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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 방송이야기/Variety 버라이어티

남자의 자격 이경규 몰카는 가장 진솔한 경배였다

by 자이미 2010. 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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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나이 40세가 넘은 남자들의 막막한 도전이 시작 된지도 벌써 1년이 되었습니다. 예능에서 어느새 주변인으로 전락해버린 이경규를 필두로 왠지 모르게 어울리지 않았던 그들이 모여 버라이어티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씁쓸한 화제였었습니다.

남격 1주년을 이경규에게 바치다


1. 이경규 트리뷰트

<남자의 자격(이하 남격)>을 하기 전에도 이경규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작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했었습니다. 문제는 시작도 많이 했지만 이른 종영도 잦았다는 것이지요. 성공보다는 실패가 많아지던 이경규에게 <남격>은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을 듯합니다.

더 이상 밀려서는 안 되는 상황. 그는 어쩌면 이 프로그램에 배수의 진을 쳤을 지도 모릅니다. 버라이어티에서 잘나가는 스타들이 모여 다른 시간대를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버라이어티가 처음인 초보들을 데리고 성공해야 한다는 것은 기적을 만들라는 것과 다름없었습니다.

검증되지 않은 가수, 개그맨, 배우들을 데리고 최고 격전장인 일요일 저녁 시간대 버라이어티를 진행하는 것은 이경규 인생 최고의 도전이자 가슴 떨리는 긴장감이 지배하는 시간들이었겠죠. 성공하면 다행이지만 실패한다면 다시 재기하기 힘든 수렁으로 빠져들 수도 있는 상황에서 <남격>은 독특한 매력으로 대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나이든 남자들이 죽기 전에 이런 것들은 한번 해봐야 하지 않겠냐는 엉뚱하지만 간절한 기대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안 해도 될 것 같은 일상의 것들이 도전이 되고, 그런 도전에 임하는 과정들에서 그들이 보여주는 진솔한 모습들은 또 다른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너무 허약해서 어설픈 모습이 인간적으로 다가왔던 그들의 모습은 쉽지 않은 도전이기에 더욱 의미 있게 다가왔습니다. 단순히 몸으로 움직이는 것만 아니라 마음으로 전달하는 과제들도 함께 담아냄으로도 동시대를 살아가는 3, 40대 남성들의 공감을 이끌어낸 <남격>은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는 <1박2일>을 위협하는 새로운 강자로 거듭나는 쾌거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들의 성공에는 중심을 잡고 끌어가던 이경규가 있었음을 부정하기는 힘듭니다. 각 캐릭터들이 자리를 잡아가며 새로운 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했지만, 현재까지도 이경규의 존재감은 특별하기 때문이지요. 오랜 시간 쇼 프로그램을 책임져 왔던 그의 능력은 쉽게 쌓아 올린 것이 아님을 그는 방송을 통해 잘 보여주었습니다.

때론 50이 넘은 남자가 진한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여전히 아이처럼 떼를 쓰기도 하는 모습에서 그의 익숙하지만 색다른 모습들까지 발견하게 되곤 했습니다. 항상 강자일 것 같았던 이경규가 약자가 되기도 하고 나약한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기도 하는 등 그는 <남격>을 통해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새로운 전성기를 이끌었습니다.

그런 그를 위해 <남격>과 함께 하는 멤버들은 대한민국 몰래 카메라의 원조인 이경규에게 '몰래 카메라'를 감행합니다. 도발적인 그들의 도전은 24시간 동안 단식을 하는 프로젝트로 현실화 되었습니다.

여러 가지 그럴 듯한 이야기와 상황들이 그들에게는 사실로 느껴질 수밖에는 없었지요. 지난 1년 동안 자연스럽게 익힌 도전의 기운은 당연한 믿음으로 나아가도록 만들었습니다. 사전 제작진들은 '김국진-김태원-이윤석'에게 몰카의 취지를 이야기하고 선뜻 응한 그들과 함께 소위 '20년 숙원'이라는 원조 몰카 이경규에게 제대로 몰카를 선사하기 위한 완벽한 작전을 세웁니다.

2. 눈치 100단 이경규도 인간일 뿐

쉽게 찾을 수 없는 비밀의 방을 만들어 이경규를 제외한 모든 이들은 원하는 음식을 24시간 어느 때나 먹을 수 있도록 함으로서 극단적인 '단식과 폭식의 경계'에서 오는 재미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했습니다.

철저하게 모든 이들이 짜고 이경규 혼자를 속이는 일은 그리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방송 환경이 바뀌고 시간이 경과하며 어느새 주연에서 조연으로 넘어가는 이경규에게는 과거의 지위에서 나오는 우월적인 센스들은 자라난 믿음으로 변해있었습니다.

제작진이 먹다 남긴 빵 조각을 손에 쥔 채 힘겹게 참아내던 그와 수시로 포식을 하는 그들의 관계는 극단이 주는 재미로 나아갔습니다. 이를 심각한 새디즘으로 보는 이들이라면 너무 과한 포장이겠지요. 단식도 힘겨움이겠지만 방송을 위해 수시로 식사를 해야 하는 그들도 힘겨운 건 마찬가지였으니 말이지요.

모든 것을 밝히고 속이 답답해 죽겠다고 이야기를 하듯 그들 역시 이경규와 마찬가지로 방송에 최선을 다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도전 과제는 이경규를 포함한 대외적인 형식이 단식을 하는 방식으로 미션이 진행되었기에 무척이나 단조롭고 재미없는 도전이 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극단적인 차이를 둬서 속이고 속는 과정 속에 자연스럽게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 자체가 오늘 방송되었던 <남격>의 관람 포인트였었지요. 처음에는 몰랐던 다른 멤버들에게 시간이 흐르며 자연스럽게 비밀의 방을 알려주고 숨겨둔 진짜 미션을 알려주며 그들이 느끼는 재미도 즐겁게 다가왔습니다.

다큐멘터리로 보자면 설정된 상황에서 빚어지는 인간의 속성을 알아보는 실험 정도로 볼 수도 있겠지만 실험이 아닌 상대를 배려한 애정이 묻어난 몰카는 예능으로서의 재미를 만끽하게 해주었습니다.

그렇게 힘겹게 홀로 단식을 해야 했던 이경규는 지난밤에도 말하지 못하고 망설였던 고백을 미션을 끝내자마자 토로합니다. 제작진이 먹다 남긴 커피를 몰래 마시고 자신도 모르게 트림을 하게 되었다고 말이지요. 자신 때문에 미션에 실패하는 것 같아 무척이나 미안했다는 그에게서는 악동의 이미지 보다는 타인을 배려하는 인간 이경규의 모습만이 남겨져 있었습니다.

항상 독하고 몰아붙이는 이경규여야 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세월이 흐르며 사람이 조금씩 변해가듯 날선 칼들이 무뎌지며 용도를 바꾸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남을 베기 위한 칼에서 타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용도의 칼로 변하는 것이 나쁘지 않기 때문이지요.

과거의 이경규를 기억하고 좋아하는 이들에게 선한 이경규가 낯설고 아쉽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더욱 완숙해진 모습으로 버라이어티에서 걸음마를 하던 이들에게 예능이란 무엇인지를 몸소 보여주는 그는 이렇듯 특별하게 축하 받을 만 했습니다.

1주년 기념을 다른 특별함이 아니라 이경규를 위해 온전하게 바친 제작진들이나 함께 한 멤버들에게는 가장 소중한 존재가 바로 이경규임이 분명하게 드러난 특집이었습니다. 예능인을 기리는 행위 중 으뜸은 즐거움으로 당사자를 헌사 하는 것이겠지요.

단식이라는 형식이 가학적으로 느껴지신 분들도 계시겠지만(먹는 자와 먹지 않는 자의 비교가 주는 미더움이 지적의 대상이 될 수도 있지만 사실 폭식은 건강의 적이지만 적절한 단식은 건강을 위해 좋은 일이기도 하지요) 하루 동안 그들이 벌인 한 사람을 위한 방송은 이경규에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될 듯합니다.

자신을 위해 방송 전체를 바치는 경우는 거의 드물기에 <남격>이 마련한 이경규 몰카는 예능에서 볼 수 없는 가장 진솔한 경배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들이 특별하게 준비한 이경규 트리뷰트는 그렇게 이경규를 상징하는 몰래 카메라를 역으로 선사함으로서 극적인 재미를 던져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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