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한반도 위기 상황이 극대화된 상태에서 맞이하는 광복절이라는 점에서 더 특별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북미의 갈등 고조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던 문제였다. 그렇다고 최후의 순간인 전쟁이 한반도에서 터질 것이라고 믿는 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한반도 전쟁설의 허상;
버스에 탄 평화의 소녀상, 오염된 태극기 하지만 태극기에는 아무런 죄가 없었다
문재인 정부가 맞이하는 첫 광복절이다. 14일 청와대에는 많은 이들이 초청 받았다. 소외 받아왔던 독립 유공자들을 초청한 문 대통령은 최대한의 예우를 갖췄다. 그리고 독립군 후손들이 떳떳하게 잘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말도 했다.
던포드 미 합참의장이 청와대 방문을 했다. 미국의 2인자로 불리는 합참의장의 예방은 북미 갈등과 관련한 의견을 나누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우선 순위는 평화 유지이지 전쟁은 아니라고 명확하게 밝혔다. 물론 최후의 수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는 했지만 그게 최우선이 될 수는 없음은 명확했다.
이명박근혜가 그토록 울부짖었던 건국절 논란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명확한 입장을 밝혔다. 48년 광복절이 건국절이라고 외치던 이명박근혜에게는 친일파들이 정권을 잡은 시점을 대한민국의 건국이라고 외쳐왔었다. 하지만 수많은 이들은 1919년이 대한민국 건국과 임시정부 수립일이라 생각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2019년은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이라는 말로 이명박근혜가 외치던 건국절은 존재할 수도 없다고 명확한 선을 그었다. 친일파의 역사가 아닌 독립군의 역사가 곧 대한민국의 뿌리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밝힌 것 만으로도 충분하다. 비정상을 잡아가는 그 과정 만으로도 충분했으니 말이다.
국정원 적폐 TF 팀이 밝히고 있는 내용들을 보면 그 추악함의 끝이 어딘지 알 수 없게 만들 정도다. 현재까지 드러난 내용을 보면 이명박 역시 예외일 수 없음은 명확해졌다. 그 추악한 권력을 박근혜의 추함을 감추기 위해 묵혀두었다고 영원히 감춰질 수 있는 일은 아니니 말이다.
팀장급 민간인 30명이 최근 국정원 서버에서 발견되었다. 민간인 30명이 팀장급으로 활동하고 팀원들을 운영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이에 대한 수사는 급물살을 탈 수밖에 없어 보인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만이 아니라 이명박의 개입과 관련한 수사도 보다 적극적으로 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으니 말이다.
이명박근혜 붕괴된 언론의 역사를 담은 <공범자들>이 정상적으로 개봉된다. MBC 전현직 사장들이 나서서 상영금지가처분 처분을 요구했지만 재판부는 기각했다. 그들의 주장은 공적인 방송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의미 없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했다. 공익을 위한 행위가 방해 받을 수는 없다는 명확한 입장은 이후 상황들을 예측 가능하게 하기도 한다.
MBC 파업은 지역 MBC의 송출 거부로 인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일부 운영진들이 여전히 자신들을 피해자라고 설정하고 반격에 나서고 있기는 하다. 자유한국당 역시 이제 남은 것은 MBC 밖에 없다며 문 정부가 언론 탄압을 하고 있다는 말도 안 되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극우 정당과 몰락한 MBC가 한 몸이라는 인식은 어쩌면 당연하다. 국민 대다수가 그렇게 보고 있기 때문이니 말이다.
""태극기가 앞치마인가!" 지난 탄핵정국 한 시민은 대통령의 변호사를 향해 외쳤습니다. 대형 태극기를 온몸에 휘감은 채 식사를 하고 있었던 변호사. 탄핵심판이 열리는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도 같은 장면을 연출하려다 제지를 받은 그 변호사였습니다"
"지난 겨울만큼 태극기가 흔했던 계절이 또 있었을까… 좌익으로부터 나라를 구하고 대통령을 지켜내자는 일부 단체들의 구호는 태극기와 함께. 성조기와 함께. 심지어는 이스라엘기와 함께 아스팔트 거리를 휘감았습니다. 아마도 그래서 일까. 한두 해 전만 해도 대형 태극기 현수막으로 물결을 이뤘을 광화문 일대는 한산해 보였습니다. 혹시 오해라도 받지 않을까. 저어 되는 마음들 때문인지. 빛을 되찾은 광복절. 8월의 태극기는 조금씩 움츠러들고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지난 겨울… 저희 JTBC 뉴스가 친박 단체 집회를 가능하면 태극기 집회라고 부르지 않으려 했던 것은 바로 이런 저어 됨을 예감해서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동안 우리에게 태극기란 무엇이었을까…. 누군가는 안중근 의사의 피 묻은 그 태극기를 떠올릴 것입니다. 또 4·19과 6월 항쟁. 거리로 나선 시민들은 모두 민주공화국을 상징하는 태극기를 손에 들었습니다"
"계엄군 총에 맞아 사망한 80년 5월의 광주시민들, 그들의 관에 덮인 것 역시 태극기였지요. 비극의 순간들 뿐만 아니라 축제의 현장에서도 태극기는 혹은 감동이었고, 혹은 발랄함이었습니다. 그것은 좌도 우도 아닌 우리가 지키려 했던 가치였습니다. 내일은 광복절. 태극기에도 빛을 다시 찾아줄 때가 되었습니다. 태극기가 어느 한 쪽의 전유물이 아닌 것이 틀림없다면, 그래서 모두가 아무런 망설임 없이 태극기를 들 수 있다면, 설사 앞치마처럼 두른다 한들 고함쳐 말릴 일도 아닐 것입니다"
태극기는 지난 광장에서 극우 세력들에 의해 처량한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박근혜를 지키기 위해 나선 그 무리들은 태극기를 앞세웠다. 극우의 일반적인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셈이다. 여기에 모두를 황당하게 만든 것은 태극기 만이 아니라 성조기에 이어 이스라엘 국기까지 나왔다는 사실이다.
이스라엘의 시오니즘까지 받들겠다는 그들의 의지라면 뭐 할 말은 없다. 태극기를 조롱하고 무의미한 가치로 만들어버린 극우주의자들로 인해 새로운 광명을 찾은 현실에서도 태극기는 외면 받는 존재로 전락하고 말았다. 독립군 투사들이 그리고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받친 그 순간들에도 태극기는 항상 우리 곁에 있었다.
태극기는 극우 세력들이 자신들의 입장을 내세우기 위한 도구로 전락하기 전 우리 모두의 전유물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인정하지 않는 독립군들과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받친 수많은 이들과 함께 했었다. 올 광복절을 앞두고 광화문에서는 태극기가 사라져 있다.
극우세력들로 인해 오염된 태극기는 그렇게 국민들에게도 외면의 대상이 되어버린 셈이다.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 태극기를 외면해야만 하는 현실은 그래서 끔찍하다. 극우주의자 집회를 태극기 집회라 명명한 언론의 문제는 그렇게 현실을 더욱 끔찍하게 만들고 있는 중이니 말이다.
광복절 전날은 '세계 위안부의 날(기림일)'이었다. 전국적으로 위안부의 삶을 되돌아보는 행사들이 개최되기도 했다. 그리고 새로운 평화의 소녀상들이 시민들과 조우하는 날이기도 했다. 안국동 일본문화원을 거쳐 가는 151번 시내버스에 평화의 소녀상이 함께 했다.
동아운수 임진욱 대표가 제안해서 진행된 이 이벤트에 많은 이들은 감동했다. 평화의 소녀상이 건립되고 있기는 하지만 쉽게 찾아가지 못하는 이들과 함께 할 수 있도록 한 이 배려는 특별할 수밖에 없었다. 45일 간 이어질 151번 버스와 평화의 소녀상. 이는 그 어떤 영화보다 더욱 강렬하게 우리에게 와닿는다. 우리가 역사를 외면하는 순간 그 역사는 왜곡되어 우리를 옥죌 수밖에 없음을 우린 경험해왔으니 말이다.
태극기는 극우세력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태극기를 앞세워 자신들의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고자 했던 그들의 행태는 이미 존재 가치가 없음이 증명되었다. 이제 태극기를 되찾아야 할 시간이다. 비록 더렵혀지고 왜곡되어진 채 내던져 있었지만, 태극기는 그 누구의 소유물이 아니니 말이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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