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2회를 남긴 상황에서 시원한 사이다 반격이 보이지 않아 고구마라고 답답함을 토로하는 기사들이 쏟아집니다. 그렇게 보일 수도 있지만, 말 그대로 2회가 남았습니다. 벌써 반격이 시작되고 시원한 사이다가 전개된다면 남은 2회는 김 빠진 사이다를 맛보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작가는 마지막 회차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도록 극을 이끈다는 점에서 이건 고구마가 아니라 밀도 높은 전개 과정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다양한 패러디들이 등장하는 것 역시 클리셰로 치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점에서 작가가 잘 이끌고 있다고 보입니다.
14회의 핵심은 해인이 수술을 받는 결심을 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다양한 복선으로 남은 2회 동안 어떤 결말이 이어질지 예측하게 했습니다. 여기에 이 드라마의 주제인 '사랑'을 보다 강렬하게 쌓아올렸다는 점에서 결국 복수극도 '사랑'이 가장 강력한 힘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해인은 신혼여행을 하며 묘지를 찾았습니다. 우리와 달리, 서양에서 묘지는 도심 공원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전혀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죠. 그곳에서 죽음에 대안 언급을 한 것은 우연이었지만, 필연적으로 맞이할 수밖에 없는 마지막 순간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해인은 당시부터 문제가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노인이 홀로 꽃을 들고 묘지를 찾는 장면을 본 해인이지만, 현우는 볼 수 없었습니다. 갑작스럽게 사라질 상황이 아니라는 점에서 해인의 병은 당시에도 존재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14회 해인의 독백으로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예고를 하는 과정도 중요한 변화였습니다. 해인이 기억을 깨우고 현우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그가 주도권을 쥐고 이끌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다음 페이지에서 뭐가 있을지 그때는 몰랐다는 해인의 독백은 의미 있게 다가왔습니다.
수술을 거부하는 해인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온가족이 다 나섰습니다. 시어머니는 영상 통화를 하며 차마 입을 떼지 못했습니다. 말하지 못할 정도의 진심이 담겨 있어 해인은 더욱 안타깝고 힘들 수밖에 없었죠. 부모님의 이야기에도 이 좋은 기억들이 모두 사라진다며 수술 거부를 철회하지 않았습니다.
해인을 위해 새벽 성당을 찾아 기도하는 현우에게도 의도적으로 시비를 걸기도 하죠. 천국 가려고 기도하냐는 말에 해인을 살려달라는 기도에 먹먹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현우는 해인을 살리기 위해 해당 치료가 가능한 세계 모든 병원 의사들을 알아봤던 인물입니다. 그런 애절함이 해인은 고맙지만 그래서 더욱 수술이 두렵습니다.
더는 시간을 지체할 수 없습니다. 의사는 더 미루면 수술도 할 수 없게 된다며 경고했습니다. 이런 상황에 해인은 현우가 간 성당을 찾아 자신의 소원을 적어놓았습니다. 해인은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 두 가지가 있다고 했습니다.
사랑했던 것과 사랑 받았던 기억이 해인에게는 가장 소중한 것인데 수술을 하기되면 그 모든 것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행복한 기억을 품고 죽는 것을 선택하죠. 그런 해인의 마음을 돌려놓는 것은 의외의 방법이 있었습니다.
너무 진지하게 그에게 수술을 권하기보다 해인이 살고 싶다는 욕망이 살아나게 만드는 것이었죠. 질투심이 강한 해인은 도회적인 모습으로 호텔 로비에 있는 숱한 여성들의 관심을 받는 현우를 보자 화를 내기 시작합니다. 그런 도발은 역설적으로 눈물보다 더 강한 힘으로 다가오기도 하죠.
해인과 현우의 모습을 보며 열패감에 휩싸인 은성은 하나만 생각하고 있을 뿐입니다. 모슬희는 아들 은성이 해인에 대한 집착을 나무라자 죽을 때까지 못 멈춘다고 선언했습니다. 이는 해인이 죽거나 자신이 죽지 않는 한 집착은 사라질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했습니다.
모슬희가 은성을 방해하는 자들을 죽여왔다는 점에서 독일에 사람들을 보낸 것은 분명한 목적이 있었습니다. 해인을 제거하고 은성이 정신차리고 퀸즈를 완전히 접수할 수 있기를 바란 것이죠. 오락가락하는 그레이스는 슬희가 독일에 사람을 보내고 한동안 돌아오지 않을 것이란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습니다.
해인을 죽이겠다는 의도를 모를 수 없었기 때문이죠. 양심의 가책을 느낀 그레이스는 현우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모슬희가 해인을 노린다는 직접적 언급이 아닌, 둘 다 잘 있냐는 질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현우는 바로 깨달았습니다.
오직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그레이스가 이런 힌트까지 준 것은 엄청난 노력의 결과입니다. 모슬희가 거침없이 자신 앞을 가로막는 이들을 제거하는 것을 보면서 그레이스도 그 광기에 겁이 났을 겁니다. 지금 당장 모슬희를 배신할 수는 없지만, 현우가 이기기 바라는 마음이 그 전화에 잘 담겨 있었습니다.
차에 해인만 두고 잠시 가게를 들렀던 현우는 기겁해 차를 향해 뛰어갑니다. 하지만 현우 눈앞에서 거대한 트럭은 차를 밀어버리고 도주했습니다. 화염에 휩싸이기 시작한 반파된 차량에 뛰어든 현우는 유리창을 깨려 자신의 손이 엉망이 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피투성이가 된 손에도 오직 해인만 찾던 현우의 뒤에서 그를 부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차량 안에 있을 것이라 생각한 해인이 거리에서 현우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수술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해 독일에 왔을 때 만났던 네잎 클로버 장수가 지나가자 차에서 내려 그에게 행운을 사며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손이 엉망이 된 현우는 해인을 붙잡고 오열했습니다. 그런 현우의 모습을 보면서 해인은 결심할 수 있었습니다. 자신을 위해 몸이 엉망이 되어도 상관하지 않는 이 지독한 사랑을 배신할 수는 없었습니다. 기억하지 못해도 지겹도록 항상 곁에 있을 것이란 현우의 말이 감사했습니다.
해인은 다시 오빠를 만났습니다. 무표정한 모습에 자신을 원망하다는 듯 했던 오빠가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환하게 웃으며 해인에게 인사를 하는 오빠도 그가 행복하기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수술 전날 한 침대에 누워 현우를 기억하기 위해 노력하는 해인은 자신의 노트를 건넸습니다.
자신과 현우에 대한 기록을 남긴 것은 수술 후 기억을 모두 잃는다고 해도 기억하고 싶은 것들을 적은 것이었습니다. 해인은 수술실로 들어가기 전까지도 현우를 기억하지 못할 것이 두려워했습니다. 그런 해인을 안심시키고 밖에는 오히려 더 힘들어하는 현우의 모습은 이들의 사랑을 제대로 보여줬습니다.
수술이 시작되었다는 신호를 본 후에야 겨우 안심한 현우를 찾아온 것은 경찰이었습니다. 사망한 편성욱의 범인이 현우라는 이유였습니다. 수술을 마치고 나오는 해인이 처음 본 이가 현우여야 한다는 점에서 기억마저 조작해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은 은성의 조작은 가장 결정적 순간 모든 것을 뒤틀리게 만들었습니다.
누명이라고 해도 지금 이 순간 수술을 마치고 나온 해인을 봐야 하는 순간 체포되는 것은 최악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상황을 즐기며 눈을 뜬 해인에게 기억 조작에 나선 은성의 모습에 분노하는 것은 너무 당연했습니다. 결혼 자체를 지울 수 없다는 점에서 사랑하는 것은 자신이고, 스토킹을 하는 것은 현우라고 합니다.
이런 은성의 주장을 해인이 믿을 수는 없습니다. 지금 당장이야 그저 듣고만 있겠지만, 해인의 DNA에 현우에 대한 사랑이 각인되어 있음을 간과하고 있었습니다. 해인을 고립시키고 초기 기억을 조작해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는 은성은 해인 가족들까지 위기로 내몰았습니다.
모슬희는 용두리까지 찾아와 다혜를 협박했습니다. 이 모습을 본 선화는 오히려 다혜를 감쌌죠. 하지만 다혜의 전 연인까지 들어와 협박하기 시작했습니다. 수철 가족들을 괴롭히겠다는 협박에 다혜는 이별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놀이 공원에 간 다혜는 행복해하는 수철에게 커피 부탁을 하고 아들을 데리고 떠났죠. 하지만 다혜가 사라진 것을 보고 공원 안내 방송을 통해 자신을 버리지 말라는 수철의 말에 많은 이들은 비웃었습니다. 남편이 얼마나 잘못했으면, 아내가 놀이공원에서 버리고 가냐는 말에 발끈한 다혜는 수철에게 돌아갔습니다.
자신을 이렇게 사랑해준 사람은 수철이 유일합니다. 이 우둔할 정도로 자신을 사랑해 주는 이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는 것이 다혜입니다. 모슬희를 위협할 수 있는 결정적 증거를 가진 다혜는 결국 수철을 위해 반격에 나설 최고의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습니다.
수술 후 깨어난 해인은 은성을 바라보며 "백현우"라고 합니다. 기억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 앞에 있는 이가 현우라고 생각할 정도로 해인의 몸에 그가 각인되어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 은성은 대학 시절부터 자신과 해인은 연인이었고, 이혼한 현우가 스토커라 주장했습니다. 이 말도 안 맞는 주장은 무너질 수밖에 없는 말일뿐입니다.
해인은 현우에게 암기 잘하는 방법이 뭐냐고 묻습니다. 그런 해인에게 현우는 장난을 치기는 했지만, 중요한 것만 반복해 소리 내 암기하면 무의식에 각인되어 알 수 있게 된다고 했습니다. 해인은 수술을 위해 마취를 하는 와중에도 백현우를 반복해서 읊조리며 기억해 내려 노력했습니다.
현우의 암기법처럼 무의식에 각인된 현우의 이름은 결국 아직 반이 남은 봉숭아 물이 든 새끼손가락은 해인의 기억을 깨우는 이유로 작동할 수밖에 없습니다. 병원과 교도소에서 서로 독일에서 내리는 눈을 바라보는 해인과 현우의 모습은 안쓰럽지만 조만간 드러날 화끈한 반격이 더 기대되었습니다.
오빠의 죽음과 시작된 해인의 트라우마와 병은 그의 수술로 인해 제거되었습니다. 그 시점 해인을 구했던 어린이 해병대원이었던 현우에 대한 기억은 어머니 선화가 확인할 듯합니다. 현우의 바닷가 사진을 보며 장소가 기억날 듯 말 듯 했던 선화의 기억은 해인과 현우의 인연이 얼마나 잘 오래되었는지 알게 합니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 갇힌 현우. 그런 현우를 면회 간 해인. 교도소 면회실에 있던 구멍들과 수술실 조명과 눈이 하나로 연결되어, 해인의 기억은 급격하게 되살아날 수 있어 보입니다. 답답하다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남은 2회를 알차게 풀어가기 위해서는 이런 전개가 맞습니다. 이제 해인과 현우의 시간만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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