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개혁은 이뤄질 수 있을까? 현재까지 모습을 보면 거의 불가능한 미션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촛불 시민들은 개혁 1순위로 검찰 조직을 꼽았다. 역사적으로 검찰 조직은 언제나 국민과 적대적 관계였다. 기괴한 표현일 수도 있지만, 검찰 조직은 철저하게 권력에만 충성하는 충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법은 있지만 법이 없는 시대다.
검찰 개혁 가능한가;
정치 검사와 무기력한 검찰 조직, 자정 능력 상실한 그들을 위해서 공수처가 절실하다
<PD수첩>은 2회 동안 검찰 문제를 정조준했다. 김학의 성접대 영상을 공론화 시키며 검찰의 문제를 직접 다뤘다. 검찰 조직 문제는 오래 전부터 논란의 중심이었다. 故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일성으로 검찰 개혁을 외쳤다. 파격적으로 평검사들과 TV 토론회를 할 정도였다.
검사 조직이 얼마나 엉망인지 故 노무현 대통령과 대화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들은 절대 스스로 변화를 추구하지 않는 집단이라는 사실 말이다. 촛불이 타오르던 광장에서 수많은 국민들은 '검찰 개혁'을 함께 외쳤다. 부당한 권력의 편에 서서 그들은 국민들을 억압하기에 급급했기 때문이다.
검찰 개혁을 위해 문 대통령이 선택한 이는 문무일 검찰총장이었다. 하지만 거대하고 경직된 조직에서 총장 하나 바꾼다고 모든 것이 바뀌기는 쉽지 않다. 과거사에 대한 사죄를 하기 위해 박종철 열사 아버지를 찾아간 문무일 검찰총장과 핵심 인력들의 모습은 충격이었다.
<PD수첩>이 이 장면으로부터 모든 것을 시작한 이유는 명확하다. 검찰 개혁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그 장면이 모든 것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무일 검찰총장과 동행한 박정식 부산고검장과 김기동 사법연수원부원장은 검찰 개혁 대상이었다. 그런 자들이 개혁을 하겠다고 나선 검찰총장과 함께 병상에 누운 박종철 열사 아버지를 찾아간 장면은 기괴함 마저 들게 했다.
검찰 개혁을 하기 위해 검찰총장이 된 그 옆에 개혁의 대상들이 함께 하는 상황은 코미디다. 김기동 사법연수원부원장은 BBK 부실 수사를 했던 인물이다. 박정식 부산고검장 역시 다스 부실 수사를 담당하고 이명박 시절 승승장구했던 인물이다. 10년이 지난 후 그들이 한 수사가 모두 잘못되었다는 것이 검찰 수사로 드러났다.
당시 수사에 참여한 자들은 여전히 자신들은 잘못한 것이 없다는 변명만 할 뿐이다. 그저 주어진 짧은 시간 적은 인력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것이 그들의 입장이다. BBK와 다스 수사에 참여한 자들이 모두 이명박 시절 승승장구했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본인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제주 김수창 지검장 사건은 충격이었다. 현직 지검장이 음란공연죄로 수사를 받은 이 사건은 검찰이 어디까지 추락하는지 잘 보여준 사례이기도 하다. 물론 이 사건에 대해서도 이 조직은 철저하게 자기 사람 챙기기에만 급급했다. 경찰 수사로 김수창 당시 제주 지검장이 어떤 짓을 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났지만, 자신은 무고하다는 말을 남기고 지검장 직에서 물러났다.
대검은 즉시 사표를 수리하고 다음날 음란공연죄가 공식화되고 김수창 전 지검장 변호인은 사과문을 읽었다. 이 과정에서 핵심은 문제가 있는 검사의 사표를 빠르게 수리해줬다는 것이다. 이 경우 사표 수리를 반려하고 수사를 받게 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럼에도 검찰 조직은 그를 도왔다.
김수창 전 지검장은 인천에 있을 당시 김학의의 지시를 받으며 박봄 암페타민 밀수 사건을 지휘했던 인물이다. 당시 박봄에 대해서는 입건유예 처리를 하며 논란이 거셌던 사건이기도 하다. 비슷한 시기 암페타민을 들여온 삼성직원은 빠르게 수사가 이뤄지며 형을 받았지만, 박봄은 오랜 시간 수사가 본격적으로 이뤄지지도 않고 조서도 꾸미지 않은 입건유예 처분을 받았다.
검찰은 김수창 전 지검장이 성선호장애를 들어 기소유예 처분을 했다. 말도 어려운 성선호장애는 성도착증과 같은 의미다. 의사들도 사용하지 않는 단어를 굳이 선택한 것은 '성도착증'에는 환자라는 말이 따라붙기 때문이다. 이런 환자가 평검사부터 시작해 지검장의 자리까지 올랐다는 사실이 문제가 된다는 점에서 검찰은 '성선호장애'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조직을 지키기 위해서 범죄를 저지른 자를 비호하는 검찰. 도저히 넘어갈 수 없는 극단적 범죄가 아닌 이상 검찰을 절대 처벌 받지 않는단 사실을 보여주기에만 급급한 모습이다. 서지현 검사 성추행과 부당 인사와 관련된 안태근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반려되었다.
후배 검사를 성추행한 다른 검사 역시 불기소로 법정으로 가게 되었다. 검찰 조직은 기본적으로 자신들의 잘못을 제대로 수사할 의지가 없다. 이진한 검사는 여기자를 성추행한 혐의를 받았고 해당 기자에게 고소까지 당했지만 견책 처리를 당하고 말았다.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견책으로 성추행 사건을 무마한 검찰 조직.
정치 검사로 승승장구한 이진한 검사를 검찰 조직이 비호한 상징적 사건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지금은 거대 로펌 변호사로 활동하는 그는 인터뷰 요청에 도망치기에 바빴다. 음식점 주인을 앞세워 취재를 방해하고 도주하듯 떠나버린 이진한 전 검사는 뭐가 그렇게 두려웠던 것일까? 이명박근혜 정권에 충성하며 문재인은 안 된다고 외쳤다는 이진한.
부산에서 있었던 해괴한 사건 역시 당혹스럽게 다가온다. 공소장을 분실한 상황도 황당하지만, 공문서 위변조를 한 이 사건은 심각한 수준의 범죄였다. 하지만 해당 여검사가 금융그룹 회장 딸이라는 이유로 사직을 하는 것으로 모든 처벌을 면했다. 10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는 심각한 범죄를 검찰 조직은 눈감았다.
모든 권력을 손에 쥐고 특권 속에 살아왔던 검찰이 자정 능력을 키우고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은 전문가 말을 듣지 않아도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절대 권력을 놓지 않으려는 이 집단들은 여전히 국민을 상대로 자신이 가진 기득권을 행사하기에 여념이 없을 뿐이다.
공수처가 대안일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안 되면 이를 처리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면 된다. 고위공직자들의 범죄를 수사하는 집단을 통해서라도 고질적 병폐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는 국민의 바람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들은 여전히 자신의 권력만 움켜쥐고 있을 뿐이다.
지난 주 <PD수첩>에서 방송된 김학의 성접대 논란 사건은 사회적 공분을 불러왔다. 그 결과 검찰 과거사위는 이 사건은 조사하도록 결정했다. 김학의 사건에 대해 고민이 컸다는 이야기들이 나오던 상황에서 방송의 힘은 검찰 조직이 그토록 꺼리던 사건과 마주하게 만들었다.
5%의 정치 검사로 인해 95%의 개미 검사들까지 공공의 적으로 만들었다. 물론 그 개미 검사들 역시 변화를 요구하지 못하고 침묵으로 그들과 동조했다는 점에서 크게 달라 보이지 않다. 내부 변화를 꾸준하게 요구해왔던 임은정 변호사를 내부에서 비난해왔던 사실을 보면 이들 집단은 5% 정치 검사만이 아니라 95%의 개미 검사들도 그들처럼 되고자 하는 욕망만 존재했던 것은 아닌가 의심을 가져보게 된다. 자정 능력을 상실한 검찰 개혁의 시작은 공수처 설치에서부터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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