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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검사에게 성추행을 당했던 여검사가 뉴스에 직접 출연해 그 모든 사실을 고발했다. 역사적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국내에서 피해자인 여자가 직접 나서 성범죄에 대해 세상에 고발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현직 검사가 모든 불이익을 감수하고 직접 뉴스에 출연한 것 자체가 대단한 용기가 아닐 수 없다.
우병우와 그의 사단;
8년 구형 받은 우병우와 후배 검사 성추행한 안태근, 이를 무마한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
경악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장례식장에서 법무부장관까지 한 자리에서 후배 검사를 성추행한 검사. 이를 목격하고도 침묵했던 동료 검사들. 무마한다며 중재에 나서 피해자를 오히려 궁지로 내몬 선배 검사.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온 이야기가 아는 현실이다.
2010년 일어난 사건이다. 당시 법무부장관은 이귀남이었고, 장례식장에서 후배 여검사를 성추행한 자는 우병우의 최측근인 안태근이었다. 그리고 안태근 사건을 무마했다는 자는 바로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이다. 경악스러운 이야기의 실체는 그렇게 세상에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서지현 검사는 JTBC 뉴스룸에 직접 출연했다.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가 직접 얼굴과 실명을 드러낸 채 세상을 향해 이야기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아니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대단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더욱 현직 검사다. 현직 검사가 선배 검사에게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세상에 알렸다.
조직에 대한 충성도를 요구하고 자부심이 대단한 검찰 조직에서는 나오기 힘든 파격이 아닐 수 없다. 실제 서 검사는 무려 8년 가까이 참아야 했다. 현실과 타협을 해야 했고, 지독한 공포 속에서 쉽게 판단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2010년 자신이 성추행을 당했다고 공개적으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명박근혜 시절 모든 것이 침묵 당해야만 했던 현실은 서 검사의 사례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침묵을 강요하는 그 어두운 시대 검사라고 다를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 추악한 시대 검사라는 직책을 가진 이 조차도 성추행에 대해 어떤 행동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억압되었다는 사실은 그래서 두렵게 다가온다.
"2010년 10월30일 한 장례식장에서 법무부 장관을 수행하고 온 당시 법무부 간부 안태근 검사가 공공연한 곳에서 강제추행을 했다. 소속청 간부들을 통해 사과를 받긴 했지만 안 검사로부터는 어떠한 연락과 사과를 받지 못했다. 오히려 2014년 사무감사에서 검찰총장 경고를 받은 뒤 2015년 원치 않는 지방 발령을 받았다"
"인사 발령의 배후에는 안태근 검사가 있다는 것을, 성추행 사실을 당시 검찰국장이었던 최교일 현 자유한국당 의원이 앞장서서 덮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서 검사가 검찰 내부 통신망에 올린 글 중 일부다. 2010년 장례식장에서 벌어진 추악한 성추행 사건을 실명까지 거론해서 적시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함께 한 장례식장에서 안태근 당시 법무부 간부가 성추행을 했다고 한다. 당시 법무부장관과 다른 검사들까지 함께 한 자리라 자신은 마치 악몽을 꾸는 듯했다고 뉴스룸에 출연해 당시를 표현하기도 했다.
간부들이 사건과 관련해 수습을 하기로 했지만 정작 당사자인 안태근에게는 그 어떤 사과도 받은 적 없다고 한다. 이 지점에서 임은정 검사는 자세히 언급하기도 했다. 가해자인 안태근은 처벌을 받기는 커녕 이후 승승장구했다고 한다. 이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는 결과이기도 하다. 우병우 최측근으로 사법부가 몰락하는데 일조한 인물이기도 하니 말이다.
사과는 커녕 부당한 인사 발령을 받기까지 했다는 서 검사는 그 배후에 안태근 검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당시 성추행 사실을 덮은 인물이 검찰국장이었던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이라는 사실도 실명을 언급하고 적시했다. 이는 역고소를 당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명확하지 않으면 쉽게 언급할 수 없는 대목이다.
임은정 검사가 사건을 폭로한 후에도 용기를 내지 못했던 서 검사는 용기를 냈다. "주변에서 피해자가 직접 이야기를 해야 진실성에 무게를 줄 수 있다고 해서 용기를 냈다"고 했다. 피해자가 직접 나서지 않으면 긍정적 변화를 불러오기 힘들다는 점에서 서 검사의 용기는 대단할 수밖에 없다.
여전히 가해자보다 피해자가 더 힘겨운 것이 바로 성과 관련된 범죄다. 그런 점에서 서 검사의 이 용기는 비슷한 환경에서 힘겨워하는 많은 이들에게 큰 힘이 될 수밖에 없다. 서 검사의 '#Me Too' 운동은 검찰 내부에서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었다는 성범죄를 근본적으로 뿌리 뽑을 수 있는 시발점이 될 수 있을 듯하다.
영화 <밀양>에서 주인공의 아이는 납치되어 사망했다. 어머니는 종교의 힘을 빌어서라도 그 고통을 벗어나려 노력한다. 하지만 잔인한 납치 살인마는 피해자 어머니 앞에서 당당했다. 하느님이 자신을 용서했다며 이제 자신은 새롭게 태어났다고 말한다. 그 말을 듣고 분노하는 장면은 영화 <밀양>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이기도 했다.
서 검사는 안태근이 최근 모든 죄에 대해 회개하고 구원 받았다고 주장했다. 자기 스스로 구원 받았다고 주장하면 구원 받을 수 있는 문제인가?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추악한 자들이 종교라는 허울을 쓰고 자신의 죄를 탕감 받는 도구로 사용할 정도로 현대 종교는 추악해졌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대형 교회의 행태를 봐도 그렇고 말이다.
검찰 조직은 서 검사의 주장을 반박했고, 대검 감찰본부는 철저하게 수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건이 어떻게 귀결될지 알 수는 없지만 국민들에게 외면 받았던 사법부가 정상화의 길을 걸을 수 있을지 역시 서 검사 사건에서 명확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안태근이 모셨던 우병우는 첫 공판에서 징역 8년형을 구형 받았다. 8개 범죄 사실에 대해 검찰은 8년을 구형했다. 이와 관련해 우병우는 최후 진술로 너무 과하다며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을 뿐이다. 국정농단의 핵심 인물이었고, 사법 체계마저 무너트린 자가 바로 우병우다.
우병우의 도주극과 국민들의 추격전. 검찰의 황제 소환과 판사들의 노골적인 우병우 구속 반대 등이 이어지며 국민에게 사법부는 외면 받았다. 우병우 하나를 구하기 위해 검찰 조직은 스스로 붕괴의 길을 선택했고, 양승태 전 대법관에 의해 임명되었던 구속 전담 판사들은 국정농단 주범들을 구하기 위해 여념이 없는 모습에 국민들은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사법 적폐는 양승태 시절 우병우가 있던 청와대에서 이명박의 최측근이었던 원세훈 구하기에 나섰다는 사실이 폭로 되기도 했다. 삼권분립이 명확한 대한민국의 근간을 뒤흔든 이 사건은 충격적인 사건이자 명확하게 수사해 관련자들을 모두 구속 수사하고 중죄에 처해야 하는 심각한 범죄가 아닐 수 없다.
우병우는 징역 8년 구형을 받고 최측근이었던 안태근 전 검사는 서 검사의 용기로 세상에 성추행범으로 공개되었다. 권력을 앞세워 온갖 악행을 저질렀다는 그들의 최후는 그렇게 초라할 수밖에 없다. '권불십년'이다. 권력은 영원할 수 없다는 점에서 권력을 앞세운 부패한 자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은 이 땅에 더는 우병우와 그 사단과 같은 자들이 나올 수 없게 만드는 최선이 될 것이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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