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버라이어티인 <1박2일>을 최고의 프로그램으로 만들었던 나영석 피디가 그 대상을 할배로 삼아 국내가 아닌 유럽 여행을 선택한 <꽃보다 할배>가 첫 방송을 탔습니다. 시작 전부터 큰 화제가 되었던 이 방송은 첫 회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기대감을 전해주었습니다. 평균나이가 76세인 할배들의 유럽 여행은 나 피디의 경험이 첫 회부터 안정적으로 출발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1박2일을 넘어서는 꽃보다 할배의 유럽여행;
나영석 피디와 이우정 작가가 손을 잡은 비바 로맨스 그레이
급격하게 진행되는 실버시대에 맞는 예능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꽃보다 할배>는 흥미롭습니다. 노인층들이 급격하게 늘어가고 있지만, 그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문화가 한정적이라는 점에서 이런 시도들은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문화가 모두 20대 청춘에만 집중되어 있던 현재에서 3, 40대의 소비 주체로 조금씩 옮겨가고 있지만 정작 60대 이상의 노인들을 위한 문화는 천편일률적이기만 합니다. 노인이라는 수식어가 막아버린 한계는 그들을 그저 뒷방 노인 정도로만 취급해버리는 게 현재 우리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 등 한 시대를 풍미하고 현재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대배우들이 함께 여행 버라이어티를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큰 화제가 되었던 <꽃보다 할배>는 그 소문의 실체를 드러냈습니다. 평균 나이 76세라는 이들이 과연 여행 버라이어티를 정상적으로 해낼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은 그나마 짐꾼으로 선정된 이서진으로 인해 어느 정도 해소가 되었습니다.
비록 40대이지만 <꽃보다 할배>에서는 중요한 짐꾼이자 안내자 역할을 하는 이서진은 가장 중요한 핵심 멤버였습니다. 프랑스에 도착해 첫 숙박지로 향하는 과정에서 이서진이 보인 모습들은 과연 그가 함께 하지 않았다면 이 방송이 정상적으로 만들어졌었을까 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습니다.
프랑스에 도착해 10일 동안의 여행을 마치고 스위스에서 국내로 돌아오는 단순한 배낭여행은 실제 많은 여행객들이 하는 루트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그 배낭 여행을 70대 할아버지들이 한다는 사실이 흥미로운 일이었습니다. 나이가 들면 도전정신도 사라진다고 하지만 이들의 도전에 나이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물리적인 나이가 피곤함을 일찍 부르기는 하지만, 그들은 많은 이들의 우려와는 달리 의외의 새로운 재미를 선보였습니다.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우리가 알고 있는 이들과 다른 면모를 선보인 H4는 손주들의 재롱에 한 없이 행복해하는 천상 할배들이었습니다. 카리스마 넘치던 이순재는 집에서는 부인의 말이라면 뭐든지 하는 절대 순종 순재였습니다. 여행 물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신구에게 중요한 것은 술이었습니다. 소주를 가득 카트에 담고 행복해하는 신구의 모습에서 "니들이 여행을 알아"라고 외치는 듯한 표정이 가득하기도 했습니다.
자신이 할배들의 가이드이자 짐꾼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걸그룹과 함께 유럽 여행을 한다고 마음이 들뜬 이서진의 짧은 몰래 카메라는 재미있었습니다. 꿈에도 상상하지 못하는 일들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그저 걸그룹과 함께 할 유럽 여행에 마음이 들떠 있던 이서진에게 공항에서의 할배들과의 첫 만남은 충격이었습니다.
쉽게 마주하기도 힘든 대선배들을 무려 넷이나 마주해야 하는 것도 당황스러웠지만, 이들과 함께 유럽여행을 해야 한다는 사실은 멘붕을 이끌었기 때문입니다. 걸그룹과의 행복한 상상은 부담스러운 대선배들과의 여행으로 바뀌었고, 그 말로 표현하기 힘든 상황은 12시간을 날아 프랑스에 도착한 이후에도 지속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각각의 성격을 가진 할배들을 뒤에서 보조하고, 가이드 역할까지 모두 해줘야 하는 입장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의 보모도 힘들겠지만, 자신들의 주장이 강력한 할배들을 돕는 것은 차원이 다른 고난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고집만 강한 그들을 상대로 뭐하나 쉽게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서진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었습니다. 모든 것을 던지고 오직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만 충실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첫 회 막내인 백일섭의 욱하는 성질은 자칫 문제로 다가올 수도 있었지만, 예능이라는 틀 속에서 이런 성격마저도 하나의 캐릭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흥미로웠습니다. 부인이 정성스럽게 싸준 장조림이 자랑스러웠지만, 무거워진 짐으로 인해 장조림은 커다란 짐이 되고 말았습니다. 여기에 큰 형인 이순재는 오직 무조건 홀로 전진만 하는 모습에 무릎이 아파 제대로 따라가기 힘들며 생긴 화는 결국 장조림을 집어 던지는 상황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숙소에 도착해서도 자신의 잠자리를 찍는 무인 카메라를 치우라며, 발길질을 하는 백일섭의 모습은 힘겨운 여정의 시작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었습니다. 건들거리며 물랑루즈 입장권을 강요하던 신구의 모습 역시 의외의 재미를 보장해줄 것으로 기대되었습니다.
한 회만으로 모든 것을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나영석 피디가 오랜 시간 <1박2일>을 진행하며 얻은 다양한 노하우들을 바탕으로 제작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기대해 볼만 할 듯합니다. 여행 버라이어티라는 기본적인 틀 속에 평균나이 76세의 할아버지들의 좌충우돌 여행기는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없는 색다른 여행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만족스러웠습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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