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기와 꽃누나들이 함께 하는 해외 배낭여행은 끝이 났습니다. 10일 간의 이들의 여행은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며, 꽃할배에 이은 대박 행진을 이어갔습니다. 꽃 시리즈로 이어지는 이들의 배낭여행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은 그저 다른 시각으로 여행을 바라본 것만은 아닐 것입니다. 매주 진행되는 <1박2일>은 감히 흉내낼 수 없는 특별함이 있었다는 점에서 '꽃' 시리즈의 성공을 확인할 수 있을 듯합니다.
꽃할배에 이은 꽃누나 배낭여행의 성공;
지속적인 여행을 떠나는 1박2일은 만들어낼 수 없는 간헐 여행의 가치
2주에 한 번씩 여행을 가는 <1박2일>은 매 번 새로운 공간을 찾아야 하고, 그곳에서 또 다른 색다름을 선사해야만 합니다. 국내 수많은 여행지를 찾아다니는 여행기가 예능이라는 옷을 입고 안정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방식으로는 성공을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이런 지점이 바로 <1박2일>이 가지고 있는 태생적인 한계일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탁월한 존재감을 가진 이들이라면 몇 년 동안 동일한 형식으로 여행을 반복한다면 식상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초창기 멤버들이 자연스럽게 <1박2일>을 떠난 것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습니다. 기본적으로 변할 수 없는 틀 속에서 새로움을 가져가기 위해서는 결국 그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주기적으로 변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나영석 피디와 이우정 작가가 <1박2일>을 하차하고 다시 여행 버라이어티를 하게 된 지점도 이런 한계 때문이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1박2일>을 최전성기로 이끌었던 이들이 KBS를 떠나, tvN으로 자리를 옮긴 것은 새로운 시도가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지상파에서는 감히 시도할 수 없는 다양함들이 가능한 케이블 매체는 그들에게는 안정적인 직업보다 더욱 강렬함으로 다가왔을 듯합니다.
보장된 정년을 뿌리치고 나 피디가 케이블로 향한 것은 단순히 돈만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더욱 KBS에서는 <1박2일>을 국민 예능으로 이끌었다는 이유로 그에게 남들보다 빠른 승진이라는 당근도 주었지만, 그에게 필요한 것은 그럴 듯한 직책이 아닌 다양한 시도와 실전에서 피디로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케이블로 자리를 옮기고 처음 그가 연출한 것이 바로 여행 버라이어티인 <꽃보다 할배>라는 점은 그래서 흥미롭습니다. 사실 그가 할 수만 있었다면 KBS에 남아 진행할 수도 있는 방송이었습니다. 여행 버라이어티의 진화 과정을 잘 보여주는 이 프로그램을 굳이 케이블에서 할 이유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색다른 접근을 자연스럽게 시도할 수 있게 보장해주는 분위기와 그렇지 못한 환경의 차이가 결과적으로 KBS 피디들의 엑소더스를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지상파 방송국이라는 위엄을 앞세워 색다른 시도와 변화에 둔감한 현재의 조직 체계에서는 발전을 이루기 힘들다는 판단은 자연스럽게 많은 이들이 보다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는 케이블로 이끌게 합니다. 일반 직장인들보다 연봉 높고 보장된 정년을 가진 이들이 아무 것도 보장해줄 수 없는 케이블로 목돈을 보고 옮겨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들이 케이블 행을 고집하는 것은 바로 이런 색다른 시도가 보장되기 때문입니다.
신연호 피디가 KBS에 남아 있었다면 결코 <응답하라> 시리즈는 만들어질 수 없었습니다. 예능 피디가 남의 영역인 드라마를 만들 수 있는 분위기가 그곳에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문화로 특화를 가진 CJ의 선택은 많은 부분 긍정적인 모습들을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물론 재벌 특유의 가변적인 눈치 보기가 극한으로 이어지며 비난을 면치 못하는 한심한 재벌일 수밖에 없지만 방송이라는 특화된 공간에서 몇몇 성공적인 성취는 분명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고 마무리 된 <꽃보다 누나>는 케이블이기에 가능한 여행 버라이어티의 진화를 잘 보여주었습니다. 형식적으로 굳어진 것 없이 유연하다는 것 역시 흥미로웠고, 이런 발상의 전환은 곧 성공의 일등공신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꽃보다> 시리즈의 성공요인은 기존의 방식에서 진화한 형식을 적극적으로 취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꽃보다 시리즈>가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많을 것입니다. 의외의 선택에서 빛나는 탁월함이 우선 눈에 확 들어옵니다. 할배들을 섭외하는 과정이나 감히 상상도 하기 힘들었던 조합을 만들어 그들이 배낭여행을 떠난다는 콘셉트는 결국 색다른 시각이 만든 긍정적 상상력의 결과물이었습니다.
다소 밋밋할 수 있는 구성에 짐꾼이라는 특이한 형식을 함께 함으로서 절묘한 결합의 묘미를 만들어냈던 이들의 선택은 결국 <꽃보다 누나>라는 스핀오프 형식의 여행까지 만들어냈습니다. 형식은 유사하지만 서로 다른 성향의 남과 여의 여행은 당연히 너무 다른 결과를 불러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1박2일>이 고정된 형식의 새로움을 추구하기 위해 멤버 변화를 주듯 <꽃보다 시리즈> 역시 서로 다른 출연자들을 통해 기본적인 배낭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하게 한다는 점에서 흥미롭고 재미있었습니다.
여행이라는 단순히 낯선 공간을 간다는 체험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에서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뭔가 틀에 박힌 형식을 요구하지 않아도 그저 자유롭게 여행지를 배회하고 홀로 눈물을 흘리는 행위만으로도 충분히 시청자들과 소통을 이끌어내는 <꽃보다 시리즈>는 그래서 진화한 여행 버라이어티의 모범 답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들이 떠난 배낭여행이 <1박2일>과 달리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일상적인 여행의 반복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2주에 한 번 의무적으로 떠나는 여행 속에서 느끼기 어려운 여행 특유의 가치들을 정작 <꽃보다 시리즈>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은 흥미롭습니다. 무한 반복하듯 이어지는 여행 속에서 예능이라는 중압감을 이겨내기 위해 다양한 게임이 주를 이루는 <1박2일>은 그저 웃을 수는 있겠지만 여행 특유의 가치를 그곳에서 바라보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와 달리 다음이 보장되지 않은 <꽃보다 시리즈>의 여행은 간절함이 존재합니다.
처음 다짐은 어렵지만 떠나면 자신의 인생 최고의 가치를 그곳에서 찾게 된다는 점에서 <꽃보다 시리즈>는 분명 진정한 여행의 가치를 느끼게 해주는 방송입니다. 완벽하게 자신에게 몰입할 수 없는 방송의 한계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그런 방송임에도 최대한 자신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그런 상황이 만들어지는 이들의 여행은 어쩌면 <1박2일>이 꿈꿀 수 있는 미래 버전이었습니다.
이승기가 열흘 동안의 여행에서 자신의 삶에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되어주었다고 이야기하는 부분이나 이미연이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장면들은 왁자지껄한 의무적으로 떠나는 반복적 여행에서는 찾기 힘든 진정성이었습니다. 단순히 낯설고 이국적인 곳에 호사스러운 여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그 지점에 이들 여행의 정수를 담아냈다는 점에서 간헐적인 이들의 여행은 더욱 우리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1박2일>의 미래가 현재 함께 공존한다는 점에서 이 신기한 경험들은 재미있기까지 합니다. 과연 할배들과 떠나는 다음 여행은 어떤 모습일지, 그리고 다시 누나들과의 여행도 가능할지 궁금해집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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