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으로 별세한 김영애의 발인이 있던 날 앵커브리핑은 손석희 앵커가 과거 인연으로 풀어갔다. 안타까운 이별을 기억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과거의 인연을 통해 개인적인 의미를 담고 그녀들의 연기혼을 공유하며 가치를 이야기하는 앵커브리핑은 그렇게 묵직하게 다가왔다.
업과 업보 사이;
손석희 여운계와 김영애 인연, 최순실 고영태와 우병우의 인연
우병우는 다시 한 번 영장 청구가 기각되었다. 혐의 사실에 대해 법적인 공방을 할 이유가 있다며 영장 전문 판사는 우병우를 구속할 수 없다고 했다. 범죄 사실이 명확하게 소명되지 않았으니 구속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영장판사의 주장은 그들은 범죄자가 아니라는 의미다.
우병우 수사는 초기에 적극적으로 이어지지 않으며 충분히 예고된 사태였다. 검찰이 적극적인 수사를 포기하면서 우병우는 너무나 여유롭게 증거들을 없앴다. 그리고 유유자작하듯 도주를 하며 국민의 분노를 불러오기도 했다. 국민 현상금까지 걸리자 마지못해 청문회에 나선 우병우에게는 세상이 우습기만 했다.
고영태는 자신의 집에서 긴급 체포되었다.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 수사를 하면서 관련자들이 이런식으로 긴급 체포된 적이 없다. 고영태의 현관문이 강제로 뜯게 집에서 체포를 당한 고영태를 두둔할 이유는 없다. 그 역시 최순실의 최측근으로 많은 일들에 관여해왔기 때문이다.
고영태와 우병우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보면 극과 극이다. 현관문을 뜯고 긴급 체포를 하고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만 했던 것은 우병우였다. 민정수석으로 박근혜 정권의 부패를 누구보다 잘 알고 진두지휘한 것으로 지목되고 있는 우병우에 대한 수사를 방치한 검찰은 그렇게 우병우 감싸기에만 급급한 모습이다.
고영태가 박근혜 부역자였다면 검찰이 이런 식의 체포를 했을까?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이 구속된 상황이지만 다른 두 명이 죄가 없다고 믿는 이는 아무도 없다. 수많은 의혹들이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이상하게도 검찰은 두 사람에 대한 그 어떤 행동도 보이지 않고 있다.
안봉근과 이재만이 정말 고영태보다 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아니면 안봉근과 이재만은 아무런 죄가 없다고 확신하는 것일까? 최소한 고영태가 긴급 체포될 수준이라면 두 사람은 이미 구속 수사를 받아야 할 것이다. 만약 고영태가 우병우처럼 검찰 출신이라면 이런 식의 취급을 받았을까? 악의적인 행태의 저속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검찰의 민낯일 뿐이다.
공수처를 신설하고 검찰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하지 않는다면 오명을 절대 벗을 수 없음을 우병우 수사를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우병우가 죄가 없어서가 아니라 그가 잘 나갔던 검찰 출신이기 때문이라는 것은 명확하니 말이다. 고영태가 자신이 지은 죄에 대한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우병우와 고영태. 누구의 죄가 더 중한지에 대해 국민 대다수는 알고 있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최소한 형평성이라는 것을 생각해 볼 필요는 있지 않았을까? 적폐 청산이 강력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는 우병우 하나 만으로도 충분 하다. 청산 없는 권력 집권은 결과적으로 적폐들의 정권 연장이나 다를 게 없으니 말이다.
"그런데… 아니, 그러나…오늘 고 김영애 씨의 영결 소식을 들으면서 저의 생각을 좀 바꾸기로 했습니다.그 두 배우의 찬란하게 빛났던 시기는 저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던 그들의 젊은 시절이 아니라 바로 삶과의 이별을 앞두고도 치열했던 그들의 노년이었기 때문입니다"
""연기는 내게 산소이자 숨구멍 같은 존재다" "배우가 아닌 나를 생각할 수 없다"그 옛날 20대 초중반의 김영애였다면 이런 얘기를 할 수 있었을까….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업에 전력을 다했던 사람만이 부끄럼 없이 내놓을 수 있는 말이 바로 그 말이 아니었을까…"
"여운계와 김영애… 그들은 세상의 많은 이들이 업이 아닌 업보의 길을 갔을 때 고통스러워도 당당하게 업의 길을 간 사람들이었습니다.떠나간 그들의 자리가 유난히도 크고 허전하게 느껴지는 오늘…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손석희 앵커브리핑은 이젠 고인이 된 여운계와 김영애에 대한 소회로 채웠다. 어린 시절 탁구장에서 여운계와 같은 조가 되어 탁구를 쳤던 기억. 손석희에게는 큰 의미와 기억으로 남겨져 있었지만,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그를 여운계는 기억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아이처럼 웃으며 반겨주던 그에 대한 기억은 손 앵커의 가슴에 강렬하게 남겨져 있었다.
비슷한 연배의 김영애와는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었지만 훗날 같은 방송국에서 일하면서도 볼 기회는 없었다고 했다. 병환 소식을 듣고 위로의 말이라도 건네고 싶었다는 그는 영결 소식을 듣고 생각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고 한다. 보내지 못한 편지를 쓰듯 그는 '앵커브리핑'을 통해 마음을 담았다.
두 배우의 찬란했던 시기는 손 앵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던 그들의 젊은 시절이 아닌 바로 삶과 이별을 앞두고 치열했던 그들의 노년이었다고 했다. 우연하게 인연이 되었던 두 배우에 대한 기억. 그 기억들을 반추하며 고민해서 얻은 결과는 그들이 보여준 업에 대한 열정이었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신의 업에 최선을 다한 그들의 모습은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비록 너무 일찍 세상과 등을 져 아프게 다가오지만 업에 충실했던 그녀들의 삶은 많은 이들에게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세상에는 업이 아닌 업보의 길을 걷는 이들이 너무 많다.
박근혜와 최순실은 업이 아닌 업보의 길을 걷고 있다. 독재자의 딸로 태어나 독재의 꿈을 꾸며 평생을 살았던 박근혜. 사기꾼 박태민의 딸로 태어나 평생을 사기만 치고 살았던 최순실. 그런 둘이 만나 국정을 농단한 사건은 업보다. 업보가 아니라면 쉽게 설명이 되지 않으니 말이다. 추한 업보와 아름다운 업의 차이는 그래서 더욱 선명하게 강렬하게 다가온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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