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은 조금 있었지만 어른들을 위한, 혹은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동화라는 점에서 나쁘지 않았습니다. 은경과 유리가 나눈 이 동화와 같은 관계가 현실에서 정말 존재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어딘가에 존재할 수도 있지만, 만나볼 경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동화 같은 이야기입니다.
마지막 회 의뢰인은 대정의 전 대표인 오대규였습니다. 이혼 의뢰를 한 것은 대규가 아니었습니다. 그의 아내이자 우진의 새엄마인 애연이었죠. 애연은 우진을 찾았고, 그 자리에서 이혼을 언급했습니다. 우진은 오대규의 아들이지만 애연의 아들은 아니었습니다.
어느 정도 성장한 우진은 아버지의 집에 들어와 살게 되었습니다. 그때 애연은 불쾌해하거나 화내지 않고 우진을 받아줬고, 자신을 숙모라고 부르라 했습니다. 차마 엄마라고 부르라고 할 수는 없었죠. 그렇다고 남편과의 다툼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대정을 대한민국 최고 로펌 중 하나로 만들기 위해 어떤 희생을 했는지 은경을 통해 알 수 있게 합니다. 은경이 이혼한 결정적 이유 역시 일과 가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오대규 역시 이런 문제가 누적되어 발생한 사건이었습니다.
변호사로서 큰 성공을 했을지 모르지만 정작 가장 가까운 아내와는 제대로 된 이야기들을 나누지 못했습니다. 그저 성공하고 큰돈을 벌어 풍족하게 살 수 있게 해주면 그게 최선이라 생각했습니다. 물론 애연도 그런 풍족함에 만족하고 감사했습니다.
세상 사는 것이 그저 돈으로만 해결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가정을 이루고 가족으로 살아가는데 있어 더 중요한 것은 대화일 수밖에 없죠. 가족으로서 가질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지 못하면 균열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일과 가정의 균형을 잡는 일은 중요할 수밖에 없죠. 그런 균형을 잡지 못하면 균열이 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죠. 대규는 자신의 로펌을 찾아와 이혼 소송을 한다는 아내에게 분노했습니다. 그렇게 그가 찾은 곳은 아이러니하게도 은경이었습니다.
대규는 은경을 밀어내기 위해 노골적으로 하대하는 행동까지 했었습니다. 그 이유가 명확하게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분명한 것은 자신의 아들이 믿고 따르는 혹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가지고 있다 생각하는 상황을 막기 위함이었습니다.
희한한 상황에서 대규는 자신이 만든 로펌에게 절대 져서는 안 된다며 은경을 내세워 이혼 소송을 시작했습니다. 당연하게도 상대는 유리였습니다. 은경과 유리가 상대로 맞서는 경우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은 현실에서는 쉽지 않겠죠.
당연하게도 이혼하기 위해 소장까지 낸 부부들은 싸우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공통점은 서로를 이해하려 하지 않는 것입니다. 서로를 더는 이해하기 어렵거나, 하기 싫었기 때문에 이혼이라는 결정을 했을 겁니다.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이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혼 소송을 하면서 마지막까지 법정에 세워 법의 결정을 따르기 보다 타협을 하고, 합의할 수 있는 방법이 최선임을 알고 있는 은경과 유리는 이번이라고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은경은 대규가 이혼하고 싶어 하지 않음을 알게 됩니다.
법정에서 판사 앞에서 서로를 탓하는 상황들 속에서도 이들이 극단적으로 나아가지 않은 것은 사실 서로 이혼을 하고 싶은 마음은 없기 때문입니다. 대다수 이혼을 앞둔 이들은 마지막까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기 바라는 상황이 많습니다.
그렇게 오해를 풀고 싶고 소통을 하고 싶어하지만, 이혼을 진행하는 가정들은 서로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경우들이 허다합니다. 물론 가정폭력 등 다른 사유로 이혼하는 경우는 이런 사례와는 전혀 다르죠. 하지만 대규의 이혼과 같은 경우는 거의 대부분 서로를 이해하면 풀릴 수 있는 것입니다.
대규로서는 평생을 그렇게 일만 해왔고, 아내와 대화하는 방법을 잃어버린 듯했습니다. 그저 돈 많이 벌어다주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다했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아내로서는 밖에서 낳아온 아들을 키워주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이냐고 따져 묻지만, 이를 자신을 향한 공격 정도로 여기는 대규입니다.
우진 출생의 비밀은 마지막 회에 잠깐 등장했습니다. 대규가 애연과 결혼하기 전 사귀는 여성이 있었고, 헤어졌는데 알고 봤더니 임신을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애연과 결혼 후 외도해서 낳은 아이가 아니라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애연도 우진을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이기도 합니다. 재판 과정에서 험할 수도 있는 발언을 해도 애연은 우진을 진짜 아들처럼 키웠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한 발언들이 미안하기도 했죠. 그런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된 우진 역시 다르지 않았습니다.
합의하기 싫은 대규는 20억 정도면 이혼할 수 있다는 말을 은경에게 했습니다. 애연 역시 유리에게 20억 정도를 언급했죠. 대규의 재산을 생각해보면 그 정도는 큰 금액이 아닙니다. 애연 역시 이혼을 빌미로 큰돈을 벌어보겠다는 의지는 없었습니다. 그저 늦었지만 자신의 삶을 살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을 뿐이었죠.
은경과 유리는 서로가 원하는 금액이 일치한다는 점에서 만나 합의를 하자고 결정합니다. 하지만 은경은 언제나 그랬듯, 단서를 달았습니다. 서로 일치하는 합의금에도 불구하고 사인을 바로 하지 않으면, 변호 말고 '통역'을 해보자고 말입니다.
은경의 말처럼 대규는 쉽게 이혼 서류에 사인하지 못했습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이혼이 아니었기 때문이죠. 그런 상황에 애연도 마지막 호소를 하죠. 자신이 살아왔던 삶과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가족의 모습에 대한 바람들이 쏟아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오해는 옵셥이었지만 말이죠.
이 과정에서 은경은 상대에게 존중 받기 위해 슈퍼갑과 슈퍼을을 내세우는 것은 아니냐고 언급합니다. 스스로를 갑과 을로 나눠서 상대를 압박하는 것은 자신이 상대에게 존중받기 위함이라는 것이죠. 사실 이들 부부도 그랬습니다.
대규는 사인을 하고 아내 앞에 무릎을 꿇고 자신의 진심을 털어놨죠. 그동안 그놈의 자존심이 뭐라고 제대로 아내의 마음도 이해하지 못하고, 알면서도 따뜻한 말 한마디 하지 않았던 자신에 대한 자책이자, 진심 어린 사과였습니다.
대규의 이 선택은 애연을 움직였죠. 그 역시 이혼이 목적이기 보다는 답답한 상황을 탈피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렇게 이들은 변호가 아닌 통역이 필요했습니다. 통역이 이뤄진 후 이들은 이혼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가는 이들에게 다가간 우진도 처음으로 한 마디를 했습니다.
우진도 부모가 이혼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사무실 밖에서 이들이 화해하는 상황을 인지한 우진은 차에 탄 애연을 향해 처음으로 "어머니"라고 했습니다. 그동안 숙모로 언급하며 살 수밖에 없었던 우진이나 애연에게 이 말은 거대한 의미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애연도 어쩌면 우진이 자신을 어머니라고 불러주기 바랐을지도 모릅니다. 우진의 어머니라는 말에 행복해하는 애연의 모습과 집에서 보자는 아버지는 일상적인 가족의 일상이었습니다. 그렇게 우진의 삶도 어쩌면 처음으로 가족의 모습을 갖출 수 있었습니다.
유리는 이제 사수가 되어 신입 변호사를 돕고 있습니다. 새롭게 들어온 한나의 모습은 유리가 처음 입사하던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런 신입에게 다양한 조언을 해주는 내용은 은경이 유리에게 해줬던 것들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삶은 이어지는 것이죠. 유리는 여전히 은경에게 조언을 구하고, 그런 유리에게 은경은 더는 해줄 조언이 없다는 말로 성장한 후배를 애정합니다. 그럼에도 이들은 이혼 사건을 두고 대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이런 반복된 상황이 일상이 되는 과정 역시 그들의 삶입니다.
은경은 딸이 아빠를 잊지 않기 바랐습니다. 그렇게 딸에게 먼저 아버지를 만나보라고 제안했습니다. 여전히 용서할 수 없는 아빠를 만나는 것이 내키지 않은 재희는 친언니처럼 따르는 유리를 만나 조언을 구하죠. 하지만 이미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언급하며 그 모든 선택은 재희의 것이라며, 용서하지 않아도 만날 수 있다는 말로 상황을 정리합니다.
재희는 아버지를 다시 만나는 것이 서먹했습니다. 하지만 이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친한 친구처럼 활짝 웃는 재희의 모습을 보면서 엄마 은경도 행복했습니다. 비록 성인들인 자신과 전남편과 사이는 남남이 되었지만, 딸은 부모를 잃은 것이 아니어야 하니 말이죠.
은경은 이혼의 완성을 아이가 다시 웃게 하는 것이라 했습니다. 부모에게 동등하게 사랑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이혼을 완성하는 것이라는 말은 '굿파트너'가 하고 싶은 주제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회에 '굿 파트너'가 아니라 '굿, 파트너'를 언급한 것도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좋은 파트너가 있기도 하지만, 나쁜 파트너가 존재하기도 합니다. 그 관계가 부부일 수도 있지만, 굳이 굿과 파트너를 분리한 것은 살다 보면 그 관계성이 언제나 '굿'일 수는 없기 때문일 겁니다. 그럼에도 그 관계를 '굿'으로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어쩌면 우리가 해나가야 할 살아가는 방식이기도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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