 다시 만나게 될 봄날에 퍼 올려야 할 말들이 떠오른다. '떠오르다''되찾다''만나다' 그리고 '다시…민주주의'"
국민 대다수가 '세월호 참사' 당일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지만 박근혜만은 그게 언제인지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 연초 갑작스러운 기자 간담회 자리에서 박근혜가 밝힌 '세월호 참사'에 대한 기억은 경악스러운 수준이었다. '세월호 7시간'의 미스터리를 여전히 가지고 있는 당사자가 외면한 진실은 그래서 더 슬플 수밖에 없었다.
막말을 쏟아낸 박근혜 대리인들과 법원 앞에서도 침묵으로 국민을 외면한 그는 마지막까지 오직 자신 외에는 없었다. 박근혜가 구속 결정이 난 날 인양된 세월호는 마지막 항해를 시작했다. 그리고 우린 '가라앉다'가 아니라 '떠오르다''되찾다'와 '만나다'로 바뀌기 시작했다.
우린 다시 민주주의 앞에 서 있다. 돌고 돌아 다시 찾아온 민주주의. 군사 독재에서 목숨을 바쳐 지켜낸 민주주의를 지난 9년 동안의 수구 세력들에 의해 과거로 회귀했다. 또 다른 행태의 독재를 이어간 이명박근혜 정권은 완전히 끝났다. 그리고 이제 다시 민주주의 앞에 우리는 서 있다.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될지 알 수는 없지만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이 놓여져 있다. 망가진 경제, 그리고 사회 전반의 적폐, 침몰한 민주주의까지 모두 되살려야 한다는 점에서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린 다시 '무소의 뿔처럼' 묵묵하게 다시 민주주의를 향해 나아갈 수밖에 없다. 그게 적폐 청산의 시작이니 말이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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