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가 죄를 지으면 가는 곳이 지옥이 아니라 인간세상이라는 설정이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그건 지옥보다 더 한 곳이 그들이 보기에는 인간세계라는 의미가 되니 말입니다. 그렇게 인간 세계로 유배당한 악마가 판사가 되면 벌어지는 일은 의외로 통쾌합니다.
이 드라마를 보면 판사는 악마가 되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천사인 판사도 필요한 것이 법정이기도 합니다. 억울한 범죄의 희생양이 되는 경우들도 우리는 현실에서 자주 접하기 때문입니다. 악랄한 범죄자에게는 악마가 되어야 하지만, 구제가 필요한 이들에게는 천사가 필요한 곳이 법정입니다.
몇 천 원도 안 되는 금액을 횡령했다며 버스기사 해고를 정당화한 판사가, 수십, 수백억을 횡령한 자는 무죄로 선고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두 사건을 판결한 판사는 동일인이고, 이 자는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기회도 잡습니다. 과연 이 판사를 지옥 재판부에 올리면 어떤 판결을 받을까요?
1년 안에 10명의 용서받지 못한 범죄자를 지옥으로 보내야 하는 유스티티아는 빛나의 몸으로 인간계로 와서 거침없이 실행해 갔습니다. 그러던 빛나는 형사 한다온이 자신이 세명을 죽인 살인자라는 술기운에 밝힌 고백에 미소를 띠웠습니다.
횡재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렇게 다온을 죽이고 행복해 하던 빛나 앞에 등장한 것은 지옥 이인자인 바엘이었습니다. 바엘은 다시 한번 죽여서는 안 되는 자를 죽였다며 유스티티아에게 벌로 1년 안에 20명을 지옥으로 보내라는 벌을 내립니다. 그리고 다온은 환생할 수 있게 됩니다.
이 과정이 중요했던 것은 둘의 운명이 결정되는 순간이기 때문이죠. 빛나의 몸을 빌린 악마와 인간의 사랑이 과연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는 너무 자명하지만, 그 절망스럽고 안타까운 것이 사랑이라면 이들은 그 순간 모든 것을 감내할 수 있습니다. 그게 사랑이라는 감정이 만든 희생이니 말이죠.
다온이 환생했지만 아무런 증거가 없습니다. 자신이 빛나가 찌른 칼레 찔려 사망한 것까지 기억하지만, 칼자국은 이내 사라졌습니다. 그 무엇도 증명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다온은 빛나에게 집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가 누군지 궁금할 수밖에 없으니 말입니다.
이 상황에서 추가적인 등장인물들이 더해지며 이제 본격적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려 합니다. 돈까스 집에서 만난 그레모리는 빛나와도 관련된 인물입니다. 그 잘못으로 그도 인간계로 귀양을 보내진 상태니 말이죠. 빛나의 몸을 하고 있는 이가 다른 누구도 아닌 유스티티아라는 사실에 감격했습니다.
지옥에서는 유스티티아의 명성이 압도적이기 때문이죠. 그렇게 손에 귀를 가진 그레모리까지 합세하며 유스티티아의 팀은 완성되었습니다. 그레모리가 취한 인간 아름은 고아로 지내다 사회에 나왔고, 힘겹게 사는 상황에 믿던 사람에게 사기까지 당해 자살을 시도한 인물입니다. 그 삶이 불쌍해 아직 죽지 말라며 그 몸을 빌린 상태죠.
'태옥'이란 이름의 건설사는 결국 이 드라마의 최종 보스 집단이기도 합니다. 그들은 '황천지구' 재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하필 그곳에서 건물을 팔지 않는 황천빌라에 빛나가 이사한 사실도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빛나는 아무 생각 없이 돈이 없어 그곳으로 향했지만, 그건 운명이죠.
5선 국회의원인 정재걸을 중심으로 태옥산업개발 CEO인 정태규, 그리고 무직인 아들 정선호로 이뤄진 이들 집단은 빛나의 죽음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행하는 거의 대부분인 악랄한 범죄라는 점에서 빛나와 대결은 흥미롭지만 처절하게 이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3, 4회를 관통하는 사건은 아동 학대 사건입니다. 이 사건의 범인인 배자영은 우리가 익히 아는 희대의 여성 악당들의 실제 이야기들을 혼합한 모습이었습니다. 초등학교 교사인 자영은 남편과 아들이 탄 차를 몰고 가다 저수지에 빠져 남편을 잃었습니다.
자신과 어린 아들은 물밖으로 나왔지만 남편은 나오지 못하고 사망했습니다. 문제는 시어머니가 아들을 데려가며 갈등이 빚어졌습니다. 법정에 선 시어머니 장순희는 입이 거칠고 거침이 없는 인물이었습니다. 언뜻 보면 고부갈등 속 가해자의 모습 그 자체였습니다.
판사에게도 분노를 거침없이 쏟아내는 장순희의 행동에는 어떤 진실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요? 이 과정에서 다온은 무모할 정도로 빛나에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법원까지 찾아가 큰소리를 빛나를 찾는 다온의 행동이 불쾌하기만 하지만 이 마음은 곧 변할 수밖에 없습니다.
첫 사건처럼 피해자와 가해자를 모두 만나봐야 하지 않냐고 주장하는 다온으로 인해 빛나는 초등학교를 찾아 자영을 찾습니다. 30년 만에 나타나 아들에게 돈을 요구해 왔던 시어머니는 이번에도 보험금을 빼앗으려고 손자를 데려갔다 주장했습니다.
당연하게도 장순희의 주장은 전혀 달랐습니다. 아들을 잡아먹은 자영이 손자까지 죽이고 보험금을 가져가려 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행동과 말이 거친 순희의 이 모든 것들은 손자를 지키기 위함이었습니다. 손자가 집에 없다고 거짓말을 한 것도 빼앗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 때문이었죠.
순희가 밝힌 자영을 믿지 못하는 상황들은 충분히 그럴 수 있었습니다. 아들 장례식에서 딴남자와 불륜을 저지르는 자가 정상일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아이를 방치한 모습 등 모든 것이 걸렸죠. 더욱 전 남편을 죽이고 아파트를 차지했다는 주장은 확인이 필요했습니다.
주장만 있고 증거는 없는 상황에서 빛나를 움직인 것은 지호의 그림일기였습니다. 그 안에는 베개로 죽이려는 장면 등 직접 증거는 아니지만 목격 증거가 될 수 있는 다양한 내용들이 존재했습니다. 자영은 지호 아버지를 죽이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취하게 만들고 안전벨트에 순간접착제를 붙여 나올 수 없도록 했습니다. 이를 지호는 모두 목격했습니다. 그리고 문제의 장소에서 자영을 차를 몰고 저수지로 질주했습니다. 선루프를 연 상태에서 자영은 지호를 데리고 탈출합니다.
하지만 아빠를 구해달라는 어린 지호에게 자꾸 떠들면 너도 죽인다고 협박하더니, 썬루프까지 닫으며 남편을 결혼한 지 6개월 만에 살해했습니다. 자영이 이런 짓을 벌인 것은 당연하게도 보험금 때문이었습니다. 총 30억 보험금에 절반 이상이 지호의 몫이라는 점에서 자영은 남의 아들이 필요했습니다.
자영은 지호를 빼돌리기 위해 악어의 눈물을 흘리고는 악랄한 수법을 동원합니다. 어린 지호의 착한 마음을 이용해 수면제를 탄 홍삼 음료수를 순희가 먹도록 만들었습니다. 할머니를 도와 받은 것이란 말에 순희는 손자의 행동에 행복해하며 마시고는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지호를 데려간 자영은 분노해 이를 아이에게 풀었고, 지호가 궁금했던 빛나는 악마의 능력을 이용해 그가 위험에 처했음을 감지합니다. 더는 미룰 수 없는 심판의 시간이 다가왔다는 의미였습니다. 지호는 욕조에 빠져 죽은 것일까요?
경찰이 전화를 받고 출동한 것은 지호가 자영이 나간 후 집을 빠져나와 공중전화로 다온에게 연락을 했기 때문입니다. 다온이 언제든 필요하면 전화하라는 말을 기억한 지호가 어렵게 구조 요청을 한 것이죠. 자영이 범죄를 저지르지 못한 것은 당연하게도 빛나 때문이었습니다.
남편을 죽인 장소인 저수지에 온 자영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수장된 남편의 차가 수면위로 올라오기 시작했기 때문이죠. 기겁하다 도망치던 자영은 그 차에서 내린 이가 판사 빛나라는 사실에 다시 당황했습니다. 이 말도 안 되는 상황들 모두가 이상하니 말이죠.
그렇게 지옥에서 온 판사의 심판은 시작됩니다. 첫 번째 사례처럼 심판은 분명하고 명확합니다. 자신이 저지른 범죄를 그대로 재현해 되돌려 받는 것입니다.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그럼에도 여전히 반성하지 않고 있음을 확인한 악마의 심판은 보는 이들에게는 통쾌함을 선사합니다.
첫 남편은 나이든 남자였습니다. 어차피 자신보다 먼저 죽을 거 자신이 앞서 죽였다 했습니다. 약을 먹이고 눈을 멀게 하고, 그것도 모자라 눈먼 이를 등산시켜 휴대폰이 떨어졌다고 거짓말하고 벼랑에서 밀어 죽여버린 이 악랄한 범죄자는 똑 같이 재현된 지옥 판사의 심판에서 그대로 자신이 겪게 됩니다.
수장되는 기분까지 경험하게 된 자영이지만 그래도 반성은 없습니다. 그런 자에게는 지옥불에 떨어트리는 것이 최선이었습니다. 지옥행 낙인을 찍은 후 빛나 앞에 등장한 이들은 지옥 사건처리반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주어진 임무는 경찰서 앞에 자영을 넣은 여행 가방을 놓는 것이었습니다.
빛나가 이런 무모해 보이는 행동을 한 것은 다온 때문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자신에게 접근하는 것이 싫었지만, 한순간 심장이 뛰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이는 교활하지 않아 믿는다며, 다온을 지칭해 그대가 아이였다면 동일하게 믿어줬을 것이란 말에 감동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온은 가족을 모두 잃은 그 현장에 있었습니다. 살인자가 왜 자신은 죽이지 않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열 살 어린 나이에 당한 그 사건의 기억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형사들은 어린아이의 말이라고 믿어주지 않았습니다. 그 절박한 순간 자신을 믿어주지 않은 형사들에 분노한 것은 당연했습니다.
그런 아이가 형사가 된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입니다. 가족을 죽인 살인범을 잡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것 역시 너무 당연하니 말이죠. 다온의 선배이자 팀장인 김소영이 친누나처럼 그를 아끼고 챙겨줍니다. 그의 과거를 알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합니다.
그 떨림 이후 다온에 대한 감정선이 발전하기 시작했지만, 역으로 다온은 그 일 이후로 빛나를 괴롭히고 싶지 않았습니다. 자신을 이해해줄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고맙게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가 악마라 해도 자신에게 베푼 그 믿음은 감동이었습니다.
더욱 지호 사건을 통해 그 감동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자영이 경찰서 옆에 유기된 사건으로 인해 다시 복잡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빛나가 이런 행동을 한 것은 다온이 자신을 찾아오기 원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날 이후 좀처럼 그 감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죠.
하지만 악마에게 인간의 감정을 가지는 것은 죽음과 같습니다. 자칫 그 감정으로 인해 영원히 모든 지위를 잃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 상황을 더욱 공고하게 만든 이는 재개발 지역에서 유일하게 남겨져 있는 황천빌라 입주자 중 하나인 할머니 오미자였습니다.
빛나와 다온이 함께 있는 것을 본 미자는 만나지 말라며 둘 중 하나는 죽는다고 경고했습니다. 그저 빛나는 할머니 신기가 좋네라며 웃어 넘겼지만, 그건 실제 일어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습니다. 일상으로 돌아와 사건들을 보던 빛나는 12명을 살해한 연쇄살인마 J라는 인물이 다시 보도되는 것을 접하게 됩니다.
99년도 10살이었던 꼬마만 살아남은 상황에서 그 아이를 만나고 싶다는 빛나는 아직 그 생존자가 다온임을 알지 못합니다. 형사인 다온은 그의 직업 정신이 잘 살아났습니다. 저수지 근처 쓰레기통 옆에 던져져 있던 찌그러진 캔콜라를 보며 확신했습니다.
놀이터에서 캔콜라를 마시고 찌그러트린 방식과 동일한 모양으로 그곳에 있는 것은 우연일 수는 없습니다. 자영을 살해한 것도 빛나라면 연이어 벌어지는 살인사건의 범인 역시 그 일 수밖에 없다는 의미입니다. 직접 경찰서 취조실에서 사건 당일의 행적까지 묻기도 했지만, 실마리를 찾을 수는 없었습니다.
빛나의 변화는 지호가 보낸 그림일기 편지에 대한 답이었습니다. 천국에 아는 사람 없냐던 빛나는 우체부로 위장한 천사에게 천국에 있는 지호 부모의 편지를 전달하도록 합니다. 그런 마음은 악마 시절에는 존재할 수 없는 것들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떡을 좋아하는 빛나가 이사떡을 받은 후 앞집에 다온이 왔음을 알고 쓰러지는 장면은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다시 심장이 나대며 정신을 잃은 빛나는 그렇게 조금씩 악마로서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는 중이니 말입니다. 그럼에도 빛나의 판결은 멈추지 않을 겁니다.
'지옥에서 온 판사'에 시청자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현실에서 보여진 판사들의 말도 안 되는 선고에 대한 반발이 심하기 때문입니다. 절대 용서받을 수 없고,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지도 않는 악질 범죄자들을 판사들만 용서하는 현실에 대한 분노가 이 드라마에 대한 열광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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