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을 준비하며 처음으로 선택한 주제가 'IF'라는 사실은 흥미롭습니다. 무한도전은 왜 채해 첫 시작을 만약이라는 가정으로 시작해야 했는지 궁금해지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주제 중 가상 결혼과 박명수의 1인자의 꿈이 뽑힌 이번 특집은 그저 단순히 웃을 수 없는 무거움도 함께 하고 있었습니다.
가상결혼이 던지는 흥미로운 상황극;
그들은 왜 하필 다양한 주제 중 유독 만약이라는 가설을 제시했을까?
항상 다양한 주제를 통해 시청자들을 행복하게 해주던 무한도전이 2014년 들어 첫 번째로 던진 화두는 'IF 만약에'였습니다. 가정법에 국한될 수밖에 없는 이 특집이 허망하게 다가오는 것은 가질 수 없는 것들에 대한 갈망에 방점을 찍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혼과 인기라는 두 가지 화두로 좁혀진 이들의 가설은 다양한 주제 중 우연하게 뽑힌 설정이었습니다. 총각들이 시간이 흐르며 다들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진 아버지들로 변하는 상황에서도 노홍철과 길만이 여전히 총각인 상황에서 가상 결혼은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가상 결혼이라는 형식 속에서 진지하게 <짝>처럼 풀어갈 수 없었던 그들은 자사 프로그램인 <우리 결혼했어요>와 같은 방식으로 그들만의 우결은 시작되었습니다. 노홍철은 평소에 친했던 장윤주와 가상의 결혼을 경험하게 되었고, 길은 유재석과 친한 송은이와 김숙이 데이트 상대가 되게 되었습니다. 길이에게는 최악의 조건인지 모르지만 완벽하게 몰입한 길에게 은이와 숙이는 최고의 데이트 상대였습니다. 노련하게 상대를 대하는 길은 능숙한 연예 기술자였습니다.
상대를 위한 맞춤 데이트를 진행하는 길이 왜 솔로인지 이해가 안 될 정도로 능숙한 모습을 보이며 상대인 숙을 인도하는 모습은 재미있었습니다. 대한민국 연예인들 중 대표적인 노처녀(?)로 불리는 송이와 숙이를 상대로 이렇게 드라마틱한 상황들을 만들어낸 길은 정말 대단한 능력자였으니 말입니다.
길이 난공불락과 같은 상대와 데이트를 하는 동안 노홍철은 평소 친동생처럼 대하던 장윤주와 가상의 결혼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가상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는 상황에서도 뭔지 모를 애틋한 감정들이 살아나기 시작하는 것은 서로가 어떤 감정을 가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더욱 장난처럼 노골적으로 다가오는 장윤주에 당황하는 노홍철의 모습은 그래서 더욱 재미있었습니다.
아침을 차리고 잠자고 있는 남편을 깨워 함께 식사하는 남자들의 로망을 그대로 실현해준 장윤주에게 노홍철은 행복하면서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허둥대는 모습 또한 흥미로웠습니다. 도발적인 대화들로 상황을 주도하던 장윤주의 이런 행동은 외출에서는 완전히 180도 다른 모습이 되고 맙니다.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에 들른 노홍철과 장윤주의 상황은 홍철의 집에서와는 정반대였습니다. 대중을 의식하는 노홍철은 먼저 스킨십을 시도하고, 이런 상황이 부담스러운 장윤주는 당황해 하는 모습에서 이들의 가상 결혼의 실체는 명확해졌습니다.
친근한 노홍철과 함께 하는 공간에서는 농익은 농담들도 아무렇지도 않게 쏟아내지만, 일반 시민들 앞에서는 조심스러운 장윤주. 둘만 있는 공간에서는 쑥스러워하던 노홍철이 많은 시민들 앞에서는 보란 듯이 손을 잡는 등 집에서는 보여주지 않는 스킨십을 하는 모습에서 이들의 성향과 방송인으로서의 직업병 등이 잘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평소 몸매 관리를 위해 요가를 하는 장윤주에 이끌려 부부 요가를 배우는 장면은 둘에게도 힘겨웠지만, 보는 이들도 아슬아슬하게 했습니다. 부부가 함께 하는 요가라는 점에서 자연스러운 스킨십은 당연했고, 이런 상황이 가상 결혼을 한 이들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올 수도 있었습니다.
부부요가를 하던 노홍철과 장윤주와 달리, 김숙이 소원이라는 동물원을 간 길과 숙은 쏟아지는 눈 속에서 행복한 데이트를 이어나갔습니다. 김숙의 의도된 집착과 질투는 길에게는 또 다른 애정의 이유로 자리하고, 그녀만을 위해 케이크 제작 수업은 로맨틱한 분위기로 이어졌습니다. 송은이와의 데이트에서도 전했던 목걸이를 다시 준비한 길은 손수 만든 케이크에 선물을 숨겨 깜짝 놀라게 하는 센스를 발휘하기도 했습니다.
숙의 친구들 앞에서도 당당하게 자신의 로맨틱함을 선보인 길은 송은이의 김숙의 선택을 기다리며 약속 장소로 향합니다. 영하 15도까지 떨어진 서울 거리에 들뜬 마음으로 나선 길이었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거부의 문자가 전부였습니다. 길은 숙이를 선택했지만, 두 여인 모두 길이와의 가상 결혼을 포기하고 말았고 그 모든 것이 그렇게 마무리되고 말았습니다.
길의 가상 결혼은 결혼이라는 가상적인 상황을 맞이하기도 전에 끝났고, 장윤주와 노홍철의 가상 결혼은 점점 상황이 흥미롭게 이어졌습니다. 부부요가 이후 부쩍 친근함을 보이는 노홍철의 변화와 달리, 하루 동안의 가상 결혼에 충실하려는 장윤주의 미묘한 상황 변화는 흥미롭게 이어졌습니다. 집들이를 위해 마트에서 음식을 마련하고 무도 멤버들의 방문을 받은 이 가상 부부의 마지막 일정이 어떻게 진행될지 알 수는 없지만, 단 하루이지만 노홍철의 급격한 변화는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다음 주에는 'IF' 특집의 마지막인 박명수의 유재석 인생이 펼쳐집니다. 만년 2인자인 박명수가 현재의 유재석이 되어 활동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어쩌면 가장 간절한 '만약에' 상황극이 될 수 있을 듯합니다. 우리는 언제나 꿈을 꿉니다. 그 꿈이 말 그대로 이상향을 향해 나아가는 목표가 되기도 하고, 막연한 상상력이 동원되는 개꿈이 되기도 합니다.
무한도전이 2014년 선택한 'IF'는 그래서 흥미롭습니다. 다양한 도전이 가능한 상황에서 그들은 왜 하필 망상에 가까운 '만약'이라는 상황을 설정했던 것일까요? 확신Conviction이나 희망 Hope, 행복 Happiness등 다양한 형식의 선택도 가능한 상황에서 '일장춘몽'에 가까운 '만약'을 선택한 것은 그들이 현실과 밀접하고 맞닿아 있는 예능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막막한 현실 속에서 그나마 개꿈에 가까운 이런 '만약'이라는 가정도 없다면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것도 힘들다는 현실적인 고민이 이 특집에 모두 담겨 있습니다.
비상식적인 일들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이를 상식이라고 우기는 절대 권력을 지향하는 무리들의 행동에 많은 이들은 절망을 느낍니다.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란 국민입니다"란 대사는 지난 해 말부터 현재까지 가장 큰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속 대사입니다. 너무나 당연한 외침이 많은 국민들의 심금을 울리는 이유는 이런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권리가 사라진 시대를 우리가 살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만약에'라는 가정법을 동원해서라도 잠시라도 행복한 느낌을 받고 싶은 것은 예능인들의 몫만은 아닐 것입니다. 그런 식으로라도 현실을 망각하고 잠시의 행복이라도 찾고 싶은 우리 소시민들의 현실을 무한도전은 너무도 날카롭게 헤집고 들어왔다는 점에서 이번 특집은 씁쓸함을 동반한 재미로 다가옵니다. 이런 일탈을 꿈꿔야만 하는 서러운 우리에게 <무한도전-IF>는 잔혹동화와 같은 섬뜩함마저 전해지고 있습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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